เข้าสู่ระบบ대통령 전용 차량 행렬은 서울 도심을 벗어나 서해 방향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창밖 풍경은 점점 회색빛 산업단지로 바뀌었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던 화려한 초고층 빌딩들은 어느새 사라졌고, 대신 거대한 물류 창고와 컨테이너 야적장이 줄지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늘도 흐렸다.
바닷바람 때문인지 공기에는 차가운 습기가 섞여 있었다.
강시온은 창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그는 편의점 도시락 가격을 비교하던 백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 전용 차량 안에 앉아 있었다.
그것도 국제 납치 사건 현장으로 이동 중인 대통령.
“진짜… 가는 거네요.”
시온이 마른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각하께서 직접 결정하셨습니다.”
한채린은 태블릿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전 그냥 분위기에 휩쓸린 건데요.”
“국가 지도자는 순간의 선택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럼 방금 선택 취소하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단호했다.
시온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 실장님은 인간미라는 게 없어요?”
“업무 중입니다.”
“퇴근 후엔 생기고요?”
“질문이 많으십니다.”
옆자리의 오민석이 작게 속삭였다.
“각하… 지금 많이 풀리신 겁니다.”
시온은 놀란 얼굴로 돌아봤다.
“진짜요?”
“평소엔 눈빛만으로 사람 울립니다.”
“들립니다, 오 비서님.”
오민석은 그대로 입을 닫았다.
시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무섭긴 하구나.
그때 앞좌석에 앉아 있던 임태건이 무전기를 받았다.
“현장 외곽 도착 5분 전. 특수팀 선진입 완료.”
시온은 재빨리 물었다.
“특수팀이 들어갔으면 저희는 안 가도 되는 거 아닌가요?”
“상황 확인이 필요합니다.”
한채린이 설명했다.
“엘리아나는 단순 외빈이 아닙니다. 프랑시아 대통령의 딸이자 공식 대표단 자격으로 입국했습니다.”
“중요한 사람이라는 건 알겠어요.”
“그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납치됐습니다.”
“…아.”
“구출에 실패하면 외교 문제를 넘어 국가 신뢰도 자체가 무너집니다.”
차량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시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조금 실감이 났다.
이건 단순 사건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나라 분위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차량이 항만 외곽 검문소를 통과했다.
창밖으로 거대한 바다가 보였다.
회색빛 파도가 거칠게 흔들렸고, 거대한 크레인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쇳소리와 경적 소리가 거칠게 울렸다.
바닷바람에는 기름 냄새와 짠내가 섞여 있었다.
“와… 분위기 진짜 범죄 영화 같다.”
오민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영화였으면 좋겠네요…”
시온도 같은 생각이었다.
곧 차량은 오래된 폐창고 지대 앞에서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시온은 창밖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낡은 철문.
깨진 유리창. 녹슨 컨테이너들. 사방에 버려진 철재 구조물.누가 봐도 범죄 현장이었다.
“여기 영화 촬영장 아니죠?”
“아닙니다.”
“돌아가면 안 될까요?”
“안 됩니다.”
차량 문이 열리자 긴장감이 피부로 느껴졌다.
검은 작전복을 입은 특수부대 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상공에는 드론 여러 대가 원을 그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무전기 소리가 쉼 없이 오갔다.
“북동쪽 이상 없음.”
“옥상 저격 포인트 확보.”
“후면 출입구 감시 중.”
시온은 괜히 어깨를 움츠렸다.
다들 너무 진지했다.
임태건이 방탄조끼를 내밀었다.
“착용하십시오.”
“저도요?”
“당연합니다.”
“대통령이 입으면 체면 안 서는 거 아닌가요?”
“총알은 체면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명언이네요.”
시온은 얌전히 조끼를 입었다.
생각보다 훨씬 무겁고 답답했다.
숨쉬기도 불편했다.
“이거 입고 뛰면 바로 잡히겠는데요.”
오민석도 작은 조끼를 입고 낑낑댔다.
“전 이미 숨 막힙니다…”
한채린은 현장 지휘관에게 보고를 받았다.
“내부 인원은 최소 열 명으로 추정됩니다. 무장 상태 확인됐습니다.”
“인질 위치는요?”
“2층 중앙 구역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능성?”
“확실하진 않습니다.”
시온이 끼어들었다.
“확실하지 않은데 들어가요?”
모두가 잠시 그를 바라봤다.
한채린이 짧게 말했다.
“그래서 조심해서 들어갑니다.”
“저 지금 되게 상식적인 질문 한 것 같은데요.”
오민석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생각했습니다…”
작전 브리핑이 시작됐다.
창고 구조도가 차량 옆 홀로그램 화면 위에 떠올랐다.
푸른빛 입체 구조도가 공중에 펼쳐지자 시온은 눈을 깜빡였다.
“와… 진짜 SF영화다.”
“집중하십시오.”
한채린이 구조도를 짚었다.
“정면 진입팀, 후면 차단팀, 옥상 저격 대응팀으로 나눕니다.”
임태건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각하는 외곽 안전 구역에서 대기하십니다.”
시온은 바로 손을 들었다.
“좋습니다. 아주 훌륭한 계획입니다.”
한채린이 그를 바라봤다.
“…왜 안심한 표정이십니까?”
“제가 안 들어가도 되잖아요.”
“원래는 그렇습니다.”
“원래는?”
“하지만 상대가 각하의 현장 방문을 이미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온의 표정이 굳었다.
“…네?”
“각하가 왔다는 사실 자체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를 미끼로 쓴다고요?”
“표현이 과격합니다.”
“뜻은 맞잖아요!”
오민석이 울상을 지었다.
“저희 팀 복지가 너무 약합니다…”
그 순간.
창고 안쪽에서 둔탁한 폭음이 울렸다.
쾅!
먼지가 솟구쳤다.
경보음이 울리고 요원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적이 눈치챘습니다!”
“저격수 이동!”
“2층 창문 인원 확인!”
긴장감이 순식간에 치솟았다.
시온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무섭다.
당연히 무서웠다.
조금 전 총격전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더 가까웠다.
정말 눈앞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물러나면 이곳 사람들의 사기도 함께 꺾일 것 같았다.
그때였다.
멀리 2층 깨진 창문 너머로 누군가 보였다.
금빛 머리카락.
두 손이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
그리고 그녀 옆에 서 있는 복면 남성들.
한채린의 눈빛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인질 확인. 엘리아나입니다.”
시온도 숨을 삼켰다.
“저 사람이…”
이제 더 이상 뉴스 속 사건이 아니었다.
진짜 사람이 저 안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도움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창고 스피커에서 잡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지직—
“대한민국 대통령. 들리나?”
모두의 시선이 창고로 향했다.
“네가 직접 왔다니, 예상보다 빠르군.”
한채린이 즉시 손짓했다.
“발신 위치 추적하세요.”
목소리는 비웃듯 이어졌다.
“무장 해제하고 혼자 들어와라. 그러면 인질은 살려주지.”
오민석이 기겁했다.
“절대 안 됩니다!”
임태건도 단호하게 말했다.
“함정입니다.”
하지만 시온은 창고를 바라봤다.
2층 창문 너머.
결박된 채 고개를 들고 있는 엘리아나와 눈이 마주쳤다.
두려움 속에서도 그녀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도와달라는 눈빛이었다.
시온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각하!”
한채린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시온은 조용히 말했다.
“저 사람, 무서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냉정해야 합니다.”
“전 정치도 모르고 전략도 몰라요.”
그는 천천히 창고를 바라봤다.
“하지만 저런 표정은 알아요.”
잠시 침묵.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왔다.
멀리 파도 소리가 들렸다.
한채린은 시온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놓았다.
“…무모합니다.”
“칭찬으로 들을게요.”
임태건이 권총을 꺼내 점검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한채린도 이어폰을 고쳐 끼웠다.
“전원 진입 준비.”
오민석은 거의 울먹였다.
“저는 뒤에서 정신적 지원하겠습니다…”
시온은 마른침을 삼켰다.
대통령이 된 지 하루도 안 됐다.
그런데 지금 그는 납치범들이 있는 창고로 걸어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철문 앞에 선 순간.
내부에서 다시 목소리가 울렸다.
“어서 와라, 대통령.”
시온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철문 안쪽에서 총성이 터졌다.
탕!
한서준은 동생을 한번 살폈다.“얼굴 좋아졌네.”“갑자기?”“전에는 맨날 피곤해 보였잖아.”한채린은 대답 대신 보온병을 내려다봤다.한서준이 돌아섰다.“센터 들어간다.”“응. 조심해서 가.”몇 걸음 가던 그가 돌아봤다.“둘 다 무리하지 마.”강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예.”한서준은 그대로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강시온이 작게 물었다.“저도 포함해서 걱정해 주신 거 맞죠?”“욕심내지 마십시오.”한채린이 먼저 걸었다.강시온이 웃으며 따라갔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박은호가 보낸 메시지였다.「제이드 리 관련 최종 보고. 치료 종료 후 보호 관찰 전환. 잔여 조직 수사 협조 완료.」그 아래에는 제이드 리가 남긴 문장이 있었다.「이제는 남이 정한 길 말고 제 길로 가보겠습니다.」강시온은 화면을 잠시 바라봤다.“좋은 소식입니까?”“예.”그는 휴대전화를 넣었다.“이번에는 정말 자기 선택대로 살아보겠답니다.”한채린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7시 15분.대통령 관저 정원.공식 일정이 끝난 뒤 강시온은 약속대로 한채린과 저녁을 먹고 정원으로 나왔다.휴대전화가 울렸다.루카가 보낸 사진이었다.야외 카페에서 엘리아나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데이트 중입니다. 대통령님도 열심히 하세요.」강시온이 피식 웃었다.“이 사람은 연애를 해도 여전하네요.”한채린이 사진을 확인했다.“엘리아나 씨가 고생하시겠네요.”“그래도
몇 달 후.오전 8시 30분.대통령 관저 집무실.강시온은 책상 위의 보고서 첫 장을 바라봤다.「뉴(New) 세계 평화 프로젝트 제1차 공동운영회의」첫 장 아래에는 한 사람의 이름 대신 참여국들의 서명이 빼곡했다.“현재 참여국은 62개 국가입니다.”한채린이 태블릿을 확인했다.“오늘 회의 이후 추가 참여를 결정할 국가도 있습니다.”강시온이 다음 장을 넘겼다.“최고 승인권자는 없고요?”“없습니다.”“후보 평가도?”“없습니다.”“몰래 사람을 관찰하는 일도?”한채린이 그를 바라봤다.“그 질문을 매번 하실 생각입니까?”“확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요.”강시온이 웃었다.과거의 세계 평화 프로젝트 자료는 공개됐고.누군가를 몰래 고르고 움직이던 조직은 사라졌다.새 프로젝트는 각국이 같은 권한으로 참여하고 주요 결정과 예산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사람을 선택하는 계획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움직이기 위한 약속이었다.강시온은 마지막 페이지에 서명했다.“이제 조금 실감이 나네요.”“무엇이 말입니까?”“이전과는 다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게요.”“시작만 했습니다.”“좋은 분위기를 오래 두는 법이 없으시네요.”“오늘 일정이 많으니까요.&rdquo
강시온이 천천히 웃었다.“그러면 한 번 더 해도 됩니까?”이번에는 한채린이 대답 대신 그의 재킷을 가볍게 잡아당겼다.두 번째 입맞춤은 첫 번째보다 조금 길었다.멀리서 사람들의 박수가 다시 터졌다.World Harmony Fest의 마지막 순서가 끝나고 있었다.두 사람이 천천히 떨어졌다.한채린이 말했다.“이제 정말 돌아가셔야 합니다.”강시온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미소로 그녀를 바라봤다.“같이 가시는 거죠?”“예.”강시온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한채린은 망설이지 않고 그 손을 잡았다.두 사람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행사장으로 돌아갔다.오후 7시 34분.World Harmony Fest 메인 행사장.마지막 공식 일정까지 모두 끝난 뒤였다.루카는 무대 뒤 통로에 기대 서 있었다.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아직 안 가셨어요?”루카가 고개를 들었다.엘리아나가 걸어오고 있었다.“누굴 좀 기다렸어요.”“누구를요?”루카가 웃었다.“그걸 꼭 물어봐야 알아요?”엘리아나는 잠깐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오늘 무대 좋았어요.”“봤어요?”“네. 끝까지요.”루카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그럼 됐네요.”“뭐가요?”
“이번에는 기다리지 않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한채린의 말이 끝난 뒤 강시온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수없이 미뤘던 말인데, 막상 허락을 받고 나니 준비했던 문장들은 필요 없었다.“좋아합니다.”한채린의 눈빛이 멈췄다.“한채린이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처음에는 저도 잘 몰랐습니다.”강시온이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늘 옆에 계셔서 의지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일이 없어도 보고 싶었고, 안 보이면 찾게 됐습니다.”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대통령이라서 제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비서실장이라서 옆에 계셨으면 하는 것도 아니고요.”강시온은 결국 가장 쉬운 말로 돌아갔다.“그냥 제가 한채린이라는 사람 옆에 있고 싶습니다.”한채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시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너무 늦었습니까?”“많이 늦으셨습니다.”강시온의 표정이 굳자 한채린이 아주 작게 웃었다.“그래도 기다렸습니다.”이번에는 강시온이 말을 잃었다.한채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도 처음에는 이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각하를 걱정하는 것도, 찾는 것도 업무라고 생각하면 편했으니까요.”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걸 업무라고 부르는 게 더 이상해
한채린이 그를 바라봤다.“그렇게 멀리 앉으실 필요는 없습니다.”강시온이 고개를 돌렸다.“가까이 앉아도 됩니까?”“아까는 제 어깨에도 기대셨잖습니까.”강시온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그건 꽤 강력한 근거네요.”그는 한채린의 옆자리에 앉았다.어깨 사이에 손 하나 들어갈 만큼의 거리만 남았다.멀리서는 아직 박수와 음악이 이어지고 있었다.한채린이 조용히 말했다.“오늘은 이상하게 그 소리가 멀게 들립니다.”“저도요.”강시온은 정면을 바라봤다.“지금은 저쪽보다 여기가 더 신경 쓰여서요.”한채린의 손이 무릎 위에서 잠깐 멈췄다.강시온은 그 손을 잡지 않았다.대신 자신의 손을 벤치 위에 내려놓았다.한채린도 손을 치우지 않았다.둘 사이의 거리는 그대로였지만, 먼저 물러나는 사람도 없었다.서로 기대지도, 붙잡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굳이 멀리 있을 이유가 없는 사이 같았다.강시온이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한채린이 그 움직임을 보고 물었다.“왜 그러십니까?”“괜히 손이 움직일 것 같아서요.”“무슨 뜻입니까?”강시온이 그녀의 손을 한번 내려다봤다.“오늘은 안 잡으려고요.”한채린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왜요?”이번에는 질문이 그녀에게서 먼저 나왔다.강시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후 6시 19분.World Harmony Fest 행사장 뒤편 정원.강시온은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와 정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한채린의 태블릿이 무대 뒤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정원 끝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한채린은 난간 앞에 서서 멀리 행사장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늘 다음 일을 준비하던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이 낯설었다.한채린이 먼저 그를 알아차렸다.“각하.”강시온이 가까이 다가갔다.“여기 계셨습니까?”“잠시 바람을 쐬고 있었습니다.”“태블릿까지 두고요?”한채린이 짧게 웃었다.“그 정도로 급하게 나온 건 아닙니다.”“저한테는 꽤 큰일처럼 보였습니다.”“왜요?”“한 실장님이 태블릿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건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아서요.”한채린은 다시 행사장 쪽을 바라봤다.멀리서 폐막을 알리는 음악이 희미하게 들려왔다.강시온은 그녀 옆에 섰다.이번에는 이유를 재촉하지 않았다.잠시 뒤 한채린이 먼저 말했다.“연설을 듣고 있으니까 조금 이상해졌습니다.”“뭐가요?”“처음 각하를 만났던 날이 생각났습니다.”강시온의 표정이 멈췄다.대통령이 된 이유조차 몰랐고, 일정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날.“좋은 기억은 아닐 것 같은데요.”“그때는 아니었습니다.&r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