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타라 부인…….” 한 기자가 휴대전화 화면과 타라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 사진들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까?”
사진과 영상이 갑자기 퍼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타라는 애써 자신이 처참하고, 상처받았으며, 실망하고,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 사람처럼 보이려 했다. 기자들 중 누구도 그녀의 미소를 눈치채서는 안 됐다. 하나하나 자신의 계획이 실현될수록 곧 더욱 크게 번질 미소를.
그 질문에 타라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기자는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처음에는 그저 빅터 애쉬본과 타라에 관한 소문에만 관심을 보였지만, 이제 상황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
그러나 그 기쁨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요란하게 진동하면서 산산이 흩어졌다. 디지털 화면에 지미의 이름이 떠올랐다. 아드리안은 지체 없이 초록색 통화 버튼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논의 중에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도련님.”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지미의 목소리에는 망설임과 극도의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바로 본론부터 말해, 지미.”지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보고를 이어갔다.“방금 법무팀에 있는 우리 쪽 사람에게서 새로운 정보를 받았습니다.”아드리안이 미간을 좁혔다.“무슨 정보인데?”“현재 카라 아가씨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가…….”지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치 다음에 할 말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가늠하는 듯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어.”레너드는 집으로 향하는 내내 몇 번이나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조금 전 헬레나가 전화로 전해 준 소식을 믿을 수 없었다. 몇 번이나 운전기사에게 차를 더 빨리 몰아 집에 서둘러 도착하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그의 집은 도심 외곽에 자리하고 있었다.수십 년 동안 발몽 가문의 영광을 상징해 온 호화 주택가에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레너드는 소름이 끼치는 듯 몸을 떨었다. 집 안의 불빛은 여전히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평소 굳게 닫혀 있던 철제 정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법원 집행관’이라고 적힌 차량 한 대가 마당을 가로질러 주차되어 있었고, 제복을 입은 몇몇 직원들은 건물 외부 곳곳을 빠짐없이 기록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레너드는 지팡이 머리 부분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조금 전 법률 사무실에 있을 때부터 가슴을 짓누르던 불길한 예감이 이제는 완전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차 문이 열리자마자 헬레나가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그에게 달려왔다. 중년 여인의 화장은 눈물에 젖어 엉망으로 무너져 있었고, 오후부터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린 탓에 눈꺼풀은 심하게 부어 있었다.“여보…….”
아드리안은 그 말의 진실을 깨닫고 침묵했다.변호사의 날카로운 분석이 끝난 뒤 다시 침묵이 찾아온 가운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레너드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나무 표면 위에서 진동했다. 화면에는 헬레나의 이름이 떠 있었다.레너드가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몇 초 듣기도 전에 그의 표정이 서서히 긴장하고 창백하게 변했다.“뭐?”아내가 전해 온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알겠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레너드는 전화를 끊고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했다.그는 곧바로 지팡이를 집어 들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나 지금 집에 가야 해.”그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긴급한 상황임을 알아챈 R&H의 선임 변호사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됐는지 똑똑히 말해 봐, 아드리안.” 레너드가 경고하듯 말했다.조사관실에 들어온 뒤로 그들은 서로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레너드의 날카로운 시선은 계속 아드리안을 향하고 있었다. 단순히 아드리안이 연루된 사건에 자신까지 휘말렸다는 것만으로 마음속에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이 걸려 있는 것은 아니었다.카라의 칭얼거림과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딸의 울음소리 때문이기도 했다.“알고 있어.” 아드리안이 짧게 대꾸했다.밤이 더욱 깊어진 가운데, 두 사람의 발걸음이 R&H 로펌의 프라이빗 회의실로 들어섰다. 방 안에는 갓 내린 커피 향이 가득했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내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긴 테이블 위에는 사건 기록 사본과 외부 감사 결과 보고서, 그리고 지난 며칠 동안 법무팀이 확보한 여러 중요 서류가 담긴 두꺼운 파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서류 더미 중 어느 하나도 아드리안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그의 시선은 이미 테이블 끝에 먼저 자리를 잡은 레너드에게 향해 있었다. 방금 전 경고를 한 뒤로 중년의 남자는 아드리안을 외면하고 있었다. 마치 아드리안이 저지른 잘못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듯했다.
“아빠, 오늘은 제가 직접 차를 가져왔어요.”“알아.”“그럼 굳이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제가 직접 운전해서 가면 돼요. 게다가 아빠도 직접 차를 가져오셨잖아요?”“그래.” 빅터는 그 반박을 태연하게 무시했다. 오히려 남자는 두 사람이 함께 식사한 프라이빗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자동차 열쇠를 집어 들었다. “널 데려다준 다음에 회사 기사에게 차를 가져와서 나를 데리러 오라고 이미 말해 뒀어.”타라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정말 괜찮아요, 아빠. 저 그렇게 피곤하지 않아요.”“밤이 너무 늦었어, 타라. 내가 직접 집까지 데려다줘야 마음이 놓일 것 같구나.”남자가 전혀 결정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타라는 결국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며 물러섰다.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 호텔 복도를 지나 한적한 주차장으로 향했다. 빅터가 타라가 평소에 운전하는 중형 세단을 보자마자 이마를 깊게 찌푸렸다.“매일 이
타라는 방금 전 빅터의 질문 때문에 한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가 던진 질문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한 아이의 미래가 걸린 문제였다.타라의 시선이 천천히 옅은 김을 피워 올리고 있는 찻잔의 표면으로 향했다. 그렇게 몇 초가 흘러간 뒤에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리오라는 잘못이 없어. 거짓말 속에서 태어나는 건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타라는 다시 고개를 들어 빅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난 한 번도 그 아이를 미워한 적 없어.”빅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타라가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모든 걸 계속 내버려 두겠다는 뜻은 아니야.”빅터는 타라의 얼굴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폈다.“리오라가 내 곁에 있다는 게 오히려 나한테는 이득이 되지 않을까?” 타라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빅터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