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실직한 지 일주일.
유비는 다시 동대문 시장을 걷고 있었다. 구직을 위해서였다. 여러 가게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IMF 이후 시장 전체가 침체되어 있었다. 빈 점포가 늘어났고, 상인들은 사람을 뽑기보다 내보내기에 바빴다. "죄송합니다." "사람 구할 형편이 아닙니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같은 말을 수십 번 들었다. 유비는 씁쓸하게 웃었다. 연락이 올 리 없었다. 시장에서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거절이었다. --- 해가 질 무렵. 유비는 시장 골목 끝에 있는 작은 다방 앞에 멈춰 섰다. 간판에는 희미하게 적혀 있었다. 도원다방.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다방이었다. 시장 상인들의 사랑방 같은 곳. 유비는 잠시 망설이다 안으로 들어갔다. --- "어이, 여기다." 구석 자리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었다. 관우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장비가 앉아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유비가 자리에 앉자 장비가 투덜거렸다. "뭐가 오랜만이야." "어제도 봤잖아." 유비는 웃음을 터뜨렸다. 관우도 옅게 미소를 지었다. --- 잠시 후. 커피 세 잔이 놓였다. 셋은 한동안 말없이 잔만 바라보았다. 실직 후 처음 만난 자리였다. 무거운 분위기가 흐를 수밖에 없었다. --- 장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일자리 구했다." 유비가 놀랐다. "벌써요?" "옆 건물 창고." "잘됐네요." 하지만 장비는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근데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왜?" "월급도 적고." 장비는 창밖을 바라봤다. "무엇보다." 잠시 침묵. "또 남 밑에서 일해야 하잖아." --- 그 말에 유비는 멈칫했다. 며칠 전부터 자신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관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제안받았다." "어디서요?" "원소상회." 유비와 장비가 동시에 놀랐다. 원소상회. 북부 최대 원단도매업체. 시장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회사였다. "진짜요?" "그래." "그럼 가셔야죠!" 하지만 관우는 고개를 저었다. "거절했다." --- 장비가 눈을 크게 떴다. "왜요?" "마음이 안 간다." "연봉도 좋을 텐데." 관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돈만 보고 일하는 건 싫다." 장비는 머리를 긁적였다. "형님답네요." --- 그 순간. 유비는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처럼 고개를 들었다. "저..." 관우와 장비가 동시에 바라봤다. "할 말이 있습니다." --- 잠시 침묵. 유비는 손을 꼭 쥐었다. 심장이 빨리 뛰었다. 미친 생각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우리..." 목이 말랐다. "같이 가게 해보면 어떨까요?" --- 정적. 장비의 눈이 커졌다. 관우도 아무 말이 없었다. 유비는 계속 말했다. "창고 일도 해봤고." "원단도 압니다." "시장도 압니다." "셋이 힘을 합치면..." 유비는 숨을 들이마셨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몇 초가 몇 분처럼 길게 느껴졌다. 장비가 먼저 반응했다. "좋다!" 유비가 놀랐다. "예?" "난 찬성!" 장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남 밑에서 일하는 것도 지겹고." "어차피 망하면 또 하면 되지!" 유비는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장비다웠다. --- 하지만 관우는 말이 없었다. 유비는 긴장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관우였다. 그가 없다면 이 계획은 의미가 없었다. --- 관우는 한참 동안 커피잔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돈은?" 현실적인 질문이었다. 유비가 준비해 둔 답을 꺼냈다. "제가 모은 돈이 있습니다." "얼마?" "천만 원." 장비가 말했다. "나도 천만 원." 관우는 잠시 생각했다. "나는 이천만 원."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합치면 사천만 원. 큰돈은 아니지만. 아예 불가능한 금액도 아니었다. --- 장비가 흥분했다. "진짜 가능하겠는데?" 유비도 점점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은 점포 하나. 조그만 창고. 그리고 약간의 재고. 처음부터 크게 시작할 필요는 없었다. --- 관우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동대문의 수많은 간판들. 그리고 그 아래 살아가는 상인들. 잠시 후. 관우가 입을 열었다. "좋다." 유비가 숨을 멈췄다. "해보자." --- 그 순간. 장비가 벌떡 일어났다. "진짜?" "그래." "형님이 한다면 나도 한다!" 장비는 크게 웃었다. 유비도 웃었다. 관우도 미소를 지었다. --- 도원다방 사장 할머니가 다가왔다. "무슨 좋은 일 있어?" 장비가 외쳤다. "우리 사장 됩니다!" 할머니는 피식 웃었다. "그러다 망하면?" 장비가 대답했다. "그럼 다시 하면 되죠!" 다방 안에 웃음이 퍼졌다. --- 그날 밤. 세 사람은 다방 구석 테이블에 앉아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가게를 할지. 어디에 점포를 얻을지. 어떤 이름을 붙일지.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 한편 같은 시각. 동대문 최고급 사무실. 조조는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곽가가 말했다. "흥미로운 소식이 있습니다." "뭔가?" "관우, 장비, 유비." 조조가 고개를 들었다. "그들이 함께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잠시 정적. 그리고 조조는 웃었다. "재밌군." 곽가가 물었다. "신경 쓰십니까?" 조조는 창밖 야경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세 사람의 이름이 머릿속에 남았다. --- 도원다방. 마지막 손님이 떠난 뒤. 유비는 혼자 다방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도원다방. 그 이름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말했다. "형님." "왜?" "우리 이름." 관우와 장비가 돌아봤다. 유비는 미소 지었다. "도원원단상회는 어떻습니까?" 잠시 침묵. 그리고. "좋다." "마음에 든다." 세 사람은 웃었다. 그날 밤. 동대문의 작은 다방에서. 훗날 시장을 뒤흔들게 될 도원원단상회가 탄생했다. --- 제6화 - 첫 점포에서 계속.아침 일찍.여포의 창고에는 트럭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첫 거래 물량이었다.장료는 입고 내역을 확인했다.고순은 작업자들과 함께 적재 위치를 점검했다.규모는 크지 않았다.하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첫 시작이기 때문이었다."수량 이상 없습니다."장료의 보고에 여포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생했다.""고생은 이제부터입니다."여포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스쳤다.예전 같았으면 듣기 힘든 말이었다.장료도 조금씩 편해지고 있었다.그때 창고 문이 열렸다.낯익은 얼굴 하나가 들어왔다.동탁상인회 물류팀 부장.장평이었다.고순의 눈이 가늘어졌다."무슨 일입니까?"장평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여포 실장... 아니, 대표님.""편한 대로 불러."장평은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정리된 창고.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었다."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여포는 사무실로 그를 안내했다.문이 닫히고.장평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여포도 재촉하지 않았다.마침내 장평이 입을 열었다."요즘 회사 분위기가 이상합니다."여포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다들 눈치만 봅니다.""......""회장님도 예전 같지 않고요."장평은 잠시 숨을 골랐다."솔직히 불안합니다."여포는 천천히 물었다."그래서?"장평은 망설였다.그리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혹시..."하지만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여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장 부장."장평이 고개를 들었다."지금 결정하지 마.""예?""불안하다고 움직이면 후회한다."장평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여포라면 당장 스카우트할 줄 알았다.하지만 여포는 고개를 저었다."회사도 사람도 감정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장평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알겠습니다."나가기 직전.그가 돌아보며 말했다."대표님.""왜.""다들 대표님 이야기를 합니다."여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동탁상인회 본부 대회의실.간부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평소보다 이른 시간.그리고 평소보다 무거운 분위기.회의실 정면에 앉은 동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모두가 그의 입이 열리기만 기다렸다.잠시 후.동탁이 보고서를 내려놓았다."시장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여포가 동탁상인회를 넘어설 거라고 하더군."몇몇 간부들의 표정이 굳어졌다.동탁은 천천히 회의실을 둘러봤다."웃기는 이야기 아닌가."웃음이 나와야 할 말이었다.하지만 회의실은 조용했다.그 침묵이 오히려 동탁의 신경을 건드렸다."왜 아무 말도 없지?"간부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결국 이숙이 입을 열었다."회장님.""말해라.""아직은 소문에 불과합니다.""아직은?"동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이숙은 말을 이어갔다."다만 거래처들의 관심이 여포에게 쏠리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회의실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동탁은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예전 같으면 이런 보고를 들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거래처 관리팀."한 간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예.""재계약 진행 상황은?""일부 업체들이 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이유는?"간부는 잠시 머뭇거렸다.그리고 어렵게 답했다."여포 측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순간.동탁의 얼굴이 굳어졌다.회의실 안 공기가 얼어붙었다."또 여포인가."누군가 마른침을 삼켰다.동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놈은 직원 셋 데리고 창고 하나 얻은 게 전부다."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틀린 말은 아니었다.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동탁은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회의가 끝난 후.이숙은 홀로 복도를 걷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실장님."돌아보니 오래 근무한 부장 한 명이 서 있었다."무슨 일인가."부장은 주변을 살핀 뒤 낮게 말했다."회장님이 너무 예민해지신 것 같습니다."이숙은
동탁상인회 본부.아침 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거래처 이탈은 아직 없었다.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거래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여포의 창고.여포의 거래처.여포의 새로운 사업.시장 사람들의 입에서 여포의 이름이 점점 자주 오르내리고 있었다.동탁은 보고서를 내려놓았다."대성직물은?"이숙이 답했다."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동명패브릭은?""여포 측과 접촉했습니다."동탁의 표정이 굳어졌다.회의실 안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임원들은 눈치만 살폈다.예전 같으면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동탁은 늘 여유가 있었다.하지만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었다."할인 조건을 제시해라."순간 회의실이 조용해졌다.이숙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느 정도까지 말씀입니까?""재계약 업체 전부."몇몇 임원들의 얼굴이 변했다.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조건이었다.이숙이 다시 입을 열었다."회장님.""말해라.""지금은 가격 문제가 아닙니다."동탁은 시선을 돌렸다."그럼?""거래처들이 지켜보는 건 여포입니다."짧은 정적.동탁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내가 그걸 모른다고 생각하나?"회의실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이숙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동탁이 점점 조급해지고 있었다.한편.여포의 창고.장료는 작업 인부들과 함께 선반을 정리하고 있었다.고순은 입고 동선을 점검했다.창고는 조금씩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그때.트럭 한 대가 창고 앞으로 들어왔다.장료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손님입니다."차에서 내린 사람은 동명패브릭 대표였다.며칠 전 명함을 남기고 갔던 인물.그는 창고 안을 둘러보며 웃었다."생각보다 괜찮군요."여포가 손을 내밀었다."반갑습니다.""제가 더 반갑습니다."대표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같이 일하고 싶습니다."장료와 고순은 아무 말 없이 상대를 바라봤다.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대표는 말을 이었다."사실 다른 업체들도 고민 중입니다.
창고 계약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었다.창고 주인은 복잡한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여포를 믿는다는 이유 하나면 충분했다.계약서에 마지막 서명이 끝나자 창고 주인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잘해보게."여포도 손을 맞잡았다."감사합니다.""감사는 나중에 하고."남자는 창고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이곳 다시 불 켜지는 거 오랜만에 보는군."그 말에 여포도 주변을 바라보았다.낡은 벽.먼지가 쌓인 바닥.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지금은 초라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허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장료가 창고 구석을 둘러보다 말했다."생각보다 손볼 곳이 많습니다.""고칠 수 있나?""사람만 있으면 됩니다."고순도 천장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구조는 튼튼합니다.""시간 문제라는 건가.""고치면 됩니다."짧은 답이었다.하지만 확신이 담겨 있었다.그날 오후.세 사람은 직접 청소를 시작했다.장료는 낡은 선반을 정리했다.고순은 창고 구조를 다시 점검했다.여포는 구석에 쌓인 폐자재를 밖으로 옮겼다.몇 시간이 지나자 셔츠는 땀으로 젖어 있었다.잠시 쉬는 시간.장료가 생수병을 건넸다."예전 생각이 납니다."여포가 물었다."언제?""동탁상인회 처음 창고 만들 때입니다."여포도 기억하고 있었다.그때는 가진 것이 더 없었다.트럭 한 대.직원 몇 명.그게 전부였다.그런데 어느새 시장 최대 규모 상인회가 되었다.여포는 창고 한가운데를 바라보았다.문득 낯선 기분이 들었다.이번에는 남의 회사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자신의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첫 시작이었다.그 순간이었다.철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고생들 많으십니다."낯선 목소리.세 사람이 동시에 돌아보았다.양복을 입은 남자 둘이 서 있었다.명함을 건네받은 장료의 눈빛이 변했다."동명패브릭?"남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께서 인사드리라고 하셨습니다."여포는 명함을 받아 들었다."무슨 일입니까?""창고 계약 소식 들었습니다.""빠르군.""시
동대문 시장.여포의 사무실은 점점 비좁아지고 있었다.장료가 정리한 거래처 서류.고순이 가져온 창고 자료.새로 들어온 견적서와 계약서.작은 책상 위에는 더 이상 빈 공간이 남아있지 않았다.고순이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이 상태로는 오래 못 갑니다."여포가 고개를 들었다."창고 때문인가.""고객은 늘고 있는데 보관할 공간이 없습니다."장료도 동의했다."한성직물 물량만 받아도 한계입니다."여포는 잠시 자료를 훑어보았다.틀린 말은 아니었다.거래처가 늘어나도 물건을 둘 곳이 없으면 의미가 없었다.사업은 결국 공간과 물류가 뒷받침되어야 했다."후보지는?"고순이 지도 한 장을 펼쳤다."세 곳입니다."첫 번째는 동대문과 가까운 창고.위치는 좋지만 임대료가 비쌌다.두 번째는 외곽 지역.가격은 저렴했지만 접근성이 떨어졌다.세 번째는 폐업한 직물 창고.규모는 가장 컸지만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장료가 말했다."현실적으로는 세 번째가 낫습니다.""고칠 부분이 많군.""고쳐도 첫 번째보다 저렴합니다."여포는 지도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직접 보러 가자."오후.세 사람은 폐업한 창고를 찾았다.창고는 생각보다 컸다.철문은 녹이 슬어 있었고 벽면도 낡아 있었다.하지만 구조는 튼튼했다.고순은 내부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기둥.천장.바닥.하나도 놓치지 않았다.잠시 후.고순이 여포에게 다가왔다."사용 가능합니다.""확실한가.""고치면 됩니다."짧고 단호한 대답.여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지금은 낡고 초라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가능성이 보였다.그때.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여포 실장?"세 사람이 동시에 돌아보았다.창고 주인이었다.오십대 중반의 남자.그는 여포를 알아본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말 여포 실장이군.""저를 아십니까?"남자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예전에 거래처 했었지."여포는 그제야 기억이 났다.몇 년 전 거래했던 염색 공장 사장이었다."오랜만입
동대문 시장. 여포가 동탁상인회를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었다. 한성직물과의 계약 소식이 퍼지면서 거래처들의 시선이 여포에게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의 상인들은 수군거렸다. "한복수 사장이 먼저 움직였다며?" "그 사람 성격에 계산 없이 움직일 사람은 아니지." "그럼 진짜 여포 쪽이 커질 수도 있다는 건가?"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소문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 여포의 사무실. 장료는 거래처 현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고순은 창고 후보지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여포는 계약서를 하나씩 확인하며 필요한 사항을 메모했다. 잠시 후. 장료가 서류철 하나를 건넸다.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어디서?" "대성직물, 동명패브릭, 태양섬유." 여포는 명단을 훑어보았다. 모두 시장에서 이름이 알려진 업체들이었다. "생각보다 빠르군." 고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성직물의 선택이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장료가 말을 이었다. "거래처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여포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의미는 작지 않았다. 한성직물 한 곳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잠시 후 여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부 만나보겠다." 장료는 별말 없이 일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고순은 필요한 자료를 챙겼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조직의 형태가 갖춰지고 있었다. 한편. 동탁상인회 본부. 동탁은 최근 거래 현황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얼굴이 굳어졌다. 재계약 보류. 추가 주문 연기. 신규 계약 검토. 표현은 달랐지만 의미는 하나였다. 거래처들이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이숙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 동탁은 보고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말해라." "거래처들이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