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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D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9 21:30:34

“아~ 막 ‘부우욱’하고 찢는 소리가 그거였어?”

“말로 하지 성진아. 크크큭.”

지호도 알고 있었다니. 물론 찢는 소리가 우렁찼기에 많은 애들이 알고는 있을 테지만 막상 얘기가 돌고 모두가 알기 시작하니 그녀가 더욱 의식이 되는지 이곳에 같이 있는 게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나무처럼 느껴졌던 소파에 못이 하나 박힌 것처럼 엉덩이가 따끔거렸다.

“시... 실수지. 내가 얘네랑 같이 된 게 얼마나 좋은데. 기뻐서 찢은 거야...”

그런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좋다니 다행이다.’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은 조가 된 것을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 사실 그녀도 내가 오늘 일들 때문에 자신을 점점 조심스러운 상대로 대하려 하는 건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었다. 침울한 상황 속에서 처음 내뱉은 내 긍정적 멘트에 그녀의 얼굴도 조금 생기가 돌았다.

“기뻐서 찢었대. 푸하핫~ 뭐 세레모니야?”

“아, 근데 슬슬 점심 메뉴 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오늘은 시간 널널하니까... 제육전골 어때.”

“자장면 끌리는데...”

“탕수육도 먹자!”

“아... 나 어제저녁에 먹었는데.”

“그럼 넌 짬뽕 먹으면 되지.”

“아니, 크크큭. 밥 먹고 싶어...”

“거기 볶음밥 팔아. 그거 먹어.”

“제육전골이 낫지 임마. 아니, 나 진짜 어제 먹었어... 오늘만 봐주라.”

“뭐, 그래. 그럼 다들 괜찮지?”

“응.”

“맛있겠다.”

“서현아, 넌? 근데 오늘 얘 왜 이렇게 말이 없는 것 같지.”

그 말이 내 귀에 박히자 나 때문에 말수가 없어졌다는 사실 확인이라도 할 것 같아 더는 견디기 힘들었다. 마치 수준 떨어지니까 무리에서 떨어져 주라는 부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전에 강의실로 같이 향하면서 내게 주었던 그녀의 진심 어린 위로는 이미 기억에서 삭제되었다.

“응? 졸려서 그런가...! 하핫. 나도 제육전골 좋아.”

“난... 속이 계속 안 좋아서 점심은 거를게. 정말 미안.”

그러면서 난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 너 진짜 많이 안 좋구나?”

“근데... 지금 어디 가게?”

“휴게실. 가서 좀 엎드려 있게.”

“그럼 오늘 술도 못 마셔...?”

“뭐... 그렇지 않을까. 지금 너무 힘들어. 미안해... 이따 봐.”

“어... 푹 쉬어.”

나는 재빨리 북카페를 탈출했다. 오늘 너에게 다한증을 들키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도망가고 있지 않을 텐데.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며 점심 메뉴로 싸우고 있을 텐데. 넌 왜 말이 없는 건데. 남들 앞에서 내가 애처럼 종이 찢은 게 창피해서? 아니면 다시 생각해보니 다한증 앓고 있는 사람을 친구로 두기 좀 껄끄러운 것 같아서?

그녀는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죄를 지은 듯 고개를 푹 떨구고 말았다.

“너 왜 이렇게 못 먹어?”

남들이 두세 그릇을 비우는 와중에 그녀는 아직도 한 그릇을 못 비우고 있었다.

“어? 아냐. 먹고 있어...”

“서현이 것 좀 남기자.”

“아냐...! 너희 많이 먹어.”

“아까도 그렇고... 무슨 고민 있어? 뭔 생각하는겨.”

“전 남친 생각하냐?”

“야, 전 남친 없거든?”

그녀는 깜짝 놀라 얼굴이 점점 복숭아가 되어가며 반박했다.

“어, 전 남친이 없다고? 서현이 모솔이었구나? 크크.”

“아? 아니...”

“크하하핫! 당했네.”

“죽을래? 아, 나 먼저 가볼게.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 이따 긁은 사람 알려줘!”

“갑자기? 핑계 대고 도망가는 거지?”

“진짜거든!”

한편 휴게실에서 엎드려 있었던 나는 다시 가방을 챙겼다. 휴게실을 방문하는 학생들로 점점 메워지면서 시끌시끌했다. 나는 조용한 공간이 어딜까 생각하다가 다음 강의실로 향했다. 아직 점심시간이 한창이었기에 강의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나는 구석 자리로 가 짐을 푼 뒤 다시 엎드렸다.

그녀는 식당에서 나와 편의점으로 향했다. 이온 음료 하나를 산 뒤 포스트잇과 펜을 꺼내어 몇 자 끄적인 뒤 음료에 붙였다. 그리곤 음료수를 손에 꼭 쥔 채 휴게실로 향했다.

‘어디 갔지?’

휴게실에 내가 없음을 확인한 그녀는 속이 안 좋다는 내 말을 떠올려 남자 화장실 앞으로 향했다. 하지만 몇 분을 기다려도 화장실 밖으로 나오는 남자는 없었다. 혹시 몰라 다른 층 화장실도 관찰했지만 헛수고였다. 강의 시간이 다가오고 복도도 점점 북적이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음료수를 가방에 넣고 강의실로 향했다.

침울한 표정으로 강의실 문을 열었는데 맨 뒤 구석 자리에 엎드려 있는 내가 눈에 들어오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음료수를 꺼내어 내 자리로 와 혹여 오해라도 살까 봐 주위를 두리번거린 뒤 재빨리 음료수를 놓고 나와 약간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내 옆자리에 앉은 정훈이가 부리나케 날 깨웠다.

“야, 이거 뭐냐?”

“후우... 뭐가.”

“누가 너한테 고백했잖아.”

“뭐라고?”

“아니 좀 봐봐. 와... 누구지?”

나는 생전 처음 듣는 소리에 어벙한 채로 음료수에 붙여진 쪽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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