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성진아! 넌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ㅎㅎ 마시고 기운 내 히히’
“소중한 사람이래... 와! 야, 말해 봐. 누구인 것 같냐? 혹시 초롱이가...?”
“아, 좀 조용히 말해. 무슨 초롱이가 나한테...”
“뭐라 답할 거냐?”
“누군지 알고 답을 해...”
“아니 뭐 최근에 엮인 사람 없어?”
“엮이긴 뭘. 너네랑 친해진 거 말고 없는데.”
“그럼 너한테 반한 사람이라도 있나? 그건 좀 역한데.”
“미쳤다고 누가 나 같은 사람한테 반해... 그리고 반한 사람이 쓸 만한 멘트는 아닌데.”
“그럼 서현인가?”
“서현이...?”
나도 모르게 그녀가 앉은 자리를 찾으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 내 주변을 계속 힐끗거리고 있었던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초롱이 아니면 서현이 아니냐? 네 말대로 널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쓴 거네.”
‘소중한 사람, 기운 내’
서현이라면 나한테 왜 소중한 사람이라고 했을까. 왜 기운 내라고 했을까. 그녀는 내 수치스러운 모습을 통해 다한증을 알게 되었고, 찢어진 종이를 보며 괴로워하는 내 모습도 보았다.
‘우리 친구잖아! 그러니까... 땀 때문에 괴로워하지 마! 나한테는, 히히.’
물론 내가 억지로 끼워 넣은 결론이지만 이 결론과 의문의 쪽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서현이였다. 난 다시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옆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쳤던 것은 내가 쪽지를 보고 어떤 반응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단지 우연이었던 걸까.
확신할 순 없으나 자꾸만 가능성이란 걸 생각하니 답답했던 속이 조금 풀렸다. 음료수를 조심스레 집어 들어 뚜껑을 열었다. 한 모금 마시니 바짝 말랐던 입 안이 행복해졌다. 나도 모르게 계속 들이키게 되었다. 순식간에 반을 해치웠다.
“진짜 시원하다.”
“아니, 좀 추측이라도 해 봐. 나 답답해.”
“답답해? 크큭.”
“뭐야, 갑자기 표정 왜 이렇게 해맑아.”
“좋잖아. 난 이런 거 받은 게 첨이야.”
“그래? 너도 모솔이네.”
“네. 모솔인데 뭐요.”
“서현이도 모솔이래.”
“큽... 아니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냥 잘해 보라고.”
“뭘 잘해 봐. 얜 지 어떻게 알고. 그리고 이건 고백 아니야.”
“아, 진짜 답답하네. 이게 뭔 고백이 아니야! 넌 꼭 좋아한다는 말이 들어가야 고백이냐?”
“아니... 이건 그냥 응원이야.”
서현이가 준 거라면, 응원이었다. 고백은 무슨 고백. 그냥 친구로서 너무 좌절하지 말라는 의미로 소소한 선물을 준 것이 맞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내 걱정하느라 계속 풀 죽어 있고 말도 없던 거였나. 갑자기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확실하지도 않은데 나한테 정이 뚝 떨어졌다는 이상한 억측을 했으니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무안해져 다시 음료수를 들이켰다. 근데 왜 자꾸 그녀가 준 것처럼 반응하고 생각하는 거지.
“아~ 뭔 응원 같은... 어, 너 손 왜 그래?”
그가 뻘겋고 퍼렇게 물든 내 손가락을 보며 말했다. 아까 화장실에서 쓸데없이 까불었던 게 티가 많이 났다.
“아, 어... 어제 집에서 다쳤어.”
“아니 얼마나 크게 다쳤길래 이래?”
“하하... 괜찮아. 곧 낫겠지.”
“출석 부를게요.”
교수님의 말씀에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음료수의 색깔처럼 하늘이 정말 맑았다. 덩달아 내 머릿속도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점심을 걸렀는데도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 같았다.
“김성진.”
“네!”
대학 입학 후 가장 씩씩한 대답이 나왔다. 강의실을 휘어잡을 정도로 우렁찬 소리는 아니었지만, 내 기준에선 이 정도면 자신감으로 꽉 차 있는 소리였다.
그녀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책상에 놓인 음료수의 용량이 바닥에 가까워진 걸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긍정적이고 건강한 정신으로 돌아왔으나 강의 내내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친구들에게 술자리에 빠진단 말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다시 가고 싶어졌다.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싶어졌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게 그녀를 위한 답례인 동시에 사과라고 생각했다. 혹여 선물을 준 사람이 그녀가 아닐지라도 난 이미 그녀를 믿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친구로 가슴속에 새겨놓았기에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했다.
‘얘들아 나 오늘 술 먹으러 갈게! 왔다 갔다 해서 미안...’
핸드폰을 집어 들어 단톡에 부끄럽지만 자신 있게 멘트를 보냈다.
‘엥? 속은 괜찮아?’
초롱이가 먼저 확인하고는 옆자리에 앉은 서현이를 툭툭 치며 톡을 보라는 손짓을 했다.
“푸흡...!”
그녀는 내 톡을 보자마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속으로 웃기 시작했다. 초롱이는 이렇게까지 반응해야 할 일인가 싶어 그녀를 힐끗거렸다.
‘아싸~ 그럼 성진이 새빨간 얼굴 구경할 수 있는 거양? ㅎㅎ’
나도 그녀의 답장을 보곤 미소가 지어졌다. 침울해 있던 그녀가 갑자기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기에 나는 조금 더 확신이 생겼다.
이 예쁜 선물은 그녀가 주었다는 걸.
한편 친구들이 있는 룸."어차피 시간 많으니까 하고 싶은 거 한 판씩 하면 되잖아.""그래, 시간 간다.""그럼 뭐부터 할까? 난 아무거나 상관없어.""라스베가스부터 할래? 어때?""좋아!""내가 갖고 올게.""그래 줄래? 땡큐~""구석이 편하네.""근데 서현이 자리 좋은 점, 성진이 자주 볼 수 있다.""많이 보라 해~""크크큭... 자리 바꿔달라 하든가.""뭐... 굳이 바꿔 달라고까지 메리트는.""큽, 뭐야?"그렇게 서현이가 다시 카운터로 다가오고 있었다."지금 그쪽 말투나 표정이 저 싫다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아니, 그러면 제가 뭐 웃으면서 말을 해야 하나요?""제가 웃어달라고 까진 말 안 했는데.""허... 저기, 제가 싫다고 말 안 했잖아요. 그리고 대화 자체가 가벼운 분위기는 아닌데 어떻게 표정이 평소랑 같을 수가 있죠?""그냥 상황 빨리 끝내려고 하는 것 같아서요. 아까 사과하시는 것도 그렇고.""하...""그리고 저도 추측할 수 있죠.""뭘요."
“기분이 찝찝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대부분 손을 씻는 건 아니잖아요.”“그쵸. 근데 그게 왜...”“그럼 방금처럼 어떤 표정이나 행동 때문에 그렇게 보였다고 하는 게 보통 아닌가요?”“아니... 그건 그런데 일단 손 씻은 게 연결된 행동은 맞잖아요.”“그걸 어떻게 확신하죠?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땀 많으신 거 제가 알고 있으니까요. 아까 상황에선 당연히 낫겠죠.”“그럼 제 말이 틀린 건 아니네요?”“네?”“손에 땀 나서 찝찝해 보인 거 아니냐니까 아니라 하셨잖아요.”“네. 제가 땀 난 거 못 본 건 맞잖아요.”“하... 제가 실제로 봤는지 안 봤는지 그걸 여쭤보는 게 아니잖아요.”“그럼 뭔데요?”“네? 아니... 무슨”“두 분 왜... 그러세요?”목소리 톤이 점점 커지자 메뉴를 준비하고 있던 유예지가 끼어들었다.“아, 아닙니다.”“그냥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잘 모르겠네요.”
오늘도 어김없이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겉으로만 보면 딱히 문제라고 할 건 없는 대화인데, 내가 예민한 걸까. 아니면 이 새끼가 날 진짜 간접적으로 건드는 걸까.“저도 실전에 약한 편이라 시험 보면 손에 땀도 나고 그래서...”“아...”실제로 옆에 있던 유예지는 무덤덤하게 듣고만 있었다. 문제라고 할 것도 없이 당사자가 내가 아니어도 충분히 오갈 수 있는 말인데도 얘가 하는 말은 그렇게 듣기 거북할 수가 없었다. 병 주고 이번 주는 약 주는 것 같은데 다음 주엔 다시 병 주겠지.“이번엔 그래도 긴장 안 타도 되니...”“안녕하세요~!”점점 미간이 찌푸려지던 찰나 손님이 입장하며 정당하게 입막음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근데 나도 같이 굳어버렸다.“어... 몇 분이신가요?”또 마침 서 있던 위치가 포스기 주변이어서 자연스레 내가 응대해야 했다.“네 명이요! 푸흡...”“크크큭...”낯선 내 모습에 친구들은 웃음을 참기 바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막상 대면하니 양옆에 있는 직원들한테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음... 어, 혹시 처음 이용하시나요?”“어... 네!”“흐흐흡...”
“무슨 노래 했는데?”“비행기, 자라 꺼.”“아~ 근데 남자 셋이서 그걸 어떻게 불러.”“어? 여자애들이랑 나갔어.”“여자애들~? 그렇게 친한 애들이 있어?”“학교 다니다 보면... 그렇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친해지는 거지.”“아니, 무슨 남자애들이랑은 안 친하고 여자애들이랑만 친해.”“있어, 남자애들도... 같이 다니는 몇 명. 원래 다른 남자애가 먼저 나가자고 해서 이렇게 넷이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부담스럽다고 자기 빠진다 해서... 그래서 셋이 나간 거야.”“아~ 잘했어? 애들 다 있는 데서 했을 거 아냐. 안 떨렸어?”“뭐...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3등 했어.”“3등? 몇 팀 나갔는데.”“일곱 팀. 3등까지 시상하더라고. 학교 앞에 고깃집 쿠폰 받았어, 5만 원짜리.”“프하하하하~ 아유, 잘했네! 상품도 주고 좋다~ 나중에 걔네랑 같이 가서 먹으면 되겠네.”“어, 시험 끝나고 가기로 했어.”“야, 그래도 여자애들 노래 잘하나 보네.”&ldq
"크흐흐흑... 얘 미치겠네.""근데 추측일 뿐이니까. 술도 먹었었고... 그날은.""야, 술 들어가면 진심 나올 때 많아.""엠티 때도 술자리에서 얘기 나왔던 거 아냐?""술 먹기 전에 했었어. 장기자랑 끝나고 인터뷰 같은 거 할 때.""엥? 장기자랑도 나갔냐?""뭘로, 노래로?""잠깐! 장기자랑 얘긴 이따 하고... 일단 중요한 게 안 끝났잖아.""아... 크큽, 어디까지 얘기했지?""손잡으면서 뭐... 그런 분위기에서 얘기하면서.""아~ 그러다가... 고백할 각이 뜬 거야. 얘기하다 서로 눈 마주치면서 아무 말 없이 좀 있었거든.""오~! 미쳤다.""존나 로맨틱하냐.""근데 고백을 못 했어?""응.""아니 왜?""혹시 어떤 멘트 때문에 눈 마주친 건지 말해 줄 수 있어?""어... 걔가 먼저 간접적으로 신호를 줬어. 나한테 좋은 사람이라고 말을 해줬는데 내가 '평범하다', '다 비슷하다'라고 하니까 지금은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거야. 그러고 눈이 맞은 거지.""와... 프흐흐흡. 왜 내 심장이 뛰냐.""거절하진 않았고... 기다려 줄 수 있냐는 식으로 말했어.""어...
“자취는 할 만하냐.”“재밌어~ 근데 한번 올라오고 싶더라고, 그래서 왔지.”“야, 성진아. 너 소주?”“어, 어.”“근데 김성진 마지막에 본 게 두 달은 된 거 같은데.”“그치. 너 얼굴 그대로네. 변한 게 없어.”“픕, 두 달 사이에 변할 게 머가 있다고.”“크크큭... 사귀었냐, 너네?”“거기선 좋은 사람 만나라. 짠!”“너도.”“어우, 역겨워. 크흐흑...”“아, 우리 너 오기만 기다렸어.”“왜.”“그 얘기 하고 있었거든, 너의 그분.”“그분? 아...”“그 이후에 뭐 더 없었어?”“야, 근데 친한 사이라도 서로 사는 데까지 가서 두 번이나 놀았으면... 어? 솔직히 적어도 한쪽은 마음이 있어야 맞는 거 아니냐?”“그니까. 얘는 뭘 자꾸 부정하는지 모르겠어.”“어이, 말 좀 해보세요.”“야, 김치전 이거 맛있다. 왜 이렇게 바삭하냐.”“아~ 딴 소리 하지 말고. 뭐 없었냐고.”“개 팰까, 진짜.”“어... 내가 어제 엠티 갔었잖아.”“오? 거기서 사건이 있었구만.”“미친, 그래서.”“일단 손은 잡았어.”“어? 야, 끝났네. 고백했어?”“아니.”“에? 아니 손까지 잡았는데 고백은 왜 안 해.”“그니까 양쪽 다 안 한 거지? 고백을.”“응.”“아니, 왜?”“고백할 타이밍이 안 나왔나 보지.”“야, 엠티 가서 그 긴 시간 동안 타이밍 한 번이 안 나온다고?”“상황이 뭐... 그렇게 마땅치 않았을 수도 있지.”“상황을 어떻게든 만들어야죠. 아~”“엠티 때 고백하기 싫을 수도 있죠? 다음에 둘이 만나서 할 수도 있잖아.”“고백도 타이밍이야.”“야, 좀 닥쳐 봐. 무슨 토론 하나.”“손은 어떻게 잡았어? 언제?”“밤에 술 마실 때... 힘들어서 좀 쉬려고 밖에 나갔는데 걔가 들어오는 거야. 그래서... 아직 쉬는 시간 안 끝났으니까 나랑 얘기 잠깐 하자는 식으로 했지.”“오~ 이 새끼 좀 멋있네?”“푸흐흑... 미치겠네.”“쉬는 시간 안 끝났으니까... 멘트 존나 오글거려.”“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