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발효종이 죽은 것은 새벽 첫 종 직전이었다.
제빵실의 나무통 세 개가 모두 축 늘어져 있었다. 신 냄새는 났지만 반죽을 밀어 올릴 힘이 없었다. 밤당번은 전날과 같은 자리에 두었다고 울먹였고, 선임 제빵사는 통째로 내다 버리라고 소리쳤다.
그날 아침 대주방은 근위대 교대식과 왕실 회의에 맞춰 빵 삼백 개를 내야 했다. 곡물죽으로 바꾸기에는 솥이 모자랐고, 납작빵을 새로 반죽하기에는 화덕이 이미 고기와 수프에 배정돼 있었다.
“숯창고 것 때문에 가루를 바꿔서 이 꼴이 났잖아.” 셀린이 레아를 보며 말했다. 사용 보류된 포대 대신 오래된 밀가루를 쓴 탓이라는 뜻이었다.
레아는 발효통 가장자리를 눌러 보았다. 세 통이 모두 망가진 것은 아니었다. 표면은 지나치게 시었지만, 벽 쪽에 붙어 있던 단단한 반죽에서는 아직 고른 기포가 올라왔다. 밤새 통이 너무 따뜻한 바닥에 놓여 가운데부터 상한 것이었다.
“다 버리면 아침은 없습니다.”
“그럼 죽은 반죽을 왕실에 내겠다는 거야?” 선임 제빵사가 물었다.
“살아 있는 부분만 떼어 쓰겠습니다. 왕실 식탁이 아니라 근위대와 하인 식사용부터 모양을 바꾸면 됩니다.”
셀린이 비웃었다. “네 금 간 화덕 하나로 삼백 개를?”
레아는 벽의 배정표를 떼어 바닥에 폈다. 큰 화덕 둘은 일곱 번째 종까지 비어 있었다. 귀족 견습 전용 화덕 하나도 지금은 장식용 설탕을 말리는 데 쓰이고 있었다.
“대주방장님, 제게 허락된 한 칸과 사용하지 않는 열을 함께 쓰게 해 주십시오.”
브리짓은 발효통 냄새를 맡고 반죽을 갈랐다. “삼백 개를 못 채우면?”
“제가 부족한 수를 장부에 제 이름으로 적겠습니다.”
“채우면?” 셀린이 날카롭게 물었다.
레아는 그녀를 보았다. “아침을 굶는 사람이 없어집니다.”
승진이나 포상을 말하지 않자 셀린은 잠시 말을 잃었다.
브리짓이 주방을 향해 손뼉을 한 번 쳤다. “설탕 장식은 창가로 옮겨. 빈 화덕은 전부 쓴다. 지휘는 모렌이 해.”
레아는 멀쩡한 발효종을 통 가장자리에서 걷어 내고, 전날 남은 단단한 반죽과 나눠 섞었다. 정해진 숫자보다 반죽의 탄력과 냄새를 기준으로 묶음을 갈랐다. 빨리 부풀릴 몫, 늦게 들어갈 몫, 얇게 펴 바로 구울 몫을 다르게 두었다. 뜨거운 화덕에 한꺼번에 밀어 넣지 않고 남은 열부터 차례로 썼다.
일을 맡은 하인들은 처음엔 레아의 지시보다 선임 제빵사의 얼굴을 살폈다. 실패하면 죄인의 딸 말을 들었다는 책임까지 뒤집어쓸 수 있었다. 레아는 누구에게도 믿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반죽판마다 들어갈 화덕과 종의 순서를 숯으로 적고, 자기 이름을 맨 아래 남겼다.
“틀리면 이 표부터 내십시오. 지시한 사람은 저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제야 세탁장 여자가 소매를 걷었고, 숯지기 둘이 화덕 앞에 섰다. 책임의 위치가 보이면 사람도 움직였다.
“그 크기로는 근위병들이 항의할 텐데.” 설거지장 여자가 말했다.
“무게는 같습니다. 높이만 낮습니다.”
레아는 저울로 첫 반죽과 마지막 반죽을 직접 달아 보였다. 보기 좋은 둥근 빵을 고집하지 않으니 화덕 한 판에 더 많이 들어갔다. 하인들은 뜨거운 판을 나르고, 숯지기는 레아가 부르는 수만큼 불을 보탰다. 누구도 자기 몫을 떼어 주거나 굶을 필요는 없었다. 망가진 배정표를 고치는 일이 먼저였다.
두 번째 판을 넣을 때 큰 화덕의 바람문이 걸렸다. 불이 한쪽으로 몰리며 앞줄 빵이 검어졌다. 레아는 긴 쇠막대로 가운데와 가장자리 빵을 바꾸고, 금 간 작은 화덕을 열어 열을 나눴다. 검어진 윗면은 얇게 걷어 하인 식사용 수프 곁들임으로 돌렸다.
“왜 처음부터 저 화덕을 쓰지 않았지?”
“금이 간 곳은 오래 못 버팁니다. 마지막 부족분에 써야 합니다.”
레아는 작은 화덕이 식기 전에 마지막 반죽을 밀어 넣었다.
동이 틀 무렵 제빵실 바닥은 가루와 땀으로 하얗게 젖었다. 레아는 나온 빵을 열 개씩 쌓아 수를 세었다. 이백팔십, 이백구십, 마지막 판 열 개.
아침 종이 울리는 순간 삼백 번째 빵이 바구니에 들어갔다.
선임 시식관은 하나를 갈라 속을 보고, 가장 낮은 빵과 가장 높은 빵을 번갈아 맛봤다. “모양은 볼품없군.”
“아침은 늦지 않았습니다.”
“맛도 나쁘지 않고.”
그 한마디로 바구니가 열렸다. 근위대와 시종, 세탁장과 마구간으로 빵이 나갔다. 밤당번 제빵사는 쫓겨나는 대신 발효통을 놓은 위치를 다시 기록하라는 벌을 받았다.
공식 조식표에는 브리짓 베른의 감독 아래 대주방이 빵을 공급했다고만 적혔다. 레아의 이름은 또 없었다. 셀린은 그 종이를 일부러 그녀 앞에 놓았다.
하지만 열두 장의 배급표에는 ‘모렌 배정표에 따라 수량 확인’이라는 문장이 반복됐다. 조식표 한 장에서 빠진 이름이 하인들이 서명한 장부에 흩어졌다.
“삼백 개를 구워도 잡역은 잡역이네.”
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빵 바구니를 회수하러 하인 식당에 갔을 때, 숯지기 노인이 남은 반쪽을 내밀었다.
“다들 네가 살린 빵인 줄 안다. 식단표는 못 읽어도 누가 새벽에 불을 붙였는지는 봤으니까.”
설거지장 아이가 화덕 옆 벽돌에 숯으로 이름을 써 두었다.
레아 모렌.
누군가 지울까 봐 아주 작게 썼지만, 글자는 삼백 개 빵보다 오래 남았다.
조달총관 카시안 발테르는 소각장에 검은 예복을 입고 나타났다. 연기와 재가 튀는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었지만, 그는 소매를 걷고 첫 포대의 봉랍을 직접 확인했다. 뒤에는 감사관, 시식관, 각 창고의 책임자가 줄지어 섰다. 의심 곡물을 몰래 없앤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모든 절차를 공개한 자리였다.“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재료는 왕가의 식탁뿐 아니라 어느 하인의 그릇에도 오를 수 없네.”발테르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으나 소각장 끝까지 들렸다. 그는 회수로 비게 된 하인 식당의 곡물을 자기 영지 창고에서 먼저 대겠다고 발표했다. 납품상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감사 결과 뒤로 미루되, 운반 인부의 품삯은 그대로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불평하던 인부들이 모자를 벗었다.레아는 가장 뒤에서 새 황동 패를 쥐었다. 그녀의 보고서로 시작된 회수였지만, 이제 사람들은 발테르의 결단만 말했다. 의심스러운 물건을 없애고 굶을 사람까지 챙기는 조달총관. 어느 쪽에서 보아도 흠잡기 어려운 조치였다.노엘 라스 감사관이 소각 명령문을 읽었다. 포대의 수, 발견 창고, 회수 시각, 참관자 이름이 차례로 불렸다. 전날 레아가 남긴 납품 번호도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보고서가 무시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완벽하게 받아들여져, 번호와 연결된 물건이 이제 불 앞에 줄을 서 있었다.레아는 하론에게 다가가 낮게 말했다. “봉인 시료를 하나 남겨야 합니다.”“전하의 식탁에 오른 의심물이다. 보관 중 다시 섞이면 누가 책임지지?”“시식실 이중함에 넣고 감사관과 함께 봉인하면 됩니다.”하론은 난처한 얼굴로 노엘을 보았다. 노엘이 명령문의 끝을 확인한 뒤 답했다. “보관 예외는 소각 명령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지금 바꾸면 회수품 일부를 숨겼다는 의심을 남깁니다.”“그러면 무엇으로 조사합니까?”“포대에서 채취된 시료가 있습니까?”레아는 덮어 둔 발효지를 떠올렸다. 음식 자체가 아니라 흔적만 남은 종이였다. “없습니다.”“그렇다면 오늘 제가 지킬 수 있는 것은 명령이 같은 방식으
브리짓은 조달총관의 소각 공문을 접어 앞치마 안에 넣더니 레아에게 나무 패 하나를 던졌다. 패에는 왕실 시식실의 저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내일 결함 식단 시험이다.”“저는 응시 명단에 없습니다.”“방금 넣었다. 네 보고서를 계속 공식 기록으로 남기려면 시식 자격이 필요해.”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보조 시식관은 왕실 식탁에 오를 음식을 가장 먼저 받으면서도, 식탁 가까이에는 가지 못하는 자리였다. 귀족들은 위험을 대신 삼키는 혀라고 불렀고, 대주방 사람들은 실패한 조리사의 무덤이라고 했다. 그래도 숯창고 잡역에게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직책이었다.셀린이 팔짱을 꼈다. “재고표 몇 줄 썼다고 왕실의 입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레아는 패의 시험 시각부터 확인했다. “입이 아니라 기록하는 손이면 충분합니다.”시험장에는 덮개를 씌운 식단 일곱 벌이 놓였다. 응시자는 레아를 포함해 다섯이었다. 선임 시식관 하론은 시작 전에 규칙을 읽었다. 각 식단에는 조리, 보관, 의전 가운데 하나 이상의 결함이 있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골라 내고, 먹을 수 없는 것은 근거와 함께 멈춰야 했다. 무조건 많이 맛본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적은 위험으로 가장 많은 결함을 찾은 사람이 통과했다.첫 번째 응시자는 모든 접시를 한입씩 삼켰다. 둘째는 향이 강한 것부터 골랐다. 레아는 덮개에 손대기 전에 식단표와 배식표를 나란히 놓았다. 먹은 뒤에 알 수 있는 것은 이미 늦을 수 있었다.첫 상의 수프는 멀쩡해 보였지만 그릇 가장자리에 마른 테두리가 두 겹이었다. 한 번 식은 것을 다른 그릇에 옮겨 데운 흔적이었다. 둘째 상의 생선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알레르기 표시가 있는 시종용 접시와 손잡이 색이 바뀌어 있었다. 셋째 상은 봉랍이 온전했지만 식단표에 적힌 첫 종보다 접시가 지나치게 따뜻했다. 정해진 시각 뒤에 다시 차린 상이었다.레아는 맛을 보지 않고 세 상을 멈췄다. 방청석에서 비웃음이 흘렀다.“겁쟁이 혀로군.”하론은 표정 없이 물었다. “맛이 나쁘다는 증거가 있나
다음 날 첫 종도 울리기 전에 조달부 수레가 곡물창고 앞에 늘어섰다. 전날 봉인한 빵과 의심 포대를 전량 회수한다는 명령이었다. 대주방 사람들은 발 빠른 조치라며 안도했지만, 레아는 수레꾼이 포대부터 싣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허리를 굽혀 포대 입구의 나무 표식을 칼로 잘라 내고 있었다.표식에는 납품자와 창고, 순번이 함께 새겨져 있었다. 축축한 포대에서 보았던 붉은 봉랍과 검은 봉랍은 이미 벗겨졌어도 번호는 남아 있었다. 그러나 잘려 나간 조각은 조달 서기 에몬의 자루 속으로 곧장 들어갔다.“잠깐만 보여 주십시오.”에몬은 자루 입구를 묶으며 레아의 숯 묻은 소매를 훑었다. “회수품 표식은 조달부 재산이다.”“대주방에 들어온 때부터 식재료이기도 합니다. 폐기라면 재고보고서에 번호가 필요합니다.”“폐기가 아니라 명예로운 회수다. 말귀를 못 알아듣나?”그가 마지막 표식을 잘랐다. 레아는 칼을 붙잡지 않았다. 대신 출입대에 놓인 회수 인계서를 들었다. 인계서에는 ‘습기 손상 곡물’이라고만 적혔고, 포대 수와 총무게는 빈칸이었다. 어느 번호가 어느 수레에 실렸는지 남길 자리조차 없었다.레아는 창고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수레꾼들이 웅성거렸다.“왕실 재고가 나가려면 안쪽 봉랍 책임자의 확인이 있어야 합니다.”에몬의 낯이 굳었다. “네가 책임자라도 된다는 거냐?”“어젯밤 폐기 보류 기록의 확인자입니다. 보류가 풀렸다는 문서는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경보 종을 울린 벌로 생긴 말단 확인란이었다. 가장 낮은 칸이었지만, 그 칸을 빼고는 서류가 닫히지 않았다. 에몬은 웃음을 터뜨리려다 인계서를 내려다보았다. 수레는 두 번째 종 전까지 움직여야 했다. 지연 사유가 생기면 그의 이름으로 적어야 했다.“번호를 불러.” 그가 이를 악물었다. “보고서 한 장만이다.”레아는 숯창고에서 정식 재고보고서 두 벌을 가져왔다. 한 벌은 대주방 보관용, 한 벌은 조달부 인계용이었다. 사본을 몰래 베끼는 대신 같은 내용을 같은 자리에서 작성했다. 에몬이 표식을 하
레아는 전날 복원한 식단표를 화덕 옆에 펼쳤다. 백온향을 넣은 수프, 빵, 붉은 과실주. 첫 번째 종부터 세 번째 종 사이, 에델린 공주의 식탁에 오른 순서였다. 잉크가 번진 곳에는 시종 셋의 진술을 겹쳐 적었다. 한 사람의 기억은 흔들려도 셋이 들은 종까지 바뀌지는 않았다.“순서를 찾았으면 뭘 하겠다는 거냐?”화덕장이 비웃었다. 레아는 대꾸하지 않고 전날 남겨 둔 빵 부스러기와 술병 바닥의 자국, 백온향이 묻은 국자를 각각 다른 접시 위에 놓았다. 모두 폐기 목록에 오른 것들이었다. 브리짓에게 받은 한 칸짜리 화덕과 제한된 기록 열람권으로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먼저 각각의 흔적을 발효지에 눌렀다. 밀가루 반죽의 숨을 살필 때 쓰는 거친 종이였다. 빵 쪽은 흐린 푸른 얼룩이 잠깐 번졌다가 열기 앞에서 사라졌다. 술과 향신료 쪽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옆에서 보던 조리사 하나가 코웃음을 쳤다.“축축한 포대라며. 곰팡이 자국 하나로 공주 전하의 떨림까지 설명할 셈이야?”“아직 설명하지 않았습니다.”레아는 새 발효지 세 장에 같은 흔적을 올리되, 식단표의 순서만 달리했다. 양을 재거나 사람에게 맛보이지 않았다. 남은 접시에서 묻어 나온 자국을 차례대로 겹치고, 각 단계마다 종이의 냄새와 색을 기록했다. 어느 것을 먼저 놓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붉은 과실주의 흔적이 마지막에 닿은 종이에서만 사라졌던 푸른 얼룩의 테두리가 잿빛 선으로 되살아났다.우연을 지우는 일부터 해야 했다. 레아는 새 밀가루와 새 술로 만든 대조 종이를 옆에 놓고, 접시도 창고에서 꺼낸 깨끗한 것으로 바꾸었다. 대조 종이에는 아무 선도 생기지 않았다. 술을 먼저 놓거나 향신료를 빼자 역시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맞는 결과보다 틀린 결과를 더 오래 적었다. 무엇이 아닌지를 남겨야 누군가 같은 시험을 되풀이할 수 있었다.레아는 그 선을 손톱으로 긁지 않았다. 종이 아래에 날짜와 종의 순서를 적은 뒤, 깨끗한 덮개를 씌웠다. 같은 과정을 다시 했을 때도 마지막 장에만
식단표에는 시간이 없었다.‘뿌리채소 수프, 흰 빵, 붉은 과실주.’ 무엇을 먹었는지는 남았지만 어느 종 사이에 무엇이 올랐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시식 기록도 세 항목 모두 ‘이상 없음’이었다.레아는 다음 날 첫 종부터 배식실 문 앞에 섰다. 왕실 식당의 기록을 잡역에게 보여 줄 수 없다는 서기의 말을 들은 뒤에도 물러나지 않았다.“어제 에델린 전하의 수프를 만든 조리인입니다. 작업 기록과 반출 시각을 맞춰야 합니다.”“전하께서 포상도 철회했다던데, 아직 조리인인 척을 하나?”“칭찬은 철회하지 않으셨습니다. 조리한 사실도 기록하라고 명하셨고요.”서기는 할 말을 잃고 시녀장이 남긴 한 줄을 확인했다. 결국 식단표 원본은 아니어도 배식 종 장부를 열어 주었다.첫 번째 식사 종 직전 수프 여섯 그릇. 첫 번째와 두 번째 종 사이 빵 두 바구니. 세 번째 종 직전 과실주 한 병. 레아는 숫자를 베껴 적지 않고 허락된 난에 자기 작업 시각을 나란히 썼다. 사본을 몰래 만들면 훗날 도난 문서가 된다. 공식 장부에 비교 기록을 남기는 편이 느려도 오래 버텼다.“음식이 다 따로 시식을 통과했어.” 서기가 말했다. “공주님이 피곤했던 일을 왜 식단 탓으로 돌려?”“아직 탓하지 않았습니다. 순서를 확인하는 중입니다.”“수프 다음에 빵, 빵 다음에 술. 어느 식탁이나 그렇지.”레아는 설거지장으로 내려갔다. 그릇은 이미 씻겼지만 반납 시각은 나무패에 남아 있었다. 수프 그릇은 첫 번째 종 뒤, 빵 바구니는 두 번째 종 뒤, 술잔은 에델린의 식사가 갑자기 끝난 뒤 한꺼번에 돌아왔다. 시녀장에게 묻자 공주는 수프를 먹을 때는 멀쩡했고, 빵 뒤에는 귀가 울린다고 했으며, 과실주를 마신 뒤 손을 감쌌다고 했다.“그걸 병이라고 적을 수는 없어.” 시녀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전하의 허락도 없고, 의원의 진단도 없으니까.”“병이라고 적어 달라는 게 아닙니다. 하신 말씀과 시각만 확인해 주십시오.”시녀장은 오래 망설이다 ‘두 번째 종 뒤 귀울림 호소’라는 문장만 종
에델린 공주는 이름 없는 수프를 다시 찾았다.사절단이 비운 그릇 이야기가 공주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주문서는 정오 직전 대주방에 도착했다. ‘그날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 자가 직접 조리할 것.’ 마지막 문장이 셀린의 얼굴을 굳게 했다.“만든 자가 대주방 전체라고 적혀 있는데요.”브리짓은 주문서를 레아에게 건넸다. “손님은 장부보다 혀가 정확할 때가 있지. 네가 해.”레아에게 허락된 금 간 화덕이 처음으로 낮에 켜졌다. 그녀는 뿌리채소의 단단한 순서를 나누고, 눌어붙지 않도록 냄비를 돌렸다. 향을 돋우는 백온향은 식료고에서 봉인된 작은 통째로 왔다. 레아는 통 번호와 개봉 시각을 확인한 뒤 필요한 만큼만 받아 냄비에 넣었다.“공주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면 포상이 나오겠지.” 셀린이 옆에서 말했다. “숯 한 자루쯤은 새것으로 주시려나.”레아는 대꾸하지 않았다. 완성한 수프 한 잔은 시식실로, 한 잔은 보존실로, 나머지는 에델린의 식탁으로 나갔다. 세 잔을 뜬 시각과 순서를 작업지에 적었다.얼마 뒤 공주의 시녀장이 직접 주방에 내려왔다.“전하께서 조리인을 부르신다.”왕실 소식당은 대주방보다 조용해서 숟가락이 접시에 닿는 소리까지 크게 들렸다. 에델린은 반쯤 비운 수프 그릇 앞에서 레아를 바라봤다. 마흔다섯의 공주는 화려한 장신구보다 곧은 자세로 사람을 눌렀다.식탁 한쪽에는 이미 은화 주머니와 공주의 문장이 찍힌 화덕 사용패가 놓여 있었다. 시녀장은 포상을 읽을 얇은 두루마리까지 펴 들었다. 주방에서 따라온 셀린과 견습들도 문 뒤에 줄지어 섰다. 레아가 가장 낮은 회색 앞치마 차림으로 식탁 앞에 선 순간부터, 이 칭찬은 둘만의 말이 아니었다.“네가 만들었느냐?”“그렇습니다.”“지난번 망가진 냄비도?”“마지막 조리를 맡았습니다.”에델린이 숟가락으로 그릇 가장자리를 한 번 쓸었다. “좋다. 단맛으로 오래된 재료를 속이지 않았고, 향도 지나치지 않아. 이름을 말해라.”“레아 모렌입니다.”시녀장의 표정이 변했다. 공주의 시선도 아주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