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린은 이 기회를 틈타서 엄수아를 짓밟으려 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성격이 분명했다.이단비가 곧바로 말했다.“그건 모르는 일이죠. 엄수아 씨는 배경이 좋아요, 명문가의 딸이니까요. 우리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늘 노력해왔고 누구보다 뒤지지 않아요. 그러니 굳이 출신으로 우리를 짓누를 필요는 없어요. 무대에서라도 제대로 보여주시죠.”엄수아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과 기름 같던 임채린과 이단비가 이제는 이렇게 한 배를 타고 자신을 겨냥하고 있었다.엄수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 비서님,
이단비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흠뻑 젖은 몰골로 백시후에게 원망 어린 눈빛을 보냈다.“대표님...”백시후와 엄수아는 나란히 앉아 있었다. 백시후는 맑은 눈으로 이단비를 바라보며 미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갑자기 달려들어서 피할 수밖에 없었어요.”“푸흣.”엄수아의 입꼬리가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갔다.이단비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이 순간, 엄수아는 자신을 조롱하고 있었다. 이단비는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쳤다.“엄수아 씨, 왜 웃는 거죠?”엄수아는 가볍게 시선을 던지며 대답했다.“이 비서님, 다 알면서 물으시네요.
임채린은 엄수아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비틀며 비아냥거렸다.“엄수아 씨, 이렇게 구경꾼이 될 줄은 몰랐네요. 지금 모두의 시선은 무대 위 이단비에게 쏠려 있어요. 수아 씨는 그저 엑스트라가 됐다고요. 우습지 않아요? 이단비는 그저 몸을 팔아 주목을 받는 하찮은 인간일 뿐인데.”임채린은 속으로 이단비를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이단비 같은 여자에게 넘어가는 법이었다.엄수아는 손에 들고 있던 우유를 한 모금 삼켰다. 그녀는 굳이 대꾸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이 비서님 춤 잘 추잖아요. 사람들의 이목
백시후는 포도알의 껍질을 정성스럽게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살짝 몸을 기울여 과육을 엄수아의 입으로 가져갔다.“입 벌려, 아.”그는 직접 먹여주려 했다.엄수아는 순간 멈칫했으나 이내 입술을 열고 받아먹었다.백시후가 물었다.“맛있어?”엄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새콤달콤하네. 맛있어.”백시후는 또다시 포도알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백 대표, 우리 오늘 술 마시러 온 거 맞지? 분위기 보니까 술자리는 진작에 끝난 거 같네. 와이프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겠어.”“
이단비는 할 말을 잃었다. 본래라면 장황하게 말을 이어갔을 터인데 백시후가 내뱉은 우리 아가씨라는 말이 입을 단단히 막아버렸다. 세상 그 어떤 달콤한 말보다도 깊이 스며들었다.이단비는 씁쓸하게 입을 다물었고 엄수아는 곁눈질로 백시후를 노려보았다. 그래도 제법 눈치가 있다 싶다는 기색이었다. 백시후는 입꼬리를 살짝 당기며 웃었다....바의 조명은 화려했고 문하윤과 임채린은 먼저 와 있었다. 백시후는 엄수아와 이단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호화로운 좌석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몇몇 재벌 2세들이 앉아 분위기를 채우고 있었다.자
이단비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였다. 억울함을 머금은 눈빛은 웬만한 남자라면 마음이 누그러질 만큼 가련했다.하지만 백시후는 달랐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지켜봤다는 듯 입꼬리를 느슨하게 끌어올리며 웃고 있었다.“상대가 누군지 잘 알면서 왜 괜히 덤볐어요. 안 맞을 수가 있나.”이단비는 순간 말을 잃었다.‘어째서 위로는커녕 나만 탓하는 걸까?’말투는 가볍고 태도는 여유로웠다. 위로도, 안쓰러움도, 그 흔한 충고 한마디조차 없었다. 오히려 이단비를 나무라고 있었다.“대표님...”그녀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묻어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