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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9화

Author: 금추
유정은 수요일 저녁, 주준이 재킷을 건네준 날을 떠올렸다. 그가 감기에 걸린 게 아마 그날 때문일 거라 생각하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 때문에 감기 걸린 거 아니에요?”

“그냥 목이 조금 아플 뿐이고, 참을 수 있어요. 칠성이 감기 걸리는 것보단 내가 낫죠.”

주준은 쉰 목소리로 낮게 말했는데, 오히려 그 음성은 더 깊고 부드럽게 들렸다. 유정은 그 깊은 눈빛을 마주 보며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곧 주준이 말했다.

“엄마도 도착하셨으니, 인사드리러 가죠.”

두 사람은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대기실에서 주준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주준 어머니는 오늘도 단정한 개량한복 차림이었다. 연한 연분홍색의 고운 천에 섬세한 수공 자수가 놓인 옷은 그녀의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우아함과 단정함이 배어 있었다.

유정을 보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따뜻하게 손을 잡았다.

“칠성!”

“안녕하세요.”

유정이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칠성 씨를 보면 이상하게 정이 가.”

여자는 잔잔하게 웃었다.

“딸을 늘 갖고 싶었는데, 결국 그 인연이 없었거든.”

주준이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결국 날 무시하는 거네요!”

유정은 웃으며 말했다.

“딸이었다면 지금의 주준만큼 훌륭하지 못했을 수도 있죠.”

주준이 유정을 보는 눈빛에는 묘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역시 칠성이 최고네요.”

유정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행사 시작했어요?”

“곧 시작해. 우리 자리로 가자.”

그렇게 자연스럽게 유정을 저산의 팔짱을 끼게 허고, 화려한 복도를 함께 걸었다.

행사장에는 몇몇 연예인들도 초청되어 있었다. 황금빛 샹들리에 아래, 반짝이는 조명이 장내를 수놓았고 분위기는 꽤 성대했다.

세 사람이 나란히 입장하자,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셋에게 집중되었다.

유정은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처음엔 사적인 자리인 줄 알고 참석한 건데, 이렇게 격식 있는 자린 줄 몰랐다.

이 자리에 온 사람들 대부분이 강성에서 이름난 재벌과 명문가 인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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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4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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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482화

    유정은 이 순간이 두 사람이 단둘이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조시안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고, 수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침묵만 길어졌다.잠시 후, 시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형 때문에 그만두는 거예요? 형을 사랑하지도 않는다고 했잖아요. 근데 왜 형 때문에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걸 포기해요?”유정은 답답한 감정에 숨을 내쉬었는데, 그 한숨에는 과거가 되풀이되는 듯한 무력감이 들었다. 예전에는 집안의 책임 때문에 만화를 포기했고, 지금도 또다시 그런 선택을 하고 있었다.곧 유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문제는 별개예요.”그러나 시안의 입꼬리가 자조적으로 올라갔다.“하지만 결국 네가 택한 건 형이야.”유정은 담담히 말했다.“우린 그만큼의 거리를 지켜야 하는 사이예요. 그러니 제 입장에선 그게 옳은 선택이고요.”시안은 코웃음을 쳤다.“그러면 친구도 못 되는 거예요?”유정은 잠시 망설였지만, 끝내 고개를 끄덕이자, 시안은 창밖을 바라보며 입술을 질끈 다물었다. 그의 눈엔 쓰라린 아픔이 어려 있었다.“왜 나는 항상 형에게 지는 걸까요? 내가 사생아라서요? 태어난 걸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선택할 수 있다면, 차라리 세상에 안 태어나는 쪽을 택했을 거예요. 늘 사람들 눈 밖에서,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삶이니까요.”“어릴 땐 조씨 저택에 발도 못 들였고, 나중에 간신히 들어갔을 땐 식사 자리조차 형 어머니랑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없었어요.”“백자 돌림이었는데 그 글자도 못 쓰게 됐고요.”“형이 축구하고 게임을 할 시간에 난 밤새워 공부하고, 어른이 된 뒤엔 형이 유흥에 빠져 있을 때 난 실적 올리려 회의실에 붙어 있었어요.“형이 할 수 있는 건 나도 다 할 수 있었고, 더 잘하고 싶어서 미친 듯이 노력했는데 결국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요?”“형이랑 같은 위치에 서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이젠, 칠성이랑 함께 만든 작품조차 빼앗아 가잖아요.”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481화

    시안은 잠시 멈춰 섰다가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결국 칠성은 형을 선택했으니 아주 기쁘시겠어요?”백림은 고개를 들었다. 차가운 얼굴은 무표정하게 굳어 있었다가, 갑자기 다리로 그를 강하게 걷어찼다.시안은 배를 얻어맞고 휘청이며 뒤로 물러났고, 얼굴엔 고통이 스쳐 갔다. 백림은 천천히 몸을 펴고 시안에게 다가갔다. 백림의 눈빛은 한겨울처럼 쌀쌀했고, 서슬이 퍼런 눈으로 뚫어지라 시안을 쳐다보았다.“내가 너한테 알려주고 싶었던 건 그거야. 네가 어떤 수를 써도, 유정은 결국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나를 택해.”시안은 어둡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백림을 노려보았다.“자기 위치도 모르는 놈은 내가 친절히 가르쳐줄 수 있어. 또한, 내 물건에 손대겠다는 생각, 다시는 하지 마.”백림의 말은 가시 돋친 것 같았으나, 시안은 코웃음을 치며 반박했다.“그게 정말 형이 이긴 거라고 생각해요? 유정은 분명히 말했어요. 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백림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다시금 발을 들어 차버렸다. 시안은 몸을 비틀어 간신히 피했지만 계속 뒤로 물러섰다.“형이 이긴 게 아니라, 그냥 본처 배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죠. 조건이 같았다면, 유정은 분명 나를 선택했을 거예요.”백림은 살기 서린 눈으로 대꾸했다.“그 애가 날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 결국 내 밑에서 자게 될 테니까.”그 한마디에 시안의 얼굴은 확 하얘졌고, 이를 악물고 백림을 노려보았다.애써 이성을 찾은 백림이 냉정하게 말했다.“넌 태생부터 어둠 속에 사는 존재야. 평생 빛을 갈망해도, 절대 닿지 못할 곳에 있는 거지.”유정은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다음 날 회사에 휴가를 내고, 정오쯤 두어 시간 눈을 붙인 뒤 다시 일어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후 며칠간, 거의 잠도 안 자고 남은 원고를 모두 마무리했다.비록 중도에 손을 놓게 되었지만,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만큼은 제대로 끝내고 싶었다.이야기상 여자 주인공은 희생되고, 남자 주인공은 홀로 남아 재건의 길을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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