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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4화

Author: 손이영
...

임민수가 뒤따라 나갔을 때 다희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녀는 학교 외벽을 따라 달려가 골목 입구에 있는 오래된 가게로 들어갔다. 그곳은 음료와 간식을 파는 작은 가게였다.

집에서 멀지 않고 환경이 좋은 학교 근처에 있어 예전 저녁 식사 후 양우림이 다희와 온가희를 데리고 자주 오던 곳이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주인은 곧바로 그녀를 알아보고 말했다.

“어머, 이 예쁜 소녀가 왔네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안 왔어요? 이사 갔나요?”

다희는 고개를 저으며 힘없이 웃었다.

“아니요. 요즘 학교가 바빠서 못 왔어요.”

“주인 아저씨, 호박전 하나랑 깍뚜기 한 그릇 주세요.”

“알겠어요. 금방 준비해 드릴게요.”

곧 주인은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예전에 같이 오던 그 잘생긴 남자는 어디 갔나요? 소년 총재처럼 멋있던 애요 그리고 또 다른 예쁜 소녀도 같이 있었는데...”

다희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들은 경원시를 떠났어요.”

주인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아쉽네요. 경원시는 좋은 곳인데 애들을 붙잡지 못하다니...”

다희는 각뚜기를 한 입 먹어보았지만 예전처럼 맛있지 않았다.

한참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주인이 다른 손님과 잡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아파트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대. 여동생이 오빠 약혼식에서 난리를 쳤다더라고.”

“그 여동생은 양녀인데 오빠를 몰래 좋아해서 가족들이 깜짝 놀라서 바로 해외로 보냈대.”

“정말 황당한 일이야. 어떻게 이런 웃긴 일이 있을 수 있지...”

이 말을 듣고 다희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래 여동생이 어떻게 오빠를 좋아할 수 있을까? 내가 우림에게 그런 마음이 들면 아마도 깜짝 놀랄 거야.’

오후 내내 다희는 멍하니 있었고 언제 수업이 끝났는지도 몰랐다.

교실이 비어 있을 때까지 해가 지고 어두워졌고 그녀는 혼자 교실에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희는 천천히 가방을 정리하며 미술실로 향하려 했다.

그때 문 앞에서 낮고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몇 년 동안 꿈속에서 수없이 들었던 그 소리였다.

다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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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우림의 손이 공중에 멈췄고 그의 눈에는 상처받은 표정이 가득했다.‘다희는 이제 내가 다희를 만지는 걸 거부하는 걸까?’오후 내내 그녀는 임민수와 웃으며 이야기했고 미술실에서 두 시간이나 함께 시간을 보냈다.그래서 그가 없는 동안 임민수가 자신을 대신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어두운 빛 탓에 다희는 그의 눈빛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점심때 양우림과 다른 여자가 함께 있던 장면만 가득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묻고 싶었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언제 돌아왔어요?”양우림은 말없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은 그의 그림자처럼 어두웠고 다희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다희는 일어나 가방을 들었다.“나... 나 저녁 수업이 있어요.”그때 그는 갑자기 그녀를 껴안았다.다희는 놀라 그의 품에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의 힘이 너무 강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움직이지 마. 잠깐만 안아볼게.”그는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으며 그 안에는 깊고 무거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1116일, 그들은 1000일이 넘도록 만나지 못했고 다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처음에는 어색할 줄 알았지만 다희는 양우림이 너무 그리웠다.어릴 적부터 다희가 기억하는 그 순간부터 양우림은 항상 그녀 곁에 있었다.양우림이 유럽에서 유학할 때도 다희가 그립고 힘들다고 전화하면 그는 곧바로 그녀 곁으로 달려왔다.예전에는 그들이 평생 그렇게 함께할 것이라 믿었고 그는 평생 자신을 귀여워해 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양우림 곁에 다른 여자가 나타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키스하고 손을 잡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그 일이 현실이 되자 다희는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의 곁에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양우림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는 너무 괴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다희는 이 감정이 사랑인지 아니면 질투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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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민수가 뒤따라 나갔을 때 다희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그녀는 학교 외벽을 따라 달려가 골목 입구에 있는 오래된 가게로 들어갔다. 그곳은 음료와 간식을 파는 작은 가게였다.집에서 멀지 않고 환경이 좋은 학교 근처에 있어 예전 저녁 식사 후 양우림이 다희와 온가희를 데리고 자주 오던 곳이었다.가게에 들어서자 주인은 곧바로 그녀를 알아보고 말했다.“어머, 이 예쁜 소녀가 왔네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안 왔어요? 이사 갔나요?”다희는 고개를 저으며 힘없이 웃었다.“아니요. 요즘 학교가 바빠서 못 왔어요.”“주인 아저씨, 호박전 하나랑 깍뚜기 한 그릇 주세요.”“알겠어요. 금방 준비해 드릴게요.”곧 주인은 음식을 가져다주었다.“예전에 같이 오던 그 잘생긴 남자는 어디 갔나요? 소년 총재처럼 멋있던 애요 그리고 또 다른 예쁜 소녀도 같이 있었는데...”다희는 정중하게 대답했다.“그들은 경원시를 떠났어요.”주인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아쉽네요. 경원시는 좋은 곳인데 애들을 붙잡지 못하다니...”다희는 각뚜기를 한 입 먹어보았지만 예전처럼 맛있지 않았다.한참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주인이 다른 손님과 잡담하는 소리가 들렸다.“우리 아파트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대. 여동생이 오빠 약혼식에서 난리를 쳤다더라고.”“그 여동생은 양녀인데 오빠를 몰래 좋아해서 가족들이 깜짝 놀라서 바로 해외로 보냈대.”“정말 황당한 일이야. 어떻게 이런 웃긴 일이 있을 수 있지...”이 말을 듣고 다희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그래 여동생이 어떻게 오빠를 좋아할 수 있을까? 내가 우림에게 그런 마음이 들면 아마도 깜짝 놀랄 거야.’오후 내내 다희는 멍하니 있었고 언제 수업이 끝났는지도 몰랐다.교실이 비어 있을 때까지 해가 지고 어두워졌고 그녀는 혼자 교실에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다희는 천천히 가방을 정리하며 미술실로 향하려 했다.그때 문 앞에서 낮고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몇 년 동안 꿈속에서 수없이 들었던 그 소리였다.다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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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민수는 그녀의 빨개진 눈과 계속 눈을 비비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무슨 일이야?”다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방금 작은 벌레가 눈에 들어갔어요.”심고하는 다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내가 불어줄게.”다희는 피하며 말했다.“괜찮아요. 내가 빼냈어요.”심고하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고 말했다.“혼자 못 빼내잖아. 나도 며칠 전에 눈에 벌레가 들어가서 하루 종일 눈이 부었어. 보여줘.”다희의 눈을 본 심고하는 놀라며 물었다.“울었어?”다희는 급히 눈물을 닦으며 억지로 웃었다.“말도 안 돼요. 벌레가 들어간 거예요.”임민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다희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가요. 저쪽에 새로 생긴 뷔페 레스토랑이 있는데 음식이 정말 신선해요. 늦으면 줄 서야 해요. 오늘은 민수 오빠가 아니라 제가 쏠게요.”음식을 먹는 동안에도 다희는 이상했다. 좋아하지 않는 귤을 집었고 평소 먹지 않는 셀러리를 집었다.심고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지만 임민수는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챘다.심고하가 화장실에 간 것을 보고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야? 몸이 안 좋아?”다희는 멍하니 있었고 머릿속에는 양우림이 다른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만 가득했다. 임민수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임민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 앞에서 손을 흔들며 다시 물었다.“무슨 일이야?”다희는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아무 일도 아니에요. 오후 미술 수업에 뭘 그릴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민수 오빠, 뭐 먹고 싶어요? 제가 가져올게요.”그녀는 일어나 음식 코너로 향하다가 실수로 테이블 위의 음식과 음료를 쏟았다.바닥에 쏟아진 음식을 보고 잠시 멈칫했지만 곧 허리를 숙여 치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리 조각에 손가락이 베어 피가 났다.임민수는 급히 그녀의 손을 잡고 휴지를 가져다 대며 말했다.“그만해. 직원에게 부탁하자.”그는 어디선가 상처용 반창고를 꺼내 조심스럽게 붙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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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희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심고하의 손을 끌었다.“소문이 엄청난 것 같아. 임민수보다 더 대단한 사람일까?”하지만 포스터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두 사람은 실망한 채 자리를 떴다.온다연의 사무실로 가봤지만 자리에 있던 건 임민수뿐이었다.그를 보자 다희는 반가움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임수 오빠, 여기서 뭐 해요?”임민수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온 교수님이 휴가를 내셔서 이것 좀 전해주러 왔어.”그는 편지봉투를 건넸고 다희는 그것을 받아 열어보았다.봉투 안에는 현금과 신용카드가 들어 있었고 다희는 단번에 상황을 이해하곤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또 여행 가는 거였네요. 정말 너무해요. 지금 단오도 떠나고 온가희도 가고 엄마, 아빠는 매일 집을 비우고... 그 집엔 따뜻한 정이라는 게 전혀 없어요. 나는 그냥 쓸모없는 존재 같아요. 그런데 사실 엄마, 아빠가 집에 있어도 난 똑같이 쓸모없는 존재예요. 두 사람은 매일 서로에게만 집중하고 저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며칠 전부터 엄마는 갑자기 역사에 관심을 보이더니 아빠는 엄마를 위해 묘지를 하나 사주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쯤이면 이 두 사람은 이집트로 날아갔을지도 몰라요. 아마도 좋은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해요.”임민수는 미소 지으며 다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부모님이 사이가 좋은 건 좋은 일이잖아. 왜 그런 걸로 불평을 해?”다희는 입술을 내밀며 툴툴거렸다.“엄마, 아빠는 진짜 사랑이에요. 저는 그저 그 사랑 속에 끼어 있는 장난감 같은 존재일 뿐이에요.”임민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화내지 마. 맛있는 거 사줄게. 나가자.”세 사람은 곧 사무실을 나섰고 그 모습은 주변의 시선을 끌었다.임민수는 다희보다 다섯 살 많았지만 말투와 행동이 차분하고 예술가적인 분위기가 있어 깨끗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다희와 심고하 역시 눈에 띄게 뛰어난 외모를 지녔는데 특히 다희는 작고 예쁜 얼굴 덕분에 쉽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그녀는 온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720화

    “혈연관계도 없는데 뭐가 어때? 같은 지붕 아래에서 같이 살 부대끼고 살면 더 정이 붙을 텐데.”“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기계 같던 단오가 가희 언니 일에만 감정 기복이 크고, 언니 때문에 싸움도 했는데 넌 정말 눈치 못 챘어?”심고하의 말에 일리가 있어 다희는 반박조차 못 했다.그동안 가희만 엮였다 하면 포커페이스 단오가 폭주했었다. 게다가 최근에 해성대에 초대 강사로 초대받아 경제학 강연을 했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단오는 글로벌 탑3에 드는 경제학 교수였고 설립한 회사만 해도 열 손가락으로 부족했다. 게다가 귀찮은 건 질색인 편이라 학생들을 따로 챙기는 일은 절대 없었고 다희의 연락을 받아도 겨우 몇 글자만 대답하고 통화를 끊기 일수였다.그래서 다희는 같은 쌍둥이인 두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다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었다. 두 사람이 평생 사용할 언어량이 존재한다면 다희가 단오의 몫까지 가져간 건 아닌가 싶었다.그런데 해성대에 가서 강연을 했다니. 게다가 주 1회 강연은 정말 말도 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거의 손을 떼고 대부분 일을 단호에게 넘겼고, 단오가 스스로 관리해야 할 회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무료 강연을 해성대까지 가서 한다는 건 정말 가희 때문인 것 같았다.다희는 넘쳐나는 정보에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런데 또 갑자기 다른 누군가가 떠올랐다.다희와 어릴 때부터 함께였던, 그리고 10년 넘게 오빠라고 불렀던 그 사람. 다희는 양우림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품고 있었다.비록 이 감정이 가족 사이에 정상적으로 생길 수 있는 감정인지, 아니면 정말 남녀 사이의 좋아하는 감정인지 제대로 구별이 되지 않았지만, 이성적으로 이게 정상적인 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자꾸 양우림을 떠올리는 게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다희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고,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하던 양우림이 자꾸 보고 싶었다.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양우림 생각을 멈출 수 있는 건, 바로 3년 전 양우림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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