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단 한 번의 교통사고로 하이원은 3년 동안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하이원이 변했다고. 예전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강언준의 곁을 맴돌았을 그녀가, 이제는 며칠씩 먼저 연락하지 않는 일이 흔해졌다. 강언준이 아파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사람을 시켜 닭죽 한 그릇 보내는 게 전부였다. 그가 밤늦게 들어와도 어디 있었는지 묻지 않았고, 밖에 다른 여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이원은 라운지 소파에 기대 남성 댄서들의 무대를 구경하다가, 옆에 앉은 절친에게서 사진 한 장을 건네받았다. 화려하게 꾸며진 연회장 입구. 강언준이 한 여자의 손을 잡은 채 품에 아기를 안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 전광판에는 큼지막한 문구가 떠 있었다. [강언준 대표님의 아드님 백일을 축하드립니다.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절친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의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다들 네가 이제 강언준한테 관심 없다고 하던데, 난 아직도 못 믿겠어. 네 대역처럼 데리고 있던 여자랑 애까지 낳았는데도 정말 아무렇지 않아?” 하이원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러고는 지폐 몇 장을 팁으로 남성 댄서의 허리춤에 가볍게 꽂아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아무렇지 않겠어?” 입꼬리가 느릿하게 올라갔다. “내 남편 아들 백일잔치라는데.” 하이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가방을 집어 들었다. “법적인 아내인 내가 가서 얼굴 정도는 비춰 줘야지.”
View More강언준은 성당 밖에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만 더 크게 내면 하이원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 같았다.하지만 하이원은 강언준의 외침을 완전히 무시했다. 신부님만 바라보며 천천히 대답했다.“네, 약속합니다.”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그 대답을 들은 강언준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졌다.강언준은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다. 눈가에서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왜... 왜 권도하와 결혼하는 거야...”“이제 신랑은 신부에게 입맞춤해도 좋습니다.”신부님의 말에 권도하가 고개를 숙여 하이원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하객들의 박수가 다시 터졌다. 두 사람은 수많은 축복 속에서 서로를 단단히 끌어안았다.그 모습을 본 강언준은 제정신을 잃은 듯 경호원들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이원아!”“강언준 씨, 돌아가십시오. 계속 이러시면 저희도 더는 신사적으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경호원들이 강언준을 끌어내려 했지만 강언준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결국 경호원들은 강언준을 제압하기 위해 힘을 쓸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주먹이 강언준의 몸에 연달아 꽂히는 동안 하이원은 권도하의 팔을 끼고 웃으며 하객들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이원이 만나게 해 줘! 하이원!”“제발 결혼하지 마!”“사랑해, 이원아. 나한테 이러지 마!”“...”강언준은 바닥에 눌린 채 얻어맞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부어올랐다.그 광경을 본 하객 하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부 전남편이 결혼식까지 찾아와서 데려가겠다고 난리였대. 저렇게까지 얻어맞는 거 봤어?”“봤지. 자업자득이야. 아내가 자기 살리려다 3년 동안 의식도 못 찾고 병원에 누워 있었는데 그동안 다른 여자 만나고 아이까지 낳았다며. 나라면 절대 용서 못 해.”“그럼 권도하 대표가 결혼한 여자는 재혼인 거네? 권 대표가 왜 굳이 그런 여자를 선택했대? 권씨 집안의 어른들도 그런 여자를 허락했다는 게 더 놀랍다.”“몰랐어? 권 대표가 하
“오늘 권도하 대표님과 결혼식을 올린다고 울서시 전체가 떠들썩합니다. 저도 이해가 안 됩니다. 며칠 사이에 사모님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대표님을 그렇게 사랑하셨는데...”“이원이 탓이 아니야.”강언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가 잘못했어. 이원이 아무리 의식이 없다고 해도 닮은 여자를 찾으면 안 됐어. 그 사고 때 이원이 뛰어들어 나를 밀어내지 않았으면 이원이 대신 3년 동안 누워 있을 사람은 나였어.”“내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인데 난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났지. 이원이 깨어난 뒤에는 연희랑 정리하겠다고 약속했어.”“그런데 이원이 아무렇지 않아 보이니까 계속 만난 거야. 설마 이원이 진작 나를 떠날 생각까지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어.”“이원이는 원래 배신 같은 걸 못 참는 사람이야.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현석아, 이제 가. 회사도 다 망했는데 더는 나 따라다닐 필요 없어.”오현석은 걱정스럽게 강언준을 바라봤다. “혼자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까요?”“됐어. 가 봐야 할 데가 있어.”오현석은 강언준이 어디로 가려는지 짐작했지만 말리지 않았다.“알겠습니다. 참, 대표님께 아직 말씀 못 드린 게 있습니다. 수사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서연희 씨가 구치소에서 계속 대표님이랑 주안이를 만나게 해 달라고 난리를 친답니다.”“또 하나 있습니다. 서연희 씨 말로는 주안이 대표님 친아들이 아니라고 합니다.”“알아.”강언준이 너무 담담하게 답하자 오현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미 알고 계셨습니까?”“서연희가 구속된 뒤부터 주안이 내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친자확인 검사했고, 내 아들이 아니더라.”그래서 하이원이 아이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을 때 강언준은 가장 먼저 아동양육시설을 떠올렸다.피도 눈물도 없어서가 아니었다. 주안은 서연희가 자신을 속이고 낳은 아이였다.강언준으로서는 자신과 무관한 아이를 곁에 둘 이유가 없었다....성당.울서시 전체가 떠들썩할 만큼 성대한 결
하이원은 한참 생각한 뒤 도우미에게 강언준을 안으로 들이라고 했다.강언준은 온몸이 비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현관 바닥에 물이 뚝뚝 떨어졌다.하이원은 불쾌한 표정으로 도우미에게 바닥을 닦으라고 했다. 강언준에게 수건 한 장은 건넸지만 뜨거운 물로 씻거나 옷을 갈아입게 해 줄 생각은 없었다.“여기 내 옷 몇 벌 남아 있었던 것 같은데. 잠깐 샤워하고 옷 좀 갈아입어도 될까?”“그 옷은 진작 버리고 없어.” 하이원은 강언준이 이런 부탁까지 할 줄 몰랐다. “나 곧 다른 사람이랑 결혼식 올려. 전남편한테 우리 집에서 씻고 가라고 하는 건 곤란해.”강언준은 그 자리에 선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예전의 하이원은 강언준에게 이러지 않았다.비를 조금만 맞아도 혹시 감기라도 걸릴까 봐 안절부절못하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 하이원의 눈에는 귀찮고 싫증이 났다.“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네가 날 이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어. 이원아, 한지아 일은 사고였다고 말했잖아. 왜 이렇게까지 해?”“강언준, 여기까지 와서도 정말 그렇게 말할 거야?”하이원이 허탈하게 웃었다. “유부남이 서연희와 아이를 낳았어. 서연희를 지키겠다고 나를 몇 번이나 다치게 했고. 그런데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지아 팔이 그렇게 된 데 서연희 잘못이 직접적이었다고 해도, 시작은 네가 했어. 난 너 절대 용서 안 해.”“그래서 권도하 시켜서 내 회사를 치는 거야? 그렇게까지 내가 미워?”“너도 예전에 나한테 똑같이 했으니까.”“언제 내가?”강언준은 하이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현실에서 깨어났을 때 하이원 역시 의식이 없던 동안의 일은 꿈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현실은 꿈에서 본 장면들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강언준이 서연희와 한 침대에 있는 모습을 직접 본 것부터, 서연희가 아들을 낳고 이름을 주안이라고 지은 것까지 똑같았다.세세한 일들 역시 ‘다른 세계’에서 겪었던 것과 거의 똑같았다.하이원은 결국 그곳에서 겪은
“이원아, 매일 안 와도 돼. 나 많이 좋아졌어. 이제 괜찮아.”한지아의 상태는 나아졌지만 기분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운 채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한지아의 가족은 오른팔을 잃은 이유가 하이원을 구하려다 생긴 일이라는 걸 몰랐다. 하이원을 볼 때마다 지아에게 이런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고마워했다.그 말을 들을 때마다 하이원은 텅 빈 오른쪽 소매를 바라보다 눈물을 참지 못했다.“미안해, 지아야. 나 때문에 네가...”“바보야, 네 탓 아니야.” 한지아가 힘겹게 웃었다. “서연희는 결국 실형 받을 거라며? 잘됐지. 나 대신 복수도 된 거고, 너 대신 복수한 셈이기도 하잖아.”“고작 5년이면 서연희한테는 너무 가벼워.”하이원의 눈에 증오가 어렸다. “강언준도 그냥 두지 않을 거야. 도하가 태산그룹을 인수할 방법 찾고 있어. 지아야, 내가 반드시 네 몫까지 갚아 줄게. 두 사람 편하게 살게 그냥 안 둬.”“너 그만 자책해. 나 원래 왼손잡이인 거 잊었어? 그래도 오른팔이라 다행이야. 혼자 생활하는 건 할 수 있어.”“그런데 왜 침대에서 안 내려오려고 해?”“병원에 어린애들이 많잖아. 내가 돌아다니면 애들이 무서워할까 봐.”그 말을 들은 하이원은 결국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지아야, 미안해. 차라리 내가 팔을 잃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 앞으로 평생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아.”하이원은 한지아를 끌어안고 몸이 떨며 울었다.한지아가 왼손으로 하이원의 등을 천천히 두드렸다. “괜찮아, 이원아. 네 탓 하지 마. 난 너 원망 안 해.”“참, 네 결혼식은 못 갈 것 같아. 그래도 꼭 행복해야 해.”그 말을 듣자 하이원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병원을 나온 하이원이 옆에 있던 권도하를 올려다봤다.“언제 시작할 거야?”“원래는 결혼식 끝나고 움직이려고 했어. 네가 원하면 지금 바로 시작할 수도 있고.”“지금 해 줘. 하루도 더 못 기다리겠어.”하이원은 몸 옆으로 내린 두 손을 세게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