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10 화

작가: 금추
밤 10시가 넘은 시각 임유림은 그제야 집에 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임구택을 힐끗 보고 무슨 말을 하려는 하인에게 눈치를 준 뒤 살금살금 위층으로 살금살금 올라가려 하였다.

“이리 와!” 남자는 소파에 기대어 책을 손에 든 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임유림은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예 태연한 척 그에게 갔다. “삼촌, 아직 안 주무셨어요?”

임구택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어쩐지 가정교사를 급하게 찾더라니 데이트하려고 그런 거였구나, 남자친구 있니?”

“없어요!” 임유림은 고개를 즉각 고개를 저었다. “그냥 학교 친구랑 쇼핑하다 온 거예요!”

“남자친구야 아니면 친구야?” 임구택은 취조하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

임유림은 삼촌이 여우라는 것을 깨닫고 맞은편에 앉아 솔직하게 말했다. “저 남자친구 생겼어요. 우리 집이 특별한 집안이라고 해도 전 그냥 평범한 연애가 하고 싶어요. 그의 뒷조사와 우릴 감시하지 않았으면 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이고 저도 저희 집안 얘기를 한 적 없어요.”

임구택은 책을 내려놓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림아, 연애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 뒷조사 안 할 테니까 네가 좀 더 조심했으면 좋겠어. 부모님이 집에 없을 땐 내가 널 책임져야 해.”

임유림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삼촌, 둘째 삼촌이 최고예요!”

“애교 부리지 말고 올라가 자.”임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 “참, 유민이가 네 친구 괜찮다고 했으니까 다음 주부터 계속 나오라 그래.”

정말요.” 유림이의 미소가 더 환해졌다. 유림은 휴대폰을 꺼내며 위로 올라갔다. “지금 말해줘야겠다!”

임구택은 유림이 계단에 있는 것을 보고 한마디 외쳤다. “소희야, 자니?”

전화 너머로 상대방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자 유림은 웃으며 답했다. “우리 삼촌이 너 잘 가르친다고 하시더라. 네가 유민이 가정교사하는 걸로 하기로 했어.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에 수업하는 거 어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그녀가 좋다고 한 적은 없었다.

임유림은 이미 계단을 올라갔고,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졌다. 그는 자신이 사소한 일까지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

월요일 오후 소희는 소정과 함께 수업 들으러 갔다. 인문대를 지날 때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맨 앞의 남학생은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계속 소희를 쳐다보며 지나갔다.

“고석이다!” 소정이는 흥분해서 소희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소희는 고석이 갖고 있는 장미꽃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떠나려 할 때 앞에 있는 주경의 몇몇 친구들을 보았다. 그녀들의 안색은 좋지 않은 듯했다.

주경은 고석을 좋아하고 고석은 소희를 좋아하는 이 삼각관계는 강성대에서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었다.

잠시 후 고석은 소희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희야 난 네가 좋아, 나랑 사귀자!”

소정이는 소희보다 더 흥분한 채 계속 그녀의 팔을 꼬집고 눈치 주며 그녀가 고백을 받도록 부추겼다.

고석의 집안은 돈도 많고 잘생겼으며 학생회의 회장이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소희를 3년 동안 좋아했는데, 다른게 더 필요할까?

주변 사람들은 고석을 도와 더욱더 부추겼다. “사겨라! 사겨라!”

귀청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에 맞은편 본관 복도를 지나던 남자는 고함소리를 듣고 무심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사람들 사이의 낯익은 모습이 보이자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소희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고석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난 너 안 좋아해!”

고석은 얼굴이 굳어졌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곧 졸업이었기에 그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소희야 이제 밀당 그만해, 너 나 좋아하잖아, 난 이미 알고 있어!”

그는 소희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녀가 계속 밀당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난 밀당한 적 없어, 나 너 진짜로 안 좋아해!” 소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고석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고 다른 사람들 모두 조용해졌다.

고석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고백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소희가 이렇게 거절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는 화가 났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소희야, 사람들 많아서 불편하면 조용한 곳 가서 얘기할까.”

“난 분명히 말했어.” 소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면 싫 을땐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석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진짜 내가 싫어?”

“싫어!” 소희의 말투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고석이 들고 있던 장미꽃이 떨어지고 그의 얼굴은 점점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소희를 한참 쳐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주경을 바라보았다. “너 나랑 사귀고 싶어?”

주경은 이를 악물고 빠른 걸음으로 고석에게 다가와 물었다. “너 무슨 뜻이야?”

고석은 소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손을 뻗어 주경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에게 키스했다.

주위엔 놀란 듯한 목소리로 가득했다.

소희는 지루함을 느끼며 빠르게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빠져나왔고 소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소희를 따라갔다.

“소희야!” 고석이 갑자기 목이 쉰 목소리로 소희를 불렀다.

소희는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너 한 발자국 더 움직이면 정말 후회할 거야!” 고석은 눈이 충혈된 채 소희를 바라보았다.

소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주경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석의 팔을 밀쳤다. “넌 날 뭘로 보는 거야?”

말을 마친 뒤 소희를 한 번 노려보고 자리를 떠났다.

3층, 임구택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한 편의 연극을 감상했다.

“임 대표님!” 교장이 다가오며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 계셨어요? 방으로 가서 차라도 한 잔 하시죠!”

임구택은 소희를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은 답답하니 나와서 바람 좀 쐬죠.”

“방금 일이 있어서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방에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교장은 정중하게 임구택을 방으로 안내했다.

아래층에선 고석이 화를 내며 떠났고 다른 사람들도 곧 제 갈 길을 갔다.

소정은 아쉬운 듯 고석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고석도 맘에 안 들면 도대체 누가 맘에 드는 거야? 고석이 주경이랑 진짜 사귀기라도 하면 그땐 울어도 소용없는걸!”

소희는 무력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싫은 걸 받아줘야 해?”

소희는 잠시 뜸을 들였다. “아무도 안 좋아해!”

소정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난 네가 나 좋아한다고 말할 줄 알았어!”

소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너 오늘 급하게 나오느라 뭐 잊은 거 아니야?”

소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뭘 잊어?”

“네 양심!”

소정은 소희의 말을 듣자마자 소희의 팔을 꼬집었다. “난 마음은 항상 널 향하고 있는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

소희는 웃으며 도망쳤다. “그만해, 오늘 백 교수님 수업인데 늦겠다!”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최신 챕터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6화

    화영이 시계를 보고 물었다.“점심은 뭐 먹을까요?”이에 우행이 운전대를 돌리며 대답했다.“화영 씨가 정해요. 난 다 좋거든요.”화영은 창밖을 내다봤다.아침 내내 테니스를 쳤더니 배는 고팠지만 막상 뭘 먹고 싶은지는 떠오르지 않았다.화영이 고민하는 모습을 본 우행이 말했다.“요즘 내가 새로 배운 요리가 있는데 그거 해줄까요?”화영은 잠시 놀란 눈으로 우행을 봤다.예전에 우행이 주혜영 아주머니에게 음식 레시피를 물어보는 걸 들은 적이 있었으나 애써 모른 척하며 물었다.“언제 배운 거예요? 갑자기 요리는 왜 배운거예요?”우행은 잠시 생각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배워둬서 나쁠 건 없잖아요. 괜히 사람들한테 게으르다는 소리 듣는 것도 싫고요.”이에 화영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네요. 아주 바람직한 이유고요.”“그래서 어떤 요리 배웠어요?”화영이 다시 묻자 우행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먹어보면 알게 될 거예요.”화영은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재료는 같이 사러 가죠. 마트 먼저 들르는 거죠?”“좋죠.”두 사람은 집으로 가는 길에 근처 마트에 들렀다.필요한 식재료를 사고 생활용품 몇 가지도 챙겼는데, 돌아보던 우행은 그때 디저트 코너 앞에서 잠시 멈췄다.우행은 문득 소희가 단 것을 정말 좋아했던 게 떠올랐지만 화영은 단 한 번도 디저트를 먹는 걸 본 적이 없었다.대부분의 여자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나 달콤한 음료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우행은 조용히 화영 쪽을 바라보자 여자는 향신료 코너에서 진지하게 조미료를 고르고 있었다.그 모습에 우행은 미소를 지으며 과일이 올라간 티라미수를 한 통 장바구니에 넣었다.집에 돌아와 우행은 외투를 벗고 사 온 물건들을 정리하며 말했다.“화영 씨는 좀 쉬어요. 재료는 내가 다 손질할 테니까.”화영은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생활복으로 갈아입은 뒤 부엌으로 향하자 우행은 소매를 걷고 채소를 씻고 있었다.“도와줄게요.”“아니요, 괜찮아요. 나 혼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5화

    화영은 우행의 뒤를 따라가며 잔잔히 웃었다.“사실 괜찮아요. 나도 좀 쉬고 싶었어요.”우행이 곁눈질로 화영을 보며 말했다.“하룻밤을 쉬고 왔는데도 피곤해요? 체력이 정말 부족하네요.”화영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평소 냉철하고 강단 있는 화영이였지만 그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그래서 무언가 반박하려 했지만 우행은 아무렇지 않게 말만 남기고 멀어져 갔다.멀찍이서 지켜보던 가윤은 두 사람을 향해 독기 서린 눈빛을 보냈다.그리고 그 시선은 마치 독사처럼 소름 끼치고 매서웠다.곧 희문이 다가와 테니스를 치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자신이 사 온 물을 건네며 웃었다.“가자, 우리도 좀 칠까?”가윤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너 혼자 쳐. 난 하기 싫어.”희문이 그녀 옆에 앉으며 말했다.“테니스 치자고 나 불러놓고 이게 뭐야?”그러자 가윤이 짜증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지금은 하기 싫다고. 안 돼?”“알겠어, 알겠어. 네가 뭐라면 그게 맞지.”희문은 달래듯 웃자 두 사람은 잠시 코트 옆에서 경기를 구경했다.하지만 희문은 금세 지루해졌다.“그럼 딴 데 갈래? 여기 계속 앉아 있을 거야?”“어디도 가기 싫어.”가윤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곧 점심이잖아. 우행이랑 같이 밥 먹을 거야.”그렇게 두 사람은 기다렸다.우행과 화영이 경기를 마치고 잠시 쉬자 가윤은 아무 일 없는 듯 물병을 건네며 물었다.“점심은 뭐 먹을 거야?”희문조차 가윤이 일부러 우행과 화영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이에 희문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결국 가윤의 뜻대로 맞춰주었다.점심 장소를 정한 네 사람은 주차장으로 향했고 가윤은 재빠르게 우행의 차로 다가가 말했다.“난 택시 타고 왔으니까 우행의 차 타고 갈게.”우행은 희문을 향해 말했다.“희문아, 가윤은 네가 태워. 난 화영 씨랑 차 안에서 얘기할 게 있어.”그러자 가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쉬는 날에도 일을 해? 게다가 둘이 같은 회사도 아니잖아. 무슨 일을 그렇게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4화

    주말이 금세 다가왔다.토요일 이른 아침, 화영은 우행에게 거의 끌려 일어났다.우행은 또다시 함께 테니스를 치러 가자며 화영을 재촉했다.화영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클렌징폼을 치약으로 착각할 뻔했다.간신히 세수를 마친 뒤 화영은 문득 어젯밤 우행이 말했던 말이 아주 또렷하게 생각이 났다.“내일은 주말이니까 일찍 안 일어나도 되잖아요.”‘그런데 지금 이게 뭐야?’이렇게 새벽같이 깨워놓고는 평일 아침이랑 다를 게 없었다.거기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건 우행의 체력이 왜 이렇게 좋은가였다.‘운동을 좋아해서 그런 걸까?’그렇게 속으로 투덜대는 사이, 문밖에서 우행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옷은 내가 골라서 침대 위에 놔뒀으니까 옷 갈아입고 나와서 아침 먹어요.”화영은 어젯밤 일을 떠올리다 얼굴이 붉어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그래요, 알았어요.”우행이 나가자 화영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얼굴에 선크림을 바른 뒤 욕실을 나왔다.침대 위에는 연한 회색 운동복 한 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그 옷은 우행이 직접 여자를 위해 산 것이다.화영과 함께 운동을 하겠다고 일부러 맞춘 운동복이었고 사이즈도 놀라울 만큼 정확했다.식탁으로 나가니 우행도 회색 운동복 차림이었다.우행은 우유를 따르고 있었고 화영이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들어 물었다.“왜 그래요?”화영은 환하게 웃었다.“아니에요,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요.”우행이 미소를 지었다.“옷은 잘 맞아요?”“맞는 정도가 아니라 맞춤 제작한 것보다 더 맞는 것 같아요.”화영의 말에 우행이 짧게 웃으며 우유를 건넸다.“먹죠.”아침을 마치고 아홉 시 정각에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주말이라 도로는 다소 막혀 테니스장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열 시가 다 되어 있었다.코트를 들어서자 눈에 익은 여자가 보였는데 바로 운동복 차림의 가윤이었다.형형색색의 운동화에 완벽한 메이크업까지 한 가윤은 전혀 운동하러 온 사람 같지 않았다.화영은 곁의 우행을 흘끗 바라보았고 남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3화

    그날 밤에는 짧게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지만, 오늘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화영은 처음으로 세라가 정말 아름답다는 걸 느꼈다.그 아름다움은 결코 공격적이지 않고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호해주고 싶게 만드는 부드러운 매력이 있었다.화영은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지만 세라의 눈빛만으로도 대강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다.단단한 의지, 강한 내면, 그리고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사람.그런 성향을 가진 여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온 경우가 많았다.세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백종원을 향해 말했다.“그럼 선생님께 맡길게요.”백종원도 고개를 끄덕였다.“5일 뒤에 오시면 돼요.”“감사드려요.”세라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작업실을 나서며 다시 한번 화영에게 인사했다.“시계 수리비는 어디에 결제하면 될까요? 프런트로 가면 될까요?”화영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그냥 제가 작은 도움 드리는 셈 칠게요.”“그건 너무 죄송한데...”“정말 괜찮아요.”화영이 부드럽게 말하자 세라는 고운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사실 곧 친구 생일이라 선물을 하나 고르려는데, 화영 씨가 좀 추천해 주시면 좋겠어요.”그 말에 화영은 속으로 웃었다.수리비를 대신 지불하려는 배려임을 알았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말했다.“좋아요. 함께 골라보죠.”화영은 직접 세라를 안내해 매장을 함께 둘러보았다.한 층, 두 층을 돌며 여러 제품을 살펴보다가 세라는 결국 약 2천만 원 상당의 고급 팔찌를 선택했다.결제할 때 세라는 직원에게 물었다.“여기 VIP 회원은 어떻게 가입하나요?”직원이 지엠의 회원 제도를 자세히 설명해 주자 세라는 바로 10억 원을 선불로 결제하며 회원 카드를 만들었다.그 모습을 본 화영은 옆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세라 씨, 지엠을 조금 더 알아보신 후에 결정하셔도 늦지 않아요. 이 정도 금액은 꽤 크니까요.”하지만 세라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오늘 화영 씨가 직접 안내해 주셨잖아요. 저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2화

    전화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수호가 말했다.“우행이한테 다 얘기했어. 지금은 아무 일도 없다고.”방 안엔 다시 불이 들어오자, 밝은 조명 아래에서 노가윤의 굳은 표정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수호는 잠깐 가윤을 바라보다가 담담히 말했다.“난 아직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수호가 문을 나서려 할 때, 희문이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고 한마디 던졌다.“네 여자친구 오늘 야근이지? 데리러 가기로 했다면서? 안 가?”세라가 나섰다.“둘 다 바쁠 텐데 가봐. 난 여기 남아서 가윤이랑 있을 테니까.”“고마워, 세라야.”희문이 진심 섞인 미소로 말했다.“가윤이랑 나는 제일 친한 친구잖아. 인사할 필요 없어.”세라는 따뜻하게 웃었다.곧 희문은 가윤에게 몇 마디 위로를 더 건넨 뒤, 수호와 함께 나갔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각자의 차로 향하자, 수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윤이 점점 선을 넘고 있어.”그러자 희문이 놀라 되물었다.“무슨 뜻이야?”이에 수호는 비웃듯 말했다.“오늘 그 정전, 진짜로 전선 문제라고 믿어?”그제야 희문도 눈치를 챘다.“설마 가윤이?”“세라도 같이 있었잖아. 이쯤 되면 뻔하지 않아?”수호의 웃음은 냉소에 가까웠다.“그때 우행이랑 같이 유학 갔던 건 세라 본인이야. 떠난 것도 끝낸 것도 세라였어.”“그런데 왜 아직도 다들 우행이 세라한테 잘못한 사람처럼 구는 건데? 그게 걔를 위하는 거야?”“난 진짜 모르겠어. 가윤은 도대체 뭘 생각하는 건지. 이제 와서 세라가 우행보다 더 중요해진 건가? 그럼 멀어지는 것도 당연하지.”희문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수호가 차갑게 덧붙였다.“화영 씨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 배포가 크고 여유가 있어. 그러니까 더 비교되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지금 너희 행동 너무 속 좁고 유치해 보여.”수호가 말을 마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남자는 단호한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희문은 굳은 얼굴로 한참을 서 있다가 뒤따라 나섰다.이틀 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211화

    세라의 목소리는 아주 잔잔했다.“그건 우행이 스스로 선택한 거야.”“공짜로 주는데 누가 마다하겠어?”가윤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자 세라는 고개를 저었다.“우행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가윤은 곧바로 물었다.“아직도 걔 좋아하지? 마음속으론 아직 끝내지 못했지?”이에 세라는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말했다.“우린 인연은 있었지만 함께할 운명은 아니었어.”“인연이 없다고? 처음부터 네가 먼저 걔를 만났잖아. 내가 도와줄게. 꼭 다시 우행을 되찾게 해줄게.”가윤이 세라의 손목을 꽉 붙잡자 여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 나 때문에 우행이 불쾌해지면 안 돼.”“아니야.”그러나 가윤의 눈빛은 완강했다.“그 화영이라는 여자, 애초에 우행이한테 어울리지도 않아.”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자 가윤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우행이 왔네!”세라는 자세를 바로 하고 문 쪽을 바라봤다.문이 열리자마자 가윤은 반가움이 터져 나왔다.“드디어 왔...”하지만 말이 중간에서 끊겼고,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우행이 아니라 희문이었다.남자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괜찮아? 방금 다른 세대들은 다 불이 들어와 있던데, 혹시 누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까 싶어서.”가윤의 얼굴은 실망으로 일그러지자 목소리도 거칠게 변했다.“왜 네가 온 거야?”희문이 집 안으로 들어오며 설명했다.“우행이랑 가까이 사는 사람이 수호인데, 걔한테 연락했더니 일이 있어서 못 간다더라. 내가 마침 같이 있어서 대신 왔어.”희문은 말을 마치고 방 안을 둘러보다가 어둠 속에서 앉아 있는 이세라를 보고 깜짝 놀랐다.“세라? 너도 여기 있었어?”그러자 세라는 부드럽게 웃었다.“가윤이가 무서워할까 봐 잠깐 같이 있으려고 왔어.”희문은 방을 한 바퀴 둘러보고 말했다.“두 사람은 여기서 기다려. 나가서 전기 상태 좀 보고 올게.”희문이 나가자 가윤은 한참을 서 있다가 갑자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곧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진우행! 정말 대단하

더보기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