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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6 16:59:00

제4화

레베카는 계단 끝에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노라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왔고, 눈가가 뜨거워졌다. 온몸은 마치 힘이 빠져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아득했다.

"여보, 왜 말이 없어요? 제가 돌아왔잖아요. 이제 레베카와 이혼해야죠. 저 여자는 교활해요. 저 여자만 아니었다면 우린 1년이나 떨어져 있지 않았을 거예요."

레베카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사무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는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갔다.

차마 견딜 수 없는 답답함을 끌어안은 채.

방문이 닫히자마자 참아왔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

거실.

사무엘은 깊게 숨을 내쉬며 노라를 바라봤다.

"...노라."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노라는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응?"

사무엘은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반드시 레베카와 이혼할게."

노라는 환한 미소와 함께 그의 품에 안겼다.

"고마워요, 여보."

그녀는 행복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1년 동안 곁에 없었어도... 당신이 아직도 날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사무엘은 말없이 먼 곳을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품은 충분히 따뜻했고, 노라는 그 안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앨리스가 다가와 딸의 어깨를 토닥였다.

"가자, 노라."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어."

노라는 어머니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사무엘을 바라봤다.

"먼저 갈게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빨리 당신의 진짜 아내가 되고 싶어요."

사무엘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최대한 빨리 정리할게."

그는 낮게 덧붙였다.

"조금만 기다려."

노라와 앨리스가 떠난 뒤.

사무엘은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갔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무거웠다.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짐을 짊어진 사람처럼.

그는 조용히 침실 문을 열었다.

레베카는 침대 끝에 앉아 있었다.

어깨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눈은 붉게 부어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무엘의 발소리를 듣자 그녀는 황급히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사무엘은 아무 말 없이 들어와 문을 닫았다.

레베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엘."

그러나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옷장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흰 수건 하나를 꺼낸 뒤 그대로 욕실로 향했다.

"사무엘."

레베카의 떨리는 목소리가 그의 등을 붙잡았다.

"제발... 대답해 줘요."

잠시 숨을 삼킨 그녀가 힘겹게 물었다.

"...정말 저와 이혼할 거예요?"

사무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찰칵.

문이 잠겼다.

레베카는 방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었다.

몸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무관심이 그녀의 심장을 천천히 짓밟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창가로 걸어갔다.

밝아오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같은 하늘 아래.

한때 믿었던 사람들에게 철저히 무너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하늘만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레베카는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스스로를 꼭 끌어안았다.

---

욕실 안.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사무엘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멍한 눈빛.

얼굴 위를 흐르는 물은 천천히 번져 가는 죄책감까지 씻어 내지는 못했다.

지난 1년 동안 레베카와 함께했던 시간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노라의 얼굴.

눈물.

상처투성이였던 눈빛.

납치와 감금, 고통의 이야기.

그 모든 것을 그는 외면할 수 없었다.

사무엘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밖에서는 레베카가 여전히 홀로 서 있었다.

오늘이 사무엘 윌슨의 아내로 살아가는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

마침내 물소리가 멈췄다.

욕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옅은 수증기 사이로 사무엘이 걸어 나왔다.

허리에는 수건 하나만 둘러져 있었고, 젖은 머리카락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평온한 얼굴.

그러나 차가운 눈빛.

세상 모든 것이 그림자에 불과한 것처럼 아무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침대 끝에 앉아 있던 레베카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퉁퉁 부은 눈이었지만 아직 희망을 놓지 못한 표정이었다.

"...사무엘."

작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사무엘은 대답하지 않은 채 옷장으로 향했다.

레베카는 급히 달려가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젖은 피부에 닿은 손끝이 떨렸다.

"...제발."

그녀가 흐느끼듯 속삭였다.

"제 말 좀 들어 주세요."

사무엘은 움직이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

"전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레베카의 목소리에는 깊은 상처가 배어 있었다.

"앨리스 아주머니를 협박한 적도 없고... 노라를 납치한 적도 없어요."

목이 메어 말이 끊어졌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은... 전혀 몰랐어요."

그녀는 더욱 세게 그를 끌어안았다.

뜨거운 눈물이 그의 등에 떨어졌다.

"대학교 때부터 당신만 사랑했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맹세할게요... 정말 제가 아니에요."

사무엘은 천천히 아래를 바라봤다.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더 이상 예전처럼 텅 비어 있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레베카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레베카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의 눈동자 속에서 남아 있는 사랑의 흔적을 찾으려는 듯 간절히 바라봤다.

"...사무엘."

기도하듯 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사무엘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젖은 뺨을 감쌌다.

그리고 조금씩 가까워졌다.

두 사람의 얼굴은 손바닥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가까워졌다.

숨결이 서로에게 닿았다.

레베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입술이 막 맞닿으려던 바로 그 순간.

띠링! 띠링!

휴대전화 벨소리가 적막을 산산이 깨뜨렸다.

망치로 침묵을 내리친 듯한 소리였다.

사무엘은 움직임을 멈췄다.

레베카도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벨소리.

사무엘의 휴대전화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레베카를 떼어 내고 탁자 위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화면에 떠 있는 이름.

노라.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노라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무엘... 무서워요."

숨을 삼키는 소리가 이어졌다.

"눈만 감으면 감금돼 있던 기억이 계속 떠올라요. 지금 우리 집으로 와 줄 수 있어요?"

사무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금방 갈게."

전화를 끊은 그는 레베카를 한 번도 바라보지 않은 채 옷장을 열었다.

재빨리 바지와 검은 티셔츠를 갈아입고 문 뒤에 걸린 재킷까지 집어 들었다.

"사무엘, 잠깐만..."

레베카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떨렸다.

"...어디 가는 거예요?"

사무엘은 잠시 고개만 돌렸다.

말도.

감정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레베카는 그 자리에서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참았던 울음이 다시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처절하고 깊었다.

무릎을 끌어안은 채 고개를 계속 저었다.

마치 자신을 집어삼키는 현실을 부정하려는 사람처럼.

그때.

1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결혼 직후.

사무엘은 분명 말했다.

노라가 돌아오면 이혼하겠다.

그 말은 이제야 비로소 심장을 꿰뚫는 칼이 되었다.

처음부터 자신은 노라의 빈자리를 대신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노라가 돌아왔다.

"...분명."

레베카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무엘은 정말 저와 이혼하겠죠."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발신인은 역시 노라였다.

> [감히 사무엘의 마음속에서 내 자리를 차지할 생각은 하지 마. 네가 지난 1년 동안 나를 감금했다고 사무엘에게 직접 자백해. 그렇지 않으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네가 직접 알게 될 거야.]

레베카는 그 메시지를 지우려 했다.

그 순간.

노라에게서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동영상 파일이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레베카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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