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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안철
“임신하면 수영도 못 하나?”

유규한이 비웃었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내가 사랑하고 아껴 준다는 이유로 내 말을 우습게 여기니까 이런 짓까지 하는 거야!”

“혜라씨, 들어가자. 신경 쓰지 마. 아이가 정말 잘못돼도 지윤이 자신이 지은 죄의 대가야!”

송지윤은 연못에 몸을 담근 채 진혜라를 감싸고 떠나는 유규한의 뒷모습을 보다가 허탈하게 웃었다.

눈에서는 참았던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그리고 임신 사실을 확인한 날, 유규한이 눈이 빨개지도록 울던 모습이 떠올랐다.

유규한은 송지윤을 품에 꼭 안고 거듭 말했다.

“여보, 드디어 우리에게 아기가 생겼어! 이제 넌 나를 떠나지 않을 거야! 내가 맹세할게. 평생 너와 아기가 조금도 억울한 일을 겪게 하지 않겠어.”

그런 유규한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그는 거짓말뿐인 다른 여자를 위해 임신한 아내의 뺨을 때리고 연못에 빠뜨렸다.

심지어 아내에게 그 여자가 낳은 아이의 금팔찌를 찾으라며, 물속에 가둬 두기까지 했다.

송지윤의 상태를 본 부하가 안쓰러워하면서도 재촉했다.

“사모님, 서둘러 찾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벌써 임신 9개월이라 언제 진통이 올지 모릅니다. 혹시라도 잘못되실까 봐 걱정됩니다.”

낯선 사람도 걱정해 주는데 남편인 유규한은 이렇게까지 잔인했다.

송지윤은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물속으로 몸을 깊이 숙여서 금팔찌를 몇 번이고 찾아 헤맸다.

해가 떠 있던 때부터 어둠이 내릴 때까지 연못 물은 갈수록 차가워졌다.

송지윤은 온몸을 떨면서도 금팔찌를 찾지 못했다.

임신 8개월의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바닥까지 잠수해 손을 더듬을 때마다 오장육부가 뜯겨 나가는 듯 아팠다.

물가에서 지켜보던 부하들도 더는 두고 보기 힘들었다.

“벌써 밤 10시입니다. 이대로 두면 사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겁니다.”

“그래도 중령님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잖아.”

꼬박 4시간이 지났다. 송지윤의 손발은 물에 불어서 하얗게 변한 지 오래였다.

더는 버티기 어려워질 무렵, 뱃속의 아이도 거듭 몸부림치며 송지윤의 배를 찼다.

발길질은 갈수록 거세졌고 곧 아래로 잡아당기는 진통으로 바뀌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를 만큼 심한 통증이었다.

다리 사이로 뭔가 흘러내리는 감각까지 느껴졌다.

마침내 부하 한 명이 놀라 외쳤다.

“피입니다! 빨리 사모님을 끌어 올려요. 중령님께도 바로 전화해!”

전화는 곧 연결됐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진혜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 중령님은 지금 우리 아이와 함께 있어서 통화할 수 없어요. 송지윤이 금팔찌를 찾기 전에는 물 밖으로 나오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통화는 곧바로 끊어졌다. 부하들은 거의 의식을 잃은 송지윤을 보며 다급히 말했다.

“명령은 나중 문제야. 일단 사모님을 병원으로 모시자. 이러다 아이까지 목숨을 잃겠어!”

부하들이 송지윤을 안아 들고 저택 밖으로 뛰쳐나갈 때, 송지윤은 고개를 돌려 집 쪽을 한 번 바라봤다.

창문에는 따뜻한 불빛이 켜져 있었다.

유규한은 진혜라와 진혜라의 아들 곁에서 단란한 가족의 시간을 즐기고 있을 터였다.

‘나는?’

송지윤과 뱃속 아이는 목숨을 잃을 지경이었다.

병원에 실려 왔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배가 뒤틀리듯 아팠고 시야는 온통 까맣게 변하면서 흐려졌다.

의료진이 송지윤을 다급히 수술실로 밀고 갔다.

“산모에게 출혈이 있습니다. 조산이 시작된 것 같아요. 서두르세요!”

“제발... 우리 아이를 살려주세요...”

“안심하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의사가 급히 물었다.

“보호자는 어디 있습니까? 어서 보호자에게 연락하세요!”

부하들은 망설일 틈도 없이 유규한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을 걸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아예 수신을 거절했다.

부하 중 한 명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중령님이 지금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서...”

의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아내가 이 지경인데 대체 뭘 하느라 전화도 안 받고 끊는 겁니까? 수술 중 산모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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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안에서 부하의 보고를 듣자, 유규한은 표정은 더없이 험악해졌다.고속열차역이 바로 눈앞이었고 열차 출발 시각도 얼마 남지 않았다.그런데 하필 이때 진혜라가 죽겠다고 난리를 벌이고 있었다.혼자 죽겠다는 것도 모자라서 아이까지 데리고 가겠다니,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어떻게 할까요, 중령님? 계속 역으로 가시겠습니까?”“진혜라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내가 정말 떠나면 아이까지 데리고 죽을지도 몰라.”유규한은 역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떨리는 목소리로 지시했다. “돌아가.”“알겠습니다!”차가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다시 연락이 왔다. 진혜라는 과다 출혈로 병원에 실려 갔고 아이는 무사하다는 내용이었다.이미 열차를 놓친 유규한은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미쳤어? 정말로 자살을 시도하면 어떡해?”“맞아. 죽을 뻔했다는 거 알아?”“유규한 하나 때문에 목숨까지 버릴 생각이야? 진짜 우울증도 아니면서... 네가 저지른 일을 봐. 너무 끔찍하잖아.”밖에 서 있던 유규한은 귀를 의심했다.‘진혜라에게 우울증이 없다고?’‘지금까지 나를 속인 건가?’“그때는 너무 화가 나서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유규한이 송지윤을 찾으러 가게 두면, 나와 유규한은 정말 끝이라는 생각뿐이었어.”“그래도 아이를 안고 같이 죽으려고 하면 안 되지. 아기가 무슨 죄야.”“저 아이가 죄가 없다고?”진혜라가 비웃었다. “저 아이만 아니었어도 내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어! 유규한이 아이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걸 의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진혜라, 방금 뭐라고 했어?”진혜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발길질 한 번에 활짝 열렸다.유규한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던 진혜라는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곁에 있던 친구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저마다 핑계를 대며 황급히 병실을 빠져나갔다.병실 안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진혜라는 불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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