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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Penulis: 라하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09 19:50:23

#16 또 다른 수컷들의 접근

시간은 흘러, 다시 불타는 금요일이 다가왔다.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성수동의 복잡한 거리.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숨이 막힐 정도로 인파가 붐비는 그 중심에, [에테르]의 팝업 스토어가 화려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하윤, 시은, 재희, 채아 네 사람이 그곳을 방문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각자의 개성에 맞게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난 네 여자는, 길을 걷는 내내 숱한 수컷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관심사는 오직 핸드폰 액정 속 에테르의 세상에 쏠려 있을 뿐이었다.

"아니 근데, 우리가 팝업 스토어 가는 날짜랑 시간이 왜 궁금한 건데?"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쏟아지는 근처 대형 카페.

재희가 신경질적으로 X앱을 종료하며 핸드폰을 대리석 테이블 위에 탁 내려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투덜거리는 목소리였다.

"내 말이. 우리가 간다고 오빠들이 오는 것도 아닌데 왜 물어 보는 거야. DM으로 오지게들 물어 보네 진짜. 하, 귀찮아..."

채아 역시 읽지 않은, 징그러운 DM의 숫자를 보며 붉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막대한 자본과 시간, 열정을 갈아 넣는 그녀들 입장에선 기왕이면 팬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쾌적한 시간에 여유롭게 방문하고 싶었다. 사람이 바글바글 거리면 예절 샷 하나 예쁘게 찍기도 힘들 뿐더러, 굿즈를 고르고 결제하는 데에만 끔찍한 체력과 시간이 소비되기 때문. 이 이유로, 굳이 평일을 선택해서 반차까지 쓰고 온 그녀들이 아니었던가.

"맨날 네임드라고 이름만 오르내리니까 우리 얼굴이 궁금해서 그런가?"

"우리 얼굴 알면 뭐, 멤버들이랑 친해지는 것도 아닌데, 왜들 쓸데없이 힘 빼는지 모르겠네, 진짜."“

하윤과 시은 역시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에테르 팝업 스토어가 시작되는 수요일 전부터 오늘 아침까지, 그녀들의 X계정으로 쏟아지듯 밀려든 수십 통의 DM 알림.

사실 네 사람은, 한 시간 전에 이미 팝업 스토어 입구까지 갔었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선 대기 줄과 그 좁은 공간에 짐승 떼처럼 바글바글한 루미의 인파를 보고는 경악하며 곧장 발길을 돌린 참이었다.

어쩌면 이 눈에 띄는 네임드 네 명이 오늘 한꺼번에 팝업에 강림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콩고물이라도 주워 먹거나 실물 구경이나 해보려는 수많은 루미들이 득달같이 몰려든 것인지도 몰랐다.

결국 인원이 좀 빠지기를 대기하느라, 그녀들은 근처 카페에 죽치고 앉아 달달한 디저트를 파먹으며 시간을 때우는 중이었다.

"헐!!! 미친, 대박!!!"

갑자기 테이블 위에서 짧은 진동을 울린 핸드폰을 확인하던 재희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커졌다.

나른하게 늘어져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재희에게로 쏠렸다. 재희는 숨을 헐떡이며 제 핸드폰 화면을 세 사람의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 심재희 고객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에테르♡ 지한, 채민, 해성과 함께하는 기분 좋은 경험, 코스메틱 ☆플루아☆ 프라이빗 팬 싸인회에 최종 당첨되셨습니다. 하단에 보내드린 링크를 통해… ]

스무 명의 극소수만 뽑는다는 극악의 확률, [ 플루아 ] 대면 팬싸 당첨 문자였다.

"대박, 미친!! 언니, 진짜 대박이다!!"

채아는 재희보다 훨씬 더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박스째로 제품을 사재기하고 영수증을 인증했음에도 재희 혼자만 당첨된 것이 못내 아쉽긴 했다. 하지만 같은 무리의 언니가 그 극악의 확률을 뚫었다는 사실에 진심 어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채아 역시 팬싸 참여 인원이 단 스무 명이라는 사실에 거의 포기를 하고 있던 차였기 때문에, 오히려 재희의 당첨 소식이 드라마틱하게 놀랍고 기쁠 수밖에 없었다.

이 서사는 하윤과 시은에게도 마찬가지여야 함이 맞았다.

하지만...

"어? 아... 어... 와... 진짜 대박. 축하해.“

"좋겠네, 우리 재희...“

축하 인사를 건네는 하윤과 시은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묘하게 스치고 있었다.

당첨 소식에 정신이 팔린 재희와 채아는 당장에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잠시 후.

징-.

채아의 핸드폰마저 테이블 위에서 요란하게 떨었다.

"씨발! 언니! 나도 떴어! 나도 붙었어!!!"

채아가 제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돌고래 같은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재희와 채아는 좁은 테이블 너머로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 미친 듯이 방방 뛰며 환호했다.

단 스무 명. 그 숨 막히는 경쟁률을 뚫고, 내 최애 멤버와 코앞에서 눈을 맞추고 입을 털 수 있는 폐쇄된 공간에 두 사람이 함께 입성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꺅꺅거리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던 두 사람은, 순간 등골이 싸해지는 걸 느끼며 슬금슬금 하윤과 시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 언니들...'

언니 둘을 제치고 동생 둘만 덜렁 붙어버렸으니, 괜스레 미안하고 뻘쭘해진 재희와 채아는 방방 뛰던 발을 멈추고 다시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헛기침을 했다.

"뭘 눈치를 보냐? 맘껏 좋아해도 돼. 우린 뭐 어차피 안 걸릴 줄 알았어…"

"그래... 어차피 걸렸어도 못 갔어... 망할... 하... 니들이라도 가서 실컷 즐기고 와."

하윤과 시은이 씁쓸하게 웃으며, 마치 인생의 쓴맛을 다 본, 달관한 어른처럼 굴었다.

"그... 케이크라도 좀... 더 시킬까?"

항상 텐션이 높았던 두 언니들이, 팬싸에 당첨되지 못했다는 것에 엄청 실망을 했다는 착각을 한 채아가, 미안한 마음에 지갑을 열 준비를 하며 나지막이 물었다.

"오우, 좋지. 달달하게... 당이나 충전 시킬까?“

"그래, 좋다. 우리는 케이크나 열심히 먹자."

하윤과 시은의 말에 채아가 재희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이 케이크와 추가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카운터 쪽으로 멀어지자, 얌전하게 축 처져 있던 하윤과 시은의 표정이 순식간에 표독스럽게 돌변했다.

"와, 이태현 개새끼! 진짜 끝끝내 딱 저 두 장만 빼준 거야?"

시은이 텅 빈 자신의 핸드폰 알림 창을 다시 한 번 신경질적으로 확인하고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씹어 뱉었다.

"어. 이태현, 며칠 전에 전화 왔더라. 뒤로 뺄 팬싸 티켓 두 장에 넣을 신상 정보 빨리 넘기라고. 혹시나 해서 진짜 두 장만 빼냐고 물었더니... 하, 피식 비웃고 전화 끊어버리던데?“

"하, 이태현 독한 새끼. 아~ 진짜 지난 주 모임은 내 인생 최악이었다니까! 내 새끼, 우리 태윤이 사진... 하, 씨발, 백현민 개새끼가 다 지워버린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

"나는 차건우 달랜다고 얼마나 영혼을 불태웠는지 아냐? 팬싸라도 갈 수 있었으면 억울하지도 않겠다."

현생의 그 지독한 알파메일 수컷들의 병적인 통제와 질투 때문에, 코앞에 굴러 들어온 내 새끼들을 영접할 기회를 제 발로 차버려야 했던 이 엿 같은 운명을 한탄하며 한숨을 뱉어내는 그녀들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지인 찬스까지 썼는데 말이다.

"근데 하윤아. 애들이, 니가 뺀 티켓이라는 건 어떻게 알아? 이거, 말해야 되는 거 아냐?"

"아, 팬싸 당일에 살짝 언질 해준대. 그리고... 지금 얘기하면 쟤들이 얼마나 미안해하겠어. 차건우랑 백현민 때문에 우리는 못 간다고 말할 수도 없고..."

"하긴... 뭐…"

두 사람은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

"좋겠다, 채아랑 재희는. 애들이랑 살 냄새도 맡고 꽁냥꽁냥 거릴 거 아냐."

"그러게... 그래도 뭐, 우리 최애가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 거기에 위안 삼자, 우리."

쓰린 속을 달래며 합리화하는 사이, 채아가 양손 가득 사 온 최고급 디저트를 보며 금세 밝아진 하윤과 시은은, 그래도 두 동생들을 기쁘게 했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리고 당을 두둑하게 채운 뒤, 다시 결의를 다지며 팝업 스토어로 향한 네 사람이었다.

다행히 아까보다는 인파가 꽤 많이 빠져 있었다.

네 사람이 등장하자, 에테르의 네임드 팬임을 아는 여러 루미들로 인해 시선 집중이 되기 시작했지만,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 남들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X에 인증샷을 올리기 위해 각자의 핸드폰을 들이밀며 각자의 취향대로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여전히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 공간 자체가 주는 벅찬 도파민 덕분에, 이를 구경하고 즐기기엔 전혀 나쁘지 않았다.

그때였다.

팝업 스토어 외부 입구 쪽에서부터 건물 유리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엄청난 비명과 환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악!!!!“

"미친!!!“

"대박!!!“

깜짝 놀란 네 사람의 시선도 본능적으로 소리가 난 쪽을 향해 홱 돌아갔다.

보통 이런 아이돌 팝업 스토어가 열리면, 멤버들이 사전 예고 없이 팬 서비스 차원에서 개인이 짬을 내어 깜짝 방문해 팬들과 섞여 사진도 찍고, 소통하는 기적 같은 이벤트를 가끔 벌이기도 한다.

말 그대로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게릴라성 방문'이기에, 우연히 그 자리에 있는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천운이자 빠순이들에게는 최고의 로또였다.

"뭐야, 미친! 누가 왔어?"

시은이 흥분해서 까치발을 들고 키를 쭉 늘여 인파 너머를 쳐다봤다.

웅성웅성-

꺅꺅-

미친미친-

몸 좋은 경호원들의 가드를 받으며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서는 두 개의 우월한 피지컬.

태윤과 채민이었다.

"미쳤어, 미쳤어! 태윤이 왔어!!!"

시은의 눈에 자신의 최애 태윤이 들어오자, 시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곧 이어 숨넘어가는 꺅- 소리가 터지는 것은 덤이었다.

"언니, 언니!! 채민이도 왔어! 대박!!!"

재희가 시은이의 팔을 부러져라 붙잡고 방방 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좀비 떼처럼 몰려든 팬들 탓에 모든 루미들이 아주 가까이서 그들을 밀착해 볼 수는 없었지만, 내 최애들과 같은 공간 안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곳에 있는 모든 루미들은 아랫배가 찌릿해질 만큼 기분이 벅차올랐다.

네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X에 실시간 중계를 때리기에 완벽한 타이밍. 네 사람은 멀리서나마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다.

태윤과 채민의 주변으로 경호원들이 바리 케이트를 치듯 공간을 확보했고, 수많은 팬들이 이중 삼중으로 뺑 둘러싸며 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하윤 일행은 조금 안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던 터라 맨 앞줄은 놓쳤지만, 태윤과 채민의 큰 키와 눈에 띄는 화려한 외모 덕분에 그들을 눈 안에 담는 것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 루미들, 구경 잘하고 있어?"

태윤이, 특유의 짙은 인디언 보조개를 드러내며 다정한 대형견처럼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 서늘하면서도 달콤한 목소리에 암컷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네에에에-!!!“

"루미들. 좀 있다가 자연스럽게 팝업 즐기는 컨셉으로 있어 줘. 나 스토리에 사진 찍어서 힙하게 올리게."

팬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영악하게 잘 다루는 채민이, 나른한 눈웃음을 흘리며 능글맞게 요구했다. 그 말에 팬들은 또다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이 공간 안에서 소리를 지르는 순진한 루미들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지금 저렇게 천사 같은 얼굴로 다정하게 웃어주는 태윤과 채민의 두 눈동자가, 사실은 이 수많은 군중 속에서 오직 '특정 먹잇감' 두 마리를 찾기 위해 짐승처럼 흉흉하게 번뜩이며 스캐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두 수컷들은 이동하는 밴 안에서부터 팬들의 X 게시글을 실시간으로 염탐하고 있었다. 오늘 '마이슈'와 '에테르테태'가 무리를 지어 이곳 팝업에 뜬다는 정보를, 이미 며칠 전에 완벽하게 캐치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이 팝업 스토어 안으로 들어가는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 스케줄을 마치자마자 이 근처로 넘어와, 그녀들이 팝업 스토어 안으로 진입했다는 목격담이 올라오는 타이밍에 맞춰 '우연을 가장한 척' 짠! 하고 나타난 것.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루미들의 인파 탓에 시야가 가려, 그 숨 막히게 야하고 농염한 두 누나들의 실루엣이 단박에 보이지 않자 두 수컷의 속은 조금씩 타들어가고 있었다.

경호원의 통제를 받으며 줄줄 따라다니는 루미들 틈에서, 두 사람은 애꿎은 일반 팬들과 다정하게 시선을 맞추는 척 연기하며 매의 눈으로 인파 곳곳을 샅샅이 훑었다.

"형, 저기..."

채민이, 혀로 마른 입술을 축이며 태윤의 귓가에 낮게 소곤거렸다.

시선이 닿은 팝업 스토어의 가장 뒤쪽 구석.

진한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빛이 나는 예쁜 얼굴들, 어떤 옷을 입어도 몸매의 곡선이 매력적으로 드러나는 여자들. 언제나처럼 독보적인 페로몬을 흩뿌리며 서 있는, 그들의 타겟, 네 명의 그녀들이 보였다.

목표물을 확인한 두 사내의 눈빛이 포식자처럼 짙어졌다.

그들은 전시된 굿즈를 은근히 구경하며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척, 교묘하게 팬들의 벽을 뚫고 기어코 뒷줄 구석에 서 있던 그녀들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어? 누나들도 오늘 여기 왔네?“

채민이 짐승처럼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우연을 가장한 반가움을 드러내어 아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내 아이돌이 나라는 '특정 네임드 팬'을 콕 집어서, 알아보고, 인사해 주는 일.

주변 팬들의 시기 어린 질투의 시선이 수십 개가 꽂혔지만, 그 짜릿한 우월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덕질의 최고 오르가즘이었다.

"안녕~!"

하윤과 시은, 그리고 재희와 채아는 세상을 다 가진 듯 배시시 웃으며 태윤과 채민이 던져주는 그 노골적인 관심을 마음껏 만끽했다.

그렇게 그들만의 은밀하고 끈적한 눈빛이 오고 가던 중.

입구 쪽에서 아까보다 훨씬 더 크고 귀를 찢을 듯한 거대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악!!!!“

"대박!!!“

“오빠아!!!”

이번에는 하윤의 최애인 이시우를 필두로, 조각 같은 도현과 자이언트 베이비 해성이가 사복 차림으로 무리를 지어 팝업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 여기서 마주치네?"

"어, 왔어?"

먼저 와 있던 태윤과 채민은 방금 도착한 시우 무리와 인파의 중심에서 마주쳤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들짝 놀라며, 아니, 이런 우연! 이라며 아이돌 특유의 잔망스러운 연기력과 리액션을 아주 자연스럽게 팬들 앞에서 시연했다. 순진한 루미들은, 이것은 운명 같은 에테르의 단합력이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하지만 서로를 마주 보며 웃고 있는 이 수컷들의 머릿속은, 그 화기애애한 입 밖의 말과는 전혀 다른 살벌한 쌍욕들로 채워져 있었다.

‘하... 연습실 간다며? 이 새끼들... 걔네 보러 온 거 맞지?’

‘스케줄 끝나면 연습실로 빨리 기어갈 것이지, 여길 들려? 속 보인다, 씨발.’

‘기어이 냄새 맡고 왔네, 개새끼들.’

눈부신 플래시 세례와 환호하는 수많은 팬들에게 둘러싸여 천사처럼 웃으면서도.

그들의 시선은 집요하고도 맹렬하게, 저 뒤쪽에서 수컷들을 단숨에 짐승으로 만들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마이슈와 에테르테태의 붉은 입술과 젖은 눈빛을 향해 끈적하게 꽂혀 있었다.

팬 서비스라는 성스러운 명분 아래 철저하게 위장된, 오로지 이 아름다운 암컷들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다분히 의도적이고도 지독한 사냥이, 팝업 스토어 한가운데서 숨 막히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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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건우는?”“법원 갔다가, 로펌 들려서 마무리하고, 저녁에 접대. 백현민은?”“출장. 대전으로. 내일 온대.”“좋았어!”‘HERA’에 들어가기 전.두 여자는.제 남편들의 동선을 체크했다.반드시.남편들의 움직임을 확인해야 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차건우를 통해.이하윤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에테르 멤버들이.축하 파티의 자리를 만들었다.자신들의 목숨을 살려준 차건우의 부인이자, 그들의 네임드팬인 하윤은.에테르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또한.이미 꽤 배가 부른 또 다른 네임드팬, 시은이까지 겸사겸사.징- 징- 징-막 ‘HERA’에 들어섰을 때.시은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을 뱉어냈다.“응, 태윤아.”에테르의 리더인 태윤.여전히 최시은을 마음에 품고 있는 비운의 남자1.--“누나, 어디야?”“우리 막 들어왔어.”--“그래? 데리러 갈게.”“응, 알았어.”누가 보면.“사귀냐?”하윤이 눈매를 좁히며 시은을 쳐다보았다.“아니. 왜?”몰라서 묻나.“그 짧은 대화에도 너무 쏘 스윗해서.”하윤의 말에.시은이 피식- 웃는다.“우리 윤이는, 너어무 젠틀해서 어쩔 수 없이 나도 이렇게 막...”“지랄을 한다.”하윤의 미간이 좁아졌다.“너, 그거 태윤이한테 못할 짓이야. 그거 진짜 잔인한 거라고.”“내가 뭘 어쨌다고?”하윤의 핀잔에 시은이 투덜거렸다.아니, 그저.에테르 강태윤이 좋으니까 그런건데?바람을 핀 것도 아니고.“어우. 태윤이 불쌍해서 어째?”“아니, 누가 보면 내가 태윤이랑 사귀다가 백현민이랑 바람 펴서 애 가진 줄 알겠네.”“태윤이 입장에선 그럴걸?”“웃기지마.”“이게 웃기는 걸로 보여? 너, 진짜 태윤이한테 그러면 안되는 거야.”“아니, 도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런데?”입구에서.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두 임산부.“누나!”안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서로 으르렁거리던 두 여자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태윤이와 채민이었다.마치.제 여자를 마중이라도 나온 듯.나란히 두

  • 덕질녀의 은밀한 이중생활   [ 외전 ] #2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

    차건우는 오늘.오전 근무만 하고 개인적인 볼 일을 위해 꽤 멀리 이동했다.서울 외곽의 큰 복합 쇼핑몰.그곳의 상가 1층에 입점 되어 있는 꽤 고급스러운 헤어샵.건우는 그곳으로 당당히 들어갔다.“어, 왔냐?”딸랑- 거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맞춤수트의 멋진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차건우를 본 두 사람.그들은 그의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었다.같은 중학교는 아니었다.한때.축구에 미쳐 있었던 차건우는.중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을 했다.외부 경기에서 만난 라이벌 학교의 선수들.거칠게 몸싸움을 하며 축구 경기를 펼친 사내들이었지만.결국엔.경기 후,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친한 친구가 되었다.“너, 씨. 축구 그만둔다고 했을 때, 내가 엄청 슬퍼했는데. 아니, 씨발, 변호사 돼서 우릴 이렇게 도와줄 줄 어떻게 알았냐고?”남자치고도, 아주 머리를 짧게 자른 성환이, 감격에 겨워했다.“아, 그러게. 거기다 길바닥에서 딱, 만날게 뭐냐고.”단발에 가까운, 남자치곤 꽤 긴머리카락을 휘날리는 형진이, 건우의 어깨를 툭 치며 반가워했다.차건우는 오늘.오랜 친구들을 도와주러 이곳에 왔다.“내가 준비하라고 한 자료, 다 준비했지?”건우는.무심하게 입을 열고 있었지만.어린시절 친구들을 도와주기 위에 선뜻 나설만큼, 그 역시 두 친구들이 반가웠다.“그럼, 그럼.”형진이 과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감히. 누구 명인데!“근데... 왜 손님이 없어?”건우는 매장안을 쭈욱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꽤 고급스러운 헤어샵이다.거기다 손님도 많아 돈도 엄청 잘 번다던 녀석들이다.“아. 너 온다고 예약 안 받았어. 스탭들도 다 늦게 출근하라고 했고.”잘나가는 변호사, 차건우를 배려한 두 친구였다.그들은 그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 헤어샵의 원장으로 있는 두 친구들은.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축구를 그만뒀다.형진은 부상으로, 성환은 집안 사정으로.축구를 그만두고.평생을 운동만 하던 녀석들이 공부를 시작하려니, 뭐 되겠는가?그래서

  • 덕질녀의 은밀한 이중생활   [ 외전 ] #1 차건우의 지옥

    배가 불러 조금씩 움직이기 힘들어진 시은이를 위해.하윤은, 시은이의 신혼집으로 자주 놀러 갔다.밖을 싸돌아다닐 수 없어 고통스러운 최시은이었지만.찐친이자 소울 메이트인 하윤이와 수다를 떠는 것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너, 아직도 피임약 먹는다고?”함께 과일을 먹으며 있는 얘기, 없는 얘기를 다 꺼내본다.“응. 아마... 2년이 좀 넘었지?”몸에 좋지도 않은 피임약 따위 먹지 말고, 그저 순리를 따르라던 차건우는.두 사람의 결혼이 결정되자마자 말을 싹 바꿨다.“미안하다면서, 자기 걸 묶을 수 없지는 않냐. 당분간만 먹어줘라... 하. 언제는 애 가지자고 징징 거리더니, 지금은 입 싹 닦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지잰다.”하윤은 자신의 남편을 씹 듯, 샤인머스캣 한 알을 입에 넣고 오독오독 씹었다.“하, 너무 힘들어... 결혼 전보다 더 해. 진짜 미친 놈 같아.”한숨을 푹 내쉬는 차건우의 아내, 이하윤.“젊어서 그런가?”시은이 미간을 좁히며 온 몸을 털었다.“그렇게 신나게 할 거면, 지가 콘돔이라도 끼던가. 아휴...”하윤의 말에.시은이 피식- 웃었다.“아는 거지, 차건우는.”“뭘?”“콘돔보다 피임약이 더 안전하다는 걸. 아주 그냥 이하윤이랑 떡치고 싶어서 미친놈일세, 차건우 개새끼.”시은은.차건우가 싫다.그냥.“욕하지 마. 애기 들어.”하윤이 인상을 찌푸렸다.“우리 애기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님 니 남편 새끼 욕먹는 게 싫은 거야?”시은의 물음에.하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니가 차건우 욕하는 거 한 두 번이냐? 10년을 넘게 욕했는데, 이제 와서 싫을 게 뭐야?”“하긴.”하윤의 팩폭에 시은이 마저 웃어버렸다.“근데... 피임약 이렇게 오래 먹어도 괜찮나?”사실, 하윤은.이제 슬슬 피임약을 그만 먹고 싶다.자신의 몸 걱정 이라기 보다는.시댁의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대놓고.내 손주를 낳아도, 라고 하시진 않지만.은근히 기다리고 계시는 게, 자꾸만 눈에 보였다.건

  • 덕질녀의 은밀한 이중생활   #에필로그 : 보이그룹 ‘에테르’의 팬

    오후 업무를 한참 쳐내던 시간이었다.징- 징- 징-책상 위 한편에 둔 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을 뱉어냈다.[ 백현민 ]“응?”이 시간에 이 형이 웬일이지?건우는 천천히 자신의 손을 뻗어 제 핸드폰을 잡았다.“어, 형.”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스와이프 해 바로 통화를 시작했다.--“야, 차건우. 너 지금 이하윤이랑 연락 되냐?”핸드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현민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하지만.다분히 빡친 기색이 역력했다.건우의 눈매가 확- 좁아졌다.“하...”건우는.현민이 묻는 질문에 대한 상황 파악이 단박에 끝났다.그의 잘생긴 미간이 사정 없이 찌푸러졌다.“아까 점심 때 잠깐 통화하고, 그 이후로는 연락 못해봤어. 최시은. 또 연락 안 돼?”--“나도 점심 이후로 연락이 안돼서. 하, 씨발. 이 기집애가 또 방해 금지 모드 해 놓고, 지금, 전화도 카톡도 다 씹고 앉았어.”현민은 결국 폭발했다.이성적으로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분노였다.--“아니, 이제 결혼까지 했으면, 가정에 좀 충실해야 되는 거 아니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딴따라 개새끼들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면 어쩌겠다는 거야! 홀몸도 아닌 게!”그랬다.백현민의 분노는 너무도 당연했다.결혼식을 얼마 앞두지 않고 최시은은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결혼은 이하윤이 빨랐지만, 임신은 최시은이 빨랐던 셈.다행히 배가 부르기 전이라 결혼식은 무사히 마쳤지만.그 이후가 문제였다.지독히도 정적인 것을 싫어하는 최시은은.도저히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아니, 내가, 씨발. 그 개새끼들 쫓아다니라고 약국 그만두라고 했어? 지난번에도 유산기 있어서 그렇게 고생을 해 놓고, 또 처 돌아다니고 앉았어.”쉼 없이 분노를 뱉어내는 현민의 말을.건우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그러게.왜 그렇게 임신을 빨리 해서.우리처럼 피임을 했으면 됐잖아.몸에 좋지도 않은 피임약 따위 먹지 말고, 순리대로 살라고 했던 차건우는.이하윤과의 결혼이 결정되자마자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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