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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Author: 적매화
갑작스러운 제안에 소한은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그가 답하기도 전에 임학은 소한에게 주먹을 날렸다.

소한은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했다.

허공에 주먹을 휘두른 임학의 몸이 술상에 엎어졌고 음식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음식을 들어 소한에게 던졌다.

소한은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섰다.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친 것이오?”

이것은 취기가 아니었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이런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임학의 옷자락이 어지럽혀있었다.

임학은 신경 쓰지 않는 듯 손가락으로 소한을 가리키며 말했다.

“원이의 마음에 상처를 줄 시 내 자네를 가만두지 않겠네!”

소한은 차가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옷 정리를 했다.

“전에도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군.”

그때는 김단을 위해 말했었다.

멈칫하던 임학이 말을 이었다.

“이제는 원이의 정혼자이니 탐욕 부리지 말게.”

“자네가 먼저 제안했소. 난 아무 말도 안 했소.”

소한은 차분하게 다른 쪽에 앉았다.

임학은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알고 지낸 지가 몇 해인데 내가 자네 속셈을 모를 것 같소? 단이가 그날 수정과를 가져가지 않아 오늘 특별히 챙겨주지 않았소?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수정과를 원이에게 보냈다네. 단이는 자네에게 마음이 없네. 그만 질척거리시오!”

‘내가 질척거려? 먼저 질척거린 게 누구인데.’

소한은 마음속 말을 삼킨 채 술잔을 들이켰다.

소한의 옆에 털썩 주저앉은 임학은 술병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소한의 뇌리로 상흔과 발진이 얼기설기 자리 잡은 김단의 팔이 스쳐 지났다.

옆 방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뒤 밖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불꽃놀이가 시작한 듯 시끌벅적해졌다.

사람들은 하늘에 터지는 화려한 불꽃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두 사람도 고개를 들어 밖을 바라보았다.

창가에 기대 손을 흔드는 여인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불꽃을 즐기는 형체가 두 사람의 시야로 다가왔다.

올해의 불꽃은 다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한편, 김단은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밖에서 몸종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불꽃의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러나 김단은 자기 발끝만 바라보았다.

숙희가 따듯한 차를 들고 흥분한 얼굴로 들어왔다.

“아씨, 불꽃놀이가 얼마나 멋진지 모릅니다. 차를 드신 뒤 같이 나가서 구경하셔요.”

김단은 숙희가 건네준 차를 한 모금 들이킨 뒤 고개를 저었다.

“불꽃을 싫어한다.”

숙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릴 적 김단은 임학과 함께 불꽃놀이를 즐기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고 들은 적 있었다.

숙희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도련님 때문에 속상하셔서 그러신 겁니까? 아씨 그러지 마시고 즐기셔요. 도련님께서도…”

“그분과 상관없다.”

단호하게 말한 김단은 숙희를 바라보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냥 싫은 것뿐이다.”

예전에는 세상에서 불꽃놀이가 제일 좋았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을 싫어할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세답방에서 고된 일을 하며 궐에 갇혀서 본 불꽃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녀의 처지를 더욱 잘 보여줄 뿐이었다. 그 뒤로 김단은 불꽃이 싫었다.

숙희는 말없이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창밖으로 화려한 불꽃이 일렁였다. 몸종들의 흥분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날, 음력 1월1일.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김단은 조모님께 문안을 드리러 갔으나 몸종이 막아서는 바람에 들어갈 수 없었다.

“큰 마님께서 편찮으십니다. 금일 아씨의 문안은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김단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모님 병세가 어떠냐?”

“의원을 부르러 갔사옵니다.”

아직 의원이 들지 않았기에 병세를 알 수 없었다.

얼마뒤 의원이 황급히 달려왔다.

곧이어 진산군과 정부인도 달려왔다.

고뿔에 걸려 앓고 있는 임원도 달려왔다.

반 시진이 지난 뒤, 의원이 밖으로 나왔다.

“어떠냐?”

진안군이 초조한 얼굴로 다급히 물었다.

의원은 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감마님, 큰 마님의 병세는 쇤네가 전에 말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사옵니다.”

진산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임씨 부인은 의원을 배웅하고 오자마자 김단이 그녀에게 물었다.

“조모님께서 많이 안 좋으십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진산군을 쳐다보던 부인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세가 많으시니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안 좋아질 수밖에… 어쩌면…”

임씨 부인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김단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진산군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중전마마께서도 네 조모님의 상황을 알기에 이리 풀어주신 것이다.”

진산군은 울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단의 두 눈이 빨갛게 변해다.

옆에 서 있던 임원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내의원의 어의를 불러오면 안 됩니까?”

진산군 부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진산군댁의 의원은 약왕곡의 의원이다. 오래전 진산군에게 목숨을 빚진 의원은 진산군댁의 의원이 되어 그들을 돌봤다.

그의 의술은 내의원의 어의 못지않게 훌륭했다.

김단은 조모님이 깨실 때까지 밖에서 지키고 있으려 했으나 한사코 자기가 지키겠다는 진산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러섰다.

별당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숙희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씨, 마님께서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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