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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작가: 맑은 물결 한 자락
나는 타나오윤의 손을 죽을힘을 다해 붙잡았다. 그러고는 핏발 선 두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애원했다.

“제발... 제발 부탁드리옵니다, 폐하...”

“제발 그러지 마시옵소서. 그 아이에게 그리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그 아이만이 내게 남은 마지막이었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태자 오라버니의 유해는 진작부터 몇 번이고 그의 손에 능욕당하며 나를 옥죄어 왔다.

너무 오래 아프다 보면 고통에도 무뎌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뒷산에 홀로 놓인 작은 무덤만 떠올리면 가슴이 무너졌다.

세상 구경 한번 하지 못하고 죽은 아이였다.

그 아이가 친아비의 손에 다시 무덤 밖으로 끌려 나와 죽어서까지 짓밟힐 생각을 하니 숨이 막혔다.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고, 목소리마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타나오윤, 저를 미워하신다면 저를 벌하주십시오.”

“그 아이는 아직 너무 어리옵니다. 아직 이름조차 제대로 지어 주지 못했사옵니다.”

그의 이름을 이렇게 직접 부른 것이 얼마 만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타나오윤은 눈을 내리깔았다.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지만,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망설이고 있다고 생각해,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

쿵!

쿵!

쿵!

머리를 조아릴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졌다.

바닥에는 어느새 복사꽃보다 더 붉은 피가 넓게 번져 있었다.

코에서는 피가 흘렀고, 기침할 때마다 입에서도 피가 쏟아졌다.

급기야 눈에서는 핏빛 눈물까지 흘러내렸다...

그제야 타나오윤도 지난 이틀 동안 내가 흘린 피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듯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곁에 있던 궁인들에게 물었다.

“이 아이에게 무슨 험한 일이라도 시켰느냐? 어찌하여 이리 된 것이냐?”

“폐하, 황후마마께서 한때 공주였던 이 아이를 가엾이 여기시어, 그저 마당에 떨어진 꽃잎을 쓸게 하셨을 뿐이옵니다. 저희 모두 보았사옵니다.”

이때 한 어린 궁녀가 곧장 무릎을 꿇고 말을 보탰다.

“소인도 똑똑히 보았사옵니다. 이 아이는 몇 번 쓸지도 않고 빗자루를 내려놓은 채 가만히 서 있었사옵니다. 아무래도 폐하께서 오시기를 기다렸다가 일부러 가엾은 모습을 보이려는 듯하였사옵니다.”

다른 궁녀도 낮은 목소리로 거들었다.

“이 아이는 예전부터 가련한 모습을 보이는 데 능하였사옵니다. 폐하께서는 부디 속지 마시옵소서.”

그 말을 듣자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입에서 쏟아진 것은 더 많은 피뿐이었다.

죽을 만큼 아픈 것조차 저들의 눈에는 총애를 얻으려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타나오윤은 곧바로 나를 놓아 버리며 차갑게 비웃었다.

“진하선, 또 그 병이 도진 것이냐?”

“그 괴이한 병도 벌써 여러 해째구나. 어차피 죽을 병도 아니니, 아프면 그대로 견뎌라!”

말을 마친 그는 내 몸을 그대로 넘어 지나갔다.

전각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가느다란 숨을 한 번 토해 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웅크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밤기운이 서늘해질 무렵에는 복사꽃잎이 온몸 위로 소복이 내려앉아 있었다.

전각 안에는 촛불이 환히 밝혀져 있었고, 신은수의 애교 어린 목소리가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폐하, 아니 되옵니다. 신첩은 지금 회임 중이 아니옵니까.”

창가 너머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졌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밤이 새도록 서로 정을 나누었다.

문득 타나오윤과 혼례를 올리던 첫날밤이 떠올랐다.

붉은 초도, 신부의 얼굴을 가리던 붉은 너울도 모두 그의 손에 내팽개쳐졌고, 합근례 따위는 초원 위의 우스갯거리가 되어 버렸다.

그는 그대로 나를 풀밭 위에 눕혔다.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자리 삼은 채, 거칠고 사납게 나를 취했다.

나는 그저 수인족 부족의 풍속이 그러한 줄 알았다.

그래서 모든 서러움과 억울함을 말없이 삼켰다.

하지만 훗날 황후 책봉식을 보고서야 알았다.

타나오윤이 신은수를 얼마나 귀히 여기고 아끼며 존중하는지를.

차가운 바람이 텅 빈 가슴을 그대로 꿰뚫고 지나가는 듯했다.

곧 날이 밝아 온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타나오윤, 나 곧 죽네. 네가 그토록 증오했던 진나라 황실이 곧 세상에서 사라지네. 이제야 네 뜻을 이루었으니,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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