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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Author: 무안안
남자는 곧 답장했다.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본 후에 알려 주겠다고 말이다.

한유나는 휴대전화를 쥐고 손끝으로 화면 글씨를 쓰다듬으며 안심했다.

질문을 하는 대로 바로 대답하는 이것이 아마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

이진영은 힘겹게 신하린을 차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자마자 한유나의 문자를 받았다. 그는 백미러 속 여자의 얼굴을 힐끗 한 번 보고 문자를 빠르게 편집해 답장했다.

그와 한유나의 관계가 좋을수록, 안정적일수록 차 뒷좌석의 여자도 안전해진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녀와 결혼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지만 그녀를 평생 곁에 묶어두고 싶었다.

굳이 그녀를 묶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아마 그는 그녀의 마음속에 박유진만 있는 것을 못마땅해서였을 것이다.

문자를 보낸 후 그는 어머니의 번호를 눌렀다.

"진영아, 늦은 시간에 전화한 건 무슨 일 있는 거야?" 어머니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엄마, 나 오늘 한유나 씨랑 만났는데 서로 느낌이 괜찮았어요. 아빠랑 시간을 내서 유나 씨 부모님이랑 같이 밥 먹으면서 관계를 정하는 게 어때요?”

이진영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을 말하는 듯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지금 바로 네 아빠와 상의해 보고 이따가 답장할게.”

길게 내뱉는 방혜자의 목소리에 희열이 역력했다.

그녀는 정말 꿈에서라도 이진영과 한유나를 맺어주고 싶었다.

“알았어요.”

이진영은 응낙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방혜자는 당사자보다 더 조급해져 반드시 빨리 결정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는 결혼식에 나오기만 하면 되고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다.

전화를 끊자마자 뒷자리에 누운 여자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긴 머리카락이 그 작은 얼굴을 가리고 있어 어둠 속에서 조금 무서웠다.

“이진영, 개자식! 지질남!”

여자는 목청을 돋우어 욕했는데 술을 마신 그녀는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이진영의 안색이 갑자기 보기 흉하게 변했다.

그는 그녀 외에 다른 여자를 건드린 적이 없는데 쓰레기라니.

“이진영, 안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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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미연은 입술을 깨물다가 대답했다.“이노 하이브에는 최고의 변호인단이 있어. 우리가 이혼할 때 변호인단이 어떻게 당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지 알고 있을 거야.”빨리 이혼하고 싶을 뿐 이혼으로 얼마만큼의 재산을 나눠 가질 수 있을지, 재산 구분 없이 빈털터리로 내쫓을지는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심미연, 내가 만약 당신과 아이를 낳을 의향이 있다면? 남아서 나와 계속 부부가 돼줄 수 있어?”이혼 후 미르 파크에 심미연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예전에 어르신께서 항상 심미연과 아이를 낳으라고 할 때 그는 심미연과 평생 함께할 계획이 없다고 생각하며 아이를 낳는 것은 아이를 해치는 것이라 여겼다.아버지처럼 자식에게 책임을 지지 못할까 두려웠고 아이의 일생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심미연이 이혼을 고집하고 있고, 그는 두 사람에게 아이가 있다고 하면 그녀를 곁에 묶어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아마 평생 심미연을 사랑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는 그녀와 아이를 책임질 것이다.심미연은 당황했다.‘설마 강지한이 임신 사실을 알았단 말인가? 일부러 이런 말을 해서 나를 떠보는 건가?’그녀의 침묵하는 것을 본 강지한은 그녀가 마음이 움직인 줄 알고 계속 말했다.“아이가 생기면 난 매일 오후 제시간에 집에 가서 아이를 돌볼게. 당신은 계속 출근하고 싶다면 출근하고, 출근하고 싶지 않다면 집에서 아이를 돌봐도 돼. 어쨌든 난 당신의 결정을 존중해.”그는 심미연이 딸을 낳으면 꼭 그녀를 닮아 말랑말랑하고 예쁘겠다고 생각했다.그는 틀림없이 딸을 매우 사랑할 것이다.심미연은 예쁜 눈을 들어 그의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가 임신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온지유의 아이는 사라졌지만 두 사람은 아직 젊으니 아이를 갖는 것도 쉬운 일이야. 나는... 당신에게 더 이상의 사랑이 없고 당신과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그녀는 이미 체념했는데 어떻게 그의 두세 마디 말에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90화

    여기까지 생각한 온지유는 침대에서 내려와 휴대폰을 다시 주울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휴대폰이 고장 나지 않아서 쓸 수 있었다.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육한성의 번호를 눌렀다.육현성은 초고속으로 전화를 받았다.“지유 씨,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배어 있었다.“잠이 안 와서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으세요?”온지유는 일부러 목소리를 죽였다.“나 혼자 있는데 뭐가 불편하겠어요?”육현성의 말투는 그녀를 탓하고 있는 것 같았다.“지유 씨, 나한테 왜 남처럼 대해요?”“아줌마가 결혼하라고 한 거 기억나요. 둘이 같이 살고 있는데 제가 한밤중에 전화해서 방해할까 봐요.”온지유의 말투는 조롱 섞인 말투였는데 그때 얼마나 한스러웠는지 그녀만이 알 수 있었다.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좀처럼 손에 넣을 수 없고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곁에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다.결국 그녀는 여전히 홀로인데 그녀가 어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엄마가 물어봤는데 상대방이 아직 답을 안 줬어요.”오늘 이진영을 보고 그에게서 유용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진영이 그렇게 빨리 가버려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현성 오빠가 이렇게 훌륭한데 그렇게 오래 고민하다니, 정말 너무해요.”온지유는 씩씩거리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역시 부모님이 있는 게 좋아. 아무것도 스스로 쟁취하지 않아도 부모님이 모든 것을 잘 안배해 주잖아. 나도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좋았을 텐데.’그랬다면 그녀가 강지한과 함께 있고 싶어 할 때 그들은 몰래 그녀를 위해 좋은 계획을 세울 것이다.“육씨 가문은 강씨 가문보다 낫지도 않고, 나도 지한이만큼 훌륭하지도 않아요.”육현성은 자신을 비웃듯 피식하며 말했다.“사실 나도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 어떤 결정이 든 간에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이다은은 성격이 나빠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이씨 집안과의 혼인은 육씨 집안에도 좋고 그에게도 좋으니 그는 싫어도 감히 거절하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91화

    “지한 씨 미연 씨에게 없다는 것을 알아. 왜냐하면 방금 나를 찾아왔고 지금 샤워 중이거든.”온지유의 말투에는 자랑이 섞여 있었는데 휴대폰을 사이에 두고도 희열이 느껴졌다.심미연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웃으며 말했다.“강지한이 방금 집에 왔는데 어떻게 거기 있겠어? 온지유, 인정해. 지한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사실 나지 네가 아니라는걸.”‘여우 짓 하는 걸 누가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알아?’강지한이 어디에 있는지는 사실 관심도 없었다.온지유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진 채 손톱이 살에 박히도록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두 사람이 내일 이혼한다고 하지 않았어? 왜 오늘 밤까지 같이 있는 거지? 설마 육한성이 나를 속인 건가? 사실 두 사람은 이혼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은 거 아니야?’“지한 씨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경성의 모든 거리에 놓인 꽃들을 같은 품종으로 바꿀 수 있었겠어? 만약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왜 꽃밭에 내가 좋아하는 꽃을 심었겠어? 그리고 지한 씨가 마시는 찻잎은 모두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거로 마시는 거야.”“그리고 두 사람 신혼 날 밤, 내가 전화해서 발을 삐었다고 했을 뿐인데 신혼집에 있는 미연 씨를 버리고 달려와 밤새 나를 돌봐줬어. 그리고 이건 미연 씨가 모를 거야. 며칠 전에 나에게 미용실 하나를 차려줬고 강변이 보이는 집 한 채랑 차 한 대 사줬어. 심지어 리우를 나에게 넘기겠다고 했어.”그녀는 자랑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강지한이 사실 심미연을 대신하여 보상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이런 것들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직 강지한이라는 사람뿐이었다.“내가 다 녹음했어. 이혼할 때 이것들을 돌려주는 거 잊지 마. 어쨌든 나와 강지한의 부부 공동 재산이니까.”예전에는 온지유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심미연이 그대로 화가 나서 기절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전에 없이 냉정했다.그녀의 강지한에 대한 마음도 조금씩 식어가 이젠 아무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92화

    그녀의 일을 알 리가 없다.“여보, 샤워 잘했어? 그래, 금방 갈게.”심미연은 갑자기 한마디 하고 전화를 끊었다.온지유는 휴대폰을 쥐고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심미연 이 천한 년이 또 지한 씨를 꾀고 있어! 안돼, 절대 심미연의 마음대로 이루어지게 하지 않을 거야!’이런 생각에 그녀는 서둘러 강지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가 한참 동안 울리도록 아무도 받지 않았다.온지유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설마 벌써 시작한 건 아니겠지? 안돼! 절대 심미연과 자게 해선 안 돼.’온지유는 서둘러 다시 전화를 눌렀다.전화가 끊기 직전 휴대폰에서 듣기 좋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남자의 목소리는 정말 사람을 빠져들게 했지만 온지유는 정신을 차렸다.만약 남자가 침대에서 이런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면 그녀는 그의 침대에서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무슨 일인데?”남자는 일부러 말투를 세게 했다. 마치 좋은 일이 끊기는 것 같은 짜증이 났다.“지한 씨, 보고 싶어.”온지유는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녀는 시시각각 그를 만나고 싶어 하지만 강지한은 그녀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지유야,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 자야지. 유치하게 굴지 말아 줄래?”강지한은 책상 앞에 앉아 손끝에 들린 펜을 돌리며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심미연은 예전에 온지유과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입으로 대답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그가 보기에 그와 온지유 사이의 관계는 결백해서 일부러 멀리할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심미연이 일부러 트집을 잡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심미연과 약속을 하고도 온지유와 계속 연락했다.오늘 밤 심미연은 결연한 얼굴로 이혼을 제안했고 그는 아직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심미연이 어르신까지 언급해서야 그는 문득 심미연이 그에게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예전에 그는 그녀가 무리하게 억지 부린다고, 며칠 놔두면 곧 지나갈 거로 생각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93화

    온지유는 순간 기뻐하며 말했다.“알았어! 나 지금 옷 갈아입으러 갈게.”강지한이 그녀를 찾으러 오면 심미연은 강지한을 꼬실 기회가 없지 않은가! 심미연이 발끈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너무 좋아.’전화를 끊은 강지한은 서류를 챙기고는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문 앞에 막 도착했을 때 성무진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강 대표님, 제가 음식을 포장해 왔어요. 따뜻할 때 드세요.”바로 30분 전에 강 대표의 음식을 포장해서 가져오라는 전화를 받은 성무진은 영문도 모른 채 급하게 음식을 포장해서 이쪽으로 달려갔다.“놔둬. 난 급히 나가야 해.”조금 전까지만 해도 허기졌던 배가 이젠 배고프다는 감각도 잃었다.성무진은 할 말을 잃었다.‘강 대표님은 변덕이 많네.’강지한은 차에 올라탔지만 마음은 여전히 답답했다.온지유가 아이를 잃고 많이 괴로워했다. 그는 곧 심미연을 잃을 것인데 그때 가서 자신도 이렇게 괴롭겠지?생각에 잠겼을 때 온지유의 전화가 또 걸려와 강지한은 미간을 문지르며 받았다.“왜 그래?”예전 같으면 그는 삼박사일을 휴식하지 않고 일해도 여전히 힘이 넘쳤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매우 피곤했다.“출발했어?”온지유가 부드럽게 물었다.“방금 차에 탔어.”“서쪽에 있는 함평집의 죽이 먹고 싶은데 테크 아웃 해줄래?”온지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이를 유산한 후 그녀는 강지한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고 느껴졌다.분명히 앞에 있지만 마치 산과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 있는 것처럼 말이다.온지유는 강지한을 꽉 잡고 싶었지만 또 잡을 수 없는 것 같았다.안전감이 없어서 그녀는 계속 그에게 전화를 걸어 옆에 있어 달라고 했고 그래야만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다.“알았어.”강지한이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전화가 끊겼다는 안내음을 들으며 은근히 당황해진 온지유는 급히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마음속의 이런 느낌을 억누르려고 애썼다.이어 그녀는 전화를 걸려고 전화번호를 눌렀다.“당신이 어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94화

    사랑스러운 말투였다.아마 이진영이 신하린을 좋아할 거라고 심미연은 추측했다.아니면...바로 그때 휴대폰이 울렸는데 생각에 빠졌던 심미연은 화면에 뜬 번호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박유진이 왜 나한테 전화했지?’의심이 들었지만 그녀는 곧 전화를 받았다.“오빠!”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박유진이 많이 도와줘서 그녀는 큰 신세를 졌다.“늦은 밤에 전화해서 미안해.”부드러운 박유진의 소리를 들으면 그의 얼굴에 띈 웃음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심미연은 당황했다.“아무 일도 없어.”박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저녁에 박인우, 강지한, 그리고 이진영이 함께 술 마신 거 알아?”“몰라.”심미연은 정말 몰랐다.이진영이 신하린을 데리러 왔을 때도 말하지 않았다.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뭔가 짐작이 갔는지 더듬거리며 물었다.“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아니면 박유진이 이렇게 늦은 밤에 일부러 전화해서 이 일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진영이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랑 사귀나 봐.”박유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한씨 가문의 아가씨인 것 같은데 연구원에서 일한대. 배경도 있고 능력도 좋으니 내가 보기엔 두 사람이 결혼할 것 같아.”그러나 그의 추측으로 보아 양가에서는 만족할 것이다. 다 정계 배경을 가졌으니 양가에서 정말 한 가족이 된다면 서로 돕고 더 발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그래서 신하린은 그저 놀고 버려질 게 분명하다.그가 심미연에게 이런 일을 알려주는 건 신하린에게 너무 빠지지 말라고 귀띔하기 위해서다. 결국 그녀 자신만 다치게 되니까.“알았어, 고마워.”심미연은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꽉 움켜쥔 채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신하린이 술에 취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항상 이진영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술에 취하면 이진영의 이름만 불렀다.막상 헤어지면 신하린은 이 상처에서 헤쳐나올 수 있을까?심미연은 이 일을 신하린에게 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이때 박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95화

    온지유는 어색한지 사레에 걸린 것처럼 기침을 했다.“만약 네가 대신 결정 내릴 수 있다면 내가 당장 말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전화 바꿔! 아니면 후회할 건 너야.”심미연이 차갑게 말했다.그녀는 온지유의 속셈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녀와 말을 섞기도 싫었다. 그저 빨리 이 혼인을 마무리하고 싶을 뿐이었다.“왜 나한테 화를 내?”온지유의 목소리는 갑자기 울음이 섞인 것처럼 아련해졌다.심미연은 대뜸 강지한이 왔다는 것을 알아듣고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너와의 대화는 이미 녹음되고 있어. 나한테 구정물 끼얹을 생각하지 마.”강지한과 이혼할 건데 온지유에게 체면을 남겨줄 필요도 없었다.잠시 어리둥절해진 온지유는 그제야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년이 감히 녹음하다니!’“이젠 강지한과 통화할 수 있겠어?”실은 온지유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자기야말로 진짜 사모님인 것처럼 으스대는 태도가 싫어서 심미연은 그녀와 말을 하는 것도 귀찮았다.“나와 지한은 아이를 달라고 사찰에서 기도하는 중이야. 기도가 끝나면 너에게 전화하라고 할게.”온지유는 의기양양해서 말했다.“난 그저 지한 씨에게 오늘 이혼 절차를 밟는 날이라고 알려주고 싶었을 뿐인데 사찰에서 아이를 가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니 일단 전화를 끊어야겠네. 이혼은 다음 날에 해도 상관없어!”심미연의 말투는 여전히 쌀쌀했다. 그녀가 장담하건대, 온지유는 즉시 강지한을 불러 전화를 받게 할 것이다.심미연이 이런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온지유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지한 씨, 빨리 전화 받아! 심미연 씨 전화야.”심미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온지유는 아마 너무 기뻐서 하늘을 날 것 같겠지?’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귓가에서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나 지금 구청으로 가는 길이야.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구청으로 와.”강지한을 마음에서 내려놓은 후 그녀는 강지한과 대화를 하더라도 마음이 평온했다.마치 평범한 낯선 사람을 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96화

    온지유는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난감해졌다.‘강지한이 이렇게 급하게 나와 선을 그은 이유는 무엇일까?’“지한 씨... 나...”온지유는 뭔가 설명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지한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나며 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그는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강 대표님.”“찾았어?”“휴대폰에 차단 기록이 있습니다. 실은 그게... 상대방의 번호를 대표님께서 차단했습니다.”성무진이 더듬거리며 말했다.“온지유에게 퇴원절차를 해줘.”강지한은 쌀쌀하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심미연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진성시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휴대폰이 조종당한 걸 몰랐고 그래서 어르신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심미연은 원래 그를 싫어하다 보니 그에게 전화하지 않을 것이다.결국 유일하게 그에게 전화할 수 있었던 어르신의 번호가 차단당했다.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이다!“그리고?”“아직 생각하지 못했어요.”강지한은 전화를 끊고 손을 뻗어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자욱한 연기 속에서 그는 마치 심미연이 우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며칠 동안 혼자 버티느라 그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담배를 다 피운 후 그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마치자마자 어르신이 전화를 걸어왔다.“강지한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어?”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강준형의 기운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지한은 손에 든 담배꽁초를 눌러 끄며 차갑게 말했다.“곧 돌아갈게요.”‘할아버지는 심미연을 제일 좋아하지 않았어? 심미연이 나와 이혼한다는데 말리지 않고 나더러 빨리 구청에 오라고 재촉하다니. 나 참...’강준형은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강지한은 미간을 주무르며 할아버지는 그를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누가 친손자인지 모르겠어.’이때 심미연은 강준형과 함평 집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강준형은 해물 죽을 그녀에게 떠밀었다.“네가 제일 좋아하는 해물 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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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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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를 보낸 건 그 여자가 아니라 나예요!”강혁승의 음울한 얼굴에 스며든 미소는 왠지 모르게 오싹했다.이건명의 시선이 그의 얼굴에 멈췄다. 얼굴에 난 깊은 흉터만 아니었다면 이건명 본인과도 놀랍도록 닮은 얼굴이었다.하지만 그의 아내가 낳은 자식은 이다은, 이진영 남매 둘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건명 씨는 여기 왜 왔어요? 어서 나가요!”문소영이 다급하게 외쳤고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왜 이렇게 쫓아내려고 안달이에요? 여기까지 왔는데 문제는 해결하고 가야죠.”강혁승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고 그의 눈빛엔 싸늘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왜 저 사람한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 저 사람이랑은 아무 관련도 없어!”문소영은 이건명을 붙잡아 두고 싶지 않았다.심미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 와중에도 이건명을 감싸려 하다니, 그래도 한때는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었나 보네.’“관련이 없다고요? 저 사람이 내 아버지인데?”강혁승은 조소를 띤 채 반문했다.“내가 저 사람이 수십 년 동안 도와준 일들을 전부 알고 있는데 한 번 읊어볼까요?”문소영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헛소리하지 마!”“입 다물지 못해!”이건명이 서늘한 눈빛으로 강혁승을 노려보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저 자식이 모든 걸 알고 있단 말이야?’심미연은 입술을 깨문 채 이건명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방원호가 넘겨준 자료가 전부 사실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이건명이 한 여자를 위해 불법까지 저질렀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해서였을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걸까?“심미연, 이리 와!”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심미연이 깜짝 놀라 돌아보니 깊고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그는 의식이 없었는데 분위기는 여전히 무게감이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한 회사를 이끄는 대표만의 카리스마와 아우라인가.“멍하니 있지 말고 어서 오라고.”강지한의 말에 심미연은 정신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6화

    문도현은 심미연의 표정이 굳은 걸 보고 머리를 쉴 새 없이 굴리기 시작했다.‘안 되겠어. 일단 지금 이 상황부터 어떻게든 모면해야 해.’하지만 심미연은 그렇게 쉽게 속을 여자가 아니었다. 그가 아무 말이나 둘러대면 단번에 꿰뚫어 볼 게 뻔했다.‘어쩌지?’그때 마침 심미연의 휴대폰이 울렸다.“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요.”“네, 가서 일 봐요. 난 여기 있을게요!”문도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심미연은 대답도 제대로 못 하고 황급히 사무실을 나섰다.문도현은 기지개를 한껏 켠 뒤 슬며시 일어나 그녀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책상 위에 액자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 심미연이 다른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 있었다.그런데 그 사진 속에서 심미연의 옆에 박유진이 서 있는 걸 본 순간 문도현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박유진이랑 심미연이 왜 같이 있어? 말도 안 돼! 절대 이 둘이 이어지게 두면 안 돼!’문도현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홱 돌아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마침 임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다 그와 정면으로 부딪쳤다.“아야! 아이고, 아파라...”임현이 낮게 신음하며 얼굴을 찡그렸다.하지만 문도현은 그녀를 밀치고 나가버렸다.임현은 어이없다는 듯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아니, 누가 건드리기라도 했나? 왜 저렇게 화가 나 있지?”마침 그때 심미연이 다시 들어왔다.“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어요? 문 대표님은요?”“방금 나가면서 저랑 부딪혔어요. 엄청 화난 얼굴이던데요? 아무 말도 안 하고 나가더라고요.”임현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저 남자, 감정 기복 진짜 심하네.’“잘됐네요. 나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해요. 오늘은 임현 씨가 사무실 좀 맡아줘요.”심미연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방을 챙겨 들고 서둘러 나가버렸다.방금 강지한이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직접 물어봐야 했다.그가 어떻게 그녀가 교통사고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5화

    문도현의 치명적인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떠올랐고 깊고 그윽한 눈빛엔 묘하게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기운이 스쳤다. 그 눈으로 마음속 깊은 비밀까지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정말 여기서 얘기할 거예요?”그는 나직하면서도 묘하게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사진이라도 찍으면 어쩌려고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하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매혹적이었다. 마치 한 음절 한 음절이 심장을 울리는 현처럼 듣는 이의 감정을 툭툭 건드렸다.유흥가를 오래 드나든 남자답게 문도현의 말투나 몸짓 하나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서려 있었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상대방은 쉽게 그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 뒤에 자리 잡은 견고한 집안 배경은 그의 존재에 신비로움과 권위를 덧씌웠다. 한 번만 눈빛을 주고받아도 수많은 여자가 그를 위해 기꺼이 심연으로 빠져들곤 했다.심미연은 가늘고 곧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그래요. 그럼 위에 올라가서 얘기하죠.”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차 문을 잠그고는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그녀의 발걸음엔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더라도 문도현은 사건을 의뢰하러 온 손님이었다. 심미연은 일과 사적 감정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문도현의 시선은 무심결에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라인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자 곧 뇌리에 수많은 기억의 파편이 번뜩이듯 스쳐 지나갔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길들지 않은 야수 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이제야 그는 자신이 여자에게 설레는 감정을 잃은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다만 평범한 여자들에게 더 이상 설레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흔한 여자들은 이제 그의 마음을 건드릴 수 없지만 심미연은 예외였다.그 순간 심미연의 차분하고 냉정한 목소리가 그의 흐트러진 정신을 다시 현실로 끌어당겼다.“문 대표님께서 소송을 의뢰하신다네요. 임 변호사님께서 맡아주세요.”“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문 대표님.”임현이 공손하게 몸을 살짝 기울이며 안내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4화

    심미연은 흩날리던 생각을 차분히 거두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궁금한 듯 물었다.“우리 태하 진짜 똑똑하네.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거야?”아직 겨우 세 살이지만 심태하의 마음은 놀랄 만큼 세심하고 예민했다. 또렷한 눈망울은 마치 세상의 감정 흐름을 꿰뚫어 보는 듯했고 그렇게 꼼꼼히 살피는 모습에 심미연은 종종 놀라곤 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박유진이 심태하를 정성스럽게 길러온 시간이 아이를 이토록 똑똑하고 배려 깊게 자라게 만든 것이다.“아까 아빠랑 통화할 때 엄마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어요. 뭔가 걱정하는 게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저한테 말 걸었을 때도 평소처럼 웃고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엄마가 혹시 슬픈 건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심태하의 말은 또렷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단어 하나하나에 엄마를 향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담겨 있었다.심태하가 보기에 박유진이 집에 있을 땐 심미연은 늘 기분이 좋아 보였고 환하게 웃는 얼굴이 참 예뻤다.“엄마가 안 웃었어?”심미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녀석, 정말 못 말려.’겨우 세 살에 이 정도인데 나중에 더 크면 얼마나 영리해질지.“네, 안 웃었어요.”심태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심태하의 목소리는 여전히 앳됐지만 말투는 왠지 어른스러웠다. 꼭 사람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기라도 한 듯했다.심미연의 마음은 그 말 한마디에 확 풀렸다. 그녀는 아들의 코끝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자, 얼른 아침 먹자.”그녀의 말투엔 아낌없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이 아이는 정말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아빠가 보고 싶으면 아빠한테 전화하면 되죠!”심태하가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윙크했다.‘나도 아빠가 보고 싶은데 엄마가 안 보고 싶을 리가 없지. 맞아, 분명 그럴 거야!’심미연은 그 말에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박유진이 보고 싶지만 그에게 전화하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3화

    하지만 그 깊은 애정과 놓기 싫은 마음은 오히려 박유진을 현실이라는 갈림길 앞에서 망설이게 만들었다.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심미연만 괴로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걸. 그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자신의 망설임으로 인해 흐려지는 건, 그녀의 세상이 자신 때문에 흔들리는 건 차마 보고 있을 수 없었다.그렇다고 그녀를 놓아버리면 영원히 잃게 될 텐데... 그 아픔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박유진 본인조차 알 수 없었다.“아빠, 왜 말이 없으세요? 허락한 거죠?”심태하의 목소리는 천진난만하게 들떴다. 마치 머릿속에 따뜻한 한 가족의 그림이 그려지기라도 한 듯.‘아빠가 돌아오면 엄마랑 나랑 셋이 모여 저녁 먹고 같이 웃고 얘기하고...’심태하의 마음속에서 그려낸 가장 순수한 행복의 모습이었다.그러나 그 순수한 소망 앞에서 박유진의 마음은 송곳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그는 알고 있다. 이번 결정을 가볍게 내려서는 안 된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하려면 정말 신중해야 했다.하지만 사랑과 책임 사이에서 그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그는 지금 사랑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심미연과 아이를 지킬 방법을 찾고 있다.하지만 그런 길이 과연 있을까? 이 선택은 너무나도 어려웠다.“아빠, 나 이렇게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해요?”심태하는 고개를 갸웃하며 미간을 찌푸렸다.평소 같았으면 박유진은 재밌는 얘기도 해주고 자기 말에 웃어주었을 텐데, 오늘따라 너무 이상했다.‘혹시... 내가 말실수했나?’그때 박유진의 다급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가 심태하의 귀에 들려왔다.“태하야, 곧 비행기가 이륙해서 아빠가 휴대폰을 꺼야 돼. 오늘 밤에 다시 이야기하자. 꼭이야.”박유진은 심미연을 당장이라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고 말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네! 알겠어요, 아빠! 그럼 오늘 밤에 꼭 통화해요. 약속했으니까 안 하면 안 돼요!”심태하의 목소리에 눈치채기 힘든 외로움이 살짝 섞여 있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2화

    심미연은 멍해졌고 아까 자신이 박유진에게 연락을 시도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날아온 건 단 한 줄의 차갑고 무미건조한 메시지. 기대했던 목소리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아들 심태하가 전화를 걸자 박유진은 놀랍게도 전화를 받았다.“아빠, 지금 어디예요? 이틀 뒤면 제 생일이에요! 아빠가 놀이공원 같이 가자고 했던 거 잊으시면 안 돼요!”심태하의 말투엔 아이 특유의 해맑은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고 단어 하나하나가 살아서 튀어나오는 듯했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박유진의 목소리는 한겨울 얼음도 녹일 만큼 다정했다.“아빠 지금 진성으로 가는 비행기 타러 가는 중이야. 곧 이륙이라 휴대폰 꺼야 해. 진성에 도착하면 바로 전화할게. 약속!”그 말에는 미안함과 애틋함이 가득 실려 있었다.사실 박유진은 심태하가 생일 이야기를 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 어젯밤에 워낙 정신이 없어 그런 중요한 약속마저 깡그리 잊고 있었던 것이다.“아빠가 보내준 선물 잘 받았어요!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심태하는 아직 다 하지 못한 말이 많은 듯 아빠에게 털어놓고 싶은 게 가득한 눈치였다.박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햇살이 쏟아져 내려 유난히 눈부셨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고 그 강렬한 빛이 속눈썹 아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그 순간 그의 마음속엔 오로지 한 사람, 심미연의 얼굴만이 떠올랐다. 그녀와 떨어져 있는 모든 시간이 하나같이 그리움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그리움이 너무 커서 박유진은 당장이라도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달려가고 싶을 만큼 벅찼다.“아빠... 지금 너무 힘들죠? 그럼 회사 팔고 그냥 집으로 돌아와요. 제가 돈 많이 벌어서 아빠랑 엄마 다 먹여 살릴게요!”심태하의 순수한 눈빛에 진심 어린 다짐이 담겨 있었다. 그에겐 돈을 많이 벌어서 가족을 지킬 거라는 꿈이 있었다.심미연은 그런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통통한 볼살에 아직 아기 티가 남았지만 심태하의 마음속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1화

    심미연 역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이지연이 잘못 알아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지연 씨, 다시 한번 제대로 확인해 봐요. 결과가 똑같은지 꼭 잘 봐요.”혹시라도 착오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그럼 제가 다시 확인해 볼게요! 뭐든 나오면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보스, 그럼 끊을게요!”이지연은 말 끝나기가 무섭게 전화를 뚝 끊었다.심미연은 휴대폰을 쥔 채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까 이지연이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이건명과 문소영이 예전에 그런 사이였다고?’그런데 왜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걸까? 아무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기에 묻혀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결혼 전에 누굴 만나든 그건 사생활인데 그걸 굳이 숨긴 이유가 뭘까?심미연이 이 모든 게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느끼고 있을 즈음, 밖에서 누군가 소리쳤다.“엄마! 나 배고파요! 우리 빨리 아침 먹으러 가요!”심미연은 생각을 접고 고개를 들어 활짝 웃는 아들을 바라봤다.“그래, 가자.”심태하가 달려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 며칠 뒤면 제 생일이잖아요. 생일 파티에 상미도 초대하고 싶은데, 그래도 돼요?”심미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젯밤의 친자 확인 결과가 떠올랐다. 강상미는 그녀의 딸, 즉 심태하와 쌍둥이였다. 그래서 둘의 생일도 당연히 같았다.심태하의 생일 파티에 강상미가 온다면 그건 곧 둘이 같이 생일을 보내게 되는 셈이다.“엄마, 안 돼요?”심미연이 대답하지 않자 심태하가 다급히 물었다.그녀는 웃으며 아이를 안심시켰다.“그럼, 당연히 초대해야지. 너희 둘이 같이 생일 파티하면 되겠네.”“정말요? 엄마 최고! 사랑해요!”심미연은 아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태하야, 너 엄마가 어제 말한 거 잊은 거 아니지? 상미가 바로 태영이야. 너랑 똑같이 엄마 배에서 나왔고 너희 둘은 쌍둥이야. 그래서 생일도 똑같아.”강상미에 관한 일은 이미 방원호에게 조사를 맡긴 상태였다. 꼭 알아내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0화

    심미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기색을 담아 물었다.“무슨 일이길래 그래요?”이지연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차분하게 말했다.“온지유 씨가 도망쳤어요.”“언제요?”심미연의 눈빛이 반짝이며 날카로워졌다. 누가 이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스쳤다.“어젯밤에요.”이지연의 목소리는 한껏 가라앉아 있었고 자책감이 가득 배어 있었다.“죄송해요. 제가 방심했어요.”심미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미안해하지 마요. 이건 지연 씨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이지연은 입술을 꼭 깨문 채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제가 당장 찾아올까요?”심미연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휴대폰을 천천히 만지며 생각했다.“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요.”어젯밤 강지한이 교통사고를 당한 장면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혹시 온지유의 실종과 강지한이 관련 있는 걸까? 만약 강지한이 온지유를 구한 거라면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은 거지?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의문들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참, 보스. 어젯밤에 스승님 못 보셨어요?”이지연이 물었다.심미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사실은 봤었다. 그녀는 진운혁이 차를 몰고 떠나는 걸 보고 따라붙었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제가 분명히 확인했는데... 스승님께서 이진영 씨랑 같이 식사하고 계셨어요!”이지연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심미연은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렸다.문득 이전에 마주쳤던 진운혁의 모습들이 떠올랐고 그 순간 한 가지 의심이 그녀의 마음속을 훑고 지나갔다.‘그때 내가 본 스승님은... 정말 스승님이 맞았을까? 만약 누군가가 스승님을 사칭하고 있었다면 그 목적은 대체 뭘까?’그때 이지연의 흥분한 목소리가 심미연의 생각을 끊어냈다.“보스! 새로운 정보를 발견했어요!”“무슨 정보예요?”심미연은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귀를 기울이자 이지연의 들뜬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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