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Author: 금추
임구택은 그날 창문에서 뛰어내린 여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명우는 제일 먼저 천위 호텔의 CCTV를 조사했다.

이상하게도 7시와 9시 두 시간대 모두 공백 상태였고 천위 호텔의 보안요원조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당시 인터넷이 끊겼을 것이라고 추측만 하고 있었다.

그래도 명우는 한 사람을 찾았다. 서이연.

서이연은 B급 배우로 청순하고 러블리한 이미지의 노선을 걷고 있으나 줄곧 뜨지 못했다. 어제 저녁 6시 50분쯤 그녀가 천위 호텔에 들어가 연풍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CCTV에서 볼 수 있었다. 이후 CCTV 기록에는 공백이 있어 그녀가 어느 방으로 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

9시 5분경 서이연의 매니저가 그녀를 부축하고 연풍관 밖에 나타났는데, 그녀는 한쪽 다리를 구부린 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그 뒤로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명우는 서이연이 어떤 차를 타고 떠났는지 몰라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젯밤 그녀는 왼쪽 다리를 수술했다.

명우는 이미 차트를 확인했는데 낙상이었다.

그날 밤, 강성의대 부속병원.

VIP706호. 병상에 누워있는 여인은 두 손을 맞잡고 불안한 표정으로 맞은 켠 소파에 앉은 임구택을 바라보았다.

“임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

“다리 어떻게 다쳤어요?”

임구택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서이연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반쯤 늘어뜨린 눈꺼풀 아래 눈물을 반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대표님과 관련이 있나요?”

“숨길 필요 없어요, 사람을 시켜 이미 CCTV를 확인했으니까. 어젯밤 9시쯤 매니저가 당신을 부축해서 차를 타고 떠날 때 다리는 이미 부러져 있었죠. 그날 밤 제 방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맞나요?”

임구택의 어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했다.

손님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천위 호텔은 카메라가 객실 창문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이연이 어디서 뛰어내렸는지는 볼 수 없지만, 그녀의 행적은 분명히 그날 밤의 일과 일치했다.

서이연이 멍해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는 아직도 망연함이 남아있지만 머릿속은 생각들이 급속히 돌고 있었다.

옆에 있던 매니저는 대화에 끼지 못하고 숨소리마저 죽여가며 듣고 있었다.

임구택은 다리를 꼬고 담담하게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제가 약속했잖아요. 날 도와줬으니 꼭 보상해 드릴게요!”

명우는 카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카드 안에 20억 원이 있으니 그날 밤의 일을 다시는 꺼내지 않겠다고 약속해줬으면 좋겠네요.”

서이연은 아랫입술을 깨물다가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전 돈은 필요없어요. 당시에도 제가 좋아서 한 일이고요. 임 대표님 안심하세요, 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 약속은 꼭 지키는 사람입니다. 돈을 원하지 않으면 다른 걸 요구해도 좋습니다.”

임구택이 말했다.

서이연은 매니저가 눈치를 주자 손을 꼭 쥔 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전 원하는 것 없어요. 만약 임 대표님께 실례가 안된다면 저를 친구로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임구택은 냉담한 어조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제 생각에는 실리적인 요구를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서이연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불안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지금 회사에서 나가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임구택은 잠시 침묵하더니 물었다.

“LS엔터테인먼트로 오실래요?”

매니저의 눈동자가 갑자기 반짝거렸다. LS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수많은 A급 연예인을 양성해냈다. LS에 들어가면 전문적인 지원이 부족할 리 없었다.

서이연은 나긋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임구택이 말했다.

“회사에 연락해서 계약 준비하라 할게요. 현재 회사의 위약금도 저희 쪽에서 해결해 줄 거예요.”

서이연은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건넸다. 그녀의 가냘픈 목소리와 부상으로 인해 창백한 얼굴은 그야말로 청순가련 그 자체였다.

임구택은 나가려다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물었다.

“어젯밤에 왜 제 방에 오신 거예요?”

서이연은 잠시 멍해져 있다가 재빨리 답했다.

“원래 옆방에 오디션 보러 가려다 방을 잘못 들어갔어요.”

......

임구택이 떠난 지 한참 되었는데도 서이연은 정신 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어젯밤 일을 당연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새로운 연극 오디션을 보려 했고, 조감독이 그녀에게 천위 호텔로 가서 자세히 이야기하자고 했다. 방에 들어갔을 때 웨이터가 옆방이 임구택의 전용 스위트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녀는 주의 깊게 보았었다.

조감독은 그녀가 방에서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들어왔다.

연극 얘기는 무슨... 연극 핑계로 뭐 어떻게 해보려는 거였다.

그녀는 죽을 힘을 다해 한참을 반항하다가 결국 창문 밑에 숨었다가 눈을 감고 뛰어내렸다.

임구택이 오기 전 병실에서 매니저는 이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고상한 척 해서는 안 된다고 그녀를 한창 혼내고 있었다.

매니저는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임 대표가 사람을 잘못 찾은 거지? 우리 거짓말 한 거 문제 없겠지?”

서이연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불을 콱 움켜쥐었다.

“아니면 그 돼지 같은 조감독이랑 자라고요?”

LS와 계약을 맺다니, 정말 좋은 기회다. 이보다 더 그녀를 설레게 하는 것은 임구택과 연이 닿았다는 것이다.

임씨 가문은 강성, 심지어 이 나라 전체의 경제를 좌우지하고 있다. 위로는 정부, 아래로는 산업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임씨 가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이 없었다. 임구택의 호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녀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늘이 이렇게 도와주는데 왜 이 기회를 걷어차겠는가?

예전에 그녀를 무시했던 사람들을 모두 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높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아부할 생각을 하니 이런 도박 한 번 쯤은 괜찮지 않은가.

그녀는 조감독이 폭로할까 두렵지도 않았다. 그날 밤 조감독도 그녀가 갑자기 뛰어내리는 바람에 놀랐을 것이다. 그는 지금 자신과 그녀가 아무런 연관이 없기를 바랄 것이다.

임구택은 병원에서 나와 어두운 표정으로 차에 앉았다. 상대가 배우일 줄은 몰랐다. 외모도 꽤 괜찮았지만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고 실망스러웠다.

이 갑작스러운 짜증으로 인해 그는 그녀가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자신을 모욕했던 일도 재미가 없어졌다. 따지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빨리 끝내고 싶을 뿐이었다.

......

토요일, 오전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소희는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소희네 집이 있는 완화 별장은 버스가 없어서 소희는 택시를 타야만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1시었는데 날이 흐리고 비가 오려고 했다. 하녀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소희를 웃음을 지으며 반겨주었다.

“아가씨, 오셨군요!”

소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안으로 들어갔다.

장 씨 아주머니는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선생님은 사모님과 외출하셨어요. 좀 지나야 돌아올 테니 먼저 앉아 계세요.”

“언니 왔어?”

위층에서 깜짝 놀라는 소리가 들렸고 곧 계단에서 예쁜 소녀가 미소를 머금고 뛰어내리더니 금방 소희 앞에 나타났다.

“언니 왜 이제 왔어, 나 오전 내내 기다리고 있었어.”

소희도 웃으며 인사했다.

“소연아.”

장씨 아주머니는 소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가씨, 디저트 다 됐는데 블루베리 무스 드릴까요, 초콜릿 맛 드릴까요?”

“좀 이따 먹을게요. 먼저 일 보세요. 언니랑 얘기 좀 할래요.”

소연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네!” 장 씨 아주머니는 공손히 대답하고 나가면서 소희를 다시 한 눈 보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방금 머리를 한 소연은 뾰족한 가위를 손에 들고 옆으로 돌아보며 말했다.

“엄마가 아침부터 머리 하러 가자고 해서 같이 갔었어. 기어코 나도 헤어스타일 바꿔보라고 해서 해봤는데 언니 보기엔 어때? 예뻐?"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뻐.”

소연은 귀밑의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내가 한참 동안 거울 봤는데 아무래도 여기 잘 못 자른 것 같아, 내가 다시 잘랐는데도 맘에 안 들어, 언니가 좀 잘라줘.”

소희는 소연이 건네주는 가위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어디?”

“귀 밑 여기. 내가 잡고 있을 테니 언니가 좀 잘라줘.”

소연은 몸을 돌리고 머리를 한쪽으로 젖히며 귀 밑 머리 한 가닥을 가리켰다.

소희가 가위를 들고 소연이 말한 곳을 막 자르려는데 문쪽에서 겁에 질린 소리가 들렸다.

“소희 너 뭐하는거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428화

    희유는 입술을 꼭 다물고 맑고 투명한 눈으로 유변학을 올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믿어줘요.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유변학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다. 그래서 더 이상 말을 듣지 않고 몸을 숙여 소파 위의 쿠션을 들추려 했다.희유가 급히 유변학의 팔을 붙잡으나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희유의 턱을 쥐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른 한 손은 이미 쿠션 아래에 숨겨져 있던 물건을 꺼내 들고 있었다.아무런 표시도 없는 검은색 상자이자 유변학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상자를 열려는 순간, 희유가 벌떡 일어나 그것을 빼앗으려 했다.유변학은 차가운 눈길로 희유를 한 번 내려다보자 그 시선에 겁을 먹은 희유는 바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다시 소파에 앉았다.그 반응이 오히려 더 수상했다.유변학은 자신 앞에서 잔꾀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에 속이 서늘해졌고 설명하기 힘든 불쾌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그래서 표정을 굳힌 채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립스틱처럼 보이는 금빛 금속 용기가 들어 있었다.뚜껑을 열자 연한 분홍빛 스틱이 드러났다.‘립스틱. 만약 단순한 립스틱이라면 왜 숨겼을까? 왜 그렇게 당황했을까?’이에 유변학은 상자 안을 다시 뒤지자 안쪽에서 금색으로 접힌 작은 카드 하나를 꺼냈다.카드를 펼쳐 내용을 훑어보던 유변학의 시선이 멈췄다.잠시 후, 유변학은 고개를 들어 희유를 바라봤고 얼굴에는 단정 짓기 어려운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희유는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별거 아니라고 했잖아요.”유변학은 소파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여전히 무릎을 끌어안고 자신을 숨기듯 웅크린 희유를 바라보다가, 손에 든 물건을 들어 보이며 낮게 물었다.“이게 필요해?”희유가 손을 뻗어 그것을 잡으려 했지만, 유변학은 가볍게 손을 피했고 여자의 얼굴은 금세 새빨갛게 물들었다.그러고는 어색한 표정으로 서둘러 해명했다.“홍서라 언니가 준 거예요. 저도 뭔지 몰랐어요. 사장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427화

    마침 주문했던 디저트도 완성되었고 직원은 포장을 마쳐 공손히 희유의 손에 건넸다. 그리고 희유는 예의를 갖춰 홍서라에게 인사를 했다.“먼저 가볼게요.”홍서라는 담담하게 웃었다.“가봐.”희유는 디저트를 들고 우한을 찾았다. 하루 중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가장 편안하고 즐거웠다.둘은 함께 디저트를 먹고 이어서 카드 연습을 했다. 희유는 유변학에게서 배운 것들을 하나하나 우한에게 다시 가르쳐 주었다.다만 겉으로 보기엔 간단해 보여도 직접 해보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유변학처럼 자유자재로 다루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우한의 근무 시간이 가까워지자 희유는 9층을 떠나 다시 돌아갔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희유는 잠시 눈빛을 반짝이더니 2층 버튼을 눌렀다.이전에 유변학과 함께 왔던 그 레스토랑을 찾아 몇 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음식이 모두 나오자 값이 꽤 나가는 술 한 병을 카드로 결제해 직원에게 건넸다.“이 술을 새로 오신 셰프님께 전해주세요. 그분이 하신 요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요.”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전달하러 갔고 희유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저녁을 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다시 돌아왔는데 손에는 작은 디저트 접시가 들려 있었다.“한 셰프님께서 술 잘 받았다고 하시면서 디저트를 하나 더 만들어 보내셨어요. 즐거운 식사 되세요.”“고마워요.”희유는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그러고는 그 셰프의 성이 한씨라는 걸 기억해 두었다.주문한 요리는 모두 조금씩 맛봤고 디저트까지 다 먹은 뒤에야 37층으로 돌아왔다.유변학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희유는 샤워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소파에 앉아 카드를 가지고 놀았다.카드 자체에 흥미가 생긴 것도 있었고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이기도 했다.시간은 어느새 훌쩍 흘러 바깥은 완전히 어두워지자 희유는 카드를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그때, 시야 끝에 테이블 위에 놓인 검은 상자가 들어와 손을 뻗어 상자를 집어 들었다. 겉에는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426화

    희유는 입가의 미소를 더 크게 지었다.“사장님, 이제 시작해도 되나요?”부드럽고 애교 섞인 목소리였다. 강성 여자 특유의 말랑한 억양까지 더해지자,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숙여 희유의 쇄골에 세게 입을 맞췄다.남자를 유혹하는 일은 굳이 배울 필요도 없이 타고난 것이었다.유변학은 몸을 일으켜 팔을 뻗어 희유를 품에 안고 카드를 집어 희유에게 건넸다.“먼저 카드 섞어. 그런 요란한 기술은 쓰지 말고.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카드의 배열을 기억해야 해. 하나라도 틀리면 벌받는 거야.”희유는 바로 표정을 고치고 집중했다. 카드를 받아 들고 온 신경을 쏟아 셔플을 시작했다.20초 뒤, 희유는 섞은 카드를 유변학 앞에 내려놓았다.유변학이 말했다.“가장 빠르게 하트 A 찾아.”희유는 카드를 밀어 펼친 뒤, 빠르게 훑어보다가 가운데에서 한 장을 집어 들어 뒤집자 정확히 하트 A였다.유변학은 희유를 한번 보고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나쁘지 않아. 그럼 스페이드 K 찾아.”그날 오전에도 유변학은 외출하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난 뒤부터 계속 희유에게 카드 기술을 가르쳤다.희유의 습득력은 유변학으로 하여금 엄청 놀라게 했다. 확실히 전에 말한 대로 희유는 정말 무엇이든 빠르게 익혔다.점심을 먹고 나서야 유변학은 볼일이 있어 밖으로 나갔고 희유는 배운 것을 소화하고 연습할 시간이 필요했다. 정신없이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고, 희유는 시간을 확인한 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희유는 2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 디저트를 하나 주문했다.기다리는 사이 끈 달린 원피스를 입은 매니저가 다가와 희유를 차갑게 훑어봤다.차림이 평범해 손님 같지도 딜러 같지도 않자 냉랭하게 물었다.“당신은 누구죠? 여긴 아무나 들어오는 곳 아니에요.”희유도 자신의 신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물건 사러 왔어요.”말인즉 손님이라는 뜻이었다.“손님이요?”여자는 비웃듯 웃었다.“남자 상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425화

    다음 날도 평소처럼 희유는 유변학의 품에서 눈을 떴다.전날 뜨거운 밤을 보낸 데다 한 자세로 밤새 있었던 탓에 온몸이 뻐근했다. 자세를 바꿔 다시 자려고 몸을 움직이자마자 남자가 다시 끌어안았다.허리를 감싸 쥔 유변학의 손은 습관처럼 위로 올라갔다.이에 희유가 입을 열었다.“오늘 바빠요? 어제 그거는 어떻게 한 거예요? 나도 좀 가르쳐 줘요.”유변학은 눈을 떴다. 막 잠에서 깬 목소리는 거칠고 낮았지만 묘하게도 듣기 좋았다.“다시 딜러 하러 갈 거야?”희유는 고개를 젓자 유변학은 여자를 더 끌어안고, 머리를 정수리에 기댄 채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왜 배우고 싶은데?”“재밌잖아요. 좋아하기도 하고요.”희유는 유변학의 쇄골에 뺨을 붙이자 힘차게 뛰는 심장 박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유변학은 반쯤 감긴 눈으로 희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카드 가져와.”“지금요?”희유는 들뜬 마음을 애써 누르며 잠옷 원피스를 걸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먼저 욕실에서 세수하고 나니 한결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다음 어젯밤 쓰던 카드를 챙겨 나오자 유변학은 이미 침대에 기대앉아 있었다.이불은 허리께까지만 덮여 있었고, 넓고 단단한 어깨와 조각처럼 선명한 복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아침 햇살이 유변학의 몸 위를 내리쬐자, 차가운 느낌보다는 남성적인 섹시함만이 남아 있었다.유변학은 아무렇게나 앉아 있었을 뿐인데도, 거칠고 태연한 분위기만으로 심장을 뛰게 했다.희유는 티 나지 않게 숨을 고르고는 조심스레 다가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카드를 내밀었다.“시작해요.”막 세수를 마친 얼굴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었고 눈매는 유난히 맑았다. 빛을 등진 채, 햇살이 희유의 얼굴선을 감싸며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를 도드라지게 했다.유변학은 손을 들어 희유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무표정한 얼굴에는 감정이 읽히지 않은 채 낮게 물었다.“전에 말했지? 결혼할 거라고.”희유는 잠시 멈칫했다. 순간 박수호가 떠올랐고 동시에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수호를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424화

    이전의 거칠고 광적인 모습과 달리 이번의 유변학은 드물게도 한결 부드러웠다.이미 이 달콤한 존재가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는 걸 아는 듯, 서두를 필요 없이 천천히 음미하려는 태도였다.희유는 유변학의 입맞춤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처음에는 수동적이던 몸이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유변학에게 화답하고 있었다.그러자 유변학의 인내심도 점점 사라졌고 더욱 강하게 희유의 부드러운 곳곳을 차지해 갔다.이렇게 얽히고설킨 뜨거운 키스는 단순한 욕망만은 아닌 듯했다. 욕망 너머에서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전율과 저항할 수 없는 기분이 함께 밀려왔다.한참 후, 유변학은 멈춰 서더니 희유의 이마에 이마를 댄 채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먼저 씻고 올게.”희유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가볍게 끄덕였다.유변학이 일어나 욕실로 향하자 희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여자의 손가락은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잠시 후, 유변학은 수건을 들고 욕실에서 나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머리를 닦기 시작했다. 허리에는 수건 하나만 두르고 있었고, 넓은 어깨와 단단한 근육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몸의 근육이 울끈불끈한 게 맨눈으로 잘 보였다.희유는 몸을 일으켜 유변학의 뒤로 다가가 무릎을 꿇듯 앉았다. 그리고 남자의 손에서 수건을 받아 대신 머리를 털어주었다.유변학의 체형은 완벽에 가까웠다. 피부는 거친 구릿빛이 아니라 오히려 차갑게 흰 편이었고 등에는 여기저기 흩어진 흉터들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문신은 하나도 없었다. 이곳의 보디가드들 대부분이 문신을 하고 있었고 전동헌조차 목덜미에 검은 독수리 문신을 새기고 있었던 터라 희유는 조금 의아했다.희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왜 다른 사람들처럼 문신 안 했어요?”유변학은 등을 보인 채 앉아 있었는데 빛이 날카로운 옆선을 차갑게 비춰 표정은 읽기 더더욱 어려웠다.곧 남자가 담담히 말했다.“넌 좋아해?”희유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너무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423화

    유변학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규칙은 네가 정해.”희유는 자신의 카드 한 벌을 유변학에게 건네고 다른 한 벌을 집어 들고 셔플을 시작했다. 손놀림은 극도로 능숙했고 카드가 손끝에서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여러 가지 묘기를 부려 보는 이의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유변학은 그런 희유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눈빛에는 약간의 감탄이 섞인 듯도 했고 동시에 그저 묘기로 보는 듯한 기색도 비쳤다.희유가 카드를 다 섞고 유변학에게 건넸다. 유변학은 희유의 카드를 받아 대충 몇 번 섞은 뒤 다시 희유에게 돌려주었다.“절 너무 얕보지 말아요.”희유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런 적 없어.”유변학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역시나 감정은 읽히지 않았다.유변학은 희유가 섞어 둔 카드를 소파 위에 손으로 쓸어 펼쳤다. 희유 역시 자신의 카드를 한 줄로 늘어놓고 진지한 눈빛으로 훑어보기 시작했다.곧 세 장의 카드를 골라냈고 만족한 표정으로 뒤집어 두 사람 사이에 놓았다. J, Q, K이였는데 같은 문양 스트레이트였다.이렇게 바로 이 세 장을 뽑아낸 것만으로도 상당한 실력이었다.희유는 자신만만하게 유변학을 바라봤다.“이제 사장님 차례네요.”유변학도 마찬가지로 세 장을 뽑았고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뒤집어 소파 위에 놓았다.역시 같은 무늬 스트레이트였지만 한 단계 더 높은 A, K, Q였다.그러자 희유가 소리쳤다.“말도 안 돼요!”자신이 셔플할 때 분명 유변학의 카드에서 A는 전부 빼 두었다고 생각했다.유변학의 눈동자는 짙게 가라앉아 있었고 남자는 담담히 말했다.“왜 안 돼?”희유는 당연히 자신이 속임수를 썼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속임수로 맞서다 더 큰 속임수를 만난 셈이니 말해 봐야 득보다 실이 컸다.희유는 머쓱하게 웃었다.“좋아요. 이번 판은 사장님이 이긴 걸로 할게요. 그래도 한 판으로 끝낸다고는 안 했잖아요. 3판 2선승제니까요.”유변학은 카드를 거두며 말했다.“그래.”아까와 같은 규칙이었고 서로 상대의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