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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결혼식 날, 나도 결혼했다

그의 결혼식 날, 나도 결혼했다

作者:  여의已完成
語言: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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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事簡介

사이다 전개

후회

재벌 보스

능력녀

인생 역전

반전

후회남

남자친구가 비서에게 프러포즈하는 영상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로맨틱하다며 감동적이라고 떠들었다. 비서는 직접 글까지 올렸다. [드디어 당신을 만났네요. 포기하지 않길 잘했어요. 지헌 오빠, 앞으로 평생 잘 부탁해요.] 댓글창은 열광하는 반응으로 가득했다. [여비서와 재벌 대표라니, 이 조합 너무 좋다. 역시 내 최애 커플이 제일 달달해!] 나는 울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화면을 닫고 설명을 들으러 남자친구를 찾아갔다. 하지만 우연히 그가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먼저 듣게 됐다.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채원이랑 결혼 안 하면 집에서 강제로 아무 남자한테나 시집보낸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그럼 하린이는? 진짜 여자친구는 하린이잖아. 걔가 화낼까 봐 안 무서워?” “화내면 뭐 어쩔 건데? 하린이는 나랑 7년이나 만났어. 나 없이는 못 살아.” 그 뒤 나는 그와 같은 날 결혼했다. 두 웨딩카가 스쳐 지나가며 신부끼리 부케를 교환하던 순간, 맞은편 차 안에 앉아 있는 나를 본 그는 완전히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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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 章

제1화

“엄마, 집에서 정해 준 결혼 받아들일게.”

어두컴컴한 거실 안에서 내 담담한 목소리는 유난히 쓸쓸하고 무감각하게 들렸다.

내가 정략결혼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엄마는 몹시 놀랐다.

“전에는 싫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야? 하린아,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정략결혼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 엄마는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잘 생각해 봐.”

엄마의 말을 듣자 코끝이 시큰해졌다.

“엄마, 이미 충분히 생각했어요. 결혼 준비하셔도 돼요.”

내가 힘들어한다는 걸 아시는지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나를 위로했다.

“네가 이강현이랑 그렇게 오래 만났는데도 그 애는 너랑 사귀는 걸 공개하지도 않았고, 부모님을 만나려고도 하지 않았잖아. 나랑 네 아빠는 진작부터 오래 못 갈 거라고 생각했어.”

엄마의 말이 가시처럼 가슴에 박혔다.

알고 보니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나만 바보처럼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육씨 집안 아들은 나랑 네 아빠가 오래전부터 너한테 잘 맞을 것 같아서 봐 둔 사람이야. 우리가 직접 알아본 사람이니 다른 건 몰라도 인품이나 집안은 흠잡을 데 없을 거야. 우리 하린이는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어.”

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엄마, 감사해요. 엄마, 아빠 안목을 믿어요.”

엄마가 이어 물었다.

“그럼 며칠 안에 만나 보는 걸로 약속 잡아볼까?”

“아니요. 그냥 바로 결혼 준비해 주세요.”

전화를 끊자, 어느새 이강현이 내 뒤에 나타나 작은 케이크를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결혼식? 누가 결혼하는데?”

‘내가. 내가 결혼해.’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밖으로 내뱉지 않고 속으로만 대답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친구가 결혼한대.”

내 말을 듣자 그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나는 가슴이 시렸다.

그렇게 긴장한 걸 보면, 내가 결혼을 강요할까 봐 걱정한 걸까, 아니면 자신이 아끼는 비서인 송채원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내가 눈치챘다고 생각하는 걸까?’

“네가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 사 왔는데, 지금 먹을래?”

예전에는 이강현이 퇴근할 때마다 종종 내게 먹을 것을 사 왔다.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도 많았지만, 그때는 그마저 꿀처럼 달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늘 나를 생각하며 먹을 것을 챙겨 준다는 사실이 음식의 맛보다 훨씬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케이크를 보니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조금 전, 나는 송채원이 원래 비공개로 해 두었던 SNS 게시물을 공개로 돌린 걸 봤다. 나는 몇 개 넘겨보지도 못하고 화면을 꺼 버렸다.

그제야 내가 얼마나 우스운 사람이었는지 알았다.

이 케이크는 송채원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케이크뿐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이강현이 사 오던 견과류와 간식도 전부 송채원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더 서글픈 건, 이강현이 퇴근길에 먹을 것을 사 오는 습관마저 송채원이 입사한 뒤부터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이강현, 나한테 먹을 걸 건넬 때, 넌 대체 누구를 보고 있었던 거야? 조하린? 아니면 송채원?’

나는 씁쓸함을 삼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 단 거 안 좋아해. 너무 느끼해. 앞으로는 사 오지 마.”

이강현은 뜻밖이라는 듯 나를 바라봤다.

“왜? 평소엔 잘 먹었잖아.”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했는데, 그가 정말 나를 신경 썼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모를 수 있었을까.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면 지치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포기하고 맞춰 주게 된다.

나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요즘 입맛이 좀 바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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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엄마, 집에서 정해 준 결혼 받아들일게.”어두컴컴한 거실 안에서 내 담담한 목소리는 유난히 쓸쓸하고 무감각하게 들렸다.내가 정략결혼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엄마는 몹시 놀랐다.“전에는 싫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야? 하린아,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정략결혼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 엄마는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잘 생각해 봐.”엄마의 말을 듣자 코끝이 시큰해졌다.“엄마, 이미 충분히 생각했어요. 결혼 준비하셔도 돼요.”내가 힘들어한다는 걸 아시는지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나를 위로했다.“네가 이강현이랑 그렇게 오래 만났는데도 그 애는 너랑 사귀는 걸 공개하지도 않았고, 부모님을 만나려고도 하지 않았잖아. 나랑 네 아빠는 진작부터 오래 못 갈 거라고 생각했어.”엄마의 말이 가시처럼 가슴에 박혔다.알고 보니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나만 바보처럼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육씨 집안 아들은 나랑 네 아빠가 오래전부터 너한테 잘 맞을 것 같아서 봐 둔 사람이야. 우리가 직접 알아본 사람이니 다른 건 몰라도 인품이나 집안은 흠잡을 데 없을 거야. 우리 하린이는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어.”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엄마, 감사해요. 엄마, 아빠 안목을 믿어요.”엄마가 이어 물었다.“그럼 며칠 안에 만나 보는 걸로 약속 잡아볼까?”“아니요. 그냥 바로 결혼 준비해 주세요.”전화를 끊자, 어느새 이강현이 내 뒤에 나타나 작은 케이크를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결혼식? 누가 결혼하는데?”‘내가. 내가 결혼해.’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밖으로 내뱉지 않고 속으로만 대답했다.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친구가 결혼한대.”내 말을 듣자 그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나는 가슴이 시렸다.그렇게 긴장한 걸 보면, 내가 결혼을 강요할까 봐 걱정한 걸까, 아니면 자신이 아끼는 비서인 송채원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내가 눈치챘다고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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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며칠 내내 강현은 무척 바빠 보였다. 내 생일까지 잊어버릴 정도로.하지만 이제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강현은 뒤늦게 기억이 난 모양이었다. 미안했는지 내가 가장 보고 싶어 하던 뮤지컬 티켓을 구해 왔다.워낙 인기가 많아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나도 예매에 실패했기에 이강현이 표가 있다며 함께 가자고 했을 때는 흔쾌히 받아들였다.하지만 공연 당일, 이강현은 나타나지 않았다.대신 송채원이 SNS에 올린 티켓 사진을 봤다.두 장이었다.[심심해서 공연 보러 왔는데,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 같이 놀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사진에는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프레임 한쪽에 찍힌 흉터 난 손만 보고도 나는 단번에 이강현이라는 걸 알아봤다.그 손의 흉터는 예전에 나를 구하다 생긴 것이었다.순간 내가 광대가 된 기분이었다.나는 공연장 밖에서 비를 맞으며 혹시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는 어린 비서와 안쪽 VIP석에서 공연을 보고 있었다.차가운 빗물이 얼굴에 떨어지며 몸도 마음도 조금씩 식어 갔다.그때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결혼식은 2주 뒤로 잡혔고, 너무 촉박하면 미뤄도 된다고 했다.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이대로 괜찮아요.”폭우 때문에 도시 교통이 마비되어 한참을 기다려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한참 뒤에야 이강현에게서 전화가 왔다.“왜 집에 없어?”나는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대답했다.“극장에 있어.”그제야 무언가 떠올랐는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미안. 오후에 일이 좀 생겼어. 거기 있어. 내가 데리러 갈게.”나는 거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오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바로 다음 순간 송채원이 또 새 게시물을 올렸다.[내가 비 맞고 감기 걸릴까 봐 대표님 남친이 직접 생강차를 끓여 줬어. 요리하는 남자는 제일 멋있어. 결혼하고 싶어.]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강현의 뒷모습이 담겨 있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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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오해야. 나는 그런 게 아니라...”하지만 그는 손을 내저으며 내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나 볼일이 있어 먼저 갈게. 더 이상 감정을 낭비하는 이런 유치한 짓은 그만해.”쾅.문이 닫혔다. 방 안에 적막이 내려앉았다.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씁쓸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강현. 나에 대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기나 해? 그러니 내가 대체 무엇을 소모한다는 거야?’예전 같았으면 그가 오해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괴로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금세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엄마가 보내 준 결혼 준비 내용을 확인했다.카톡을 닫기 전 무심코 SNS 알림을 눌렀다가, 평소 게시물을 거의 올리지 않던 이강현의 새 글을 보게 됐다.[네가 이렇게 좋은데, 당연히 아내로 맞아 곁에 둬야 안심하지.]사진은 송채원의 단독 사진과 두 사람의 청첩장이었다.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 둘의 공통 지인이 댓글을 달았다.[이강현, 신부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바뀐 거야?]이강현은 그 게시물을 곧장 삭제했지만, 잠시 후 송채원의 SNS에 같은 사진이 올라왔다.뒤이어 이강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예전 같았으면 벌써 스크린샷을 찍어 저장해 두고는 당장 전화를 걸어 따져 물었을 것이다. 한바탕 싸우지 않고는 끝을 맺지 못했을 테니까.하지만 이번에는 전화가 끊길 때까지 받지 않았다.이상하게도 그 게시물을 보고도 크게 슬프지 않았다.아마 내 마음이 무뎌진 모양이다.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들의 결혼 날짜가 나와 똑같다는 것뿐이었다.정말 묘한 우연이었다.이강현이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이미 일찍 잠자리에 누워 있었다.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하린아, 자?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았어?”나는 등을 돌린 채 대충 대답했다.“깜빡 잠들었나 봐. 못 들었어.”이강현은 안도한 듯 숨을 내쉬고 허리를 숙여 내 이마에 손을 대려 했다.“아직도 열나?”그가 가까이 오자 몸에 밴 달고 진한 여자 향수 냄새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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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연고를 바르던 손이 멈췄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나 혼자 가라고? 넌 안 가?”이강현이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요즘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시간을 못 내. 다음에 같이 가면 안 될까?”‘하지만 이강현, 우리에게 다음은 없어.’나는 다시 고개를 숙여 그의 손에 연고를 발랐다.“회사에서 휴가 내기 힘들 것 같은데.”“그건 신경 쓰지 마. 내가 해결할게.”“그래도 난 가고 싶지 않아.”그러자 그의 말투가 단호해졌다.“말 들어. 이미 예약해서 취소도 안 돼.”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은 점점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어젯밤, 잠결에 들었던 이강현의 통화가 떠올랐다.“하린이한테는 말 안 할 거야.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겨야지.”“혹시 모르니까 결혼식 즈음에는 여행 보내려고. 며칠 밖에 나가 있게 하면 돼.”상대가 한숨을 쉬었다.“그다음은? 그럼 하린 씨를 불륜 상대로 만들 셈이야?”이강현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천천히 내뿜는 소리만 들렸다.한 세기처럼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가 낮게 말했다.“그 이후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지난 7년이 웃음거리가 된 것 같았다.‘이강현, 나는 어쩌면 단 한 번도 너를 제대로 알았던 적이 없었나 봐.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면 솔직하게 말하면 될 것을 왜 숨기려고 해? 왜 굳이 거짓말을 선택했을까. 내가 매달릴까 봐 두려웠던 거야? 그래서 결혼식 날 나를 이런 식으로 멀리 떼어놓으려 했던 거겠지.’‘사실 이렇게 복잡하게 굴 필요가 없었는데. 이강현. 네 소원대로 해줄게. 네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줄게.’나는 물었다.“비행기는 언제야?”“이틀 뒤.”나는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어. 갈게.”내 대답을 들은 이강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희색을 보였다.그는 무심코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나는 티 나지 않게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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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강현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그는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본 거야. 우리 하린이는 여행 갔잖아.”“여기에 있을 리가 없어.”“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헛것을 본 거야.”놀란 건 송채원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두 사람과 달리 나는 놀랄 만큼 차분했고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나는 송채원에게 부케를 내밀었다.그제야 송채원은 정신을 차린 듯 멍하니 내 부케를 받고 자신의 부케를 내게 건넸다.나는 웃으며 말했다.“두 분 행복하세요.”창문이 올라가고 차가 다시 출발했다.두 웨딩카 행렬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마치 이강현과 나처럼.결국 서로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관계처럼 보였다.차가 멀어지던 순간, 어디선가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들린 것 같았다.나는 무심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런데 내 옆에 앉아 있던 육지헌이 갑자기 손으로 내 눈을 가렸다.곧 서운한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하린 씨, 이제 내 아내가 되기로 했으니 다른 남자한테 하눈파는 건 안 됩니다.”‘내 착각인가? 아니라면 왜 지헌 씨가 서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오늘 우리는 결혼하지만 사실상 서로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다.우리 사이에 서운한 감정이 생길 이유가 없었다.‘아마 방금 일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워 그렇게 느낀 거겠지.’나는 육지헌이 손을 내려놓게 한 뒤 진지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한 번 한 약속은 지키니까요. 정략결혼을 받아들인 이상 약속대로 결혼할 거고, 번복하지 않을 겁니다.”게다가 이강현은 내가 그런 짓까지 하며 만류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니까.반대편 차 안에서 이강현은 생각할수록 불안해졌다.그는 송채원의 만류도 듣지 않고 곧바로 항공사에 전화해 내 탑승 여부를 확인했다.돌아온 답은 내가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그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곧 그는 떨리는 손으로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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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신부를 태운 차량 행렬은 곧 호텔에 도착했다.메이크업을 수정하는 동안 나는 휴대폰을 돌려받아 전원을 켰다.순식간에 수많은 메시지가 쏟아졌다.전부 이강현에게서 온 것이었다.[하린아, 전화 좀 받아 주면 안 돼?][하린아, 내가 잘못했어. 돌아오면 안 돼?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지 마.][제발 돌아와 줘. 나 너 없으면 안 돼.]수많은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 사이에는 뜻밖에도 송채원의 메시지도 섞여 있었다.내용은 노골적인 도발뿐이었다.[조하린, 오늘은 나랑 강현 오빠가 결혼하는 날이야. 네가 와서 난리 칠까 봐 일부러 여행 보내서 떼어 놓은 거야.][자존심이 있으면 네가 먼저 헤어져. 이제 그만 매달려.][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불쌍한 거야. 강현 오빠가 너랑 안 헤어지는 게 사랑해서라고 생각해? 아니, 불쌍해서 그런 거야.][오빠는 이미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넌 이제 나이도 들었고, 나처럼 젊고 예쁘고 활기차지도 않잖아. 나랑 있으면 오빠는 삶이 얼마나 즐겁고 활기찬지 느낄 수 있어. 반면 넌 생기도 없는 아줌마일 뿐이야. 오빠가 네 얼굴을 보는 것도 싫다고 했어.]나는 그 메시지들을 읽으며 유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송채원과 이강현의 사랑도 그다지 굳건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정말 자신이 이겼다고 확신했다면 더 여유로웠을 텐데. 뒤에서 이런 비굴한 도발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사실 송채원이 내게 시비를 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그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를 도발했던 건 내가 마지막으로 이강현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줬던 날이었다.이강현은 사업을 시작하던 시절 무리하다 위가 많이 상했다.그래서 나는 몇 년 동안 메뉴를 바꿔 가며 위에 부담이 적은 음식을 만들어 줬다.송채원이 그의 비서가 된 뒤에는, 업무가 바쁘니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로 그녀도 이강현의 식사를 챙기기 시작했다.그녀는 내 앞에서도 전혀 거리끼지 않았다.“언니, 언니랑 이 대표님은 제 은인이잖아요. 대표님이 너무 바쁘게 일하시니까, 비서인 저도 일상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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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오랜만에 다시 도시락을 들고 회사를 찾았을 때도 송채원은 여전히 반갑게 나를 맞았다.하지만 나는 한눈에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발견했다.우리 집에 똑같은 것이 하나 있었다.이강현이 기념일 선물로 내게 준 목걸이였다.당시 송채원도 그 목걸이를 보고 칭찬했었다.“이 목걸이 진짜 예뻐요. 대표님 안목 정말 좋으시네요. 언니는 좋겠어요. 저는 평생 이런 예쁜 목걸이는 못 차 볼 것 같아요.”그 순간 나는 속이 메스꺼워졌다.내가 목걸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송채원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그 목걸이...”그녀는 태연하게 인정했다.“이 대표님이 선물해 주셨어요.”그 일로 나는 이강현과 크게 다퉜다.하지만 그는 송채원이 일을 잘해서 준 포상일 뿐이라며 내가 또 과하게 생각한다고 했다.그날 나는 이강현의 사무실에 두고 온 가방을 가지러 다시 돌아갔다가 내가 가져온 도시락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걸 봤다.그리고 그때 송채원은 처음으로 내 앞에서 본색을 드러내며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언니, 저 고수 못 먹어요. 다음에 또 음식 가져오실 거면 고수는 빼 주세요.”그 순간,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이강현은 내가 만든 음식을 송채원에게 먹이고 있었던 것이다.그 뒤로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그날 나는 이강현과 사귄 뒤 가장 크게 싸웠고 한 달 내내 냉전했다.그러나 결국 나는 예전의 정과 추억 때문에 다시 한번 그를 용서했다.예전의 이강현이 너무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가 우리 사랑을 배신하리라고는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나와 이강현은 소꿉친구나 다름없었다.나는 우리가 영원히 함께할 거라 믿었고, 우리가 헤어지게 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부모님은 일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됐다. 그러나 내 학업에 지장이 생길까 봐 나를 데려가지 않고 그곳에 남겨 두었다.나는 고모 집에 맡겨졌다.고모에게는 자기 아이들이 있었고 일도 바빠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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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때 나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눈물을 쏟았다.하지만 이강현은 다정하게 내 눈물을 닦아 주며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괜찮아. 흉터 하나 생긴다고 이 잘생긴 얼굴에 아무 지장 없어.”그런데도 나는 더 크게 울었다.“안 아파?”내가 계속 울자 그는 어쩔 줄 몰라 했다.“안 아파. 진짜 하나도 안 아파. 그러니까 그만 울어. 제발 부탁이야. 네가 울면 나는 여기저기 다 아픈 것 같단 말이야.”그때 이강현은 망설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나를 구했다.하지만 지금 그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구한 사람은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그 뒤 잘 나가던 이강현의 집안은 갑작스러운 변고로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났다. 거액의 빚만 남긴 채 그는 나락으로 떨어졌다.나는 발끝을 들어 그의 눈물을 입맞춤으로 닦아 줬다.“너에겐 내가 있잖아. 내가 계속 네 옆에 있을게.”나는 망설임 없이 이강현과 같은 대학을 선택해 그가 있는 도시로 갔다.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우리는 혼인신고도 했다.그 시절 이강현은 나를 정말 사랑했고, 누구보다 잘해 줬다.우리는 가난했지만 행복했다.창문 하나 없는 좁은 칸막이 방에서 살며 하루하루 돈을 아끼고 수입을 늘릴 방법을 찾았다.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고 싶었다.유일한 낙은 손을 잡고 밤거리를 걷는 것뿐이었다.돈이 들지 않는 데이트였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그와 함께라면 그저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했으니까.한번은 이강현이 술에 취해 내 손목을 붙잡고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그러고는 주머니에서 가느다란 목걸이를 꺼내 조심스레 내 목에 걸어 줬다.“일단 이거 하고 있어.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더 좋은 걸로 바꿔 줄게.”그 뒤 우리는 정말 형편이 나아졌고, 내게는 훨씬 비싼 목걸이도 생겼다.하지만 내가 가장 아끼는 건 여전히 그때 받았던 가느다란 목걸이였다.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강현이 내게 정말 잘한다고 했다.성공한 뒤 고생을 함께한 연인을 버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강현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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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나와 육지헌의 결혼식에는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분들이 많이 참석했다.나는 이런 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았다.무엇보다 부모님이 오래 기다려 온 결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나는 육지헌에게 부탁해 경호원을 불렀고 이강현을 곧바로 밖으로 데리고 나가게 했다.잠깐의 소동은 결혼식 진행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그 뒤로 모든 순서는 순조롭게 진행됐다.마지막 예식까지 끝나고 하객들을 모두 배웅한 뒤, 나는 육지헌을 바라봤다.“아까 일을 정리할 시간을 조금만 주실래요? 그 사람한테 확실하게 말하고 싶어요.”육지헌은 나를 충분히 믿어 줬다.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다녀오세요. 대신 안전은 꼭 조심하고요.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바로 부르세요. 저는 여기 있을게요.”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나는 마음이 놓였다.이강현은 경호원들이 지키는 별도 방에 있었다.내가 오자 경호원 한 명이 서둘러 말했다.“좀 말려 주세요. 교통사고가 나서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병원에 가라고 아무리 말해도 절대 안 간다고 하네요.”“이대로 두면 과다출혈로 위험할 수도 있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강현이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는 이마에는 식은땀이 촘촘히 맺혀 있었고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나를 보자 그의 눈빛이 확 밝아지며 얼굴에 금세 웃음이 번졌다.“하린아, 드디어 나 만나러 와 줬구나. 나랑 집에 가자. 응?”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저런 모습으로 앉아 있으니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다쳤잖아. 먼저 병원부터 가. 할 말은 나중에 해도 돼.”하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싫어. 네가 나랑 집에 가겠다고 약속하기 전에는 안 가.”나는 답답한 마음에 말했다.“이강현, 우리 이미 헤어졌어. 그리고 나는 오늘 결혼했어. 이제 정신 좀 차려.”“아니야. 난 헤어진 적 없어. 누가 우리가 헤어졌대? 난 동의한 적 없어.”나는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송채원 씨와 결혼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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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기억 속에서 이강현이 내 앞에서 지금처럼 비굴하게 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나는 담담하게 말했다.“이강현, 이제 그만해. 네 마음이 변했다는 걸 인정한다고 부끄러운 일은 아니야.”“예전에는 네가 정말 나를 사랑했다고 믿어. 하지만 지금 네 마음이 변한 것도 사실이야.”그가 다급하게 내 말을 끊었다.“아니야. 지금도 사랑해. 하린아, 제발 나 믿어 줘.”나는 웃었다.“날 사랑한다고 하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기억 못 했잖아. 네가 나한테 사다 준 음식은 전부 송채원이 좋아하는 거였어.”“날 사랑한다면서 내게 준 선물과 똑같은 걸 송채원에게도 줬고.”“날 사랑한다면서 내 생일도, 우리 기념일도 잊었고.”“날 사랑한다면서 가장 위험한 순간에는 나를 뒤로하고 망설임 없이 다른 여자한테 달려갔어.”“이강현, 그게 네가 말하는 사랑이야? 그렇다면 네 사랑은 너무 저렴하네.”무심한 내 반응에 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하린아, 내가 잘못했어. 방금 밖에서 너를 기다리면서야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았어. 예전에는 내가 널 너무 많이 기다리게 했지. 미안해.”“내가 잘못한 게 많다는 거 알아. 네가 화나는 게 당연해. 하린아,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전부 고칠게. 네가 원하는 연인이 될게.”그의 목소리가 젖어 들었다.“요리도 배워서 너한테 해줄게. 집안일도 같이 하고, 매일 출퇴근도 데려다줄게. 다시는 다른 사람이 해준 음식 안 먹을게. 네가 좋아하는 건 나도 같이 먹을게. 여행 가고 싶으면 어디든 같이 갈게.”“네 생일도 다시는 안 잊고, 우리 기념일도 하나도 놓치지 않을게. 다른 사람 전화 한 통에 널 버리는 일은 다시는 없을 거야.”나는 아무 표정 없이 그를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는 더 초조해졌다.“송채원 일은 내가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어. 이제 다시는 안 만날게. 회사에서도 내보내고, 연락처도 전부 지울게.”나는 차갑게 웃었다.“그러니까 네가 뭘 잘못했는지는 알고 있었던 거네.”“그런데도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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