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야, 네 약혼자는 참 좋은 남자인 것 같아.”“둘이 아직 좋을 때라서 그런 건가?”“만약 내 남자 친구가 씻고 있을 때 낯선 여자가 들이닥친다면 정말 화나겠지. 남자 친구가 그 여자한테 물건을 던졌다면 기쁠 것 같아.”뭇사람들은 엄수아와 약혼자의 사이가 좋다면서 부러워했다. 양은지는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내쉬었다.엄수아를 내리깎기 위해 연기했지만 양은지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오히려 백시후는 이 기회를 통해 여자 친구를 무척 사랑하는 남자로 각인되었다.“수아야, 뜸을 들이지 말고 말해 봐. 네 약혼자는 도대체 누
엄수아의 말은 비수가 되어 양은지의 가슴에 꽂혔다. 양은지는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은 언젠가는 들통나기 십상이다. 엄수아는 양은지의 허술한 점을 찾아내서 학생들에게 알려주었다.주위에 있던 학생들은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말했다.“양은지,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거야? 어떻게 300만 원짜리 잠옷을 샀냐고 물어보잖아.”“엄수아의 말을 들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곳이 아니야.”“처음에 네가 엄수아한테 무릎을 꿇고 있어서 동정했어. 그런데 이제는 네 말을 믿고 싶지 않아.”
학생들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수아의 약혼자가 씻고 있을 때 양은지가 들이닥쳤다는 거야?”“오해할 법한 일이잖아.”“양은지는 엄수아의 집에 신세 졌어. 왜 늦은 밤에 엄수아의 방에 함부로 들어간 거지?”“엄수아랑 약혼자가 한방에서 지낸다는 것을 알면서 선을 넘었어.”“게다가 얇은 잠옷 치마를 입고 있었대.”양은지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연기로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었지만 엄수아의 말 몇 마디에 상황이 역전되었다.양은지는 눈물을 흘리면서 이마의 상처를 매만졌다.“수아야, 나는 너를 찾으러 방에 간
그중 한 학생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얘들아, 저기 좀 봐!”학생들은 무릎을 꿇고 있는 양은지를 보고는 두 눈을 의심했다.“왜 무릎을 꿇고 있는 거지?”“저 여자애는 누구야?”“양은지라는 여자애인데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대. 며칠 전에 양은지의 아버지는 학교에 와서 소란을 피웠어. 도박할 돈이 없어서 양은지를 재벌가 노인네한테 팔아버리려고 했어.”“너무 불쌍해.”“양은지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은 거지? 저쪽에 가보자.”학생들은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엄수아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고 양은지를 쳐다보았다.소윤은
대표사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백시후는 휴대폰에 뜬 문자를 확인했다.[일하고 있었어. 너는 뭐 해?][나는 학교에 왔어. 네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한 거야.][무슨 일 있었어?][소윤에게 못된 짓을 하려던 건달들을 조사해 줄 수 있어?][알겠어. 조사하는 대로 알려줄게.]엄수아는 백시후의 도움을 받으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다고 여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소식을 전해줄 것이다.백시후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자기야, 기분이 안 좋아? 정말 괜찮아?]엄수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답장했다.[걱정해 줘
엄수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잘했어. 이참에 푹 쉬라고 해.”소윤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양은지가 한 말을 떠올렸다.“수아야, 설마 양은지를 오해하고 있는 거야?”엄수아는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양은지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한테 알려주었잖아.”“맞아. 너를 찾으러 갔다가 마침 네 약혼자와 마주쳤대. 그저 우연일 뿐이니 양은지가 네 약혼자를 유혹하려 했다고 오해하지 않길 바라.”소윤의 말에 엄수아는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양은지는 그런 짓을 벌이고도 아주 당당해.”“수아야, 양은지는 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