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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eur: 무언
조해린의 메시지가 도착하자마자, 영상 속 구정남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양심에 찔린 사람처럼 아래쪽을 흘끗 보고, 다시 예은채를 바라봤다.

[여보, 방금 뭐라고 했어?]

구정남의 목소리는 억눌려 있었다.

예은채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 세워 두고 팔짱을 꼈다.

“왜 그래? 갑자기 표정이 안 좋네.”

[아무것도 아니야.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봐.]

예은채는 그렇게 그를 바라봤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정남은 이미 조해린에게 휘둘려 아내의 반응을 살필 여유조차 없었다.

예은채는 차갑게 웃었다.

“바쁘면 일 봐. 난 잘게. 고객이 너무 까다로우면 끝까지 잘 모셔.”

그녀는 구정남이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역겨워.”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

수온을 가장 높게 올렸다. 뜨거운 물이 예은채의 몸 위로 쏟아졌다.

구정남이 집에 돌아올 때마다 그녀는 늘 다른 향수 냄새를 맡았다.

그런데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오늘에야 알았다.

구정남과 조해린은 매일 이런 식이었다.

정말 역겨웠다.

구정남이라는 남자 자체가 역겨웠다.

욕실에서 나온 예은채는 방에 걸린 결혼사진을 바라보다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녀는 자기 이불을 챙겨 손님방으로 갔다.

‘괜찮아. 곧 떠날 거야.’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예은채는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렸다.

수술을 거친 몸은 아직 몹시 지쳐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깊은 잠에 빠졌다.

...

다음 날 아침, 예은채는 구정남의 키스에 눈을 떴다.

“왜 이 방에서 잤어?”

구정남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아침에 당신이 없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예은채는 그 키스를 조용히 피했다.

“결혼 전엔 이 방에서 잤잖아. 요 며칠 몸이 안 좋아서 여기로 왔어.”

“오늘 밤엔 내가 집에 있을게.”

구정남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내의 손을 잡았다.

“여보, 고생 많지? 아기가 태어나면 내가 혼내 줄게.”

그리고 눈에 담긴 걱정은 거짓이 아니었다. 사랑처럼 보이는 감정도 전부 거짓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은채의 시선은 구정남의 목덜미에 남은 붉은 자국에 멎었다.

그 순간, 구정남의 다정한 말들은 전부 위선으로 다가왔다.

“괜찮아. 나는 옆에 사람이 있으면 잠을 잘 못 자. 당분간 따로 자자.”

예은채는 구정남에게 잡힌 손을 빼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구정남은 그녀 앞을 막아서며 조심스레 물었다.

“나 어제 너무 피곤했어. 영상통화는 언제 끊긴 거야?”

예은채는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

구정남은 불안해졌다.

어제 그는 조해린에게 정신이 팔려 영상통화 중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조해린이 예은채는 눈치채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새벽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방에 예은채가 없다는 걸 봤을 때,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를 발견한 뒤에야 조금 안심했다.

하지만 지금 예은채의 차가운 눈을 마주하자 불안은 다시 커졌다.

예은채는 그저 조용히 구정남의 손을 떼어 냈다.

이어 달래듯 옅게 웃었다.

“어제 잠들었어. 언제 끊겼는지 기억 안 나.”

그 말을 듣자, 구정남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

예은채는 그를 더 상대하지 않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구정남이 따라 들어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두 손이 예은채의 아랫배를 더듬었다.

“여보, 더 잘 먹어야 해. 아기가 하나도 안 큰 것 같잖아.”

예은채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그곳에는 이제 아이가 없으니까.

“우리 아이가 너무 보고 싶다.”

예은채는 그 손을 떼어 냈다.

“지금 씻어야 해. 나가서 기다려.”

구정남은 예은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래. 밖에서 기다릴게.”

그가 나간 뒤, 예은채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방금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조해린이었다.

역시나 조해린은 또 길게 녹음 파일을 보내왔다. 침대 위에서 둘이 주고받은 낯 뜨거운 말들이었다.

[영상도 있는데 그건 안 보여 줄게. 너 충격받을까 봐. 너도 아이 있잖아.]

[정남 오빠 어젯밤 한숨도 못 잤어. 내가 너무 힘들게 했거든. 내 뱃속에 있는 아기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안 돌아갔을걸.]

[몰랐지? 임신했어도 오빠는 나랑 있는 걸 더 좋아해.]

[너 그냥 죽어 주면 안 돼? 그래야 나랑 정남 오빠가 같이 살 수 있잖아.]

예은채는 대화 기록을 저장한 뒤 조해린을 차단했다.

조해린의 메시지는 매번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발과 저주뿐이었다.

예은채는 차갑게 웃었다. 구정남의 안목이 이 정도까지 추락했을 줄은 몰랐다.

어차피 떠날 것이다.

떠나기 전, 두 사람에게 작은 흠집 하나쯤은 남겨 주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한 예은채는 핸드폰을 들어 변호사 친구에게 연락했다.

욕실에서 나왔을 때, 구정남은 핸드폰을 보며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예은채는 남편과 다투고 싶지 않아 못 본 척 다이닝 룸으로 향했다.

그녀가 나오자 구정남은 급히 핸드폰을 치웠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

“오늘은 고객 안 만나?”

예은채는 물 한 잔을 따르며 은근히 비꼬았다.

“오늘 아기 옷 사러 가기로 했잖아.”

구정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품에 안았다.

“게다가 어제 결혼기념일을 제대로 못 보냈으니까 오늘은 당신이랑 함께 있으면서 보상해 줄게.”

거절하려던 예은채는 이미 사라진 아이를 떠올리고 마음이 약해졌다.

“기념일은 됐어. 아기 물건을 사고 싶어.”

구정남은 아내의 가라앉은 기분을 눈치채지 못하고 기쁜 얼굴로 사람을 불러 차를 준비하게 했다.

그는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예은채는 문득 이 남자가 두 사람의 결혼식을 준비하던 때를 떠올렸다.

구정남은 예은채를 사랑했다.

다만 그 사랑은 더 이상 온전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사랑을 다른 여자에게도 나눠 주었다.

그리고 자기 몸을 더럽혔고, 예은채와의 결혼도 더럽혔다.

“여보, 다 준비됐어. 가자.”

예은채는 구정남을 따라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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