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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D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0 23:16:39

다한증 환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땀을 배출한다. 날씨가 추워도 배출하고 운동하지 않아도 배출한다. 보통 손, 발, 겨드랑이를 통한 배출이 대부분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얼굴이나 전신에 이르기까지 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왜 한겨울인데 땀이 흐르냐고, 손이 젖어있냐고 물어본다면 난 ‘모른다’라는 대답만 해 줄 수 있다. 알고 있으면, 원인이 뭔지 알고 있으면 당장 치료하러 이리저리 발바닥이 까지도록 뛰어다녔겠지만 슬프게도 확실한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 마디로 이 증상은 아직 ‘원인불명’이다.

다한증을 앓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다한증을 신기해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대부분 보이곤 한다. 나도 그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수긍하는 편이다. 환자인 나조차도 이 증상을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기에 왜 상시 땀을 흘리며 살아가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죽을 때까지 다한증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삶의 의욕도 떨어지곤 한다.

내 시련의 시작은 중학생 시절의 어느 날이었다. 게임을 하다 갑자기 겨드랑이에 무언가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깜짝 놀라 손을 옆구리에 갖다 대니 차가운 액체가 닿았다. 그대로 손을 겨드랑이로 옮기자 축축함이 느껴졌다. 생전 처음 배출된 겨드랑이 땀에 나는 과도한 집중과 긴장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손과 발에도 땀이 나기 시작했다. 한여름에 뛰어놀아도 손과 발에는 땀이 난 적이 없었는데, 그냥 가만히 있는데도 손바닥에 이슬이 촘촘히 맺혀 있었고 양말은 반나절 지나기 무섭게 푹 젖어있었다.

“어디서 발 냄새 안 나냐?”

“글쎄, 난 모르겠는데.”

“너네는?”

“나는 것 같기도 하고...”

“...”

하루는 학교에서 앞자리에 앉은 친구가 ‘발 냄새’라는 단어로 내게 충격을 주었었다. 냄새의 원인이 누군지는 파악할 수 없었겠지만, 난 내 악취라고 확신했다. 고개를 책상 밑으로 숙이면 가끔 내 악취가 올라오곤 했지만 그땐 나만 신경 쓰였지, 타인까지 생각하진 않았었다. 그 친구가 준 충격으로 인해 나는 그날 이후 학교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회색 양말은 더는 신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양말이 젖으면 제일 표가 잘 나는 양말이기에 흰색 또는 검은색만 신기 시작했다. 와이셔츠는 매일 세탁해야 했다. 우연히 집에서 교복을 벗다가 거울에 비친 와이셔츠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흰색 와이셔츠의 겨드랑이 부분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얼마나 땀에 절어 있었으면 색깔까지 변할까. 왜 우리 학교 와이셔츠는 흰색일까.

“아, 땀! 뭐야 너!”

친구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손이 맞닿기라도 하면 항상 듣는 말이었다. 그럴 때마다 머쓱한 표정으로 넘기려 했었지만 스스로 조금씩 그런 장난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점점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시험을 볼 때도 남들과 같은 시험지지만 나는 더 강력한 난이도의 시험지와 함께했었다. 특히 수학 시험일 때면 시험지가 젖어버리기 일쑤였다. 누가 보면 시험 보다가 울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고역이었다.

“어우 손에 땀 좀 봐! 얘, 더우면 가서 씻어라 좀.”

“더운 게 아니라...”

“그럼 뭐여.”

“다한증이야.”

“그게 뭔데.”

“땀 많이 나는 병.”

“무슨 그런 병이 있어. 젊은 애가 무슨 땀이 이렇게 많이 나 글쎄?”

“내가 어떻게 알아. 정상이 아닌걸.”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러니? 아니 긴장할 것도 없는데.”

“그냥 이유 없이... 나.”

“이 발 좀 봐라. 발이 이게 뭐냐? 할매 봐라. 하나도 땀이 안 난다.”

‘...’

외할머니는 우리 가족 중에서 다한증에 대해 제일 야박하신 분이었다. 설명해도 이해를 하지 못하셨다. 저런 말을 수십 번 들으니 그냥 외할머니는 이해를 못 하시는 게 아니라 하지 않으시려는 것 같았다.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다한증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다. 그냥 내가 관리를 못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무슨 땀이 이렇게 나? 이게 다 너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 거야.”

“제발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뭐만 하면 게임 탓이야.”

“말이 안 되긴 뭐가 안 되니? 게임 하니까 긴장을 하도 많이 해서 그렇잖아.”

‘...’

엄마는 내 다한증이 게임 때문이라고 종종 그러셨다.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저 논리라면 내 또래의 친구들은 대부분 다한증을 앓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도 다한증의 원인은 과도한 긴장 때문이라는 것이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그리고 다한증뿐만 아니라 엄마는 내 부정적인 결과의 원인이 대부분 게임 탓이라며 우기시곤 했다. 성적 부진도 게임 탓. 안경 쓰고 있는 것도 게임 탓. 배 나온 것도 게임 탓. 심지어는 일어나고 머리 아픈 것도 게임 탓으로 돌리셨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부모님의 주적은 게임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밖에서나 집에서나 다한증으로 스트레스받는 건 매한가지였다. 이런 고통을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나도 슬펐다. 세상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지금까지 꿋꿋이 내가 살아왔다는 게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스무 살의 지금, 그녀 앞에서 난 다시 무너지고 있었다.

그렇게 악몽 같던 시간이 흐르고 버스가 강의동 앞에서 멈춰 섰다. 신호등 운이 나름 괜찮아서 다행히 아직 9시 30분이 넘진 않았다. 뒷문 열리는 소리를 얼마나 기다렸던지 재빨리 카드를 찍고 내렸다. 바깥으로 나오니 4월 초의 한기가 금세 느껴졌지만 산 정상에 오른 것만큼 상쾌했다.

“저... 성진아.”

버스 안에서 한창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뒤따라오며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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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한증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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