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180장호텔 방 안의 거대한 거울은 붉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인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똑바로 선 채 거의 표정이 없는 얼굴이었지만, 차가운 눈빛 뒤편으로는 오랫동안 품어온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이제 '카리나'라는 이름 뒤에 숨은 노라는 자신의 비친 모습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새로운 신분을 선사해 준 완벽한 성형 수술로 만들어진 턱선을 그녀는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레베카 캐시 카스티요..." 그녀가 썩소를 지었다.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시선이었다."그 모든 일이 있고 나서도,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노라는 천천히 창가로 걸어갔다. 그녀는 커튼을 살짝 젖혔다. 좁은 틈새를 통해 바로 옆방인 새뮤얼의 방 발코니가 시야에 들어왔다."새뮤얼 윌슨은 조만간 나한테 돌아오게 되어 있어." 그녀는 다시 거울 앞으로 돌아왔다."네가 나보다 잘난 줄 알아, 레베카? 난 모든 걸 잃었어. 내 평판도, 가문도, 미래도... 내 아버지는 감옥에 계셔. 어머니도 아버지와 함께 끌려 내려갔고. 그게 다 너 때문이야!"그녀의 주먹이 바짝 쥐어졌다. 분노로 인해 손가락이 심하게 떨렸다."난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너도 나처럼 모든 걸 잃게 될 거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날 때, 난 네 삶의 잿더미 위에 서서... 네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의 손을 잡고 있을 테니까."노라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 뒤, 탁자 위의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카스티요 프로젝트의 비밀 파일들을 연 그녀는 내부에서 공작을 펼칠 수 있는 모든 약점을 면밀히 기록해 나갔다."다음 단계는 준비 완료야. 오늘 밤은 숙면을 취해 둬, 레베카. 내일부터 네 인생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할 테니까."한편, 옆방에서는 레베카와 새뮤얼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두 사람 앞에는 펼쳐진 몇 권의 결혼식 카탈로그—장식, 드레스, 예식장 정보—가 놓여 있었다.새뮤얼은 레베카의 어깨를 한쪽 팔로 감싸 안은 채 편안하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그럼, 정말
제179장새뮤얼이 호텔 방문을 열고 레베카를 먼저 들여보낸 뒤 뒤따라 들어가 문을 조용히 닫았다. 방 안은 환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으며, 새뮤얼 특유의 시원하고 은은한 남성용 향수 내음이 여전히 감돌고 있었다. 레베카는 팔짱을 낀 채 여전히 씩씩거리는 표정으로 걸어 들어갔다."그 여자가 당신을 껴안고 있는데 그냥 그러고 서 있었다니 진짜 믿을 수가 없네," 그녀가 툴툴거렸다.새뮤얼이 나지막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 "나도 진짜 너무 놀랐어, 맹세해. 그냥 순간적으로... 그렇게 된 거야."레베카는 거대한 통창 앞에 서서 바깥을 응시했지만, 눈동자는 어디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가 몸을 획 돌려 새뮤얼을 노려보았다."속으로는 내심 좋았지, 그렇지?"새뮤얼이 양손을 들어 올렸다. "어이, 혼자 이상한 소설 쓰지 마. 당신도 직접 봤잖아—나 그 여자 맞안아주지 않았어. 그 여자가 먼저 나한테 덤벼든 거라고.""하지만 밀쳐내지도 않았잖아. 그냥 석상처럼 가만히 서 있었으면서."새뮤얼이 한 걸음 다가서며, 솟구치는 미소를 억지로 참아내고 레베카를 바라보았다. "좋아... 그러니까 지금 질투하는 거 맞지?"레베카가 헛웃음을 쳤다. "당연히 질투 나지! 어떤 약혼녀가 웬 낯선 여자가 자기 남자를 저렇게 대놓고 안아대는데 가만히 있겠어?"새뮤얼이 기분 좋게 환한 미소를 짓더니, 불시에 레베카의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쪽 키스를 내리부었다."새뮤얼!" 레베카가 놀라 반 걸음 뒤로 물러섰다. "싸우는 도중에 갑자기 이러기야?!"새뮤얼이 싱긋 웃었다. "당신이 질투해 줘서 진짜 너무 좋다. 나한테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잖아."" 그렇다고 싸우는 도중에 마음대로 키스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거든," 레베카가 응수했지만, 이미 그녀의 입꼬리는 부드럽게 풀려가고 있었다.새뮤얼이 레베카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다시 그녀를 바짝 끌어당겼다. "난 그저 한 가지만 확실히 해두고 싶어서 그래...""뭔데?"새뮤얼이 그녀의 눈을 깊게 응시
제178장그날 오후, 호텔 로비는 제법 붐비고 있었다. 투숙객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렸고, 호텔 직원들은 각자의 업무로 분주했다.인파 속에서 새뮤얼은 유유히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클라이언트와의 내부 미팅을 막 마치고 돌아온 참이었다. 그의 눈가에는 약간의 피로가 서려 있었지만, 표정은 오늘 아침보다 훨씬 차분해져 있었다. 점심 식사 전에 레베카를 만날까 고민하던 차였으나, 옆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세게 들이받는 바람에 그의 발걸음이 멈추어 섰다."아! 죄송해요!" 당황한 여자의 목소리가響겼다.새뮤얼이 급히 몸을 돌렸다. 크림아이보리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바닥에 넘어져 있었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일부 가리고 있었다. 챙겨 들었던 핸드백은 옆으로 튕겨 나가 소지품 몇 개가 어지럽게 들어차 있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앞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네요." 새뮤얼이 재빠르게 쪼그려 앉아 여자의 소지품을 함께 주워 담으며 말했다.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미소는 다정했고, 커다란 눈망울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너무 서두르다 그만."새뮤얼이 손을 내밀었다. "일으켜 드릴게요."여인—사실은 카리나로 위장한 노라—이 새뮤얼의 손을 잡았다. 남자가 그녀를 부드럽게 끌어올려 주자, 그녀의 몸이 갑자기 앞으로 쏠리며 그의 품 안으로 무너지듯 푹 꺾여 들어왔다."앗! 너무 죄송해요...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카리나가 달콤한 어조로 속삭였다.새뮤얼은 놀라 반사적으로 그녀를 받아 안았다. 카리나의 손이 그의 가슴 위에 올려졌고, 그녀의 머리가 그의 턱에 닿을 듯 바짝 밀착되었다. 그 찰나의 순간은 단 몇 초에 불과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그리고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레베카였다.레베카는 해외 클라이언트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막 호텔 레스토랑을 나오던 참이었다. 로비를 훑던 그녀의 눈동자가, 낯선 여자에게 안겨 있는 새뮤얼의 모습에 즉시 고정
제177장레베카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고개를 높이 들고 회의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젯밤 느꼈던 감정의 혼란을 내비치는 기색이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회의실 안에는 이미 자스코 측 몇몇 임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테이블 상석에 앉아 있던 자스코 본인은 직원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레베카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남자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레베카 양, 마침내 합류해 주셔서 기쁩니다." 자스코가 악수를 건네며 인사를 했다.레베카는 정중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좀 늦어서 죄송합니다, 기술적인 조율 건이 좀 있어서요.""괜찮습니다." 자스코가 태연하게 답했다. "자리에 참석해 주셨다는 게 중요하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레베카는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논의할 서류들을 준비했다. 몇 번인가 자스코와 시선이 마주쳤지만, 그녀의 눈빛은 차갑고 프로페셔널했다. 대립의 기색도, 분노의 기색도 전혀 없었다. 마치 어젯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자스코는 호기심에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하지만 이내 차분함을 유지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아마도 새뮤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레베카가 정말로 어젯밤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모든 것이 무사할지도 몰랐다."2단계 개발 발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레베카가 첫 번째 슬라이드를 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단단하고, 명확하며, 위엄이 서려 있었다.논의는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레베카는 자재를 숙련되게 다루며 대화를 이끌었다. 그녀는 전략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며, 때때로 날카로운 조언을 던지기도 했다. 자스코는 매료된 듯했다—발표 내용뿐만 아니라, 어젯밤에 보았던 유혹적인 모습과는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되는 레베카의 차갑고 도도한 태도 때문이었다.회의가 끝날 무렵, 자스코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레베카 양, 오늘 발표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아주... 감명받았
제176장레베카는 호텔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밝은 브라운 컬러의 블레이저에 블랙 트라우저를 매치한 차림새는 단정하고 프로페셔널해 보였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함이 감돌고 있었다. 눈가는 퉁퉁 부어 있었다.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낸 탓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예정대로 미팅에 참석했다. 마음을 돌릴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서류를 들고 지나가던 바니와 하마터면 부딪칠 뻔했다."아! 죄송합니다, 레베카 양," 바니가 깜짝 놀라며 즉시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레베카가 걸음을 멈추었다. "바니…? 당신, 어젯밤에 새뮤얼 씨와 함께 있었죠?"바니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네, 레베카 양. 행사 시작부터… 새뮤얼 님이 양을 방으로 모셔다드릴 때까지 곁에 있었습니다."레베카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희망에 찬 눈빛으로 바니를 바라보았다. "모든 걸 다 봤나요?"바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자스코 쪽에 나쁜 의도가 있을까 봐 약간의 영상도 촬영해 두었습니다.""지금 그 영상을 가지고 있나요?" 레베카가 서둘러 물었다.바니는 말없이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하고 갤러리를 열어 화면을 레베카에게 내밀었다.레베카는 영상에 시선을 고정했다. 영상 속 그녀는 마치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연회장을 거닐고 있었다. 이어 자스코가 그녀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카메라에는 웨이터가 그녀에게 음료를 건네고, 레베카가 그것을 한 머금 마시는 순간이 담겨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짓은 한층 더 불안정해졌다.영상은 자스코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와 그녀에게 손을 대려 시도하는 장면으로 전환되었다. 그때 새뮤얼이 나타나 즉시 레베카의 몸을 끌어당겨 떼어냈다.레베카는 입을 막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맙소사… 내가 새뮤얼을 오해했어. 그 사람한테 고함을 질렀는데."바니가 차분하게 레베카를 바라보았다. "어젯밤 새
제175장아침 햇살이 침실 커튼 사이로 슬며시 스며들며 따스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감돌게 했다. 창밖에서는 새들의 지저귐이 나지막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평온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레베카는 천천히 눈을 끔벅였다. 머리는 여전히 지끈거렸고 몸에는 기력이 없었다. 숨을 깊게 내쉬던 그녀는 순간 눈을 커다랗게 떴다.자신의 몸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이었다.그녀는 패닉에 빠져 즉시 이불을 끌어당겨 온몸을 감쌌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그녀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향했다—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긴 바지만 입은 채 그녀를 등지고 잠들어 있었다."맙소사!!" 레베카가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재빨리 베개를 집어 들고 남자의 등에 던졌다. "당신 누구야?!!!"남자가 깜짝 놀라 깨어나 일어나더니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여보… 나야. 새뮤얼."레베카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새뮤얼은 눈을 끔벅이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나한테 손대지 마!" 레베카가 침대 가장자리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왜 벗고 있어?!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건데?!"새뮤얼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진정해, 레베카. 내가 설명할 수 있어.""진정하라고?! 난 호텔 침대에서 벗은 채 깨어났고, 당신이 내 옆에 있잖아! 도대체 뭘 설명하겠다는 건데?!"새뮤얼은 한숨을 내쉬며 차분함을 유지했다. "레베카… 어젯밤에 당신이—""내가 뭐?!" 그녀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설마… 당신… 내가 제정신이 아닌 틈을 타서 날 이용한 거야?! 세상에! 새뮤얼!!"새뮤얼이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이봐! 그런 말 하지 마. 난 절대로 그런 의도로 한 게 아니야!"레베카는 이불로 자신을 감싼 채 고개를 숙이고 기억을 더듬으려 애썼다.캄캄했다.정말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오직 파편들만… 연회장… 술…"저주할 놈!" 레베카가 새뮤얼을 노려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