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두 사람이 정자 안에서 나눈 대화는, 밖에 있는 사람들은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아무도 감히 가까이 가지 못했다. 무연 또한 방해하고 싶지 않아, 멀리 물러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알 뿐이었다. 이내 여화행이 돌아와 이경과의 대화를 전하자, 근마마의 표정은 다소 무거워졌다. "이 계집애, 여태 우리가 그 능력을 과소평가했네." 이경의 계략은 놀라울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의술조차 모든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이 수많은 학식이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소문에 따르면 초나라의 구공주는, 폐물이라고 들었었는데? 잠시 생각에 잠긴 여화행은, 갑자기 이경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대단한 계집애이긴 해. 그나저나 명예를 탐하는 마음까지 생긴 건지, 글쎄 자신이 주인님의 딸이라고 하더라고." "뭐라고?" 순간 근마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여화행은 웃으며 말했다. "그저 어린애의 장난기 가득한 농담이라고 받아들여." 하지만 괜히 화가 난 근마마는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전하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셨잖아. 게다가 너랑 나 모두 그 당시 그 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지난 수년간, 주인님을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난 진작에 초나라 황성으로 찾아가 초나라 태후와 목숨 걸고 싸웠을 거야!" 하지만 그녀는 주인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주인은 항시 한옥상에 누워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곁을 지켜야만 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주인은 언제든지… 이러한 상황이 되었기에, 초나라 태후는 여태 이렇게 편안하게 살아오게 된 것이다. 일단 주인이 깨어나게 되면, 근마마의 첫 번째로 상대는 바로 태후이다. "됐어. 적어도 꽤나 총명한 기질이 있으니, 어쩌면 정말로 우리를 위해 일을 쉽게 처리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여화행은 한옥상 위에 누운 여인을 바라보며, 눈동자에는 온통 연민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다만 주인님이 이 재
한동안 여화행은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쓰디쓴웃음을 보이는 이경을 바라보았다. 그 복잡 미묘한 표정은 뻔뻔하고 장난스러운 듯 보였지만, 여화행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하였다. 그녀는 이 열여섯 살의 어린 아가씨를 다시 한번 보게 됐다. 한참이 지나서야, 여화행은 자신의 잔에 차 한 잔을 따라 마셨다. 단숨에 들이켜고는, 그녀의 시선이 다시금 이경에게 머물렀다. "윤세현은 당신한테 이미 깊은 정을 쏟았어. 우리가 구해냈을 때, 그의 몸에 걸린 정고는 이미 독으로 변해 버려, 그 고충을 심은 사람조차도 풀 수 없게 돼버렸어." 이경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주먹을 천천히 쥐었다. 여화행은 말을 이어갔다. "우린 그 고충을 풀어보려 했지만, 도무지 풀어낼 수가 없어. 고충은 이미 죽어버려 독으로 변하여, 아무도 풀 수가 없었어." 이경은 여전히 아무 말 없었지만, 호흡은 점점 가빠져 갔다. 여화행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만약… 깊은 내공으로 그 독을 일시적으로 눌러주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그녀는 이경은 흘겨보았다. "그러니 당신은 우리한테 감사해야 해. 그때 우리가 윤세현을 데려가지 않았다면, 당신이 데려가 치료하려 했다 하더라도 제대로 치료하지는 못했을 거야." 그녀는 구공주가 자존심 또한 강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경은 그 말을 듣고는 조금의 불쾌한 기색도 없이 오히려 그녀에게 절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여화행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이경은 그녀를 향해 웃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도 당시에 정고에 대해 연구해 봤지만, 확실히 어찌할 방도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고충이 죽어 독으로 변해버린 상황에서는 너무 막막할 것 같았다. 당시 윤세현이 자신의 손에 있었다면, 아마 정말로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여화행 일행이 윤세현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윤세현은 지금 살아 있고 잘 살고
아무도 이경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건지 알지 못했다. "당신은 이곳에 살면서,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었어?"라는 한마디는, 평범한 말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다소 처량하게 들렸다. 윤세현은 순간 가슴 한편이 아파났다. 이내 그는 갑자기 일어서서는, 질문에 대답 않고 여화행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세현." 곧이어 여화행 또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윤세현이 이곳에서 지내게 된 이후로, 지금 이 순간만큼 어두운 표정을 짓는 걸 본 적 없었다. 대체 왜 그러는 거지? 망정고가 풀리기 전까지, 윤세현은 이경을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방금 그는 분명 가슴의 통증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심장을 손으로 움켜쥐기도 했다. 윤세현은 뒤에서 들려오는 여화행의 부름을 무시하고는 그대로 떠났다. 곧바로 청도와 홍매가 급히 뒤쫓았지만, 그들은 그저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갈 뿐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그렇게 윤세현이 자취를 감추고 나서야, 여화행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이경의 맞은편에 앉았다. "구공주, 난 당신이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네." 이경은 여유로이 자신의 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 무연이 가져다준 차는, 열을 내리고 해독하며 목을 윤택하게 해주는 효과까지 있었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입 안 가득 향기가 퍼지게 됐다. 그제야 그녀는 여화행을 바라보며 웃음을 보였다. "여 장주님, 만약 저의 모든 걸 꿰뚫어 본다면 전 그냥 장주님한테 휘둘리기만 할 것 같은데요?" 그러자 여화행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그동안 이경을 얕봤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경을 믿지 않았다. "설마, 정말로 윤세현을 놓을 생각인 거야? 영원히 기억을 잃은 채, 내 곁에 두어도 괜찮다는 거야? 전혀 안 아쉬워?" "윤세현 본인한테 좋은 일이라면 아쉬워도 제가 놓아야죠." 이경은 편안한 자세로 뒤의 나무 기둥에 기대었다. 방금 윤세현이 벌컥 화를 내며 떠날 때, 갑자기 일어선 충격이 너무 센 나머지 이경은 하마터
그 말에 이경은 윤세현을 흘깃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해명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 그녀는 왠지 모르게 갑자기 해명하고 싶지 않아 졌다. 네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이 말을 어떻게 입 밖에 낼 수 있겠어? 하지만 내가 말하지 않으면 넌 영영 모르겠지. 이내 그녀는 여화행을 바라보았다. "여 장주님, 전 진심으로 장주님과 협력할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자님께서 저한테 보이는 이 태도를 보세요. 이 거래를 제가 받기에는 너무 손해인 것 같습니다." 그러자 윤세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까맣게 변했다. 난 물건이 아니라고! 내가 네 말을 순순히 따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스승이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이경을 목 졸라 죽일 수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화행은 웃으며 말했다. "세현, 어젯밤 내가 너한테 한 말 잊었어? 초나라 구공주이신 이 아가씨가, 본래 네 아내였다고." "이미 이혼했잖습니까." 윤세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이 사실 또한, 여화행이 그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이경은 다소 의외라 생각하였다. "본래 신분을 숨기지는 않으셨네요?" "내가 말도 안 되는 속임수를 써서 윤세현을 우리 곁에 머물게 한 거라 생각한 거야?" 여화행은 잠시 멈칫하다가는, 이내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이경은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는, 윤세현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본명은 윤세현, 초나라 공관의 세자입니다. 초나라 백성들은 당신을 전신이라 높여 부르고 있죠." 그러나 윤세현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마치 그녀가 말하는 사실들이 자신과는 조금도 관계없다는 듯. 이경은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말을 듣고도 그가 전혀 미동 없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이 사람들이 당신을 속이지는 않았네." 그녀가 전에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그녀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신분을 알면서도, 왜 계속 여기에 머물고 있는 건데? 초나라로 돌아
윤세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이라도 옆에 있는 이경을 쳐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경의 뜻밖의 행동에 여화행도 다소 어안이 벙벙했다. 구공주가 평범한 아가씨들과는 다르다는 건 알았지만, 그녀의 행동이 정말로… 뜻밖에도 이렇게 특별할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거지? 그런 모습에도 여화행은 조금도 화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과거에 비슷한 상황을 본 적 있었기 때문이다. 싫기는커녕,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웃음. 구공주의 이 뻔뻔한 행동과 표정을 마주한 그녀는 순간… 옛날 생각이 났다. 당시, 그녀 또한 이랬었지. "아가씨, 가볍게 행동하지 마시죠!" 윤세현은 겨우 화를 참고는 자신의 진기를 거두어들였다. 행마마가 이경의 필요성을 상기시켜 주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주먹을 내밀었을 것이다. "왜 그러세요? 제가 좀 가볍긴 해요. 체중이 아마 공자님의 절반 정도는 될 거예요." 이경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옆에 선 윤세현을 바라보며 웃었다. "믿기지 않으면, 한번 안아보실래요?" 차가운 윤세현의 얼굴에는, 감정의 균열이 생겼다. 그는 정말로, 이렇게까지 뻔뻔한 여자는 처음 보았다. 일단은 가볍게 무시하고는, 일어나 자리를 그녀에게 양보하려 하였다. 그나저나 내가 왜 양보해야 하는 거지?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양보'라는 단어를 실천해 본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여자를 때려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비록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하지만. 그런데 그 순간, 이경은 자리에 앉는 동시에 그의 옷자락을 눌렀다. 이내 윤세현이 일어서려 하자, 그의 옷자락은 그녀에게 깔려 꼼짝도 할 수 없게 됐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윤세현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비켜!" 이번엔 아예 존댓말도 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평소의 세자의 모습이다. 이경은 여전히 그를 향해 눈을 깜빡이며 웃었다. "싫은데요." "내가 너한테 손 대게 하지
사실 이경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무연은 정말로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그가 일단 한번 마음먹으면, 누구도 그의 생각을 바꿀 수가 없다. 그러나 정작 무연의 눈빛을 마주한 이경은, 도무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그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 건 아닌지? 그나저나 무연이 이렇게나 고집이 셀 줄이야. 설마, 정말로 남성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건가? 어머니는 지금 대체 어디에 계신 거지? 설마 정말로 적성산장에 있는 건가? "이 산장 안팎에는 전부 고수들로 깔려 있어. 무슨 꿍꿍이가 있더라도 절대 경솔하게 행동하지 마." 그녀의 곁을 천천히 따라오던 무연이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이경은 잠시 멈칫하고는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내 속마음을 읽기 시작한 거지? 혼자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걸 꿰뚫어 볼 줄이야? 무연은 목소리를 낮춘 채 말했다.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서두르지 마." "그래." 이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시간이 많다고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당장은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일단은 산장 전체의 상황을 파악한 후에 다시 생각하기로 하였다. 이내 그들은 지화각의 대문에 도착하였다. 그때 예 집사사 직접 걸어 나와 그들을 맞이하였다. "아가씨, 장주님께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이경과 무연은 그를 따라 문을 들어섰고, 몇 개의 회랑을 돌고 나서야 후원의 정자 아래에 있는 여화행을 마주하게 됐다. 물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빛나는 아우라의 윤세현이었다. "난 여기서 기다릴게." 무연은 정자 밖에 선 채, 이경을 따라 들어서지는 않았다. "뭐 해? 들어가서 같이 식사하자고." 이경은 고대의 예법 같은 것들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연은 그저 그녀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는 그저 정자 밖에 서있으려 하였다. 그 모습은 보기에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이경은 다소 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