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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헤어져야 해

Author: 이리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1 21:53:12

"……어떡하지."

​하성에게는 아직 짊어져야 할 거대한 회사 빚이 있었다. 게다가 그곳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자, 그의 목숨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만약 그 미친 여자 때문에 하성의 인생까지 진흙탕에 처박힌다면…… 지연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절대, 하성만큼은 망가뜨릴 수 없었다.

​'헤어지면…… 괜찮을까.'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지연의 정신이 번뜩 들었다. 왼손 약지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한 사람, 주영이었다. 평소 업무 호흡도 잘 맞고, 하성을 향한 마음을 은근히 내비치던 주영이라면. 자신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하성의 곁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심장이 찢어지게 아파왔지만, 지연은 굳게 결심했다.

​"헤어져야 해."

​하성에게 조금의 피해라도 가기 전에, 그와 완전히 끝내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었다. 심장이 갈라지는 듯한 고통에 지연의 눈물방울이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이 내 남자를 만나는 상상. 하지만 지금 당장 그를 지킬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

.

.

​"여행?"

​퇴근 후 지연의 집으로 곧장 찾아온 하성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응. 우리 최근에 너무 바빠서 주말에도 제대로 못 놀았잖아."

"좋지. 어디로 갈까? 하와이라도 갈래?"

"아니, 그냥…… 바다. 동해 바다가 보고 싶어."

"소소하긴. 그래, 가자. 언제?"

"음…… 오늘?"

"그럴까? 토요일이기도 하고. 맨날 집 데이트만 해서 아쉬웠는데 잘 됐네."

​하성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빠르게 서치를 시작했다. 오션뷰가 훌쩍 보이는 5성급 호텔부터 프라이빗한 요트 투어까지, 막힘없이 예약을 마친 하성이 옆에서 힐끔거리는 지연을 향해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 볼을 잡아당겼다.

​"이지연, 사랑해. 최근에 이 말 안 한 지 좀 된 것 같아서."

"어……?"

"뭐야, 반응이 왜 이래. 나도 사랑해, 라는 말을 들으려고 일부러 던진 건데."

"……나도 사랑해."

​지연은 차마 목구멍 턱끝까지 차오른 진심을 다 뱉어내지 못했다. 사귀기 시작한 첫날 이후로 '사랑해'라는 말이 이렇게 버겁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더 이상 이 따뜻한 남자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지연의 눈에 애틋한 눈물이 차올랐다.

​"뭐야, 왜 또 울어."

"아…… 오빠랑 이렇게 여행 간다는 생각에…… 너무 좋아서."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에 뜸 들인 거야? 너무 좋아서 눈물까지 날 만큼?"

"응. 미안, 놀랐지?"

"그럼 그 눈물에 대한 대가는 따로 치러야겠네."

​하성은 피식 웃더니 그대로 지연을 공주님 안기로 번쩍 들어 올려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부드럽게 입술을 포개어왔다.

​달콤하고 진득한 입맞춤 소리가 고요한 거실 안을 채웠다. 하성은 지연의 목덜미를 쓸어내리다 살짝 드러난 쇄골 라인에 시선이 멈췄고, 이내 픽 웃음을 흘렸다.

​"야한데, 오늘."

"어? 아니거든……!"

​하성은 멈추지 않고 지연의 쇄골을 부드럽게 매만지더니, 뜨거운 혀로 느리게 핥아내리기 시작했다. 간헐적인 숨결과 함께 짜릿한 전율이 지연의 온몸을 타고 흘렀다.

​지연은 이성으로는 이러면 안 된다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몸은 그 온기를 거부하지 못하고 하성의 머리를 꾹 누르며 그에게 파고들었다. 이대로 모든 시간을 멈추고 싶을 만큼 달콤하면서도, 곧 이 모든 걸 놓아야 한다는 잔인한 현실이 겹쳐져 미칠 것만 같았다.

​결국 지연은 눈을 질끈 감은 채 하성의 품에 더욱 깊숙이 안겼다.

​"……나, 오늘 오빠랑 많이 하고 싶어."

"많이? 평소엔 내가 부족했어?"

"그런 뜻 아니잖아. 암튼…… 오늘 밤은 그냥 나 안아줘."

"……그럼 네가 먼저 예쁘게 말해봐. 어떻게 하고 싶은데."

"아, 진짜 장난치지 말고…… 해주세요, 응?"

​지연의 젖은 목소리에 하성의 눈빛이 순식간에 깊게 가라앉았다. 하성은 지연의 등을 단단히 끌어안으며, 그녀의 모든 것을 온전히 품에 담기 시작했다.

'헤어질 사이에 이래도 괜찮을까.'

지연의 머리가 복잡했다. 결국 하성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고 그를 밀어내려는 그 순간.

-두근두근

하성의 심장고동이 들여왔다. 그 소리를 들은 그녀는 그를 밀어낼 수 없었다. 오히려 여기서 밀어내는 것이 미안할거 같으니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에게도 후회되지 않을거라 지연은 생각했다.

'미안해,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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