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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_두려움의 대상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4 17:06:35

또각, 또각, 또각ㅡ

날카로운 구두 굽 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신경질적으로 때렸다.

김소은, 아니 백가은은 앞만 보고 걸었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자신이 쌓아 올린 가짜 성벽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백 팀장님!"

김동석이 숨을 몰아쉬며 뒤를 쫓았다.

소은의 어깨를 붙잡으려 했지만 소은은 그 손길을 가볍게 쳐냈다.

"백 회장님 성격 모르십니까? 이 결혼 엎어지면,"

"난리 나겠지. 죽이려 들지도 몰라."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보폭이 더 넓어졌다.

등 뒤로 느껴지는 동석의 절박함이 짜증스러웠고, 그 짜증의 이면에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었다.

결국 동석이 손목을 거칠게 낚아채 돌려세웠다.

잡힌 팔목에 통증이 일었다.

소은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를 응시했다.

동석은 터져 나오려는 화를 간신히 누르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야, 은아. 제발 좀."

"...회사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말랬잖아. 입 조심해."

그는 주위를 슬쩍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너, 정신 차려. 지금 네가 상대하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잊었어? 대책은 있고?"

동석의 눈에 서린 건 걱정보다 두려움이었다.

그 두려움의 대상은 이태현이 아니라, 이 건물 꼭대기에 앉아 있는 괴물, 백동우였다.

"그냥 평소처럼 적당히 맞추자. 또 그러다 너,"

말이 허공에서 끊겼다.

동석의 시선이 소은의 왼쪽 뺨에 머물렀다.

두껍게 올린 파운데이션으로도 다 가려지지 않은 은근한 붉은 붓기.

그걸 발견한 순간, 손목을 잡고 있던 동석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젯밤 자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았다.

이번에도 백 회장의 무자비한 손길이 지나간 자리였다.

"...하루 이틀 아니잖아. 익숙해."

소은은 항상 날 선 가시를 세웠다.

동석은 마른침을 삼키며 차가운 어투로 돌아왔다.

그것이 이 미친 집단 속에서 두 사람 사이의 선을 지키는 유일한 방패였다.

"이 결혼이 그렇게 싫습니까."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에 서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어. 싫어."

"......"

"그 애랑은 절대 안 엮일 거야. 내 약점은 지금도 충분히 많아."

타이밍 좋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소은은 미련 없이 몸을 던졌다.

닫히는 문 사이로 보이는 동석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안, 정적이 쏟아졌다.

소은은 참았던 숨을 길게 내뱉으며 벽에 머리를 기댔다.

가방을 뒤지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흐트러진 머리칼.

단추를 두 개나 풀어헤친 셔츠 위로 새하얀 목선이 드러났다.

목걸이 하나 걸려 있지 않은, 지나치게 창백한 맨 얼굴.

마치 사지로 끌려가는 포로 같았다.

"...너무 신경 안 썼나."

자조적인 웃음이 섞인 혼잣말이었다.

맞선 자리에 나가는 여자라기엔 지나치게 전투적인 차림.

다급하게 립스틱을 꺼내 입술에 색을 덧칠했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목걸이를 찾아 손에 쥔다.

이태현, 네가 나를 보고 진저리를 쳤으면 좋겠어.

제발 나를 혐오해 줘.

지하 주차장의 공기는 차갑고 눅눅했다.

이태현은 은색 세단에 몸을 기댄 채 엘리베이터 홀을 응시하고 있었다.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는 미간에 서늘한 주름이 잡혔다.

약속 시간까지 정확히 10분 전.

"늦기까지 하진 않겠지. 그 오만한 백제 그룹 외동딸이."

혼잣말이 끝나자마자, 띵ㅡ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태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대충 묶어 올린 포니테일 사이로 잔머리가 삐져나와 있었다.

흔히 보던 모델 같은 화려함이나 정제된 우아함은 없었다.

그런데 묘했다.

시선을 돌리려 해도 자꾸만 눈길이 머무는, 지독하게 이질적인 분위기.

'...인정하지. 예쁘긴 하네.'

짧은 감탄은 곧 의구심으로 바뀌었다.

여자의 행동이 이상했다.

태현을 발견하지 못한 건지, 그녀는 엘리베이터 벽면의 어두운 유리를 거울 삼아 멈춰 섰다.

허둥지둥 목걸이를 걸려다 손이 미끄러져 쩔쩔매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화장을 확인하는 모습.

완벽한 척 오만하게 굴던 낮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태현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다 보이는데, 혼자 별짓은 다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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