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5화
새벽이 막 밝아오고 있었다.
주황빛 햇살이 커튼 사이로 천천히 스며들며 고요한 방 안을 은은하게 비췄다.
레베카는 아직 차가운 온기가 남아 있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옆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사무엘은 또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역시."
레베카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가슴속을 파고드는 공허함이 천천히 그녀를 삼켜 갔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함께 있었고, 매일 밤 같은 침대에서 잠들던 남자.
이제 그는 다른 여자의 곁에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
노라.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이제 그만하자, 레베카."
그녀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했다.
"사무엘을 향한 마음은... 이제 잊어야 해."
그 순간 노라의 협박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또 하나.
어머니.
레베카는 이제야 자신의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년 동안 앨리스가 어딘가에 숨겨 두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그녀는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줄만 알고 살아왔다.
하지만 아니었다.
만약 자신이 사무엘에게 결백을 밝히려 한다면.
어머니의 목숨이 위험해질 것이다.
그때였다.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메스꺼움이 목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레베카는 급히 욕실로 달려가 세면대에 몸을 숙인 채 구토를 했다.
숨이 가빠졌다.
떨리는 손으로 세면대를 붙잡은 순간.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잠깐."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생리가... 벌써 3주나 늦었잖아."
레베카는 천천히 거울을 바라봤다.
창백한 얼굴.
메마른 입술.
하지만 그 모든 것 뒤에는.
모든 것을 바꿔 버릴지도 모를 작은 가능성이 숨어 있었다.
"...설마."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그녀는 재빨리 재킷을 걸치고 가방을 챙겨 약국으로 향했다.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아파트로 돌아온 레베카는 작은 상자를 손에 든 채 욕실 앞에 서 있었다.
포장을 뜯는 손끝이 떨렸다.
임신 테스트기는 마치 그녀의 운명을 결정할 판결문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몇 분 후.
선명한 두 줄이 나타났다.
"...!"
레베카는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기쁨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테스트기를 품에 안았다.
거의 사라질 뻔했던 희망을 끌어안듯.
"...임신했어."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임신했어."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느님..."
기쁨과 울음이 뒤섞였다.
"사무엘도 분명 기뻐할 거야."
행복한 상상에 입가가 떨렸다.
"아빠가 된다는 걸 알면...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절대 나와 이혼하지 않을 거야."
잠시 동안 레베카는 노라의 협박마저 잊었다.
어쩌면 사무엘이라면.
노라와 앨리스에게 붙잡혀 있는 어머니를 구해 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망설임 없이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사무엘의 번호를 눌렀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신호음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마침내 전화가 연결되었다.
"사무엘... 저..."
하지만.
들려온 것은 사무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 아파..."
노라의 숨 가쁜 신음이었다.
"천천히 해요, 여보... 아...!"
짧은 숨소리가 이어졌다.
"여보... 오늘은 정말 너무 짓궂어요... 아..."
쿵.
레베카의 심장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온몸이 굳어 버렸다.
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눈은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 연신 흔들렸다.
손에서 휴대전화가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설명은 필요 없었다.
변명도 필요 없었다.
노라의 목소리는 너무도 선명했고.
너무도 친밀했다.
그녀의 신음만으로도 충분했다.
사무엘과 노라가 지금 함께 있다는 사실을.
레베카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다시 집어 들고 통화를 끊었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휴대전화를 부숴 버릴 듯 움켜쥐었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자신이 너무도 우스워서.
"...들었잖아, 레베카."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네 남편이... 지금 전 여자친구와 함께 있다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처음부터 사무엘의 빈자리를 채우는 대체품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제.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돌아왔다.
방 안은 조용했지만.
레베카의 머릿속에서는 노라의 신음소리가 끝없이 메아리쳤다.
그녀는 손에 들린 임신 테스트기를 바라보았다.
선명한 두 줄.
자신의 뱃속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
사무엘의 아이.
윌슨 가문의 핏줄.
"...하지만."
레베카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이 아이가 있다고 해서 사무엘의 마음이 바뀌지는 않겠지."
눈을 감았다.
"그는 여전히 나와 이혼할 거야."
그녀는 조용히 배를 어루만졌다.
"사무엘의 사랑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노라를 향한 거니까."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도 한 가지 결론만큼은 분명했다.
사무엘의 삶에서 스스로 떠나는 것이 가장 옳은 선택이라는 것.
레베카는 차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사무엘과 함께 웃었던 공간.
잠시나마 사랑받고 있다고 믿었던 공간.
이제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그녀는 옷장을 열어 여행용 캐리어를 꺼냈다.
옷을 하나씩 정성스럽게 접어 넣었다.
"...미안해."
배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아가."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아빠는... 네 존재를 모르는 편이 나을 거야."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엄마는... 아빠가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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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이 열렸다.
사무엘이 지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셔츠 단추는 몇 개 풀려 있었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다.
그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얼굴이었다.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간 사무엘은 침실 문을 열었다.
그러나.
발걸음이 그대로 멈췄다.
침대 위에 놓인 흰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종이를 집어 들었다.
이혼 합의서.
이미 레베카의 서명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순간.
숨이 막혔다.
사무엘은 종이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피곤해서 생긴 착각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모든 것은 현실이었다.
그는 거칠게 종이를 구겨 버렸다.
손등의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구겨진 종이는 실패한 남편인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곧장 옷장으로 달려갔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비어 있었다.
레베카의 옷은 단 한 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옷장도.
그녀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레베카."
그의 입술 사이로 힘없이 이름이 흘러나왔다.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는 연결되었다.
그러나 몇 초 뒤.
차가운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거나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사무엘의 숨이 멎었다.
레베카가 정말 아무 말 없이 떠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구겨진 이혼 합의서가 쥐어져 있었다.
"...안 돼."
낮게 중얼거렸다.
"레베카가 이렇게 떠날 리 없어."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아직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데..."
제161장그날 아침, 레베카는 카스티요 그룹 사옥에 막 도착했다. 이제 그녀의 daily 좌석이 된 회장 의자에 겨우 자리를 잡았을 때, 비서인 케빈의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렸다.케빈이 재빨리 수화기를 들었다. "네, 카스티요 그룹의 케빈입니다."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차분했다. "케빈, 나 자스코네. 레베카에게 오늘 아침 10시에 열리는 자선 경매회에 참석하라고 전해 주게. 소개하고 싶은 중요한 귀빈들이 몇 분 계시거든."케빈은 조금 당황했다. "10시요? 지금부터 두 시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만, 사장님. 제가—""토 달지 말고, 케빈. 그냥 전달해. 꼭 참석하라고 해. 격식 있는 자리이니 의상도 적절하게 갖춰 입고," 자스코는 케빈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케빈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실 문을 두드렸다. "레베카 회장님,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자스코 씨에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서류를 검토하던 레베카가 고개를 들었다. "어라? 무슨 일로요?"케빈이 다가섰다. "오늘 아침 10시에 열리는 자선 경매회에 참석해 달라고 하십니다. 소개하고 싶은 중요한 귀빈들이 있다고 하셨습니다."레베카가 미간을 찌푸렸다. "10시요? 왜 이렇게 갑자기?""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회장님. 어조가 상당히 진지하셨습니다." 케빈이 대답했다.레베카는 앞에 놓인 서류첩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시간이 별로 없겠네요. 케빈, 차를 준비해 줘요. 행사장에 가기 전에 부티크에 먼저 들러야겠어요. 자선 경매회니 내 옷차림도 완벽해야 해요."케빈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기사를 부르겠습니다."레베카는 고개를 저었다. "기사는 됐어요. 케빈이 직접 운전해요—그게 더 빠를 테니까."몇 분 후, 두 사람은 지하 주차장에 있었다. 케빈이 운전대를 잡았고 레베카는 보조석에 앉았다.가는 길에 케빈이 그녀를 흘낏 바라보았다. "조금 의아해 보이십니다. 이 행사에 대해 미리 전달받으신 게 없으
제160장그날 아침, 햇살이 병실의 얇은 커튼 사이로 비쳐 들며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레베카는 의자 위에서 작은 가방을 챙기고 있었고, 막 깨어난 리노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두 눈을 비비고 있었다.사무엘이 침대에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디 가려고?"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레베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리노를 학교에 데려다줘야 해서요. 너무 자주 빠지면 안 되니까요."리노가 즉시 아빠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난 아빠랑 여기 있고 싶은데."사무엘이 따뜻하게 미소를 지었다. "학교는 가야지, 리노. 똑똑한 어린이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법이란다."리노가 입술을 삐죽였다. "학교 끝나고 다시 여기로 올 거예요?"레베카가 아들의 어깨를 토닥였다. "나중에 생각해 보자, 응? 아빠도 쉬셔야 하고."사무엘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레베카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가능하면 학교 끝나고 다시 와. 아, 그나저나 요즘 정말 바빠 보이네. 그냥 내 기분 탓인가?"레베카는 잠시 침묵하더니, 가방을 어깨에 메었다. "아직 당신한테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나 이제 카스티요 그룹의 회장이에요."사무엘이 미간을 찌푸렸다. "회장? 레베카, 당신이 언제—"레베카가 부드럽게 그의 말을 끊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다 이야기해 줄게요. 약속해요. 지금은 리노가 지각하지 않으려면 가봐야 해요."사무엘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나중에 이야기 들을게."리노가 다가와 침대 가로 올라갔다. 아이는 아빠를 꽉 끌어안고 뺨에 입을 맞추었다. "아빠, 기운 내야 해요, 알았죠? 나 없다고 슬퍼하면 안 돼요."사무엘도 리노를 꼭 끌어안고 아들의 뺨과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빠 안 슬퍼. 우리 아들이 공부 열심히 하러 가니까 자랑스러운걸. 학교 끝나고 시간 나면 다시 오려무나. 아빠가 기다리고 있을게."리노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네, 아빠."이이어 레베카가 다가왔다. "우리 이제 가볼게요, 사무엘."사무엘이 손을
제159장리노는 손에 휴대용 게임기를 꼭 쥔 채 방 구석에 있는 작은 소파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아들의 호흡은 고르고 일정했으며, 간간이 꿈이라도 꾸는 듯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레베카는 하루 종일 병원에서 지내느라 지쳐 잠든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다시 침대 가로 돌아앉아 방금 가져온 따뜻한 죽을 사무엘에게 떠먹여 주었다. 사무엘은 순순히 입을 벌리면서도, 눈동자는 깜빡임조차 없이 오롯이 레베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천천히 드세요, 아직 뜨거워요." 레베카가 숟가락을 호호 불며 말했다.사무엘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레베카가 다시 한 숟가락을 떠먹여 주려 하자, 그의 손이 갑자기 뻗어 나와 그녀의 손에서 숟가락과 죽 그릇을 빼앗아 갔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것들을 협탁 위에 내려놓았다.레베카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요? 벌써 배부른가요?"사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두 손으로 레베카의 얼굴을 감싸 잡고, 그녀가 물러서지 못하도록 고정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단 몇 인치 남짓으로 좁혀졌다."사무엘..." 레베카가 고개를 뒤로 빼려 했지만, 사무엘의 눈빛은 너무나 강렬했다. "뭐 하는—"경고도 없이 사무엘이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었다. 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짧은 키스였지만, 레베카를 그대로 얼어붙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사무엘, 여기 병원이에요." 아직 잠들어 있는 리노를 흘낏 바라보며 그녀가 급히 속삭였다. "누가 보기라도 하면—""잠깐만." 사무엘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보고 싶었어. 몇 달 동안, 꿈속에서만 당신 얼굴, 당신 목소리... 당신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레베카가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사무엘은 그녀에게 다시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겨, 이번에는 더욱 깊게 키스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숨길 수 없는 그리움으로 가득 찬 키스였다. 레베카는 이곳이 적절한 장소가
제158장자신의 고급스러운 집무실에서 자스코 씨는 의자에 앉아 몇 가지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의 비서가 다소 주저하는 표정으로 들어왔다."사장님, 따끈따끈한 소식이 있습니다." 비서가 다가가며 말했다."무슨 소식인가?" 자스코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사무엘 윌슨 씨 말입니다... 레베카 씨의 전남편이요. 코마 상태에서 의식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비서가 조심스럽게 전했다.자스코의 손에 쥐어져 있던 펜이 멈칫했다.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비서를 바라보았으나, 두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정보가 확실한 건가?""네, 사장님. 병원 내부자로부터 직접 확인받았습니다."자스코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성가시게 됐군."비서가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성가시다니요?"자스코는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창밖을 응시했다. "이제 레베카의 모든 신경이 다시 사무엘에게 쏠릴 테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비서가 미소를 지어 보이려 했다. " 하지만 사장님께서는 사업적 협력에만 관심이 있으신 것 아니었습니까?"자스코가 짧게 실소를 터뜨렸다. "사업? 때로는 사업에도 단순한 숫자 이상의 것이 필요한 법이야. 레베카는 두 가지 일에 동시에 집중하지 못하는 유형의 여자지. 사무엘을 간병하느라 바빠지면, 우리 거래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생각조차 안 할 테니까."비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다음 단계는 어떻게 진행할까요, 사장님?"자스코가 그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우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자고. 지금은 레베카를 귀찮게 하지 마라. 하지만 그녀의 동향은 계속 감시하도록 해. 내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건 원치 않으니까.""알겠습니다, 사장님!"한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한 비밀 성형외과 클리닉의 수술대 위에 노라 아리아나가 누워있었다. 커다란 수술용 조명이 수술 선이 그려진 그녀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곁에 서
제157장오후 4시가 되자 먹구름이 끼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개인 병원 3층에 위치한 308호 VIP 입원실은 지난 며칠간보다 한층 더 따스한 온기로 가득했다. 사무엘은 더 이상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두 눈은 또렷하게 열려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레베카는 침대 옆에 앉아 있었고, 리노는 신이 나서 얼굴을 반짝이며 엄마 곁에 서 있었다."아빠 정말 깨어난 거야?" 리노가 확신을 얻고자 벌써 다섯 번째 물었다.사무엘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응, 우리 아들. 아빠 정말 완전히 깨어났어."리노가 기쁨에 차서 웃음을 터뜨렸다. "와아! 드디어 아빠가 다시 돌아왔다!"사무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 언제나 네 곁에 있었단다."레베카도 함께 미소를 지었다. 밤새 흘린 눈물로 눈가가 살짝 부어있었지만, 이번에는 한층 더 차분하고 희망에 찬 모습이었다.리노가 침대 옆에서 사무엘을 끌어안았다. "아빠 너무 보고 싶었어요. 계속 기다렸단 말이에요."사무엘은 아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빠도 우리 아들이 너무 보고 싶었단다. 걱정시켜서 미안해."레베카가 다가가 리노가 사무엘의 몸을 너무 세게 누르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살살 해야지, 우리 강아지. 아빠 방금 깨어나셨으니까 너무 힘들게 하면 안 돼."사무엘은 레베카 쪽으로 고개를 돌려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레베카. 당연한 거지, 리노가 아빠를 많이 그리워했으니까. 사실 당신과 리노가 여전히 내 곁에 남아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레베카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혼자서 약속했거든요. 그리고 그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한 적 없어요."사무엘이 부드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마워, 레베카... 당신이 포기해 버릴까 봐 내심 걱정했었거든.""그럴 리가요," 레베카가 부드럽게 응수했다. "리노와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을 기다렸어요."사무엘은 깊은 눈빛으로 레베카를 바라보더니, 나
제156장병실 안은 심장 모니터의 규칙적인 기계음만이 정적을 채울 뿐 조용했다. 레베카는 여전히 침대 곁에 앉아 사무엘의 손을 단 한 순간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간간이 몸을 숙여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변함없는 희망을 지켜냈다."사무엘... 나야. 내가 여기 있어. 몇 달이 지났지만, 난 여전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레베카가 잠긴 목소리로 부드럽게 속삭였다.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그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당신 약속했잖아, 안 그래?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내 목소리 들리는 거 다 알아..."그때, 피로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깊은 생각에 잠겨서였을까. 레베카는 침대 옆에 머리를 묻고 잠시 두 눈을 감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무언가를 느꼈다.작은 움직임.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었다. 그녀가 쥐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움직였다.레베카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사무엘?" 자신이 방금 본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가 급히 불렀다.그녀가 그의 손바닥을 응시하자, 사무엘의 손가락이 다시 한번 까딱였다."사무엘!" 레베카는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가쁘게 쉬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 말 들려?!"천천히, 사무엘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병실의 조명에 눈이 부신 듯 그는 여기가 어디인지 파악하려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찌푸렸다.레베카는 한 손으로 입을 가렸고, 즉시 눈물이 제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정말로 이 날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의사 선생님! 간호사님!" 그녀는 문을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다. "깨어났어요! 사무엘이 깨어났어요!"몇 초 후, 간호사 두 명이 급히 들어왔고, 그 뒤를 이어 청진기를 목에 걸친 젊은 의사가 따라 들어왔다."환자분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게 사실입니까?" 의사가 급히 물었다.레베카는 침대를 가리켰다. "눈을 떴어요! 손가락도 움직였고요! 깨... 깨어났어요!"의사는 신속하게 침대 곁으로 다가가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