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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Author: 네입클로버
온하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듯 입을 열었다.

“알겠어. 그 조건, 받아들일게.”

예상치 못한 그의 대답에 이하나는 절망이 가득 찬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 뿐,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강지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이 말은 어떻게 해야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설마 말로만 약속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온하준이 냉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날 못 믿어? 나 온하준이라는 이름 자체가 신용이야.”

강지연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아쳤다.

“온하준, 나한테서 넌 신뢰도가 이미 0이야.”

그녀의 말에 온하준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내 조건은 이미 다 말했으니 선택은 네가 알아서 해. 우선 모든 조건을 명확히 문서로 남기고, 변호사를 찾든 공증을 받든 법적 효력을 갖추도록 해야 해. 그다음 조건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되는 거고.”

강지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집과 명품은 전부 회수해서 처분하고, 그 금액은 내 계좌로 입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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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7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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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734화

    이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교장실 안의 공기는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교장의 표정은 시간이 갈수록 어두워졌고 함께 온 다른 두 책임자의 표정 역시 점점 더 엄숙하게 굳어 갔다.반면 교감은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며 몇 번이나 말을 끼어들려 했지만 이 선생님의 매서운 눈빛에 번번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전체 영상은 제가 이미 확인했습니다. 다만 여학생의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내용은 당분간 비공개로 진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조사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끝까지 파고들어 철저히 조사할 것입니다.”그 말을 듣자 교감은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제 잘못입니다. 제가 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영상이 편집된 사실도 모르고...”“아니에요!”지금까지 눈물을 훔치고 있던 강지연이 그제야 겨우 용기를 낸 듯 높은 소리로 말했다.“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교감 선생님이 믿지 않으신 거예요.”교감은 입술을 미세하게 떨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믿지 않았을 수가 있었겠어? 설령 믿기 어렵더라도 조사는 해 해봤겠지. 안 그래?”“아니요. 선생님은 조사하지 않으실 거예요!”강지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조사하면 결국 자기 자신을 조사하는 꼴이 되니까요.”“강지연 학생!”교감은 분노로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미 평정을 완전히 잃은 모습이었다.“어려서부터 자기가 하는 말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해!”강지연은 마치 그의 목소리에 겁을 먹은 듯 움찔하며 몸을 살짝 움츠렸다.그 모습을 본 이 선생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강지연 학생, 괜찮아요. 겁낼 필요 없으니까 계속 말해 봐요.”“제가 하는 모든 말에는 다 증거가 있습니다.”그녀는 이 선생님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두려운 척 뒤로 몸을 피했다.“저한테 주시은의 카톡 대화 기록이랑 송금 내역을 캡처한 것도 있어요. 주시은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거예요. 그 사람은 바로 이하나고요. 그리고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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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로는 걱정하는 듯했지만 말 속에는 노골적인 협박과 편파적인 태도가 숨김없이 배어 있었다.그 말을 듣고 있던 강지연은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천천히 치밀어 올랐다.“교감 선생님.”그녀는 억누르고 있는 감정 때문에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제 명예와 미래를 담보로 저에게 입을 다물라는 거네요. 진짜 가해자는 그냥 넘어가게 하려는 거고요. 맞습니까?”“너...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속내를 들킨 교감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잖아!”“저를 위해서요?”강지연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목소리를 높였다.“정말 저를 위해서였다면 선생님은 이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바로 조치를 취했어야죠.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까지 침해한 사람을 엄중히 처벌하는 게 먼저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피해자인 저를 겁주려고 하셨고 가장 악의적인 성별 편견으로 저를 묶어 두려고 하셨잖아요.”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게 번뜩였다.“몰래 촬영된 이 영상은 제 수치가 아닙니다. 그건 촬영한 사람의 범죄입니다. 피해자가 겪게 될지도 모를 또 다른 피해를 이유로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이 교육자로서 할 수 있는 일입니까?”그녀의 말이 끝나자 교감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너... 넌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구나! 난 현실적인 영향을 고려해서 한 말이야!”강지연은 냉정하게 웃으며 말했다.“선생님이 걱정하는 게 정말 이 학교의 명예 때문입니까? 아니면 선생님 자신의 체면 때문입니까?”교감의 얼굴빛은 순간 확 변했다.“그게 무슨 뜻이지?”강지연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이 영상이 전부가 아닙니다. 더 흥미로운 내용도 있거든요. 교감 선생님도 분명 관심이 있으실 겁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더 이상 그의 표정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그대로 교무실 문을 나섰다.뒤에서 교감이 분을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강지연은 들은 척도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731화

    “강지연 학생.”교감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짜증이 실려 있었다.“인터넷에 퍼진 그 영상이 지금 얼마나 큰 논란이 되고 있는지 알고는 있나? 우리 학교는 늘 단결과 우애를 강조해 왔고 그 어떤 형태의 학교폭력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 왔어. 그런데도 모범이 되어야 할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구나.”강지연은 교무실 한가운데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곧게 선 채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교감 선생님, 그 영상은 누군가 악의적으로 편집한 겁니다. 사실의 전부가 아니에요. 그날 욕실에서...”“편집?”교감은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주시은의 머리채를 잡은 사람이 너 아니라는 거야? 그럼 주시은 학생이 겁에 질려 덜덜 떨던 모습도 전부 가짜라는 거니? 사실이 분명하잖아! 더 이상 변명할 필요도 없어! 지금 인터넷에서 이 일이 얼마나 크게 퍼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 너 때문에 학교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도 몰라?”“일이 심각하므로 더더욱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강지연은 교감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영상 전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저를 괴롭힌 건 주시은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정당방위로 대응했을 뿐이고요. 필요하시다면 그 사건의 모든 증거를 제출하겠습니다.”“증거?”교감은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더니 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모든 증거라니? 학생들 사이에 어쩌다 보면 약간의 마찰이 생길 수는 있어. 하지만 네가 친구를 괴롭힌 건 명백한 잘못이야.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변명이 아니라 네가 올바른 태도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거야. 이 일로 퍼지게 된 학교에 대한 나쁜 소문은 어떻게든 수습해야지. 그래야만 학교에서도 처분을 가볍게 하는 쪽으로 고려해 볼 수 있어.”강지연은 사태를 서둘러 덮으려 하면서도 시종일관 상대편을 두둔하는 교감의 태도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교감 선생님.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730화

    “내가 깐 계란을 네가 왜 먹어?”“내가 가져온 팥죽도 네가 먼저 퍼먹었잖아.”“여기 있어. 다시 줄게.”“웃기네. 네가 먹던 걸 강지연한테는 안 주더니 나는 왜 줘? 내가 싫어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농구할 때 같은 물병 돌려 마신 게 한두 번이냐.”강지연은 걸음을 옮기며 뒤에서 이어지는 두 사람의 싸움 소리에 고개를 저었다.‘차라리 둘이 살아.’그때 최아현이 앞쪽에서 뛰어왔다. 숨이 가빠 보였고 얼굴은 벌써 달아올라 있었다.“강지연! 큰일 났어.”“왜 그래?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해?”강지연이 최아현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이것 봐!”최아현은 참아 두었던 분노를 터뜨리며 휴대전화 화면을 강지연의 얼굴 앞으로 들이밀었다.화면에는 지역 커뮤니티 글이 떠 있었는데 제목부터 눈을 찔렀다.[충격! 누군가의 민낯 다시 한번 공개! 교내 폭력 현장 실황!]밑에는 몇십 초짜리 영상이 붙어 있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잘라낸 영상이었다.샤워실 사건 중에서도 강지연이 이미 옷을 입고 나온 뒤 주시은을 제압하던 장면만 똑 떼어 붙여 놓은 것이었다.편집은 교묘했다.강지연이 한마디를 내뱉는 순간 무표정한 옆얼굴을 일부러 확대했고 반대로 주시은이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된 채 떨고 있는 장면은 길게 살려 대비를 극대화했다.댓글은 이미 쌓일 만큼 쌓여 있었다. 익명으로 쏟아지는 추측과 비난이 지저분하게 넘실거렸다.[나 이 학교 다니는데, 때린 애가 누군지 알아. 평소엔 조용한 척하더니 진짜 무섭네.][맞은 애가 저렇게 떨 정도면 얼마나 무서웠겠어. 소름이다.][쟤 배경도 만만치 않다던데. 매일 비싼 차로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다잖아.][어린애가 벌써 스폰 받는 거야? 요즘 애들 진짜 답 없다.][이거 학교폭력 아니냐? 학교에서는 뭐 하는 거지?]최아현의 눈가가 붉어졌다.“진짜 너무하잖아. 우리 분명 걔네 휴대전화에서 영상을 다 지웠어. 그런데 어떻게 또 퍼진 거지?”“괜찮아. 무서워할 거 없어.”강지연이 담담하게 말하자 최아현은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16화

    “질투도 정도가 있어야지! 너무 지나쳤어!”온하준의 표정은 그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나는 질투 안 해.”강지연은 그를 똑바로 보았다.“온하준, 처음부터 끝까지 내 뜻은...”“그만!”온하준의 호통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이하나의 충실한 개라도 되는 듯 김도윤이 이하나를 감싸 서며 온하준에게 말했다.“하준아, 형수님이 우리 집에서 밥 먹는 거 원하지 않으시네. 그냥 나가서 먹자.”아마도 온하준은 옛사랑과 친구들 앞에서 체면이 말라붙었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그는 선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고 날 선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26화

    “응.”강지연은 더 설명할 마음이 없었다.온하준이 한 걸음 다가왔다. 갑자기 너무 가까워졌다. 지친 얼굴에 잔주름까지 또렷이 보일 만큼 말이다.서른이 막 될까 말까 한 나이, 그런데 이미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비치고 있었다.“강지연.”그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옅은 향수가 그의 몸에서 스며 나왔다.“지난 몇 년, 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뭐가 있어?”말을 뱉는 동안, 찡그린 미간과 눈 밑의 피곤이 모조리 새어 나왔다.강지연은 낮게 숨을 내쉬었다.그래. 그가 할 수 있는 한 잘해 주려 했다는 걸 인정한다. 먹을 것,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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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22화

    말한 사람은 장시범이었다.막 연회장 화장실에서 나온 듯한 그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온하준과 이하나를 바라봤다.두 사람의 낯빛이 분명 달라졌다. 특히 온하준은 대학교 때부터 학생회 리더로 재능 넘치고 기세등등하던 사람이라, 이런 난처함을 겪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하지만 당황은 한순간이었다. 그는 곧 침착해졌고, 품위 있게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그래서 지난 5년 동안 제 아내는 거의 밖에 안 나갔고, 재활을 꾸준히 해 왔습니다. 이제 조금 효과가 보이긴 하지만 아직 민감해서 남의 시선을 걱정하죠. 오늘 연회에 오게 설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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