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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Penulis: 라라
“무슨 뜻이야?”

진수혁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검은 눈동자에 불쾌함과 짜증이 스쳤다.

‘이렇게 쉽게 다른 여자에게 보내준다고?’

강시연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심하은 씨 안티팬 사건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옆에 있어 주는 건 당연한 거죠. 내가 누구랑 만나는 지는 그쪽이랑 상관이 없고.”

그녀는 단지 그것뿐이라는 듯 말투가 유난히 평온했고 조금도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진수혁의 짜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대체 언제부터 심하은의 일로 투정을 부리지 않게 된 걸까.

정말 상관이 없는 걸까. 아니면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기하는 것일까?

하지만 안티팬 사건은 그녀 말고 할 사람이 없었다.

진수혁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그녀를 쳐다보며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심하은은 입술을 깨물며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강시연 씨, 화내지 마세요. 제 잘못이에요. 수혁이는 그쪽 남편인데 저는 한 번도 두 사람 결혼생활 방해할 생각 없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 혼자서도 해결할 수...”

“심하은 씨 연기 참 잘하네요.”

강시연은 불쌍한 척하는 그녀의 연기에 말을 끊으며 싱긋 웃었다.

“하지만 됐어요. 나랑 내 친구는 약속이 있어서 그쪽 공연은 원하는 사람한테나 실컷 보여주세요.”

강시연은 심하은과 진수혁을 무시한 채 서아름과 친구들을 데리고 돌아섰다.

성규민은 심하은을 슬쩍 쳐다보고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심하은 씨는 댄서가 아니라 배우 하면 되겠네요. 그 정도 연기 실력이면 제법 유명해지겠어요.”

진수혁은 강시연과 성규민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송민우는 이 모습을 전부 지켜보다가 심하은을 슬쩍 보고는 말을 꺼냈다.

“형, 형수님이 화내는 것도 당연해. 살해 협박한 안티팬을 하루빨리 잡지 않으면 심하은 씨 안전도 장담할 수 없으니 빨리 사람 잡는 게 나을 것 같아.”

“택배 보낸 사람은 조사 중이야. 이틀 안에 결과가 나올 거야.”

진수혁은 뭔가를 생각한 듯 다시 심하은을 바라보며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하은아, 이틀 동안 조심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해.”

심하은은 마음속으로 달콤함을 느끼며 너그러운 척 말했다.

“알았어, 수혁아. 걱정하지 마. 오히려 강시연 씨가...”

그녀가 머뭇거리자 진수혁이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저 여자는 무시해. 저 여자가 아니면 네가 이렇게 겁에 질릴 일도 없을 테니까.”

송민우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아는 강시연은 그럴 사람이 아니었지만 심하은 앞에선 굳이 말하지 않았다.

진수혁은 심하은이 사고를 당할까 봐 특별히 그녀에게 두 명의 경호원을 배정했다.

강시연은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고 11시 넘어서야 자리가 끝났다.

돌아가기 전 성규민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밤하늘은 먹빛처럼 어두웠고 성규민의 예쁜 눈매가 살짝 올라가며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는 담배 재를 털며 말했다.

“너 많이 변했네.”

“그래?”

강시연이 살짝 놀라자 성규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웃었다.

“약간... 과거의 강시연으로 돌아간 것 같아.”

무서운 것 없이 뭐든 다 할 수 있는...

강시연은 미소를 지었다.

떠날 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그녀의 마음도 점차 편안해졌다.

“시간이 늦어서 이만 돌아가야겠어.”

그녀가 더 말없이 작별 인사를 건네는데 성규민이 불쑥 말을 꺼냈다.

“시연아, 만약 그때 내가 조금 더 일찍...”

“아니.”

강시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미리 알고 시선을 내린 채 말했다.

“그때 내가 어떤지 잘 알잖아. 변하는 건 없어.”

과거의 강시연은 열정적이고 용감했다.

그러니 결말을 알더라도 그녀는 불나방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성규민은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정말 너답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강시연도 차를 불러 집으로 돌아갔다.

진도현은 할아버지 할머니 집으로 보내졌고 진수혁은 아직 돌아오지 않아 오늘 밤 강시연은 혼자였다.

그녀는 짐과 옷을 정리하며 떠날 때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했다.

잠들기 전 낯선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강시연 씨 이모님 상태가 심각해요. 이틀 안에 시간을 내 방문해 주실 수 있나요?]

강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강씨 가문에 일이 터진 후 강시연의 이모도 그녀의 어머니 죽음으로 정신이 무너져 요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강시연은 이모의 회복을 돕기 위해 최면을 시도했지만 당시 이모의 상태가 최악이었고 강씨 가문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요양원에 입원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녀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신에게 문자를 보낸 번호가 임 원장의 번호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늦은 밤 진수혁이 집에 돌아왔을 때 비서가 조사한 내용을 그에게 전송했다.

[대표님, 당시 강시연 씨와 벌어진 사건은 정말 사고였어요. 그날 밤 강시연 씨도 술에 취해 방으로 들어간 것이고 약을 탄 사람에 대해선 아직 조사 중이에요.]

문자를 확인하던 진수혁은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약을 탄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면 오랫동안 그녀를 오해한 셈이었다.

[그리고 심하은 씨에게 협박 택배를 보낸 사람에 대해서도 알아냈어요. 심하은 씨의 열렬한 팬으로 모든 공연에 빠짐없이 갔는데 동기가 뭔지는 아직 몰라요. 행적을 알아내고 있는데 사모님은 이 일과 관련이 없어요.]

그의 오해였던 걸까.

진수혁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죄책감이 스쳐 지나갔고 차가우면서도 잘생긴 얼굴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그와 강시연 사이엔 오해와 갈등의 골이 너무 깊었다.

머릿속에 오늘 밤 강시연의 차분한 표정이 떠오르며 마음이 한층 풀렸다.

일부러 그의 화를 돋우려고 성규민과 함께 있었던 거다.

다행이다.

그 사람이 잡히면 모든 걸 털어놓고 설명할 거다.

진수혁은 닫힌 문 쪽을 바라보며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다음 날, 강시연이 깨어났을 때 진수혁은 이미 회사로 간 뒤였다.

강시연은 평소처럼 이모를 방문하는 시간에 맞춰 택시를 타고 요양원으로 갔다.

“기사님, 명강 요양원이요.”

강시연은 근처 택시를 불러세워 주소를 말했다.

이모를 걱정하는 마음에 차가 점점 더 외진 곳으로 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사람이 전혀 없는 황량한 지역까지 이르러서야 명강 요양원으로 가는 게 아님을 알아차렸다.

“차 세워!”

강시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표정이 확 바뀌자 곧 남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그녀에게 스프레이를 뿌렸다.

이상한 냄새가 빠르게 퍼지며 강시연은 머리가 어지러워지더니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10분 후 대표 사무실.

비서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진 대표님, 큰일 났어요. 심하은 씨가 사고를 당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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