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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임청연
그 상황을 보자마자 태빈은 반사적으로 시은을 자신의 뒤로 감쌌다.

마치 위협으로부터 새끼를 숨기려는 짐승처럼.

시은은 태빈의 옷자락을 두 손으로 꼭 붙잡은 채 고개를 깊이 숙였다.

몸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태빈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잠시 침을 삼킨 뒤, 태빈은 억지로 목소리를 진정하면서 말했다.

“이번 일은... 저희 쪽 잘못이 맞습니다. 하지만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태빈은 한 박자 쉬고 말을 이었다.

“시은이는 아직 어려서 판단력이 부족했습니다. 제가 대신 하다윤 씨에게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말끝에는 간청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정후의 기분을 누그러뜨려 보려는 시도였다.

정후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비웃음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사과가 통하는 세상이었으면...”

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경찰은 왜 필요하겠습니까?”

정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물론 이런 일로 경찰을 부를 생각은 없습니다. 귀찮은 건 저도 싫거든요.”

태빈의 턱이 단단히 굳어지면서 이마에는 핏줄이 도드라졌다.

태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시은이를 놓아주시겠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전부 받아들이겠습니다.”

확신에 찬 약속이었다.

하지만 정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 약속은 정후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경호원들을 등진 정후는 팔꿈치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손바닥을 앞으로 휘둘렀다.

“데려가서 떨어뜨려.”

짧고 분명한 명령이었다.

두 명의 경호원이 즉시 움직였다.

위협적인 기세로 태빈과 시은 쪽으로 다가왔다.

태빈은 시은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아당겼다.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

“더 이상 밀어붙이면 가만두지 않겠어!”

태빈은 다급하게 정후를 향해 말했다.

“하 대표님, 오늘 이 자리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잖습니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면, 하씨 집안에도 좋을 게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정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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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은 됐습니다.”유 회장의 표정에는 분명한 피로감이 드러났다. 더 이상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그는 시선을 채이에게로 옮기며 한결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진 상무님, 저는 진 상무님 명의의 특허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상무님과 직접 협력해서 그 특허를 함께 개발하고 싶습니다.”유 회장은 명함을 내밀었다.“이건 제 명함입니다. 의향이 생기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채이는 두 손으로 명함을 받아 들고 미소 지었다.“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습니다.”유 회장은 더 말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태빈이 포기하지 못한 듯 그 뒤를 급히 따라갔지만, 유 회장의 태도는 이미 분명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걸 지켜보면서, 태빈의 얼굴은 서서히 굳어졌다. 그는 참지 못하고 바닥을 세게 내리찍었다.“진채이, 이제 만족해!”태빈은 분노에 찬 눈으로 채이를 노려봤다. 감정은 이미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만족?’채이는 짧게 웃었다.“이제 시작이야.”그 말을 남기고 돌아선 채이는 밖으로 나갔다.설희도 곧바로 채이를 따라서 회사 밖으로 나섰다.“괜찮아?”채이가 먼저 물었다.“전 괜찮습니다, 상무님.”설희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아까 진짜 멋있었어요. 상무님은 완전 제 롤모델이에요.”태빈의 힘이 생각보다 강해서 채이는 아까 바닥에 넘어졌다가 한참을 쉬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방금 전 태빈이 아무 말도 못 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떠올리자, 몸의 통증은 이상하게도 느껴지지 않았다.채이는 가볍게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 사람이 뜻대로 안 됐다고 해서 내가 정말로 행복해지는 건 아니네.’회사에서 나온 뒤, 채이는 배정그룹에서 마련해 준 호텔로 향했다.아직 처리해야 할 업무가 남아 있었기에 설희도 함께 데리고 왔다.채이가 방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설희가 나가 문을 열었다.“안녕하세요.”서빙 직원이 카트를 밀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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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을 나온 뒤, 채이는 설희에게 연락해 회사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아직 인수인계가 끝나지 않은 업무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회사에 도착했을 때, 설희는 이미 사무실에서 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한눈에 이상함을 느낀 설희가 걱정스레 물었다.“상무님,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세요. 혹시... 그분이 또 문제를 일으킨 건가요?”채이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 괜찮아. 걱정하지 마. 지금은 내가 정리해 둔 특허부터 다시 모으자. 이 특허들, 나한테 정말 중요해.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서 진행할 생각이야.”그 특허들은 채이가 수없이 밤을 새워가며 직접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태빈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고, 온전히 채이 개인의 성과였다. 그렇기에 반드시 챙겨야 했다.“알겠습니다, 상무님.”설희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남아 있었다.두 사람은 곧바로 자료 정리에 들어갔다.“상무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설희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표정에는 당혹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채이는 설희가 내민 서류를 받아 들었다. 자신의 이름이 있어야 할 특허 명의에 시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부 대표님이 한 짓이 분명해요. 이건 너무하잖아요.”설희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채이는 의외로 담담했다. 입가에 자조적인 웃음이 스쳤다.‘내가 참 어리석었지.’태빈을 전적으로 믿고, 특허 관리까지 맡겼던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오늘 이렇게 정리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 특허만 있으면 강시은은 학위 요건을 충족할 수 있고, 다른 회사와의 협업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요 며칠 벌어진 모든 일들이 자신의 판단에 대한 대가처럼 느껴졌다.“상무님, 그럼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렇게 강시은 씨한테 다 넘어가게 두실 거예요?”설희는 분하고 억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채이의 시선은 차분했다.“강시은이?”짧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내 걸 가로챌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있다고 생

  •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제25화

    “여기가 어디라고 소리쳐. 병원이잖아.”그때 응급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안에서 나왔다. 의사는 세 사람을 한 번 훑어본 뒤 낮지 않은 목소리로 제지했다.“선생님, 환자 상태는 어떠세요? 이제 생명에는 지장 없는 건가요?”시은이 급히 다가가 물었다.“다행히도 이송이 빨랐습니다. 현재는 생명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일반 병실로 옮겨서 이틀 정도 경과를 보고 퇴원하셔도 됩니다. 다만 심장이 약하신 편이라, 앞으로는 절대 자극을 주면 안 됩니다.”“감사합니다, 선생님.”잠시 뒤, 한유희는 병실로 옮겨졌고 이미 의식도 회복한 상태였다.그 모습을 본 채이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큰일은 아니구나.’인사만 하고 바로 나갈 생각으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어머니, 이제 괜찮으세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채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가식 떨지 마.”한유희는 굳은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난 지금 네 얼굴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나가.”말투에는 날이 서 있었고, 눈빛에도 여유라곤 없었다. 예전의 온화하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채이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어색하게 웃었다.‘강시은이 무슨 말을 했는지 뻔하지.’굳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이 집안 사람들과 엮일 이유도 없었다.채이는 말없이 몸을 돌렸다.“서!”태빈이 소리쳤다.“우리 어머니가 이렇게 된 게 다 너 때문인데, 네가 왜 가? 너 여기 남아서 퇴원할 때까지 간호해야 해.”말을 뱉고 나서도 태빈의 마음은 묘하게 복잡했다. 채이가 등을 돌리는 걸 보자, 태빈은 자기도 모르게 붙잡고 싶었다.채이는 웃음을 터뜨렸다.“네 어머니가 나 보기 싫다잖아. 그리고 이 기회에 누군가는 점수 좀 따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여기 남아 있으면 방해가 되잖아.”“오빠, 제발 그만하세요.”시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끼어들었다.“이모는 더이상 자극을 받으시면 안 돼요.”한유희는 시은의 손을 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그래, 우리 시은이만 참 착하지.”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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