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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Author: 무안안
“나도 지금은 잘 모르겠어. 오빠가 한번 물어봐 줘.”

심미연은 옷을 여미며 신발을 집으려 손을 뻗었다.

박유진은 그녀보다 한발 앞서 신발을 집어 들고는 쪼그려 앉아 그녀 발 앞에 놓았다.

“발 들어, 신어.”

심태하는 매우 주관이 강한 아이라서 말하기 싫으면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 갈게. 만약 늦게까지 안 돌아오면 신하린 상태가 심각해서 그런 거야. 기다리지 말고 태하랑 일찍 자.”

박유진의 도움으로 신발을 신은 심미연은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박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알았어, 조심해서 다녀와.”

심미연은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잡고 발끝을 들었다. 그리고 붉은 입술을 그의 입술에 가볍게 맞댄 후 ‘쪽' 하고 소리를 내며 키스했다.

“오빠가 한 말 다 기억했어!”

매번 외출할 때마다 박유진은 이렇게 계속해서 그녀에게 당부했다.

정말로 그녀를 아이처럼 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따뜻함을 느꼈다.

누군가가 항상 걱정해 주면 행복한 기분이 드는 법이다.

박유진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를 또 꼬시면 안 보내줄 거야!”

심미연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빠는 날 잡을 수 없어!”

그녀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달려 나갔다.

그녀가 즐겁게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박유진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들이 마지막까지 함께 하든 안 하든, 이렇게 그녀 곁에 있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심미연이 떠나자 그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는 심미연을 따라가도록 사람을 보냈다.

심미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

심미연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이진영은 그녀를 보자마자 일어섰다.

“하린이는 아직 안에 있나요?”

심미연이 물었다.

“네!”

“가서 전해줘요. 제가 직접 수술할 거예요!”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이진영은 그녀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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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한은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장애물을 치워버리면 이제는 심미연과 함께 평온하게 살 수 있을 것이고 아무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심미연은 강지한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강지한,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설마 그도 그녀처럼 모든 진실을 파헤친 걸까?‘아니,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하지만 강지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다 보면 알 거야.”설명은 하지 않겠다는 그의 담담한 말투가 더 무서웠다.심미연은 그를 노려보았고 입을 열기도 전에 갑자기 끔찍한 비명이 울렸다.“아아악!”고개를 확 돌린 그녀는 강혁승이 온지유의 머리채를 거칠게 휘어잡은 장면을 목격했다. 원래도 험악했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져 거의 괴물처럼 보일 지경이었다.“이 자식, 당장 그 손 놔!”육현성이 달려와 주먹을 날렸지만 그의 형편없는 싸움 실력으로는 역부족이었고 그는 주먹을 몇 번 주고받다가 땅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병실은 곧 아수라장이 됐고 심미연은 본능적으로 강지한 쪽을 흘끗 쳐다봤다. 놀랍게도 그는 여전히 평온했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그 순간 병실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 하나가 또 들어섰다. 심미연은 숨이 멎는 듯한 충격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속력으로 달려갔다.“스승님! 여기엔 어쩐 일이세요!”그녀는 진운혁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저... 정말 스승님 맞으세요?”진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야.”심미연은 결국 참았던 감정이 터져 소리 내 울었다.“다시는 못 뵐 줄 알았어요...”“바보 같은 녀석, 울지 마. 너한테 전할 말이 있어.”그 말에 심미연은 재빨리 눈물을 닦았다.“말씀하세요, 스승님!”진운혁은 곧장 문소영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날이 선 칼 두 자루 같았다.“문 여사님, 저 기억하죠?”문소영은 놀라운 침착함으로 말했다.“아뇨. 누구신지 모르겠는데요.”“몇 년 전에 그쪽이 서연아를 죽이려고 사주한 그날, 제가 그 현장을 목격했었습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8화

    육현성이 입가를 만지며 말했다.“이진영, 네가 감히 나한테 주먹질을 날려? 내가 집에 가서 이다은 저년을 아주 제대로 혼쭐 내줄 거야. 이번엔 최소 몇 달은 못 일어날걸?”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같이 기고만장했다.“보아하니 육씨 가문이 요즘 꽤 살 만한가 보네. 감히 나 이건명의 딸을 건드려?”이건명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육현성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감히 어디서 제멋대로 굴어!”그는 자신의 앞날을 위해 딸을 육씨 가문에 시집보냈었다. 그래도 육씨 가문은 4대 가문 중 하나인데 비록 육현성이 이다은을 사랑하진 않더라도 최소한의 예우는 할 줄 알았다.그래서 이다은이 이혼하겠다고 했을 땐 괜히 유난 떠는 줄 알았는데 방금 그 모든 생각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이다은이 육씨 가문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이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이건명의 등장에 육현성은 순식간에 기세가 꺾였다. 아무리 육씨 가문이 돈 많고 배경 있는 집이라도 지금의 이건명을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었다.“아버님, 화내지 마세요. 이건 오해예요. 저는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육현성이 다급히 변명하려 들었다.“됐어. 변명은 필요 없어.”이건명이 이다은의 손을 꽉 잡았다.“다은아, 미안해. 아빠가 잘못했어. 너 이혼하고 싶으면 해. 내가 최고로 실력 좋은 변호사를 붙여줄게.”이다은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아빠가... 나를 이렇게 감싸준다고? 늘 냉정하기만 했던 사람이?’그때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렸다.“정말 감동적인 부녀지간이네요. 좋은 아버지십니다, 정말.”이진영이 자신의 아버지를 조롱하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본 순간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그... 그쪽이 왜 여기 있어요?”강혁승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한 모금 빨아 연기를 뿜으며 웃었다.“나요? 부모 찾으러 왔죠.”이미 이진영이 그의 정체를 눈치챘기에 더 숨길 이유도 없었다. 오늘 이 자리에 이 사람들이 모두 모인 것도 하늘의 뜻이라 생각한 강혁승은 오늘 결판을 보려 했다.“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7화

    “문자를 보낸 건 그 여자가 아니라 나예요!”강혁승의 음울한 얼굴에 스며든 미소는 왠지 모르게 오싹했다.이건명의 시선이 그의 얼굴에 멈췄다. 얼굴에 난 깊은 흉터만 아니었다면 이건명 본인과도 놀랍도록 닮은 얼굴이었다.하지만 그의 아내가 낳은 자식은 이다은, 이진영 남매 둘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건명 씨는 여기 왜 왔어요? 어서 나가요!”문소영이 다급하게 외쳤고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왜 이렇게 쫓아내려고 안달이에요? 여기까지 왔는데 문제는 해결하고 가야죠.”강혁승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고 그의 눈빛엔 싸늘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왜 저 사람한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 저 사람이랑은 아무 관련도 없어!”문소영은 이건명을 붙잡아 두고 싶지 않았다.심미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 와중에도 이건명을 감싸려 하다니, 그래도 한때는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었나 보네.’“관련이 없다고요? 저 사람이 내 아버지인데?”강혁승은 조소를 띤 채 반문했다.“내가 저 사람이 수십 년 동안 도와준 일들을 전부 알고 있는데 한 번 읊어볼까요?”문소영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헛소리하지 마!”“입 다물지 못해!”이건명이 서늘한 눈빛으로 강혁승을 노려보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저 자식이 모든 걸 알고 있단 말이야?’심미연은 입술을 깨문 채 이건명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방원호가 넘겨준 자료가 전부 사실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이건명이 한 여자를 위해 불법까지 저질렀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해서였을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걸까?“심미연, 이리 와!”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심미연이 깜짝 놀라 돌아보니 깊고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그는 의식이 없었는데 분위기는 여전히 무게감이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한 회사를 이끄는 대표만의 카리스마와 아우라인가.“멍하니 있지 말고 어서 오라고.”강지한의 말에 심미연은 정신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6화

    문도현은 심미연의 표정이 굳은 걸 보고 머리를 쉴 새 없이 굴리기 시작했다.‘안 되겠어. 일단 지금 이 상황부터 어떻게든 모면해야 해.’하지만 심미연은 그렇게 쉽게 속을 여자가 아니었다. 그가 아무 말이나 둘러대면 단번에 꿰뚫어 볼 게 뻔했다.‘어쩌지?’그때 마침 심미연의 휴대폰이 울렸다.“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요.”“네, 가서 일 봐요. 난 여기 있을게요!”문도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심미연은 대답도 제대로 못 하고 황급히 사무실을 나섰다.문도현은 기지개를 한껏 켠 뒤 슬며시 일어나 그녀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책상 위에 액자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 심미연이 다른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 있었다.그런데 그 사진 속에서 심미연의 옆에 박유진이 서 있는 걸 본 순간 문도현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박유진이랑 심미연이 왜 같이 있어? 말도 안 돼! 절대 이 둘이 이어지게 두면 안 돼!’문도현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홱 돌아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마침 임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다 그와 정면으로 부딪쳤다.“아야! 아이고, 아파라...”임현이 낮게 신음하며 얼굴을 찡그렸다.하지만 문도현은 그녀를 밀치고 나가버렸다.임현은 어이없다는 듯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아니, 누가 건드리기라도 했나? 왜 저렇게 화가 나 있지?”마침 그때 심미연이 다시 들어왔다.“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어요? 문 대표님은요?”“방금 나가면서 저랑 부딪혔어요. 엄청 화난 얼굴이던데요? 아무 말도 안 하고 나가더라고요.”임현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저 남자, 감정 기복 진짜 심하네.’“잘됐네요. 나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해요. 오늘은 임현 씨가 사무실 좀 맡아줘요.”심미연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방을 챙겨 들고 서둘러 나가버렸다.방금 강지한이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직접 물어봐야 했다.그가 어떻게 그녀가 교통사고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5화

    문도현의 치명적인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떠올랐고 깊고 그윽한 눈빛엔 묘하게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기운이 스쳤다. 그 눈으로 마음속 깊은 비밀까지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정말 여기서 얘기할 거예요?”그는 나직하면서도 묘하게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사진이라도 찍으면 어쩌려고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하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매혹적이었다. 마치 한 음절 한 음절이 심장을 울리는 현처럼 듣는 이의 감정을 툭툭 건드렸다.유흥가를 오래 드나든 남자답게 문도현의 말투나 몸짓 하나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서려 있었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상대방은 쉽게 그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 뒤에 자리 잡은 견고한 집안 배경은 그의 존재에 신비로움과 권위를 덧씌웠다. 한 번만 눈빛을 주고받아도 수많은 여자가 그를 위해 기꺼이 심연으로 빠져들곤 했다.심미연은 가늘고 곧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그래요. 그럼 위에 올라가서 얘기하죠.”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차 문을 잠그고는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그녀의 발걸음엔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더라도 문도현은 사건을 의뢰하러 온 손님이었다. 심미연은 일과 사적 감정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문도현의 시선은 무심결에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라인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자 곧 뇌리에 수많은 기억의 파편이 번뜩이듯 스쳐 지나갔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길들지 않은 야수 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이제야 그는 자신이 여자에게 설레는 감정을 잃은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다만 평범한 여자들에게 더 이상 설레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흔한 여자들은 이제 그의 마음을 건드릴 수 없지만 심미연은 예외였다.그 순간 심미연의 차분하고 냉정한 목소리가 그의 흐트러진 정신을 다시 현실로 끌어당겼다.“문 대표님께서 소송을 의뢰하신다네요. 임 변호사님께서 맡아주세요.”“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문 대표님.”임현이 공손하게 몸을 살짝 기울이며 안내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4화

    심미연은 흩날리던 생각을 차분히 거두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궁금한 듯 물었다.“우리 태하 진짜 똑똑하네.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거야?”아직 겨우 세 살이지만 심태하의 마음은 놀랄 만큼 세심하고 예민했다. 또렷한 눈망울은 마치 세상의 감정 흐름을 꿰뚫어 보는 듯했고 그렇게 꼼꼼히 살피는 모습에 심미연은 종종 놀라곤 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박유진이 심태하를 정성스럽게 길러온 시간이 아이를 이토록 똑똑하고 배려 깊게 자라게 만든 것이다.“아까 아빠랑 통화할 때 엄마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어요. 뭔가 걱정하는 게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저한테 말 걸었을 때도 평소처럼 웃고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엄마가 혹시 슬픈 건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심태하의 말은 또렷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단어 하나하나에 엄마를 향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담겨 있었다.심태하가 보기에 박유진이 집에 있을 땐 심미연은 늘 기분이 좋아 보였고 환하게 웃는 얼굴이 참 예뻤다.“엄마가 안 웃었어?”심미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녀석, 정말 못 말려.’겨우 세 살에 이 정도인데 나중에 더 크면 얼마나 영리해질지.“네, 안 웃었어요.”심태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심태하의 목소리는 여전히 앳됐지만 말투는 왠지 어른스러웠다. 꼭 사람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기라도 한 듯했다.심미연의 마음은 그 말 한마디에 확 풀렸다. 그녀는 아들의 코끝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자, 얼른 아침 먹자.”그녀의 말투엔 아낌없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이 아이는 정말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아빠가 보고 싶으면 아빠한테 전화하면 되죠!”심태하가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윙크했다.‘나도 아빠가 보고 싶은데 엄마가 안 보고 싶을 리가 없지. 맞아, 분명 그럴 거야!’심미연은 그 말에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박유진이 보고 싶지만 그에게 전화하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3화

    하지만 그 깊은 애정과 놓기 싫은 마음은 오히려 박유진을 현실이라는 갈림길 앞에서 망설이게 만들었다.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심미연만 괴로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걸. 그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자신의 망설임으로 인해 흐려지는 건, 그녀의 세상이 자신 때문에 흔들리는 건 차마 보고 있을 수 없었다.그렇다고 그녀를 놓아버리면 영원히 잃게 될 텐데... 그 아픔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박유진 본인조차 알 수 없었다.“아빠, 왜 말이 없으세요? 허락한 거죠?”심태하의 목소리는 천진난만하게 들떴다. 마치 머릿속에 따뜻한 한 가족의 그림이 그려지기라도 한 듯.‘아빠가 돌아오면 엄마랑 나랑 셋이 모여 저녁 먹고 같이 웃고 얘기하고...’심태하의 마음속에서 그려낸 가장 순수한 행복의 모습이었다.그러나 그 순수한 소망 앞에서 박유진의 마음은 송곳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그는 알고 있다. 이번 결정을 가볍게 내려서는 안 된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하려면 정말 신중해야 했다.하지만 사랑과 책임 사이에서 그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그는 지금 사랑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심미연과 아이를 지킬 방법을 찾고 있다.하지만 그런 길이 과연 있을까? 이 선택은 너무나도 어려웠다.“아빠, 나 이렇게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해요?”심태하는 고개를 갸웃하며 미간을 찌푸렸다.평소 같았으면 박유진은 재밌는 얘기도 해주고 자기 말에 웃어주었을 텐데, 오늘따라 너무 이상했다.‘혹시... 내가 말실수했나?’그때 박유진의 다급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가 심태하의 귀에 들려왔다.“태하야, 곧 비행기가 이륙해서 아빠가 휴대폰을 꺼야 돼. 오늘 밤에 다시 이야기하자. 꼭이야.”박유진은 심미연을 당장이라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고 말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네! 알겠어요, 아빠! 그럼 오늘 밤에 꼭 통화해요. 약속했으니까 안 하면 안 돼요!”심태하의 목소리에 눈치채기 힘든 외로움이 살짝 섞여 있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2화

    심미연은 멍해졌고 아까 자신이 박유진에게 연락을 시도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날아온 건 단 한 줄의 차갑고 무미건조한 메시지. 기대했던 목소리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아들 심태하가 전화를 걸자 박유진은 놀랍게도 전화를 받았다.“아빠, 지금 어디예요? 이틀 뒤면 제 생일이에요! 아빠가 놀이공원 같이 가자고 했던 거 잊으시면 안 돼요!”심태하의 말투엔 아이 특유의 해맑은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고 단어 하나하나가 살아서 튀어나오는 듯했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박유진의 목소리는 한겨울 얼음도 녹일 만큼 다정했다.“아빠 지금 진성으로 가는 비행기 타러 가는 중이야. 곧 이륙이라 휴대폰 꺼야 해. 진성에 도착하면 바로 전화할게. 약속!”그 말에는 미안함과 애틋함이 가득 실려 있었다.사실 박유진은 심태하가 생일 이야기를 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 어젯밤에 워낙 정신이 없어 그런 중요한 약속마저 깡그리 잊고 있었던 것이다.“아빠가 보내준 선물 잘 받았어요!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심태하는 아직 다 하지 못한 말이 많은 듯 아빠에게 털어놓고 싶은 게 가득한 눈치였다.박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햇살이 쏟아져 내려 유난히 눈부셨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고 그 강렬한 빛이 속눈썹 아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그 순간 그의 마음속엔 오로지 한 사람, 심미연의 얼굴만이 떠올랐다. 그녀와 떨어져 있는 모든 시간이 하나같이 그리움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그리움이 너무 커서 박유진은 당장이라도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달려가고 싶을 만큼 벅찼다.“아빠... 지금 너무 힘들죠? 그럼 회사 팔고 그냥 집으로 돌아와요. 제가 돈 많이 벌어서 아빠랑 엄마 다 먹여 살릴게요!”심태하의 순수한 눈빛에 진심 어린 다짐이 담겨 있었다. 그에겐 돈을 많이 벌어서 가족을 지킬 거라는 꿈이 있었다.심미연은 그런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통통한 볼살에 아직 아기 티가 남았지만 심태하의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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