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데미안은 깊고 짙은 눈빛으로 시엔나를 내려다보았다. 거실의 어스름한 램프 불빛 아래에서, 데미안은 가쁜 숨을 참느라 위아래로 크게 요동치는 시엔나의 가슴과,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망설임을 대신하여 서서히 채워져 가는 순응의 빛을 명확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난... 확신이 서지 않아요, 데미안." 시엔나의 목소리는 나지막했고, 흐트러진 자신의 호흡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나를 믿지 못하는 건가요?" 데미안이 가쁜 숨을 내쉬며 열정이 서린 눈빛으로 물었다.시엔나의 심장이 미친 듯이 거세게 뛰었다. 그녀는 그를 거절할 이성을 찾으려 데미안의 눈동자를 몇 초 동안 빤히 응시했다.그러나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데미안의 청을 거절할 명분 따위는 시엔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데미안은 여전히 그녀의 법적인 남편이었고,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시엔나는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떨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천천히 올려져 데미안의 단단한 턱선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그 어떤 말보다 확실하게 허락을 건네는 무언의 대답이었다.데미안의 입가에 옅고 안도하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남자는 붉게 달아오른 시엔나의 뺨 위를 엄지손가락으로 쓸어 넘긴 뒤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이마에 감사가 가득 담긴 부드러운 입맞춤을 건넸고, 눈꺼풀을 거쳐, 마침내 더 깊고 조심스러운 삼킴으로 그녀의 입술을 다시 채워나갔다.시엔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피부에 닿는 데미안의 손길에 그녀의 몸이 기분 좋게 굳어갔다.데미안이 겹쳐 있던 입술을 떼어냈다. 그는 상체를 일으켜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던졌다.셔츠가 아무렇게나 던져지자, 데미안은 다시 시엔나의 몸을 감싸 안았고,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시엔나의 몸은 부드럽게 꿈틀거렸다.두 사람은 격정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었다. 1년 전 계약 결혼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완벽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작은 방 안에 달콤한 교성이 울려 퍼졌다. 시엔나의 몸이 젖어 들며, 데미안이 이끄는 리듬에
사이먼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방금 아내가 내뱉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베아트리스, 이제 그만 받아들이게.""절대로 안 돼요!" 베아트리스가 남자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노려보았다. "당신 정말로 우리 아들이 저런 출신 성분도 불분명한 여자와 사는 걸 내버려둘 작정이에요?""시엔나는 출신 성분이 불분명한 여자가 아니야," 사이먼의 어조가 한층 단호해졌다. "데미안이 직접 선택한 사람이다. 우리는 반대할 게 아니라 지지해 주어야 해.""난 저 둘의 관계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어요," 베아트리스가 완강하게 고집을 부렸다. "지금도, 앞으로 영원히도요."줄곧 침묵을 지키며 듣고 있던 엘레나가 마침내 거들고 나섰다. "아빠, 엄마 말이 맞아요. 시엔나는 아무것도 아닌 여자라고요. 그 여자는 그저 오빠를 이용하려는 것뿐이에요. 그 여자의 야망과 이기심 때문에 우리 가문이 파탄 나는 꼴을 볼 수는 없잖아요."사이먼은 고개를 돌려 딸을 바라보았다."그 여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엘레나가 말을 이어갔다. "친부조차 그 여자를 증오해요. 집안 배경도 우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죠. 게다가 매장 점원에, 밤 업소에서 음료 배달까지 했던 여자예요. 그런 여자가 블랙웰 가문의 며느리로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엘레나," 사이먼이 미간을 찌푸리며 꾸짖었다."전 사실만 말하는 거예요, 아빠," 엘레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시엔나는 우리 가문의 기준에 한참 못 미쳐요. 만약 오빠가 정말로 그 여자를 고집하다가 사람들이 그동안 시엔나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게 된다면,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블랙웰 그룹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뭐라고 하겠냐고요?"베아트리스가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사이먼을 바짝 압박했다. "당신도 들었죠? 엘레나조차 내 말에 동의하잖아요."사이먼은 잠시 침묵하며 아내와 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명확한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너희 둘은 데미안에게 일어난 변화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구나," 사이먼이 마침
시엔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손은 공중에 멈춰 서 있었고, 싱크대의 물은 수도꼭지에서 계속 흘러내려 손가락 끝을 적시고 있었지만 그녀는 신경조차 쓰지 못했다."시엔나," 데미안이 백허그를 한 팔에 조금도 힘을 빼지 않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그가 질문을 되풀이했다. "대답해 줘, 정말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없어?"시엔나는 마음을 가다듬으려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데미안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오늘 낮에 어머니가 당신을 찾아갔다는 거 다 알고 있어," 데미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어머니가 당신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도 다 알고 있고."시엔나는 흠칫 놀랐다. 그녀는 포옹 속에서 천천히 몸을 돌려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두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고, 놀란 기색이 얼굴에 선명하게 드러났다."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데미안이 물었고, 그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서운함과 실망감이 서려 있었다.시엔나는 시선을 내리며 자신의 티셔츠 끝자락을 손가락으로 쥐어틀었다. "난... 당신과 당신 어머니 사이에 불화가 생기는 걸 원치 않았어요.""시엔나.""두려웠어요," 시엔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말하면 당신이 어머니와 다툴 테니까요. 내가 당신들 관계를 더 안 좋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데미안은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누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스스로 참아내기만 하는 시엔나의 태도에 가슴속이 소용돌이쳤다." 전부 다 털어놓아 봐," 데미안이 이번에는 한층 더 부드럽게 말했다. "어머니가 당신한테 뭐라고 했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데미안은 시엔나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시엔나는 잠시 주저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베아트리스가 퍼부었던 막말들, 내뱉었던 협박들, 그리고 깨진 향수 병 사건까지. 몇몇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녀는 가능한 한 솔직하게 전달하려 애썼다.그 세부 사항 하나하나를 들을 때마다 데미안의 턱 근육이 딱딱하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시엔나는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네, 잠시만요!"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그녀가 소리쳤다.문 열자 배달 기사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주문하신 음식입니다." 기사가 음식 봉투를 내밀었다.시엔나는 봉투를 받아 들고 영수증에 적힌 금액만큼 결제를 마쳤다."감사합니다," 시엔나가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시엔나는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주방 근처 식탁으로 걸어가 밥과 반찬이 담긴 용기들을 하나씩 열어 정갈하게 차려놓았다. 데미안이 좋아하는 따뜻한 국물 향이 소박한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시엔나가 접시 옆에 수저를 가지런히 차려놓고 있을 때, 계단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식탁으로 시선을 되돌렸다.데미안이 식당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머리칼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었다. 민소매 티셔츠에 편안한 슬랙스를 입은 차림이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는 이전과 다른 기색이 감돌고 있었다. 들어올 때만큼 밝은 얼굴이 아니었다. 그의 눈은 나지막하면서도 가늠하기 힘든 깊은 시선으로 시엔나를 응시하고 있었다—마치 무거운 무언가를 가늠하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데미안의 발걸음이 상석 의자 바로 옆에서 멈춰 섰고, 그는 시엔나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시엔나는 식탁 위에 음식을 차리느라 바빠 데미안의 표정 변화를 자각하지 못했다."씻고 나왔어요?" 시엔나가 돌아보지도 않은 채 물었다. "앉으세요, 거의 다 차렸어요." 시엔나는 마실 물을 가지러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데미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의자를 빼내어 자리에 앉았고, 그의 눈은 작은 주방과 식탁 사이를 민첩하게 오가는 시엔나의 모습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자신의 저택에 있었을 때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차려내는 그녀의 모습이었다.데미안은 시엔나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고, 그의 기억은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사무엘로부터 받은 메시지로 되돌아갔다.[대표님, 지시하신 대로
시엔나는 뒤집개를 손에 쥔 채 가스레인지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손은 공중에 멈춰 있었고, 마치 영혼이라도 빠져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그녀의 정신은 여전히 오늘 오후의 일에 사로잡혀 있었다. 분노로 일렁이던 베아트리스의 얼굴이 잔상처럼 떠올랐고, 귓가에는 그녀의 날카로운 독설이 생생하게 맴돌았다.'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시엔나!''평생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시엔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공중에 떠 있던 손이 힘없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주방 벽면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자신이 과연 이 모든 압박을 버텨낼 수 있을까? 베아트리스가 계속 이런 식으로 죄어온다면, 데미안이 정말로 약속했던 것처럼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시엔나는 자신의 생각 속에 깊이 잠겨버린 나머지, 눈앞의 프라이팬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탄내를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띵동!갑작스러운 초인종 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시엔나는 흠칫 놀라며 프라이팬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머나!"프라이팬 바닥에서 옅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내용물은 이미 여기저기 검게 타버린 상태였다. 시엔나는 서둘러 불을 껐고, 이미 손쓸 수 없이 망가져버린 요리를 한숨을 쉬며 바라보았다.초인종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시엔나는 대충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현관문으로 다급히 걸어 나갔다.문을 열자, 정장이 살짝 구겨져 있었지만 얼굴만큼은 활기가 넘치는 데미안이 서 있었다.시엔나는 서둘러 복잡한 머릿속을 감추기 위해 입가에 미소를 크게 지어 보였다. "왔어요?"데미안은 인사에 대답하는 대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고,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무슨 탄 냄새지?"시엔나는 깜짝 놀라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요리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변명을 대며 다급히 웅얼거렸다. "잠시 욕실에 다녀온 사이에 요리가 다 타버렸지 뭐예요."데미안은 잠시 시엔나를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작게 실소를 터뜨렸다. "당신에게도 이런 얼렁뚱땅한 면이 있었군.""네?" 시엔나가 미간
시엔나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줄리안의 말을 듣고도 차분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두 사람 사이의 계약 결혼에 대한 전말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기에, 시엔나는 여전히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설명을 건네야만 했다."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줄리안," 시엔나가 마침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전엔 우리 둘 다 이기적이었어요.하지만 지금은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았고요."줄리안은 순간 흠칫했다. 방금 전 너무나 명확하고 단호하게 상황을 정돈해 버린 시엔나를 바라보며 그는 몇 초간 말을 잊었다."그러니까 당신, 정말로 데미안을 다시 받아들였다는 거군요." 줄리안이 되물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나지막한 확인에 가까웠고, 목소리에는 완전히 감추지 못한 씁쓸함과 실망감이 번져 있었다.시엔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속내를 전부 털어놓아 버렸음을 깨달았으나, 말을 다시 주워 담지는 않았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줄리안은 씁쓸하게 웃어 보였고, 그 미소에는 기쁨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당신에게 관심조차 없던 남자에게 왜 다시 돌아가려는 겁니까?" 줄리안이 갑자기 어조를 높였다. 억눌러왔던 울컥함과 짜증이 목소리에 서서히 실려 나오기 시작했다.시엔나는 그 강경한 어조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줄리안을 바라보았다."왜 그런 식으로 말하죠?" 시엔나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한층 더 단호해졌다. "그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든 없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에요?"줄리안은 순간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선을 넘지 않으려 깊게 숨을 내쉬며 스스로를 가라앉히려 애썼다.그러나 줄리안이 더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시엔나가 먼저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나한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려고 찾아온 거라면," 시엔나의 목소리는 서늘하고 칼같이 단단했다. "더 이상 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난 잘 알고 있으니까요, 줄리안. 당신이 참견할 일이 아니에요."시엔나는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