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오후 7시.
메인 공연장 백스테이지.
공연이 끝나자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무대 준비하겠습니다!”
루카는 마이크를 건네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때.
공연장 입구에 엘리아나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멈춰 선 그녀는 백스테이지를 둘러봤다.
오늘만큼은.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루카 씨!”
방송국 인터뷰 담당자가 먼저 다가왔다.
“생방송 연결이 잡혔습니다.”
“지금 바로 부탁드립니다.”
루카는 엘리아나를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금방 다녀오겠습
“오 비서관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민석님도 알아봤어요?”한채린이 낮게 말했다.“유진아.”“아무 말도 안 할게.”서유진은 다시 한채린을 바라봤다.“무슨 일이 있었길래 네가 이렇게 편해 보이나 해서.”한채린의 표정이 순간 멈췄다.늘 긴장을 놓지 않던 그녀의 얼굴이 전보다 편안해져 있었다.“별일 없었어.”한채린이 짧게 답했다.“각하와 함께 잘 해결하고 돌아왔어.”서유진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그럼 됐어.”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문 쪽으로 걸어갔다.“두 분 식사 계속하세요.”“방해 아닙니다.”강시온이 말하자 서유진이 웃었다.“그 말씀도 지금은 별로 설득력이 없는데요.”“서유진.”“갈게.”문이 닫혔다.강시온이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원래 저렇게 눈치가 빠릅니까?”“쓸데없는 부분에서만 그렇습니다.”“그럼 틀렸습니까?”한채린은 다시 도시락으로 시선을 내렸다.“식사하십시오.”“대답은 안 해 주시네요.”“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까요.”강시온은 더 묻지 않았다.하지만 웃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한채린 역시
오후 4시 42분.대통령 관저.북해에서 돌아온 강시온이 관저 현관을 지나자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오민석이었다.“각하!”강시온이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오 비서관님, 저 살아 있습니다.”“그러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오민석은 강시온을 위아래로 확인하고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이번에는 진짜 뉴스로 각하 생존 여부를 확인할 뻔했습니다.”“그 정도였습니까?”“북해 해저 기지에 대통령이 직접 들어갔는데 그 정도가 아니겠습니까?”뒤따라 들어온 한채린이 말했다.“각하께서는 작전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셨습니다.”오민석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실장님이 그 말씀을 하시니까 더 놀랍습니다.”강시온이 먼저 대답했다.“제가 약속을 잘 지켰습니다.”“각하께서요?”“왜 그렇게 놀라십니까?”“역사적인 날이라 기억해 두려고요.”강시온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오민석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에 머물렀다.북해로 떠날 때와 미묘하게 달랐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은 속도로 걷고 있었다.“두 분… 북해에서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한채린의 걸음이 멈췄다.“무슨 뜻입니까?”“아닙니다.”오민석은 즉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내렸다.“제가 오
임태건이 국제 공조팀과 함께 들어왔다.“레오나르드 크로우.”임태건이 앞으로 나섰다.“국제 테러 조직 운영, 국가 기반시설 공격, 불법 정보 조작 및 다수의 범죄 혐의로 신병을 확보하겠습니다.”레오나르드는 저항하지 않았다.손목에 구속 장치가 채워졌다.그가 강시온을 바라봤다.“후회하지 않나?”“뭘 말입니까?”“대통령이 된 것.”강시온은 잠시 생각했다.“많이 했습니다.”레오나르드가 뜻밖이라는 듯 바라봤다.“지금도 가끔은 합니다.”강시온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그래도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왜지?”강시온은 대답하기 전에 옆을 바라봤다.한채린이 있었다.언제나 그랬듯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이 자리에 와서 만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한채린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레오나르드는 그 시선을 따라갔다.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태건과 공조팀이 그를 데리고 명령실을 빠져나갔다.문이 닫혔다.오랫동안 이어진 싸움이 너무 조용하게 끝났다.강시온은 한동안 닫힌 문을 바라봤다.“끝난 겁니까?”한채린이 태블릿을 확인했다.“적어도 여기서는요.”“실감이 안 납니다.”“저도 그렇습니다.”강시온이 웃었다.
북해 해저 기지 최상위 명령실.오후 12시 11분.레오나르드가 마지막 파일을 열었다.「후보 42번 대통령 취임 최종 승인 기록」화면 아래에는 그의 이름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LEONARD CROW」강시온은 화면보다 레오나르드를 바라봤다.“후보 재검증과는 다른 기록이군요.”“그래.”레오나르드가 담담하게 답했다.“후보로 돌려놓는 것만으로 네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아니니까.”화면이 바뀌었다.최종 승인 직전의 후보 목록.강시온의 이름 옆에는 마지막까지 보류 표시가 남아 있었다.「후보 42번 — 최종 승인 보류」그리고 그 아래 레오나르드가 직접 남긴 의견이 나타났다.「예측 불가능성은 결격 사유가 아니라 검증 가치다.」강시온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이 한 줄 때문에 승인된 겁니까?”“아니.”레오나르드가 고개를 저었다.“내가 마지막 표를 던졌지.”“왜 그렇게까지 했습니까?”이번에는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레오나르드는 오래된 후보 자료를 천천히 넘겼다.외교관.군인.국제기구 책임자.각 후보의 이름 아래에는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과 권력에 대한 태도, 예상 행동이 기록되어 있었다.“다른 후보들은 과거를 보면 다음 행동을 예상할 수 있었어.”레오나르드의 손이 멈췄다.마지막 화면에 강시온의 이름만 남았다.“그런데 너만
한채린이 강시온 옆에서 낮게 말했다.“혼자 해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강시온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이제는 압니다.”그가 한 걸음 움직이려 하자 한채린이 그의 재킷 소매를 가볍게 잡았다.위험한 곳에서 혼자 앞서지 않겠다는 약속을 확인하는 짧은 행동이었다.강시온은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그녀와 같은 자리에 섰다.레오나르드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대체 어떻게 한 거지?”강시온이 답했다.“저도 모릅니다.”“거짓말하지 마.”“정말입니다.”강시온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다만 제가 먼저 포기하지 않았던 건 압니다.”세계 지도 위의 불빛은 계속 늘어났다.서른둘.서른아홉.마흔일곱.레오나르드가 믿어 온 세계가 눈앞에서 흔들리고 있었다.그때 임태건의 무전이 들어왔다.―제이드 리 구조 완료했습니다.강시온이 즉시 고개를 들었다.“상태는요?”―의식은 없지만 생명에는 지장 없습니다.강시온의 굳었던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러나 레오나르드는 낮게 웃었다.“그래서 이겼다고 생각하나?”“이기러 온 게 아닙니다.”“그럼?”“끝내러 왔습니다.”레오나르드가 손을 움직이는 순간 명령실의 조명이 붉게 변했다.「최종 프로토콜 실행」한채린이 즉시 태블
북해 해저 기지 최상위 명령실.오전 11시 58분.“마지막 결정을 내린 건 나였다.”레오나르드의 말이 떨어진 뒤에도 강시온은 움직이지 않았다.벽면에는 오래된 문장이 떠 있었다.「후보 42번 선발 이전 최종 개입 승인」“설명하십시오.”레오나르드가 화면을 넘겼다.「최종 후보 재분류 요청자 — L. CROW」“처음부터 절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한 겁니까?”“아니.”레오나르드는 단호하게 부정했다.“당신은 이미 관찰 대상이었어. 다만 끝까지 후보로 남길 가치가 없다고 판단됐지.”화면에 당시 평가가 나타났다.「후보 42번 제외 예정」그 아래 붉은 표시가 겹쳐졌다.「재검증 요청 승인」“내가 바꾼 건 그 결정 하나였다.”“왜요?”“다른 후보들은 너무 완벽했으니까.”외교관.군인.국제기구 책임자.“명령하는 법도, 희생을 계산하는 법도 알고 있었지.”레오나르드가 강시온을 바라봤다.“그래서 궁금했어. 아무것도 가진 적 없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면 어떻게 변할지.”강시온의 표정이 굳었다.“그래서 제 인생을 시험한 겁니까?”“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이야.”“사람 목숨을 걸고 확인하는 걸 시험이라고 합니다.”레오나르드의 미소가 사라졌다.한채린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