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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Author: 꽃미소
지금 청지는 차마 이경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얼굴은 종이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잔뜩 분노한 이경은 눈밑이 충혈되었고,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이 떨렸다.

하지만 일단 꾹 참고 있었다.

자기가 소란을 피워도 세자가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순간 청지는 울지도 떠들지도 않는 눈앞의 이 여자가, 한쪽에 숨어서 눈물을 흘리는 현주보다도 더 마음이 아프게 느껴졌다.

하지만 필경 그녀는 세자의 여인이니...

청지는 시선을 거두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마마, 물건이 무거운 것 같은데 나중에 도와드리겠습니다.”

“본인이 알아서 가져가겠다는데, 네가 왜 굳이 나서는 거야?”

멀지 않은 곳에서 윤세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청지는 등을 굽히고 고개를 숙이고는 한쪽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경은 고개를 돌리고는 윤세현을 바라보며 뜻밖에도 웃기 시작했다.

울지도 떠들지도 않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웃음을 머금다니.

그 모습에 윤세현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조마조마해났다.

그러나 그는 시종 무덤덤했고, 그녀의 차가운 눈빛을 애써 못 본 척했다.

공개적으로 자신을 도발한 이상, 이경이 화를 감당할 각오는 돼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내 초아와 연지가 나서서 도와주려 하자 윤세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구공주가 직접 알아서 옮겨. 누구도 도와주지 말고.”

곧이어 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의원은 이서영을 부축해주고는 천천히 그의 뒤를 따랐다.

이서영의 부름에 세자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그녀가 따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떠났다.

그 모습에 초아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세자님, 굳이 공주마마를 이렇게까지 괴롭혀야 하나요?

공주의 얼굴은 이미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창백했다.

연지는 이를 악물고 공주에게 다가갔다.

이경은 담담하게 말할 뿐이었다.

“네가 날 도와주면, 오히려 저 남자한테 나를 모욕할 기회를 주는 것뿐이야.”

연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세자 너무한 거 아니냐고!

공주가 억지로 버티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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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백훈은 여전히 손에 약사발을 들고 있었다.구공주가 머리를 부딪혀도, 그는 일부러 몸을 피해 오히려 자신이 마루에 부딪쳐 쓰러지도록 하였다.문백훈은 찰나의 망설임을 거치고는, 결국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그러나 이경의 속도는 매우 빨랐고, 부딪치는 힘도 매우 컸다.문백훈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쿵 하는 소리를 냈고, 두 사람은 바로 땅바닥에 구르게 됐다.“공주마마!”앞에서 마차를 몰던 연지가 커튼을 걷어 올렸다.곧이어 커튼 속 장면에 그는 얼굴이 빨개졌다.공주마마가 왜... 문백훈 선생의 몸에 기대게 된 거지?이경은 사지에 힘이 없긴 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매서웠다.이내 문백훈의 몸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그녀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됐다. “죄송합니다!”문백훈은 놀란 듯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공주마마...”“내 잘못이야.”이경은 다시 앉아 마차 벽에 기대어 반쯤 눈을 감았다.“공주마마, 약 드세요.”문백훈은 급히 자리를 뜨고 싶은 듯, 이 약을 빨리 마시게 하고 싶었다.“그래.”이경은 눈을 뜨고는 고개를 숙여 겨우 그 약을 마셨다.이내 문백훈은 빈 그릇을 들고 서둘러 나갔다.곧이어 초아가 걱정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공주마마, 방금...”“너, 문백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마마?”초아는 불안했다. 공주가 정말 문백훈에게 반한건가?“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초아는 여전히 공주에 대한 세자의 무자비함을 원망하고 있었다.그러나 필경 여자이고, 여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 법이다. 공주의 신분이 아무리 존귀하다 하더라도 이 시대는 결국 남자의 지위가 더 높으니까. “공주마마, 문백 선생이 아무리 좋아도 혹은 세자가 아무리 싫어도 그들은... 공주에게 있어서는 신분이 다릅니다.”“내가 문백훈한테 반할 것 같아?”이경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무슨 말을 하려다가는 말을 멈추었다.속이 불편해나기 시작하더니,못 참고는 입을 벌리고 와하고 겨우 마신 약을 다 토했다.깜짝 놀란 초아는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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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는 비틀거리며 윤세현에게 다가가 울먹이며 말했다. “세자 나리, 제발 저희 현주님을 불쌍히 여겨주세요.”“현주님께서는 매일같이 음식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고, 약도 마시지 못하고, 토하면서 잘 쉬지도 못하셨습니다. 현주... 현주님의 몸은 이미 더이상 감당하기도 어렵게 됐다고요.”이서영은 여전히 몸을 떨 정도로 울었다.유아는 계속하여 말했다.“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공주마마의 마차가 안정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제가 감히 공주마마의 마차를 빌려 쓰려고 한겁니다.”그녀는 윤세현을 향해 잘못을 빌었다. 입가에는 아직도 피가 스며들어 옷자락은 온통 핏자국이었다.그 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웠다.“제가 죽을 놈입니다! 그러나 현주님은 더이상 버티기 힘드신 몸입니다! 세자 나리께서는 부디 현주님을 불쌍히 여겨 앞으로 살아나갈 기회를 한번만 더 주십시오.”그러나 윤세현은 이서영을 가볍게 밀었다.이내 그는 이경에게 걸어갔다. “마차 빌려주거라.”“빌려주기 싫습니다!”이경의 대답은 뜻밖에도 매우 단호했다.구공주가 세자 앞에서 이렇게 고집을 부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윤세현 또한 생각지도 못했다.일이 이미 이 지경까지 이르른 이상, 그녀는 모든 사람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그 얼굴색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차가운 그녀의 눈빛은 순식간에 주위의 온도를 차갑게 만들었다.이경의 뒤에 서 있던 초아는 깜짝 놀라 두 다리가 나른해져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반면 세자는 단단히 화가 났다.필경 공주가 모든 장병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자신의 말을 거역하니, 그의 체면을 구기게 됐으니 말이다. “공주마마...”초아가 조심스럽게 이경의 옷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공주마마, 저희는... 마차가 필요 없긴 합니다만.”초아는 공주와 세자가 싸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사실 공주가 상처 받을가봐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경은 여전히 꼿꼿이 선 채 차가운 눈빛으로 윤세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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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영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고, 윤세현의 손바닥은 그녀의 어깨에 떨어지게 됐다.그녀를 붙잡긴 했지만 자신의 품에 안지는 않았다.비록 그가 보기에 이서영은 매우 불쌍하긴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서영이 자신에게 가까이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이서영은 그의 곁에서 슬픔에 가득 찬 표정으로 울기 시작했다.반면 이경은,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오기만으로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방금 저 여자가 손에 긴 바늘을 들고 날 찌르려 했어요. 제 말 믿죠?”그 말에 이경은 차갑게 웃었다. 한 발로는 유아의 몸을 세게 짓밟더니, 이내 유아를 저 멀리까지 걷어찼다. 땅에 떨어진 유아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아예 기절했다.“유아야!”이서영은 온몸을 떨면서 자연스레 윤세현의 품에 안겨,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윤세현은 그런 그녀를 바로 세웠다. “의원 불러.”멍해있던 문정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즉시 사람을 불렀다.“당장 의사 불러! 얼른!”이서영은 전혀 그의 곁을 떠날 생각이 없어보였다.“세현 오라버니, 저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요. 저 더이상 그 여자를 만나지 싶지 않아요!”그러나 윤세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이경을 바라보았다.건방진 여자.감히 내 면전에서 사람을 건드리다니.이경 역시 조용히 그와 눈을 마주치다가는, 이내 그의 곁에 선 이서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세현 오빠!”이서영은 온몸이 나른해졌다. 윤세현은 점점 이 상황이 싫었다. 이서영의 몸이 비록 그의 몸에 닿지는 않았지만 줄곧 자신의 품으로 쓰러지려 하니 기분이 불쾌했다.하지만 조건 반사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지, 정말 그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저 멀지 않은 곳에 선 이경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그의 분노를 자극했다.그래도 이서영한테 너무 차가운 거 아니야? 필경 피해자인데!“무슨 일이야?”이내 그는 청지를 바라보고는 물었다.순간 청지는 압박감을 느끼게 됐다. 안 그래도 요즘 그는 세자로부터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125화

    청지가 검을 날카롭게 들고 달려들려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자가 비틀거리며 달려왔다.“멈춰... 내 사람들을 해치지 마!”휘날리는 머리카락에 창백한 얼굴을 한 여자는 바로 이서영이었다. 평소의 현주는 늘 수수하고 화장도 진하게 하지 않아 보통 사람들의 앞에 나타나려 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눈앞의 현주는 얇은 옷 차람에, 얼굴도 초췌하고 머리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다.얼핏 봐도 매우 허약해보였다.그 모습은 과거의 사랑스러움은 아예 지워냈다.“청지 장군, 내 사람들을 건드리지 마. 제발.”이서영은 그의 발밑까지 달려들어 자신의 시위들을 감싸고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제발.”그러자 청지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차마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그는 현주의 일에 대해 잘 아는 극소수의 사람들 중 하나였다.그렇기에 남자로서 그는 현주를 매우 동정했다.그러나 그녀의 부하들은 너무나도 건방졌다.“제발, 이들을 해치지 마.”이서영은 간절한 눈빛으로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이내 유아의 처량하고 무기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주님, 저 구해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이서영의 시선이 유아에게로 향했다.처량한 그녀의 모습에 놀란 이서영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바로 일어나 달려들어 이경의 다리를 안고 처량하게 울었다.“안돼요. 제발 유아만은 다치게 하지 마세요. 상아가 죽은 상황에 저한테는 유아밖에 없어요. 제발! 제발 유아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그러나 이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마음은 매우 차가웠다. 다른 그 어떤 사람들을 동정할 수 있을진 몰라도, 천성적으로 심성이 나쁜 사람을 동정할 마음은 없었다.그녀는 다리를 거두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힘껏 밟았다.“우욱...”유아는 다시 입을 벌려 피를 토해냈다.연약한 계집애가 짓밟히게 되자, 현장에 있던 남자들은 모두 감히 직시할 수가 없었다.공주마마... 너무 독한 거 아니야?“이경, 너 기어코 이렇게 내 사람을 괴롭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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