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까지 돌린 다음 안에서 갑자기 소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에게 접근하는 것은 확실히 목적을 가지고 있었어."그 후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그래도 내가 대단하지. 선견지명이 있었으니까. 그때 네가 임가네에 들어가 과외할 때부터 나는 너희들 이렇게 될 줄 알았어!!"이현은 눈꺼풀이 튀더니 즉시 녹음펜을 앞으로 돌렸고, 소희와 그 여자의 대화가 시작할 때부터 한 글자도 빠짐없이 들었다."임구택 씨는 아직 네 정체를 모르는 거야?" 부터 뒤의 대화까지 그녀는 세 번 반복해서 들었다.이현은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녀는 아마도 소희의 비밀을 녹음한 것 같다!녹음펜을 끄자 이현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여자가 한 말은 무슨 뜻일까?소희의 정체는 무엇일까?그녀가 구택에게 접근하는 것은 또 무슨 목적이 있었던 것일까?구택은 이 일을 알까?이현의 머릿속은 모두 문제였다. 그녀는 녹음펜을 꽉 쥐고 손바닥에서 점점 땀이 났고, 그녀는 녹음한 내용을 삭제해야 할까?몇 방울의 비가 내려오더니 그녀의 목에 떨어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녹음을 삭제하고 소희의 비밀을 보호해야 했지만 그녀는 뜻밖에도 망설였다.그녀는 왜 망설이는 것일까?이현은 머리가 매우 어지러웠고, 마치 수천명의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더욱 초조하고 불안했다.이때 주머니에 넣은 전화가 갑자기 울리더니 이현은 깜짝 놀라 한참이 지나서야 휴대전화를 꺼냈다."야, 이현, 너 어디 갔어? 다음 신은 너와 은서의 상대역이야. 빨리 와!""네, 곧 갈게요!"이현은 대답하고 전화를 끊은 후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들고 있는 녹음펜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그녀는 녹음펜을 끄고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한시간 동안 바삐 돌아치다가 자신의 작은 정원으로 돌아왔는데 퇴근할 때까지 이현을 보지 못했다.그녀는 연희가 가져온 디저트를 정남에게 주었고, 그에게 이현을 보면 그녀에게 주라고 했다.날씨가 좋지 않아 촬영팀도 평소보다
이날 점심, 촬영팀은 너무 바빴고, 소희와 이현 두 사람이 밥을 먹으러 갈 때 도시락은 이미 차가워졌다.그래서 그녀들은 정남을 불러 세 사람은 바로 대력 샤브샤브 집으로 갔다.세 사람이 막 떠나자 은서의 조수는 그녀에게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주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이현과 소희의 관계는 정말 점점 좋아지고 있어. 그리고 그 이정남도, 세 사람은 매일 함께 나가서 밥을 먹는다니까!"은서는 휴대전화를 뒤적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익만 있으면 관계가 견고해질 수 있지"조수가 궁금해하며 말했다."그럼 그들 사이에 무슨 이익이 있는 거야?"은서는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핸드폰을 접고 일어섰다."넌 나와 작업실로 돌아가서 계약서 좀 체결하러 가자. 오후 3시 쯤에 돌아올 거야. 주 감독님더러 내 신을 뒤로 좀 미루라고 말해줘.""응, 지금 가서 말할게!"조수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조수가 돌아오자 은서는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갔고 그녀를 마중하러 온 차는 이미 정원밖에 세워졌다.두 사람은 함께 차에 올라 영화성을 떠나 시내 방향으로 향했다.조수는 차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앞의 가게를 가리키며 은서에게 말했다."은서야, 이것이 바로 이현 그들 몇 사람이 자주 가는 샤브샤브 가게야. 얼마나 맛있길래 매일 가는 거야!"은서는 차창 밖을 내다보았는데, 아주 평범한 샤브샤브 가게였고, 문 밖에는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녀는 그 남자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멈칫하더니 급히 소리쳤다. "차 세워!""끼익!"급정거하는 소리와 함께 은서는 몸을 맹렬하게 앞으로 기울였고 옆의 조수는 얼른 그녀를 보호하려 했다."은서야!"은서는 그녀를 밀치고 눈은 깜박하지 않고 맞은 편 샤브샤브 가게 밖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그가 어떻게 여기에?이미 죽지 않았어?그녀의 아버지는 그를 그렇게 오랫동안 찾았지만 후에 어떤 사람이 그가 죽었다고 말해서 그녀와 어머니도 모두 그가 이미 죽었다고 믿었는데, 뜻밖에도 그가 이렇
......오후촬영 중간에 쉬는 틈을 타서 은서는 주동적으로 이현에게 물 한 병을 가져다 주며 그녀를 칭찬했다."방금 아주 잘 했어. 주 감독님도 말했듯이, 너 지금 연기가 점점 더 훌륭해지고 있어. 이미 완전히 역할에 빠져들었어!""그래요?" 이현은 눈에 흥분이 가득했다."감독님이 정말 그렇게 말했어요?""응!" 은서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넌 연기 방면에 소질이 있으니 앞으로 내가 또 너에게 가르침을 청해야 할지 모르겠다!"이현은 즉시 겸손하게 말했다."은서 언니는 농담도 참. 내가 만약 언니의 반처럼 잘하면 한이 없겠어요!"은서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무심코 물었다."점심 식사 때, 너와 대사를 맞추고 싶었는데, 네 조수가 네가 나가서 밥을 먹었다고 말했어. 소희와 함께 간 거야?""아, 네!" 이현은 모호하게 대답했다."너희들 자주 그 대력 샤브샤브 가게에 간다고 들었는데, 그곳의 사장님을 아는 거야 아니면 그곳의 샤브샤브가 맛있는 거야?"은서는 순전히 이야기를 나누는 말투로 가볍게 웃음을 머금고 말투가 다정했다.이현은 그녀가 이렇게 친절하고 상냥한 것을 보고 전의 그 약간의 응어리가 갑자기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는 원래 은서를 숭배했는데, 이때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소희가 샤브샤브 가게의 사장님과 알고 있어서 자주 우리를 데리고 갔지만, 가게의 음식도 엄청 맛있어요."은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소희와 구은정이 뜻밖에도 아는 사이라니?"사장님은 수염을 기르고 키가 크고 잘생긴 그 사람인가?""맞아요!" 이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서 사장님 엄청 멋있어요!""성이 서 씨야?""네!""소희랑 친해?""아마 특별히 좋은 친구일 걸요. 소희가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서 사장님은 돈을 받지 않았고, 게다가 자주 소희에게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엄청 많이 해줬어요. 우리도 모두 소희의 덕을 봐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고요."은서는 또 샤브샤브 가게에 대해 물었는데, 물어볼수록 점점 더 놀
어느덧 주말이 되었다토요일 오전, 이현은 정성껏 치장하고 은서와 자선 파티에 참가했다.소희는 유민에게 수업을 하러 갔다.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소희가 불쑥 물었다. "너 둘째 삼촌 생일이 언제야?"유민은 교활하게 그녀르루바라보았다."왜, 우리 둘째 삼촌에게 생일 선물 주려고?""그의 생일이 언제인지부터 말해."유민은 웃으며 말했다."먼저 삼촌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싶은지부터 말하지 그래?""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소희는 엷게 웃었다."빨리 말해!"유민은 날짜를 확인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아직 한 달이나 남았어!""그럼 곧 그의 생일이잖아!" 소희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생일에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는데, 그녀도 그에게 무엇을 줄지 잘 생각해 봐야 했다.유민이 다가와서 말했다."차라리 삼촌 생일에 샘도 도시 전체의 광고를 사서 그에게 생일을 축하한다고 해!"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그가 놀랄 거 같은데!"유민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가서 그와 결혼해!"소희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두 사람의 혼인 신고서를 선물 상자에 넣어 그에게 줄까?이러면 아마 그를 더욱 놀라게 할 것이다!유민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밑에 웃음기가 가득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그녀를 놀렸다."우리 둘째 삼촌이 그렇게 좋아?"소희는 일부러 태연하게 말했다."그는 그렇게 훌륭한데, 그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냐?"유민은 웃었다."난 샘의 이 말을 녹음해서 그에게 선물할 수 있지. 삼촌은 틀림없이 좋아할 거야!"두 사람이 한바탕 웃고 떠들다 소희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수업해야지!""참!" 소희는 웃음을 거두고 정색하며 말했다."오늘의 대화는 네 둘째 삼촌에게 말하면 안 돼!""안심해, 두 사람 결혼하기 전까지 난 틀림없이 샘 편만 들 거야!" 유민은 맹세했다.소희는 웃으며 물었다. "그럼 결혼 후에는?""결혼 후에는," 소년의 눈에는 교활함이 가
소희는 얼굴을 붉혔다."갑자기 웬 아이요?"구택은 그녀를 응축했다."결혼하면 우리는 아기가 있을 거잖아요. 그리고 적어도 세 명은 낳아야 해요."소희는 눈 부릅떴다!구택의 두 눈동자에는 부드러운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두려워하지 마요, 내가 키울게요!"소희는 그를 흘겨보았다."너무 많이 생각한 거 아니에요!""하나도 안 많아요. 아마 내년 이맘때, 우리에게 아이가 있을지도 몰라요!"구택이 말했다.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정교한 눈매가 등불 아래에서 반짝였다."그렇게 빨리요? 토끼를 낳는 줄 아나 봐요?""오늘 밤부터 열심히 노력하면, 하나도 안 빨라요!"소희는 그가 말을 하면 할수록 심해지는 것을 보고 아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토끼의 귀를 쥐고 일어서며 말했다."이제 가요!"구택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끌고 방으로 갔다.이때 뒤에서 갑자기 토끼가 쫓아왔는데, 소희는 뒤를 돌아보니, 쫓아온 이 토끼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한 마리는 이미 등을 돌리고 몇 번 뛰어올라 나무 그림자 아래로 뛰어내려 보이지 않았다.소희는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이유 없이 당황했다."왜 그래요?" 구택이 물었다."아니에요!" 소희는 고개를 저으며 구택의 손을 꼭 잡았다.......다음날 오후, 날씨가 맑아서 은서는 임가네 노부인과 함께 꽃을 꽂고 있었다.그녀는 붉은 장미 몇 개를 도자기 꽃병에 넣었는데, 좀 단조롭다고 생각하여 또 백합 두 개를 꺼내 넣은 다음 노부인에게 물었다."어머님, 어때요?"노부인은 웃으며 말했다."예쁘네!"그녀는 눈빛이 깊어지더니 은서를 보다 자신에게 차 한 잔 따라주라고 한 다음 웃으며 말했다."구택이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너는 알고 있니?"은서는 멈칫하더니 미소는 입가에 굳어진 채 고개를 들어 물었다."그래요? 여자친구를 사귀었다고요? 구택이 직접 말했어요?"노부인은 단지 떠본 것이었다. 그녀는 원래 구택의 여자친구가 은서라고 생
구택은 안색이 좀 가라앉고 목소리가 불쾌했다."너랑 관계가 있는 일인가?""구택, 넌 소희 씨를 전혀 몰라!"은서는 절박하고 정중하게 말했다."나는 네가 사랑에 눈이 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그녀와 결혼하기 전에 적어도 그녀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잖아.»구택은 눈살을 찌푸렸다."구은서, 너 지금 또 무슨 이상한 말 하는 거야? 만약 네가 소희 씨에 대해 편견이 있으면, 앞으로 우리도 만날 필요가 없어!"말이 끝나자 구택은 몸을 돌려 성큼성큼 떠났다."임구택!"은서는 소리를 지르며 이를 악물었다."소희 씨의 본명은 소희가 아니라고. 그녀의 신분은 너의 상상을 초월한단 말이야.»구택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뜻이야?"은서는 앞으로 나가 얼굴에 모든 진상을 말하여는 결단을 띠고 있었다."네 서재에 가자, 내가 너에게 보여줄게 있어!""뭔데?""보고 나면 알게 될 거야!"*몇 분 후, 두 사람은 구택의 서재에 서 있었다.은서는 문을 닫고 휴대전화를 열고 녹음을 찾아내 구택에게 들려주었다.조용하고 우아한 서재에는 두 사람의 대화가 조용히 흘러나왔다.연희:"참, 임구택 씨는 아직도 네 정체를 모르는 거야?"소희:" 내가 졸업하고 우리의 관계를 공개할 때 알려주려고.""그때 그가 알게 되면 엄청 놀라지 않을까?" "사실, 너의 그 계획도 먼저 그와 잔 다음 그가 너를 좋아하게 하고, 다시 사실을 말하려는 거지?""그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접근하는 것은 확실히 목적을 가지고 있었어.""그래도 내가 대단하지. 선견지명이 있었으니까. 그때 네가 임가네에 들어가 과외할 때부터 나는 너희들 이렇게 될 줄 알았어!""난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많아.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에 다른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녹음은 곧 끝났고 은서는 다시 재생했다.구택은 안색이 조금씩 가라앉더니 눈이 가늘게 뜨며 휴대폰에서 아직 재생되고 있는 대화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세 번 재생한 후
“나중에 나는 또 이 녹음을 얻었는데, 그제야 소희 씨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은서는 줄곧 적당한 시기를 찾아 구택이 스스로 소희와 그 남자의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하려고 했는데 어제 그녀는 또 이런 녹음을 받았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녀는 아직 어떻게 구택이 "우연히" 이 사진과 녹음을 발견할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오늘 노부인이 구택이 소희를 집으로 인사시키려 한다는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구택에게 전부 털어놓았다.그녀는 오늘이 사실 좋은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구택이 자신이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 의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정말 참을 수 없다!구택은 눈빛이 차갑고 태도가 분간하기 어려웠고, 차가운 눈으로 은서를 바라보았다."넌 또 무엇을 조사했지?"은서는 가슴이 떨리더니 구택이 이렇게 예민할 줄은 몰라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직접 말했다."그래, 녹음을 들은 후 나는 즉시 사람을 시켜 소희를 조사하게 했어. 왜냐하면 나는 이런 내력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너의 곁에 둘 수 없었기 때문이야.난 운성에 사람을 보내 소희 파일을 찾아봤어!소희의 강성대에서의 보관 서류는 그녀가 운성 중학교에서 전학했다고 말했지만, 내가 가서 찾아보니 그 중학교에는 소희가 그 학교에 다녔다는 서류가 전혀 없었어. 나도 그곳의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는데 그들도 모두 소희라는 사람을 몰랐고.운성에서 그녀의 모든 것은 전부 공백이었어!"은서는 멈칫하다 계속 말했다."그녀의 친부모는 성이 구씨이고, 그녀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더 있어. 그녀가 4살 때, 그녀의 부모는 교통사고로 모두 죽었고, 그 후 그녀는 그녀의 남동생과 함께 현지 고아원에 보내졌어. 1년 후, 소희는 입양되었지만, 그녀를 입양한 사람도 아무런 기록이 없었다. 그 후 소희는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자랐는지, 모두 공백이었고, 전혀 찾을 수 없었어!너 운성에 가서 소희 씨 찾았었지? 그녀의 가족을 본 적 있어?"구택은 멍해졌고
구택의 얼굴은 갑자기 가라앉았다. 은서의 마지막 이 말은 전에 그녀가 한 모든 말보다 그를 더욱 타격할수 있었다.그는 이때 실망도 의심도 아니라 당황했다.그는 확실히 당황했다. 그는 소희가 어릴 때부터 자란 배경도 개의치 않았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도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 그녀가 처음에 그에게 접근한 목적이 무엇인지도 개의치 않았다. 그가 유일하게 관심한 것은 그녀가 도대체 그를 사랑했는가 없는가 였다.남자는 눈을 감았는데 머리속에서 소희가 다른 남자와 에게 손을 잡고 차에 오르는 사진이 떠올랐다. 그는 가슴이 답답했고 머릿속은 더욱 종래로 없었던 혼란으로 가득했다.은서는 구택의 안색이 보기 흉한 것을 보고 기세를 몰아 계속 말했다."구택아,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마. 소희는 다른 속셈이 있고 또 다른 남자들과 관계가 혼란했으니 전혀 네가 사랑할 가치가 없어!!""꺼져!" 구택은 눈을 감고 얇은 입술로 가볍게 두 글자를 뱉었다.은서는 눈을 크게 뜨고 즉시 자신을 비웃었다."넌 내가 미운 거야? 내가 너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줘서 밉고, 내가 소희의 진면목을 폭로해서 밉고, 원래 그녀는 네 마음속의 순결하고 연약한 여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해서 미운 거야! 괜찮아, 네가 나를 미워하고 싶으면 미워해, 네가 후련할 수만 있다면!"그녀는 자신의 가방을 들고, 눈에 눈물을 머금고, 보기에 비할 데 없이 진지했다."구택아, 내가 한 모든 것이 다 너를 위한 거야!"말이 끝나자 여자는 목이 메어 돌아섰다.구택은 뒤의 책상에 기대어 조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온몸이 차갑게 덮여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다소 어두워졌다.한참 뒤, 그는 핸드폰을 가지고 명길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사람 좀 조사해줘!"명길이 물었다. "말씀하십시오.""소희!"구택은 천천히 말했다."그녀의 과거의 모든 것, 그리고 최근에 왕래한 사람들을 조사해.»"예!" 명길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임무만 맡았다.전화를 끊자 구택은 온몸에 힘이 찰나에 뽑힌 것 같았다
“그날 밤 전화했을 때 말이야.”유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게 바로 그날이었어요?”“그래.”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는 서선영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몰랐다. 혹시 다시는 유진을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워,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사실은 유진에게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유진은 자책하듯 말했다.“나도 그때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어. 근데 안 찾아갔어요.”은정은 유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그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고, 유진은 단지 모호한 한 통의 전화로 구씨 저택까지 달려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유진의 마음속은 여전히 무겁고 미안했다.“내가 갔더라면, 그 여자의 계략이 통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요.”“유진아, 우리 이제 과거에 대해 그만 후회하자. 응?”은정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요한 건, 서선영 모녀의 거짓말을 어떻게 밝혀낼지였다.“그 여자가 떠나라고 하니까, 진짜 떠나려던 거예요?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됐어?”유진이 화가 난 듯 말하자, 은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내 명예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어. 네가 그 일 알고 나서 날 더 미워할까 봐, 그게 무서웠지.”호텔에서 유진이 여씨 집안 가족 모임에 참석한 걸 봤을 때, 그는 마음이 무너졌다.자신은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앞으로도 더러운 과거 때문에 손가락질받을 인생인데, 그런 자신의 곁에 유진을 두는 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유진은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은 두 손으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안개 낀 듯한 눈동자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은정의 어두운 그림자를 밀어내고 그 마음속까지 빛으로 채우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번에는 유진이 먼저 입을 맞췄는데, 그 키스는 애틋하고 따스했
“정말 못됐어요. 그런데도 난, 이렇게 좋아하니까.”유진은 코끝을 훌쩍이며 속삭이듯 말하자, 은정의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고, 유진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유진은 흐느낌 속에 물었다.“그래도 또 떠날 거예요?”“안 떠나.”은정은 마치 유진의 몸이 자기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꼭 끌어안았다.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가엔 참을 수 없이 번지는 미소가 피어올랐다.멀찍이서 둘을 바라보던 소희는 마침내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고,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돌아섰다.은정은 티켓 환불을 마치고, 유진의 손을 꼭 잡고 공항 로비를 빠져나왔다.그때 소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진이는 맡길게. 잘 달래줘. 난 먼저 갈게.]은정은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소희, 정말 고마워.”[혹시 집안 문제,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은정은 원래의 냉정한 눈빛을 되찾으며, 대답했다.“아니, 내 일은 내가 해결할게.”[그래.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임씨 집안 쪽 설득도 내가 도와줄 수 있어.]은정은 낮게 웃었다.“혼자 힘으로 안 되면 그때 부탁할게.”전화를 끊은 뒤, 유진이 옆에서 물었다.“소희, 갔어요?”“응. 우리 집에 가자.”은정은 다시 유진의 손을 꼭 잡았다.유진은 그날 회사에 가지 않고, 전화를 걸어 휴가를 냈다. 이경 아파트로 돌아오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선 은정은 유진을 번쩍 안아 들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유진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세게 은정을 끌어안고 입맞춤에 응했다.유진의 반응은 은정을 더욱 자극했고, 입술은 불꽃처럼 뜨거웠다. 은정은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오가며 끊임없이 유진의 반응을 확인했고,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었을 때에야 숨을 고르며 입술을 떼었다.유진은 숨을 헐떡이며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언제 기억난 거야?”은정은 유진의 입술 위에서 낮게 물었다.유진의 커다란 눈동자엔 얇은 안개 같은 물기가 맺혀 있었고, 눈가엔 눈물 자국이 남아 붉
“나쁜 놈!”유진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내뱉으며,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닦고는 그대로 뛰쳐나갔다.허둥지둥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던 중, 예상치 못하게 1층 현관 앞에서 막 차에서 내리는 소희와 마주쳤다.유진은 달려가 소희를 끌어안으며, 눈물로 목소리가 떨렸다.“소희야. 그 사람, 갔어.”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침착하게 말했다.“지금쯤 공항 도착했을 거야. 얼른 차 타. 우리가 가서 막자.”유진은 울먹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응.”차에 올라탄 후, 소희는 아침 출근길 교통체증을 피해 가능한 한 빠른 길로 달렸다. 조수석에 앉은 유진은 여전히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소희는 유진을 스치듯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이번엔, 걔가 지구 반대편까지 도망친다 해도 내가 꼭 데려올게.”유진은 이를 악물며 눈물 맺힌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공항에 도착하자, 소희는 시계를 확인했다.“지금쯤이면 막 보안 검색대 들어갔을 거야. 넌 안으로 들어가. 난 밖에서 기다릴게.”유진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항 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탑승 게이트 앞, 마침내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토록 익숙하고, 아프도록 그리운 구은정의 뒷모습을 발견했다.너무 긴장한 탓일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은정이 거의 들어가려던 순간, 유진은 겨우 목을 눌러 뜨거운 한마디를 토해냈다.“서인!”이에 은정의 발걸음이 멈췄고, 순간 고개를 홱 돌렸다. 사람들 사이 너머로, 유진이 서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소음, 움직임. 모든 게 멀어지고, 과거와 현재가 한꺼번에 겹쳤다.처음 만났던 순간.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 건네주던 은정의 등.“정말 대단해.”감탄하던 유진의 눈빛. 차가웠던 은정의 반응.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은정이 궁금했고, 따랐고, 그렇게 샤브샤브집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유진은
방연하는 어이없다는 듯 여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지금 진심이에요? 머리 괜찮아?”여진구는 연하를 째려보았다. 연하는 주변의 예쁘게 꾸며진 꽃길과 풍선을 둘러보며 부러움 섞인 말투로 말했다.“이거 진짜 예쁘네요. 나도 나중에 이런 대접 한번 받아볼 수 있을까요?”“너한테 고백할 남자가 이런 것도 못 하면, 내가 대신 해줄게.”진구는 시원하게 말하자, 연하는 헛웃음을 지으며 받아쳤다.“미리 감사 인사드릴게요, 여진구 사장님.”그 시각, 유진은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뒤숭숭했고, 계속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그날 밤은 뒤척이기만 하다가, 새벽이 되자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아침 7시가 되자, 임유민이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문에 기대선 그는 느슨하게 말했다.“누나, 이번 주 금요일 우리 학교 축구 경기 있어. 내가 수비수로 나가는데, 학교에서 가족 참관 받는대. 올래?”유진은 고개를 들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좋지. 꼭 응원하러 갈게.”유민은 그녀가 짐을 싸는 걸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근데 누나, 짐은 왜 싸?”유진은 노트북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이젠 다시 이경 아파트로 돌아가려고.”유민은 조금 놀랐다.“안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았어?”유진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대답했다.“가고 싶어졌어.”유민은 문에 기댄 채 웃으며 중얼거렸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근데 이번에는 그렇게 바보처럼 굴지 마.”유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이에 유민은 씩 웃었다.“엄마는 아침 일찍 나갔고, 할머니한테는 꼭 인사하고 가. 안 그러면 또 가출했다고 난리 나실걸.”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집에 없을 땐, 네가 좀 더 착하게 굴어. 할머니 기분 잘 맞춰 드리고.”유민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그건 숙모한테나 하라고.”유진은 참지 못하고 푸흐 웃음을 터뜨렸다. 짐을 정리한 후, 운전기사에게 짐을 차에 실어달라 부탁하고 자신은 할머니에게 인사드리
유진은 은정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다시 호텔 위층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여씨 집안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대비해야 했다.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졌고, 유진이 그 안으로 들어섰을 때, 여씨 집안의 두 명의 며느리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셋째네는 평소에 그렇게 거칠게 굴더니, 오늘 자기 아들이 그렇게 당했는데도 조용하네?”다른 여성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들었는데 인후가 아가씨를 모욕해서 그렇게 된 거라더라고요. 이 일, 임씨 쪽이 알게 되면 여인후 가만두지 않을걸요?”“그래서였구나! 근데 때린 사람이 누군데?”“그건 잘 모르겠어요.”유진은 고개를 돌려 벽에 기대었다. 그 순간, 조금 전 은정의 어두운 눈빛과 먹먹한 표정이 머릿속을 스쳤고, 가슴이 다시 시리게 아파왔다.그때 여진구가 메시지를 보내오자, 유진은 핸드백을 챙겨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진아!”호텔 정원에서 진구가 유진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꺼내려 했지만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선배!”이에 진구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말해봐.”유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전 늘 당신을 선배로, 좋은 친구로 생각했어요. 그 이상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오늘 가족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들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부디 오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할아버지랑 어른들께는 확실히 말씀드려 주세요.”진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유진은 이미 자신의 마음을 간파하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유진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표정엔 피곤함이 묻어났다.“조금 피곤해서 먼저 갈게요. 할아버지께는 대신 인사 부탁드려요.”유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몇 걸음만 걸었을까? 그 순간, 뒤쪽 정원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형형색색의 하트 모양 꽃장식이 환하게 빛났고, 수많은 풍선과 조명이 하늘로 떠올랐다.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풍
“여진구 제대로야. 임씨 집안 딸이랑 결혼하면 우리 집안의 공신 되는 거지. 할아버지도 계속 웃고만 계시잖아. 아이, 우린 왜 그런 복이 없을까.”“네가 저 아가씨랑 결혼했으면, 진구 대신 네가 후계자 됐겠지.”누군가 농담을 건네자. 여인후는 코웃음을 치며 비꼬듯 말했다.“너희는 저 여자가 뭐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인데, 내 눈엔 그냥 싸구려야. 한쪽으론 우리 집안 며느리 노릇하려 들고, 한쪽으론 구씨그룹 사장한테 붙어먹고 있다니까?”순간 주변이 조용해졌고, 다른 한 명이 조심스레 물었다.“그거 어떻게 알아?”“내가 봤다니까, 거짓말일 것 같아? 할아버지 생신 잔치 때, 임유진이 구은정이랑 서로 잡고 끌고 하는 장면 내가 직접 목격했어.”인후는 비웃듯 말했다.“진구는 그걸 모르고 좋아 죽고 있겠지. 이미 유진한테 다른 남자가 생긴 줄도 모르고.”이에 사람들 사이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저 아가씨는 겉으론 참 청순해 보였는데, 의외네.”인후는 유진이 자신을 무시했던 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고, 진구에 대한 질투도 더해져 그의 말은 점점 도를 넘었다.“겉으로 고상하고 순해 보이는 애들이, 뒤로는 더 음란한 거 몰라? 저런 여자가 제일 문란하게 노는 법이지.”“쾅!”갑작스레 문이 거칠게 열렸고, 인후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지만,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강한 주먹이 얼굴을 가격했다.그 한 방에 코뼈가 부러지고, 머릿속은 울려댔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아찔했다.문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살기 서린 기운을 뿜어내며, 냉혹한 기세로 여인후를 주먹질하고 발길질했다.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던 몇몇 여씨 집안 사촌 형제들도 함께 맞았다. 차례차례 쓰러져 바닥을 뒹굴었다.유진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옆방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비명과 고통스러운 신음을 듣고 깜짝 놀라 즉시 방향을 틀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고는 멍하니 굳어버렸다.바닥엔 네댓 명이 쓰러져 있었고, 은정은 여인후의 머리채를 붙잡고
그날 밤, 여씨 집안의 한 어르신이 귀국해, 강성의 모 유명 5성급 호텔에서 가족 만찬이 열렸다.임유진은 여진구와 함께 도착했다. 메인 테이블은 여씨 직계 가족들로만 채워져 있었고, 무려 30명 가까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원탁이었다.진구의 할아버지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백발의 노인은 그의 큰할아버지였다. 회장님의 친형으로, Y국에서 거주하다 이번에 가족을 데리고 일시 귀국한 것이다. 그만큼 이번 가족 모임은 여씨 집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리였다.유진은 처음에는 단순히 가족들끼리 조용히 저녁식사를 하는 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초대한 것도 분위기만 맞춰주면 될 줄 알았다.하지만 파티장에 들어서자, 진구는 유진을 이끌고 바로 메인 테이블로 향해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렸다.한혜란 여사와 여순호도 유진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고 따뜻하게 인사를 건넸다.여순호는 직접 자신의 큰형에게 유진을 소개하며 자애로운 웃음을 지었다.“우리 진구가 신뢰하는 아가씨야.”그러고는 자기 옆자리에 의자를 추가해 유진이 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에 앉게 했다.물론 유진은 임씨 집안의 딸이라는 명확한 신분이 있긴 하지만, 이토록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을 보며, 진구와 유진의 관계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 머릿속에서 확정된 분위기가 되었다.순식간에 파티장 안은 칭찬과 축하, 아첨의 말들로 가득 찼고, 진구와 동년배의 친척 중 몇몇은 눈에 띄게 부러움과 질투를 숨기지 못하며 억지로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유진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자리는 단순한 가족 식사가 아니었다. 이에 유진은 재빨리 핸드백을 챙겨 나갈 구실을 찾고 파티장을 빠져나왔다.호텔 복도 쪽으로 나와서야 숨을 돌린 유진은 진구에게 따졌다.“선배 왜 말 안 했어요? 오늘 선배 큰할아버지 귀국한 날이고, 집안 전체가 다 모이는 행사였다는 걸요. 처음부터 알았으면 나 안 왔을 거예요.”“할아버지가 꼭 널 데려오라고 했어. 부탁이라기보단 명령이었지.”진구는 웃으며 말했으나, 유진은 고개
정현준은 업무 능력은 있었지만, 결국 남녀 문제로 스스로 무너졌다. 임유진과 관련된 일이 정리되자 여진구는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저녁, 우리 집에서 가족 모임 있어. 같이 가자.”그러자 유진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가족 모임에 내가 왜 가요?”이에 진구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우리 할아버지가 널 보고 싶대. 지난번 생신 때는 제대로 인사도 못 했다면서, 꼭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그리고 나도 할 말이 있어.”사실 진구는 오늘 저녁, 유진에게 고백할 계획이었다. 유진은 진구의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한다는 말에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몇 시에 가면 돼요?”“저녁 7시쯤. 내가 호텔로 데려다줄게.”“그래요.”진구는 미리 소혜와 시양의 해고를 결정해 두었기에, 두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인력을 미리 배치해 두었고, 업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유진이 사무실로 돌아오자, 마케팅 부서 직원들이 하나둘 들어와 그녀에게 사과를 전했다.“팀장님, 저희가 소혜 씨한테 휘둘려서 그랬어요. 정말 죄송해요.”“앞으론 함부로 휩쓸리지 않을게요. 이번 일로 크게 깨달았어요.”“눈으로 본 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그깟 사진 몇 장으로 괜한 오해 했네요.”...유진은 담담하게 모두의 사과를 받아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미 지난 일이고, 전 이 일로 누구 미워하지 않아요. 앞으로 일에만 집중하죠.”유진의 대인배적인 반응에 부서 내에서의 평판은 확 올라갔다. 유진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뢰와 존재감을 동시에 확보했다.더 이상 누구도 진구 라인이라는 말로 그녀의 실력을 깎아내리려 하지 않았다. 어쩌면 현준이 사직과 업무 인수인계를 하러 다시 회사에 오게 된다면, 자신이 예전에 소혜에게 했던 말을 떠올릴지도 모른다.타협이 안 되면, 뿌리째 잘라낸다는 그 말, 소혜는 그 말을 흘려들었다. 그리고 현준도 이와 얽히고설켜 끝내 유진이 베어내야 할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업무를 마치기 전, 진구는 방연하에게 메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