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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작가: silver구슬

#1. [프롤로그&의뢰인]

작가: silver구슬
last update 게시일: 2026-04-03 11:22:00

마지막 임무가 곧 끝이 난다.

지긋지긋한 가면을 쓴 생활도, 사선을 넘나들며 시간에 쫓기는 삶도. 

더 이상 피를 흘릴 일도, 손에 피를 묻힐 일도 없게 된다. 

폐가 터질 듯 숨차게 도망갈 일도 없겠지.

그 희망을 품고 문을 연다. 

그동안 머물렀던 곳과 다른 세상의 향기가 밀려왔다. 

성공해서 새로운 삶을 살든, 실패해서 영원한 거짓말쟁이로 남아 죽음을 맞이하든 어쨌든 오늘이면 끝이 난다.

내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마지막 미션. 

곧 시작이다.

***

   

1년 전, 2월의 마지막 날. 

어둠이 짙게 깔린 숲속을 검은 인영이 유영하듯 움직였다.

가녀린 체구에 작은 키, 성인 남성이라 보기 어려운 실루엣이었지만 움직임만큼은 산을 길들인 맹수처럼 날렵했다.

‘곧 해결인데, 왜 이리 찝찝한지.’

안 그래도 숨이 찬데 가슴까지 단단히 동여매어서 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현신은 갑갑했다. 

이럴 때는 제일 거추장스러운 게 바로 여성스러운 신체가 아닐 수 없다. 

늘 남장을 해야 하는데, 압박 붕대를 뚫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슴 때문에 이래저래 옷 입기가 영 불편한 게 아니다. 

현신은 사람을 쓰러트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반대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단련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여성 요원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다양한 매력을 어필해 잠입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 했던 간호사 변장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역시 이렇게 몸으로 부딪치며 해결하는 게 속 편하다 느꼈다. 

수십 미터 뒤에서 자신을 쫓는 여러 무리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산세는 험악했다. 물론 저들도 힘들 것이다. 

그래도 현신이 그동안 이곳을 파악하고 다녔던 준비는 헛되지 않았다. 

밤에 달리려고 하니 발이 미끄러지기 일쑤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혹독하게 훈련한 몸은 이럴 때 진가를 발휘하는 법. 

‘드디어!’

그녀는 달리면서 바이크의 스마트키를 꾹꾹 눌러보았다. 삐삐- 저 멀리서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도로변에 검은 천과 나뭇가지로 오토바이를 덮어둔 것은 며칠 동안 자연스럽게 숨겨져 있었다. 

안도감과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고 미친 듯이 손끝이 저리고 목구멍까지 따가움을 느꼈지만, 능숙하게 시동을 걸었다.

저릿저릿 온몸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느끼며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숨을 쉬니 미칠 것 같았지만, 희망차게 바이크의 속력을 높였다.

비탈길 위로 올라가는 경쾌한 굉음이 밤의 정적을 갈라놓았다.

추격자들의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가고, 곧장 흙길에서 최단 거리 아스팔트 위로 바이크를 올려놓자 그녀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바이크의 속도는 올라갔고, 깊은 밤이라 소음은 더 거대하게 들렸다. 속도와 소리만큼이나 현신의 몸에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시간은 넉넉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지정된 좌표의 대형 빌딩에 이르러 현신은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나서야 그제야 편하게 숨을 내쉬었다. 

지금 엘리베이터 CCTV를 누군가 본다면 전투복에 머리도 짧은 데다가 검은 마스크까지 쓴 수상한 소년으로 볼 것 같았다.

‘풉.’

대한민국의 정의를 위해 어둠의 그림자 속에 사는 한비단(한국비밀단체) 소속의 요원 현신이 거울 속에서 웃고 있었다.

그녀는 스무 살이 지난 성인 여성이지만, 사정상 신분을 드러내고 지낼 수가 없어 짧은 머리에 복장은 항상 남학생처럼 하고 다녔다. 

거울 속의 자신은 산속을 헤매느라 고생한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났지만, 곧 미션이 완료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가벼워져 그런지 표정은 밝았다.

[미션명: 의료 비리 증거가 담긴 USB를 의뢰인에게 전달하라. 미션완수금: 2천만 원.]

현신은 미션을 떠올리며 곧 의뢰인을 만나게 되는 잠시 뒤를 기대해 보았다.

바로 주머니에 있는 USB에 담긴 자료만 넘겨주면 그녀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나게 된다. 

편안하게 술이나 한잔하면서 이 밤 어디 편안한 여관이나 모텔에서 두 발 뻗고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부자들은 높은 곳을 좋아하는지 엘리베이터 너머로 서울의 조용한 야경이 운치 있게 2월의 마지막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참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그녀는 곧장 의뢰인과 약속된 사무실로 향했다. 

복도에 카펫까지 깔렸다니.

돈이 많은 의뢰인이 머무는 사무실답게 건물은 고급스러움이 여기저기 묻어나 있었다.

똑똑-. 

그녀가 살며시 문을 두드리자 1초, 2초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그 순간.

“타임 오버.”

사무실 안에서 서늘하고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일순 현신의 몸이 굳어졌다.

설마, 의뢰인이 바뀌었나?

천천히 문을 열자, 어두운 사무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창밖 달빛과 도심의 네온사인만이 오로지 이곳에 닿을 뿐, 어떤 조명도 없는 이곳은 꽤 넓은 사무실이다. 

허리를 편 그녀는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의뢰인의 책상 앞으로 걸어가면서 눈앞의 사내를 관찰했다.

그곳에는 있어야 할 60대 정도의 남자는 없고,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자신을 맞이했다.

그가 일어나자, 검은 그림자가 거대하게 드리워졌다. 정글의 피라미드 정점에 선 포식자가 먹잇감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듯 숨 막히는 긴장감을 주었다. 

슈트 차림의 젊은 남자는 어둠 속에서도 한 걸음씩 다가설수록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겼다.

큰 통유리 창에서는 밤의 빛들이 그 남자를 축복하듯 은은하게 비춰주었다. 

짙은 눈썹이며 높은 콧대, 반듯한 미남형이라는 것은 희미한 실루엣만으로도 현신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일이 꼬인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덫에 걸린 건지.

현신의 입술 사이로 허탈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 숨결마저 얼어붙을 듯한 남자의 살기에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지난 일주일 동안 했던 모든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저 주저앉고 싶었다.

“쯧, 굼떠 가지고는.”

남자의 말에 현신은 바로 시계를 보았다. 의뢰인과 약속한 시각보다 절대 늦지 않았는데.

“누구십니까?”

그가 도대체 누구인지 진심으로 현신은 궁금했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silver구슬

이 소설은 저의 처녀작으로 라ON(요원 대안학교)-한비단(한국비밀단체)-빅토리아(세계요원양성기관) 작가가 창조한 세계관에서 상위 1%유능한 요원 현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계영을 만나 구원을 받는 정통 르와르 현대 로맨스입니다. 다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있지만, 소설 설정이니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야심찬 신작! [치명적인 거짓말]도 연재 시작했습니다. 전 종로 및 광역수사대에 근무하신 이회림 (드라마 시그널, 더킹, 보이스, 영화 사냥의 시간, 선물 등 시나리오 감수 다수)형사님의 범죄 자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송X(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 닥치고 내게로 와!, 언더커버 스캔들 등 웹소설 다수)의사 선생님의 의학 자문을 받아 내실 있게 구성한 장편 소설입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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