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예슬은 매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알고 보니 의술의 신 C신은 남자였어. 서현아, C신이 나한테 첫눈에 반했대. 우리 사귀기로 했어.”‘뭐라고?’지서현은 어리둥절했다.“나중에 얘기하자. 너 이틀 후에 집에 한 번 와.”지예슬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사기꾼을 만난 게 분명했다.지서현은 욕실로 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다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유지안이었다.수화기 너머로 유지안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서현아. 나
장 사장은 지서현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탄했다.“어디서 이런 미인이! 천상계에서 내려온 선녀 같잖아.”유지안은 두려움에 떨며 지서현 뒤에 숨었다.“내 친구예요... 장 사장님, 저희는 아직 학생이라 그런 짓 안 해요. 제발 놔주세요...”“학생 좋지. 난 여학생이 제일 좋거든.”장 사장은 지서현을 음흉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친구 사이라면 오늘 밤 둘이 함께 날 시중들면 되겠네.”그러고는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둘 다 데려가.”지서현은 겁에 질려 몸을 떠는 유지안을 감싸 안으며 장 사장을 차
그는 모른다고 했다.그러고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 사람들을 이끌고 호화로운 룸으로 들어갔다.지서현의 가냘픈 몸이 굳었다.유지안은 계속 지서현 뒤에 숨어 있다가 하승민을 보자 울음도 잊은 채 창백했던 작은 얼굴에 발그레한 홍조를 띄웠다. 그녀의 눈길은 하승민의 잘생기고 훤칠한 모습을 넋을 잃고 쫓았다.장 사장은 하승민을 배웅하고 나서 지서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하하하, 네가 하 대표님 부인이라고? 근데 하 대표님은 널 전혀 모르는데? 너 이 사기꾼아!”지서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장 사장은 더 이상 시간을
하승민은 지서현에게 술을 따르라고 지시했다.지서현은 멍해졌다.장 사장도 당황했다. 그는 하승민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었다. 설마 하승민이 지서현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만약 그렇다면 그는 지서현을 포기해야 했다. 하승민과 여자를 두고 경쟁할 용기는 그에게 없었던 것이다.“뭘 앉아 있어? 빨리 가서 하 대표님께 술 따라 드려.”장 사장은 지서현을 재촉했다.다른 사람들은 웃으며 말했다.“하 대표님께 술을 따라 드리고 싶어 하는 여학생들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진짜 따르는 건 처음 보는군.”“어서 가. 하 대표님 기다리시게 하
하승민은 일부러 그녀를 놀렸다. 그녀가 그를 노려볼 때야 비로소 조금 생기가 돌았기 때문이다.“네가 나한테 빌면 데려가 줄게.”그는 똑똑한 사람이었으니 이미 그녀의 곤경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빌기를 원했다.지서현은 절대 그에게 빌 생각이 없었다.그의 도움은 필요 없었고 그에게 빚지고 싶지 않았다. “하 대표님, 저 좀 놓아주시죠!”지서현은 있는 힘껏 그의 다리에서 일어섰다.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바로 방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장 사장은 곧바로 일어서며 말했다.“하 대표님, 그럼 저희는
하승민은 뒷문을 열고 장 사장의 멱살을 잡아 끌어냈다.장 사장은 이미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다.“하, 하 대표님,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 화가 나셨습니까? 부디...”하승민은 그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퍽!장 사장의 몸은 차에 부딪혔다.하승민이 싸울 때 드러나는 셔츠 속 근육은 날렵하고 강인했으며 아름다운 선을 자랑했다. 그는 주먹을 쉴 새 없이 날려 장 사장의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장 사장은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어느 손으로 그녀를 만졌지? 이 손인가?”우두둑.하승민은 장
엄수아는 지서현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눈짓했다.“서현아, 이번에 네 남편, 아주 칭찬해.”유지안은 놀란 눈으로 지서현을 바라보았다.“서현아, 하 대표님이 네 남편이라고? 네가 정말 하씨 가문 사모님이야?”엄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서현이가 바로 하씨 가문의 사모님이야!”유지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서현의 손을 잡고 부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서현아, 너 진짜 행복하겠다.”지서현은 착잡한 심경으로 웃었다. 행복이 무엇인지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침대에 누운 지서현은 휴대폰을 꺼내 ‘남편’의 카톡을 열었다.그녀
두 여직원의 대화를 들은 유지안은 서광 그룹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연기를 전공했기에 서광 그룹 산하의 드림 엔터테인먼트가 연예계의 반을 장악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 안에는 최고급 자원과 인맥이 있어 어떤 사람들은 평생 노력해도 닿을 수조차 없는 곳이었다.유지안의 눈빛이 점점 빛나기 시작했다......하승민은 사장실로 돌아와 서류를 책상 위에 내던졌다.휴대폰을 꺼내 카톡을 확인했지만 지서현에게서는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그때 조현우가 들어와 조용히 보고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는 학교에 안 계시고 유정우 씨를 간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