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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D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0 21:30:16

‘성진아! 넌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ㅎㅎ 마시고 기운 내 히히’

“소중한 사람이래... 와! 야, 말해 봐. 누구인 것 같냐? 혹시 초롱이가...?”

“아, 좀 조용히 말해. 무슨 초롱이가 나한테...”

“뭐라 답할 거냐?”

“누군지 알고 답을 해...”

“아니 뭐 최근에 엮인 사람 없어?”

“엮이긴 뭘. 너네랑 친해진 거 말고 없는데.”

“그럼 너한테 반한 사람이라도 있나? 그건 좀 역한데.”

“미쳤다고 누가 나 같은 사람한테 반해... 그리고 반한 사람이 쓸 만한 멘트는 아닌데.”

“그럼 서현인가?”

“서현이...?”

나도 모르게 그녀가 앉은 자리를 찾으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 내 주변을 계속 힐끗거리고 있었던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초롱이 아니면 서현이 아니냐? 네 말대로 널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쓴 거네.”

‘소중한 사람, 기운 내’

서현이라면 나한테 왜 소중한 사람이라고 했을까. 왜 기운 내라고 했을까. 그녀는 내 수치스러운 모습을 통해 다한증을 알게 되었고, 찢어진 종이를 보며 괴로워하는 내 모습도 보았다.

‘우리 친구잖아! 그러니까... 땀 때문에 괴로워하지 마! 나한테는, 히히.’

물론 내가 억지로 끼워 넣은 결론이지만 이 결론과 의문의 쪽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서현이였다. 난 다시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옆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쳤던 것은 내가 쪽지를 보고 어떤 반응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단지 우연이었던 걸까.

확신할 순 없으나 자꾸만 가능성이란 걸 생각하니 답답했던 속이 조금 풀렸다. 음료수를 조심스레 집어 들어 뚜껑을 열었다. 한 모금 마시니 바짝 말랐던 입 안이 행복해졌다. 나도 모르게 계속 들이키게 되었다. 순식간에 반을 해치웠다.

“진짜 시원하다.”

“아니, 좀 추측이라도 해 봐. 나 답답해.”

“답답해? 크큭.”

“뭐야, 갑자기 표정 왜 이렇게 해맑아.”

“좋잖아. 난 이런 거 받은 게 첨이야.”

“그래? 너도 모솔이네.”

“네. 모솔인데 뭐요.”

“서현이도 모솔이래.”

“큽... 아니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냥 잘해 보라고.”

“뭘 잘해 봐. 얜 지 어떻게 알고. 그리고 이건 고백 아니야.”

“아, 진짜 답답하네. 이게 뭔 고백이 아니야! 넌 꼭 좋아한다는 말이 들어가야 고백이냐?”

“아니... 이건 그냥 응원이야.”

서현이가 준 거라면, 응원이었다. 고백은 무슨 고백. 그냥 친구로서 너무 좌절하지 말라는 의미로 소소한 선물을 준 것이 맞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내 걱정하느라 계속 풀 죽어 있고 말도 없던 거였나. 갑자기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확실하지도 않은데 나한테 정이 뚝 떨어졌다는 이상한 억측을 했으니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무안해져 다시 음료수를 들이켰다. 근데 왜 자꾸 그녀가 준 것처럼 반응하고 생각하는 거지.

“아~ 뭔 응원 같은... 어, 너 손 왜 그래?”

그가 뻘겋고 퍼렇게 물든 내 손가락을 보며 말했다. 아까 화장실에서 쓸데없이 까불었던 게 티가 많이 났다.

“아, 어... 어제 집에서 다쳤어.”

“아니 얼마나 크게 다쳤길래 이래?”

“하하... 괜찮아. 곧 낫겠지.”

“출석 부를게요.”

교수님의 말씀에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음료수의 색깔처럼 하늘이 정말 맑았다. 덩달아 내 머릿속도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점심을 걸렀는데도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 같았다.

“김성진.”

“네!”

대학 입학 후 가장 씩씩한 대답이 나왔다. 강의실을 휘어잡을 정도로 우렁찬 소리는 아니었지만, 내 기준에선 이 정도면 자신감으로 꽉 차 있는 소리였다.

그녀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책상에 놓인 음료수의 용량이 바닥에 가까워진 걸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긍정적이고 건강한 정신으로 돌아왔으나 강의 내내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친구들에게 술자리에 빠진단 말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다시 가고 싶어졌다.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싶어졌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게 그녀를 위한 답례인 동시에 사과라고 생각했다. 혹여 선물을 준 사람이 그녀가 아닐지라도 난 이미 그녀를 믿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친구로 가슴속에 새겨놓았기에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했다.

‘얘들아 나 오늘 술 먹으러 갈게! 왔다 갔다 해서 미안...’

핸드폰을 집어 들어 단톡에 부끄럽지만 자신 있게 멘트를 보냈다.

‘엥? 속은 괜찮아?’

초롱이가 먼저 확인하고는 옆자리에 앉은 서현이를 툭툭 치며 톡을 보라는 손짓을 했다.

“푸흡...!”

그녀는 내 톡을 보자마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속으로 웃기 시작했다. 초롱이는 이렇게까지 반응해야 할 일인가 싶어 그녀를 힐끗거렸다.

‘아싸~ 그럼 성진이 새빨간 얼굴 구경할 수 있는 거양? ㅎㅎ’

나도 그녀의 답장을 보곤 미소가 지어졌다. 침울해 있던 그녀가 갑자기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기에 나는 조금 더 확신이 생겼다.

이 예쁜 선물은 그녀가 주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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