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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겨울의 이별 이야기
다섯 번째 겨울의 이별 이야기
مؤلف: 목화

제1화

مؤلف: 목화
“인아야, 너 정말 계약 해지했어?”

부동산을 나오자마자 도은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응, 했어.”

“계약금이 6천만 원이잖아. 너 혼자 해지해도 되는 거야? 강도현은 알아?”

“일본에 있어.”

“출장 갔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도은비가 2초쯤 말을 잃었다.

“인아야, 아무리 싸웠어도 집까지 이렇게 하면...”

“걔 낡은 카메라에서 사진 수백 장을 찾았어. 같은 여자, 같은 산을 5년 내내 찍었더라.”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유채린이랑 찍은 거야?”

도은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도현이 사진 한 장을 보내 왔다.

흰 도자기 잔에 담긴 따뜻한 코코아, 잔 옆면에는 작은 사슴이 그려져 있었다.

사진에는 이런 글이 붙어 있었다.

[도쿄에 눈 온다. 추워 죽겠네.]

나는 그 잔을 알아봤다.

지난겨울에도 강도현은 똑같은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보냈다.

어느 가게냐고 묻자 아무 데나 들어갔다며 기억이 안 난다고 했었다.

그런데 낡은 카메라 속에는 다른 사진이 있었다.

같은 가게에 앉은 유채린이 똑같은 코코아를 옆에 두고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었다.

내가 본 적 없는 와인색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5년 동안 해마다 겨울이면 같은 가게에서 같은 코코아를 마시고 같은 사람을 찍었다.

하지만 내게 보낸 건 언제나 음식과 풍경 사진뿐이었다.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아파트에 도착해 신발을 갈아 신다가 무심코 신발장을 내려다봤다.

강도현의 운동화 옆에 흰색 캔버스화 한 켤레가 더 있었다.

사이즈는 35, 내 신발은 37 사이즈였다.

허리를 숙여 깔창을 들춰 보니 안에 메모지가 끼워져 있었다.

[현아, 지난번 신발은 발이 아팠어.]

‘현아...’

5년이나 사귀면서도 도현에게 그런 애칭이 있다는 걸 몰랐다.

강도현은 나한테 그런 이름으로 부르게 한 적이 없었다.

신발을 제자리에 놓고 침실로 들어갔다.

강도현의 노트북 화면에는 여행 사이트 예약 내역이 떠 있었다. 홋카이도, 2월 14일 출발. 개인탕과 가이세키 요리가 포함된 2인 온천 패키지였다.

요청 사항도 적혀 있었다.

[채린이 생일.]

내 생일은 3월 9일.

유채린의 생일은 2월 15일이었다.

지난해 3월 9일, 저녁에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강도현은 회사 회식이 있다고 했다.

밤 11시까지 기다린 끝에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이제 집이야. 자? 생일 축하해. 다음에 챙겨 줄게.”

다음에.

그 말은 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었다.

나는 강도현의 휴대전화에 연결된 클라우드 사진첩을 열었다.

사진은 3천 장이 넘었다.

내 사진은 11장, 그중 7장은 연애 첫해에 찍은 것이었다.

그다음 4년 동안 찍힌 건 고작 4장이었다.

[도쿄의 눈]이라는 폴더를 열자 온통 유채린 사진뿐이었다.

기모노를 입은 모습, 눈밭을 걷는 모습, 일본 신사 앞에서 두 손을 모은 모습...

구도도 조명도 정성스러워서 잡지 화보처럼 보였다.

반면 내 사진은 늘 대충 찍었다. 각도도, 빛도 살피지 않았다.

“나도 좀 예쁘게 찍어 주면 안 돼?”

내가 투정 부리면 강도현은 늘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화보 찍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면 됐지.”

‘이 정도면 됐지.’

강도현이 내게 가장 자주 하던 말이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강도현이 영상 통화를 요청해왔다.

전화를 받았다.

화면 속 도현은 회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뒤로는 호텔 복도가 보였다.

“밥 먹었어?”

“응.”

“나 모레 돌아가. 오후 3시 비행기로.”

“알았어.”

“목소리가 왜 그래?”

“좀 피곤해서.”

“일찍 자.”

강도현이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현아, 차 왔어.”

강도현은 고개를 돌려 대답하더니 다시 나를 봤다.

“채린이가 불러. 이만 끊을게.”

“채린이가 왜 네 호텔에 있어?”

“옆방에 묵어. 같이 밥 먹으러 나가려고.”

“해마다 같이 가는 거야?”

“그냥 일정이 겹친 거야. 이상한 생각 하지 마.”

강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을 설명한다는 듯했다.

“아, 맞다. 너 줄 마그넷 샀어. 이번엔 한참 골랐다.”

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문에는 후지산 모양 마그넷이 5개가 붙어 있었다. 크기도, 구매한 해도 제각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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أحدث فصل

  • 다섯 번째 겨울의 이별 이야기   제11화

    나는 문 앞에 선 채 돌아보지 않았다.바람이 불어와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울지는 않았다.“강도현, 네 말이 맞아. 난 사랑받아야 해.”“그래서 날 사랑해 줄 수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어.”“네 옆은 아니야.”“서인아 씨, 택배 왔어요.”새 직장 접수대 직원이 종이 상자를 안고 다가왔다.보낸 주소는 내가 떠나온 도시였다.보낸 사람은 강도현.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상자를 열었다.맨 위에는 서류 봉투가 있었다. 안에는 약혼 해제 합의서가 들어 있었다.마지막 장 오른쪽에 강도현의 서명이 있었다.펜을 세게 눌렀는지 글씨가 유난히 짙었다.날짜는 사흘 전이었다.서류 봉투 밑에는 물건 몇 가지가 깔려 있었다.뽁뽁이로 감싼 내 인테리어 일기장이었다. 카드도 한 장 끼워져 있었다.[네가 4개월 동안 공들인 기록이니까 돌려줄게. 내가 가지고 있을 자격은 없어.]일기장 아래에는 마그넷 5개가 있었다.버리지 않고 내게 부쳐 보낸 것이었다.옆에는 쪽지가 한 장 더 놓여 있었다.[5년 동안 네가 받은 선물이 이 마그넷 5개뿐이었지. 내가 버릴 자격은 없으니까 돌려줄게.]상자 맨 밑에 물건이 하나 더 있었다.새 마그넷이었지만 후지산 모양은 아니었다.한 번도 본 적 없는 산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지금 내가 사는 도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네가 사는 도시의 명소야. 공항에서 샀어. 채린이가 골라 준 거 아니고, 처음으로 내가 직접 골랐어.]나는 마그넷을 들고 한참 들여다봤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엄마였다.“인아야, 도현이가 집에 왔다 갔어.”“엄마 집에는 왜요?”“아빠한테 물건 좀 드리더라. 전에 못 챙긴 게 미안하다면서. 문 앞에 한참 서 있었는데 아빠가 안 들여보냈어.”“갔어요?”“응. 가기 전에 나한테 한마디 했어.”“뭐라고요?”“‘어머님, 죄송합니다. 제가 인아한테 잘해 주지 못했어요.’ 그러더라.”엄마의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인아야, 정말 도현이랑 끝낼 거니?”“엄마, 제가 먼저

  • 다섯 번째 겨울의 이별 이야기   제10화

    강도현의 팔이 축 늘어졌다. 손가락 사이에서 목걸이가 미끄러져 바닥에 땡그랑 떨어졌다.나는 돌아보지 않았다.“목걸이 가져가. 내 물건 아니니까.”“그 남자, 밤새 아래층에 있었대요.”다음 날 아침, 동료가 알려 줬다.“경비 말로는 로비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날 밝아서야 갔다네요.”창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건물 앞은 텅 비어 있었다.오전 10시, 강도현에게 메시지가 왔다.[나는 포기 안 할 거야. 네가 얘기할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게.]점심때 도은비에게서 전화가 왔다.“강도현이 너한테 전해 달라는 말이 있어.”“무슨 말?”“유채린 연락처 다 지웠대. 위치 공유도 끊고, 채팅 기록도 삭제했대.”“그래서?”“전에 너희가 자주 가던 국숫집에도 다녀왔대.”순간 손이 멈췄다.그 국숫집은 연애 첫해, 강도현이 내게 고백했던 곳이었다.해마다 기념일이면 오자고 해 놓고는 그 뒤로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곳이기도 했다.“거기서 국수 한 그릇 먹고 사장님한테 뭐라고 했대.”“뭐라고?”“‘사장님, 자리 하나 남겨 주세요. 앞으로 매년 올게요.’”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은비가 한숨을 쉬었다.“인아야, 너 그동안 많이 서러웠던 거 알아. 그래도 강도현이 진짜 달라지긴 하나 봐.”“이제 달라지든 말든 상관없어.”“왜?”“난 더는 5년 전처럼 걔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니까.”오후 3시, 강도현이 또 회사 건물 앞에 나타났다.이번에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맞은편 카페 앞에 서 있었다.나는 커피를 사러 내려갔다가 강도현을 봤다.“아직도 여기 있어?”“기다린다고 했잖아.”“난 더할 얘기 없어.”“난 있어.”도현은 가방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냈다.“한번 봐 줘.”봉투를 열자 손글씨로 빼곡히 적힌 종이 뭉치가 나왔다.첫 장의 제목은 [서인아에게 진 빚]이었다.그 밑에 항목들이 하나씩 적혀 있었다.[첫 번째. 첫해 기념일에 국수를 먹으러 가기로 약속하고 지키지 않았다.][두 번째. 첫해 겨울에 일본에 데려가겠다고 약속해

  • 다섯 번째 겨울의 이별 이야기   제9화

    나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유리문 너머의 강도현을 바라봤다.얼굴은 수척해졌고 수염도 깎지 않았으며, 눈 밑에는 그늘이 졌다.손에는 종이봉투 하나를 들고 있었다.접수대 직원이 나를 쳐다보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서인아 씨는 오늘 출근 안 하셨어요.”“출근 안 했다고요? 그럼 언제 오죠?”“저도 잘 모르겠네요. 전해 드릴 물건 있으세요?”강도현은 잠시 서 있다가 종이봉투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접수대에 놓았다.“이것 좀 전해 주세요.”강도현이 돌아가자 직원이 물건을 가져다주었다.아무 글자도 새겨지지 않은 짙은 파란색 캐시미어 목도리였다.상자 안에는 쪽지가 한 장 끼워져 있었다.[작년 겨울에 네가 캐시미어 목도리 갖고 싶다고 했을 때, 난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 미안해. 1년이나 늦었어.]1년이나 늦었다.작년에 내가 갖고 싶다고 했을 때는 필요 없다더니, 올해는 다른 도시까지 와서 내밀었다.하지만 그 1년 사이에 유채린은 이미 짙은 붉은색 목도리를 받았다.나는 목도리를 서랍에 넣었다.오후 5시, 동료가 다가왔다.“인아 씨, 아래 로비에 어떤 남자가 계속 서 있대요. 경비가 누구 기다리냐고 물었더니 사람 기다린다고만 했대요.”창가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봤다.강도현이 건물 현관 앞에 서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문을 열자 강도현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인아야.”“여긴 어떻게 찾았어?”“도은비한테 물어봤어.”강도현은 나를 바라보며 입술만 달싹였다. 준비한 말은 많은데 정작 하나도 꺼내지 못하는 듯했다.“살 빠졌네?”“너도.”“내가 어떻게 왔는지 알아? 새벽 비행기 타고 왔어. 공항에 아무도 마중 안 나와서 차를 불렀지.”강도현은 잠깐 말을 멈췄다.“기사가 어디로 가냐고 묻길래 ‘호텔이요’라고 했어. 이렇게 늦게 혼자 왔냐고 하더라. 그렇다고 했지.”“40분 동안 차가 달리는데 길에는 다른 차도 별로 없었어. 뒷좌석에 앉아서 창밖을 보다가 문득 생각났어.”“무슨 생각?”

  • 다섯 번째 겨울의 이별 이야기   제8화

    [도현이한테 물어봐요.][물어봤는데 아무 말도 안 해요. 인아 씨, 혹시 현이랑 싸웠어요?][싸운 게 아니라 내가 떠난 거예요.][떠났다고요? 어디로요?][도현이 곁을 떠났다고요.]유채린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잠시 뒤 긴 메시지가 도착했다.[인아 씨, 이런 말 하면 안 되겠지만 현이는 인아 씨한테 정말 잘해 줬어요. 원래 마음이 약해서 누구한테나 잘해 주는 애예요. 나한테 잘해 준다고 질투하지 마세요. 우린 진짜 친구 사이예요. 그런 이유로 떠나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유채린은 내가 질투 때문에 떠났다고 생각했다.별것 아닌 일을 과장한다고 생각했다.[유채린 씨, 도현이가 나한테 뭘 잘해 줬는데요?]3분이 지나서야 답이 왔다.[5년이나 사귀고 신혼집도 사 줬고, 결혼도 준비하잖아요. 인아 씨 얘기할 때마다 독립적이고 능력 있다면서 대단하다고 해요.]‘대단하다고...’걱정한다는 말도, 보고 싶다는 말도, 놓치기 싫다는 말도 아니었다.물을 주지 않아도 혼자 잘 자라는 선인장이라도 보는 것처럼.[유채린 씨, 도현이가 해마다 데리고 일본 갈 때 내가 집에서 혼자 기다린 건 알아요?][그건 출장이었어요...][유채린 씨한테 맞춤 벚꽃 목걸이 만들어 줄 때, 내 약혼반지는 인터넷에서 대충 산 거라는 건 알아요?][유채린 씨 생일 챙겨 줄 때는 내 생일에 돈 보내 주는 것도 잊은 건요?][유채린 씨는 어머님 댁에 한 달에 서너 번씩 가면서, 나한텐 자주 갈 필요 없다고 했던 건요?][유채린 씨네 장롱 옮겨 줄 때, 내 책 상자 옮겨 달라는 부탁은 허리 아프다고 거절한 건요?]유채린은 또 한동안 말이 없었다.끝내 음성 메시지가 도착했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인아 씨, 그런 줄 정말 몰랐어요. 현이가 인아 씨가 힘들다는 말은 한 적이 없거든요. 두 분은 잘 지내시는 줄 알았어요.”몇 초 뒤 음성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그런데 인아 씨... 그럼 앞으로 일본에는 누가 현이랑 같이 가요? 혼자 보내긴 걱정되는데.”첫 반

  • 다섯 번째 겨울의 이별 이야기   제7화

    [너무 늦었어.][인아야, 제발 한 번만 만나 줘.]강도현이 보낸 쉰한 번째 메시지였다.새 도시에 온 지 사흘째,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면접도 두 군데 잡혔다. 하루하루에 조금씩 새로운 일상이 생겼다.점심을 먹던 중 도은비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왔다.[강도현, 어제도 너희 신혼집 갔대.][거긴 왜?][부동산에서 열쇠를 빌려서 안에 좀 보겠다고 했대. 집이 다시 매물로 나왔다니까 잠깐만 보겠다고 우겼다더라.][그래서?][들어가서 2시간이나 있었대.]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문을 열자마자 멍해졌대.][왜?][네가 집을 그렇게 꾸며 놨는지 몰랐다는 거야. 거실 벽은 크림색이고, 침실 커튼은 네가 제일 좋아하는 하늘색이래. 서재에는 벽 한쪽을 다 채운 책장이 있는데 네가 직접 도면을 그려서 목수한테 맡긴 거래.][주방 타일도 네가 하나하나 골랐고, 베란다에는 네가 심은 민트가 남아 있대.][강도현이 그러더라. 4개월 동안 너 혼자 공사하고 꾸몄는데, 자기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다고.]그 4개월이 생생하게 떠올랐다.주말마다 공사 현장에 가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자재를 고르고, 작업자들과 얘기했다.강도현에게 사진도 3번 보내고 의견을 물었다.“네가 알아서 해.”처음에는 그렇게 말했다.두 번째는 다 예쁘다고 했다.세 번째에는 답조차 오지 않았다.그 뒤로는 나도 보내지 않았다.[다른 말은 안 했어?][서재 서랍에서 공책 하나를 찾았대.][무슨 공책?][네 인테리어 일기. 그날그날 무슨 일을 했는지, 돈은 얼마나 썼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적어 놨다며. 마지막 장에 문장 하나가 있었대.]나는 그 문장을 기억했다.[네가 이렇게 적었대. ‘도현이 처음 들어왔을 때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그거 읽고 서재에 한참 앉아서 안 나왔대.][은비야.][응?][도현이가 그 집에 처음 들어온 건 내가 계약을 해지한 뒤였어.][알아.][4개월 동안 혼자 꾸몄는데 한 번도 안 왔어. 그러

  • 다섯 번째 겨울의 이별 이야기   제6화

    낯선 도시의 역 출구에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휴대전화를 켜자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가장 최근에 온 두 통은 강도현이 보낸 것이었다.[탁자에 있던 마그넷 5개 봤어.][서인아, 전화 좀 받아.]강도현이 보낸 스물일곱 번째 메시지였다.도은비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너 진짜 떠났어? 강도현이 미친 사람처럼 널 찾아다녀. 네 회사에도 갔는데, 상사가 장기 휴가 냈다고 했다더라.”“나 퇴사했어.”“퇴... 회사까지 그만뒀다고?”“다른 도시에서 새로 시작하려고.”“나한테도 8번이나 전화했어. 네가 어디 갔는지 아냐고.”“뭐라고 했어?”“모른다고.”도은비가 잠시 뜸을 들였다.“목소리까지 달라졌더라. 네가 왜 갑자기 떠났는지 모르겠대. 둘 사이엔 아무 문제도 없었다면서.”‘아무 문제도 없었다고...’강도현은 정말 우리가 잘 지냈다고 생각했다.약혼녀 혼자 신혼집을 꾸미고, 혼자 계약을 해지하고, 혼자 짐을 싸서 떠났는데... 그게 강도현의 눈에는 아무 문제 없는 관계였나 보다.“은비야, 도현이한테 말 좀 전해 줘.”“뭐라고?”“쪽지에 다 적어 놨다고.”“그게 끝이야?”“응, 그게 끝이야.”전화를 끊고 새로 빌린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방 하나에 거실 하나, 남향이라 햇볕도 잘 들었다.예전 집의 절반 크기였지만, 이곳은 구석구석 온전히 내 공간이었다.유채린의 캔버스화도, 딸기 요구르트도, K자가 새겨진 벚꽃 목걸이도 없었다.밤 9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서인아 씨 맞으세요? 저 조현우예요. 강도현 대학 동기.”“조현우 씨? 무슨 일이에요?”“도현이가 오늘 오후에 우리 집에 와서 3시간이나 앉아 있었는데 상태가 영 이상해서요.”“무슨 뜻이에요?”“서인아 씨가 남긴 쪽지를 계속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저한테 하나 묻더라고요.”“뭘요?”“내가 준 게 마그넷 5개뿐이냐고요”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쪽지에 5년 동안 일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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