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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죽음에, 나는 황릉을 나섰다

딸의 죽음에, 나는 황릉을 나섰다

By:  서강월Kumpleto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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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현주의 시신이 황릉으로 반입될 때, 현주는 눈도 감지 못한 채 온몸이 피범벅이었다. 시신을 모신 포졸들이 수군거렸다. "선 황후의 외동딸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오. 개만도 못한 죽음을 맞았는데." "태자 전하께서도 참 너무하시지. 현주 공주야말로 친누이인데, 아이를 낳다 죽어 가는데도 의관 하나 보내지 않으셨다니." "부마가 명월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 마당에, 이젠 그분이야말로 태자 전하께서 마음에 담아 두고 애지중지하시는 누이가 되었으니." 그제야 나는 내가 죽은 척 황릉을 지키는 동안, 내 아들은 어디선가 의붓누이를 데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의붓누이를 기쁘게 해 주려고, 태자는 그녀가 현주의 공주 대우를 빼앗도록 내버려두었을 뿐만 아니라, 부마가 임신한 현주를 기방에 데려가 길들이도록 방임했다. 부어오른 새하얀 현주의 시신을 바라보며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났다. 내가 황릉에서 대주(大周)의 국운을 지탱하는 동안, 그들은 내 소중한 딸을 이렇게 함부로 다루었다. 그렇다면, 대주의 용맥(龍脈))은 끊어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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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anata 1

제1화

국사가 급히 도착했을 때, 나는 현주의 시신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마지막으로 현주를 본 것은 그녀가 열 살 때였다.

앳된 볼살이 남아 있었고, 휘청휘청 내 관을 쫓아가며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현주는 울면서 내가 만들어 준 보석 영락을 내밀었다.

"영락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어마마마가 필요해요!"

"앞으로 장신구 같은 건 안 할게요! 어마마마, 저 버리지 마세요!"

"황릉은 캄캄해서 들어가면 어마마마를 찾지 못할 거예요!"

그녀는 목이 터져라 울었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십 년만 참으면 모녀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건, 볼이 꺼지고 뼈만 앙상한 소녀였다.

"우습지 않습니까? 서왕모 일족의 후예이자 대주의 적출 공주가, 해산 중에 산파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해 죽음을 맞이하다니."

"국사님, 이것이 내가 대주의 국운을 지킨 대가로 받은 자식의 복이란 말입니까?"

나는 현주의 차갑고 굳은 손을 잡으며 조용히 물었다.

소문에 따르면 현주는 몸이 너무 허약해 이틀 밤낮을 앓다가 겨우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는 울음소리 한 번 만에 곧 숨을 거두었고, 현주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기력이 다했다고 했다.

궁중에는 귀한 약재는 얼마든지 있었고, 조금만 썼어도 현주는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포졸들은 모든 귀한 약재는 황제께서 명월 의녀에게 하사하셨다고 했다.

의관들마저 태자께서 고명월의 두통을 치료하라며 불러가셨다고 했다.

현주의 비녀가 궁문 앞에 무릎 꿇고 이마가 터지도록 빌었지만, 건진 것은 부서진 인삼 수염 몇 가닥뿐이었다고 했다.

"그들은 현주한테 애 낳는다고 죽는 건 아니라며 고명월의 두통보다 더 중요하겠냐고 했답니다."

"국사님, 이것이 국사님이 말한 '현주는 잘 지낸다'는 것입니까?"

국사는 난처한 듯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할 뿐이었다.

그래, 국사가 내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내가 이곳 황릉에 영원히 남아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나는 서왕모의 후예로, 타고난 복이 깊다.

나와 혼인했기에 황제는 왕좌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시들어 가는 대주의 용맥도, 내가 황릉을 지키며 기운을 빌려주었기에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마마! 어디로 가시렵니까!"

국사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놀라 외쳤다.

"보름만 더 지키시면, 새 용맥이 뿔을 돋을 것입니다."

"그러면 폐하, 태자 전하와 다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지금 황릉을 나서시면, 용맥은 뿔을 돋지 못하고 뱀으로 퇴화할 것입니다. 대주는 사방으로 분열하고, 폐하께서도 목숨을 잃으실 수 있습니다!"

내가 말이 없자 국사는 급히 일어나 내 소매를 붙잡았다. 목소리마저 떨고 있었다.

"공주님 일로 마음이 상하신 줄 압니다. 하지만 공주님은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죽은 이를 위해 산 이들의 목숨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보름만 더 기다리시면, 용맥이 뿔을 돋을 것입니다. 그때 가셔서, 궁성을 휩쓸어도 좋습니다."

참으로 대국적인 말이었다.

그때도 그는 나한테 십 년만 황릉을 지키면 자식들에게 백 년의 평안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얻은 것은, 내 아들이 남을 위해 내 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미소를 띠며 국사의 손에서 소매를 빼냈다. 몸을 굽혀 부장품 중에서 아무 단검이나 집어 들었다.

그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딸이 죽었는데, 이 황릉을 지켜서 무엇하겠습니까."

"그 애를 위해 갚아주러 나가겠습니다."

"대주가 이로 인해 망한다면, 망하게 두겠습니다. 그것도 그대들의 운명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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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국사가 급히 도착했을 때, 나는 현주의 시신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마지막으로 현주를 본 것은 그녀가 열 살 때였다.앳된 볼살이 남아 있었고, 휘청휘청 내 관을 쫓아가며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현주는 울면서 내가 만들어 준 보석 영락을 내밀었다."영락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어마마마가 필요해요!""앞으로 장신구 같은 건 안 할게요! 어마마마, 저 버리지 마세요!""황릉은 캄캄해서 들어가면 어마마마를 찾지 못할 거예요!"그녀는 목이 터져라 울었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십 년만 참으면 모녀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건, 볼이 꺼지고 뼈만 앙상한 소녀였다."우습지 않습니까? 서왕모 일족의 후예이자 대주의 적출 공주가, 해산 중에 산파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해 죽음을 맞이하다니.""국사님, 이것이 내가 대주의 국운을 지킨 대가로 받은 자식의 복이란 말입니까?"나는 현주의 차갑고 굳은 손을 잡으며 조용히 물었다.소문에 따르면 현주는 몸이 너무 허약해 이틀 밤낮을 앓다가 겨우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그러나 아이는 울음소리 한 번 만에 곧 숨을 거두었고, 현주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기력이 다했다고 했다.궁중에는 귀한 약재는 얼마든지 있었고, 조금만 썼어도 현주는 살 수 있었다.그러나 포졸들은 모든 귀한 약재는 황제께서 명월 의녀에게 하사하셨다고 했다.의관들마저 태자께서 고명월의 두통을 치료하라며 불러가셨다고 했다.현주의 비녀가 궁문 앞에 무릎 꿇고 이마가 터지도록 빌었지만, 건진 것은 부서진 인삼 수염 몇 가닥뿐이었다고 했다."그들은 현주한테 애 낳는다고 죽는 건 아니라며 고명월의 두통보다 더 중요하겠냐고 했답니다.""국사님, 이것이 국사님이 말한 '현주는 잘 지낸다'는 것입니까?"국사는 난처한 듯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할 뿐이었다.그래, 국사가 내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그는 내가 이곳 황릉에 영원히 남아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나는 서왕모의 후예로, 타고난 복이 깊다.나와 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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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검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밖으로 걸어 나갔다.끝없이 펼쳐진 황릉이 내 뒤에서 조각조각 무너져 내렸다.'요녀'라며 욕설을 퍼붓는 국사마저 함께 묻혔다.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땅속에서 울려 퍼지는 고통스러운 용의 울음을 밟으며 곧장 황궁으로 향했다.그러나 궁문 앞에서 순라를 도는 금군장에게 길을 가로막혔다.그가 위엄을 뽐내며 말했다."폐하께서 조서 없이는 입궁할 수 없다고 분부하셨습니다. "그의 눈빛과 표정에 서린 비웃음이 느껴졌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그가 나를 현주로 착각했다는 것을.우리 모녀는 정말 빼닮았다. 마치 한 틀에서 찍어 낸 듯했다.그래서 현주는 자신은 외롭지 않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내가 그리울 땐 거울을 안고 자면 마치 내 품에 안긴 것 같다고.나는 겨우 눈시울의 쓰라림을 참으며 내 목에 검을 겨눈 금군을 바라보았다."나에게 검을 겨누고도, 폐하께 고할 것이 두렵지 않는냐?"이에 금군장이 크게 웃었다.그뿐만 아니라 그 뒤에 선 수많은 금군도 허리를 굽혀 웃음을 터뜨렸다.그들은 웃으며 수군거렸다."자신이 아직도 선 황후가 계실 적 그 공주님인 줄 아나?""고자질하겠다고? 폐하와 태자 중 누가 자신을 상대라도 해줄까?""맞소! 지난번엔 부마가 공주님의 시녀를 죽이고 공주님의 뺨을 날렸지. 공주님이 울면서 궁으로 달려갔지만, 궁문조차 열어 주지 않더라고.""기억나네. 그날은 내가 순라를 돌던 날이었는데, 듣자 하니 돌아가서 바로 유산했다오. 태자의 친누이라 어쩌나 싶어 한동안 가슴 졸였지만, 태자께서 오히려 내게 '제 역할을 잘했다'며 한 달 봉록을 내리셨지. 하하하."그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 속에서 나는 현주가 살아온 날들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만 배는 더 비참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죽은 척한 이듬해, 황제는 고명월을 궁중으로 들였다.그녀는 궁중에 온 첫날, 내가 현주에게 남겨준 채색 영락을 떨어뜨려 부쉈다.황제가 크게 노했다."명월이 막 궁 밖에서 들어왔고, 어미도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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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현주 공주님이시다! 웬일로 오셨지? 폐하의 노여움을 사서 다시 금족령을 받을까 두렵지 않나?""선 황후와 모녀의 정이 깊으셨으니,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눈치가 있다면 궁에서 조용히 지내야지. 그래야 폐하와 태자에게도 체면이 남을 텐데, 그렇지 않으면..."문무백관이 수군거리며 나를 동정과 비웃음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황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허광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현주, 궁에서 애나 보고 있을 것이지, 무슨 소란입니까?"그는 땅에 떨어진 머리를 흘낏 보더니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가짜 머리까지 들고 와서 명월을 겁주려 들다니, 참 못됐네요!""당장 명월에게 사과하지 못하겠습니까?"나는 그의 정체를 알아보았다.현주의 부마였다.그는 자기 아버지와 무척 닮았다.옛날 그의 아버지는 첩을 총애하여 정실을 업신여기고, 서자를 적자로 삼았다. 허광은 그때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없었다.그가 아버지에게 맞아 다리가 부러졌을 때, 현주가 의관을 불러주지 않았다면 지금 절름발이가 되었을 것이다.아직도 소년 허광이 내 앞에 무릎 꿇고 세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맹세하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마마, 마음을 놓으소서. 제가 공주님을 저버린다면, 천벌을 받아 죽어 마땅하며, 저희 어머니께서도 땅에서 편히 쉬지 못하실 것입니다!"나는 믿었다.그래서 나는 그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었고, 그에게 세자의 자리를 주었다.그런데 불과 십 년 만에, 나한테 현주를 지켜주겠다던 그 사람은 나와 그를 위해 아이를 낳은 현주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참으로 우스웠다.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고명월의 눈물이 먼저 흘렀다.그녀는 목이 메며 말했다."그만두시죠. 저는 미천한 몸일 뿐인데, 폐하께서 궁중에 데려다 길러 주신 것만으로도 이미 천만다행입니다. 선 황후의 딸로 기록되는 것은 제게 너무 과분합니다. 현주 언니가 못마땅해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그 말에 허광의 얼굴색은 곧바로 어두워졌다.그는 고명월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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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모두의 비명 속에서 단검은 허광의 가슴을 뚫었다.아쉽게도 금군이 너무 빨리 달려드는 바람에 한 방에 죽이지 못하고, 그는 깊이 찔려 정신을 잃었다.허광을 마저 처리하려는 찰나, 무예에 능한 두 금군이 달려들어 내 양팔을 뒤로 꺾어 잡았다.뼈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단검이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나는 순식간에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황제가 노한 얼굴로 말했다."현주, 내가 너를 너무 대범하게 대해 준 것이냐! 누가 감히 내 앞에서 칼부림하게 하였느냐?"마침, 태자도 그 머리가 진짜임을 알아챘다.흐느끼는 고명월을 어르고 나서, 그는 정중하게 황제에게 아뢰었다."아바마마, 현주는 더 이상 두실 수 없습니다! 오늘은 금군장을 죽이고 부마에게 칼을 겨누었으니, 내일은 어찌 아바마마께 손을 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태자는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흘낏 보며 가볍게 덧붙였다."허광더러 휴서를 쓰게 하여 현주를 내쫓게 합시다."나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나의 좋은 부군, 좋은 아들. 현주의 좋은 아바마마, 좋은 오라버니.나는 갑자기 웃음이 났다.황제가 나한테 왜 웃냐고 물었다.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현주의 말투로 물었다."저를 이렇게 대하시면, 어마마마께서 저세상에서 편히 계실 수 있겠습니까?"황제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너는 명월에 비하면 어디 하나 나은 데가 없다. 내가 너를 폐하는 것도 천하를 위한 일이다. 네 어마마마도 내 어려움을 헤아리실 것이다."어려움?그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다는 말인가.태자가 비웃으며 말했다."어마마마를 부르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냐? 명월이 너를 대신해 화친하러 갔으니, 네가 그아이에게 진 빚은 평생 갚아도 모자란다! 게다가 그아이의 사촌 오라비를 죽였으니, 목숨을 살려 준 것만도 남매의 정을 생각한 것이다."그때 고명월이 태자의 손을 놓고 비틀거리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언니,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사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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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선희? 네가……""쏴라!"태자의 고함이 황제의 질문을 끊었다.순간, 날카로운 화살 소리가 울렸다. 차가운 화살촉이 내 어깨를 관통하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나를 기둥에 박아 버렸다.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대전에 들어서자마자, 태자는 궁수들에게 나를 겨누고 언제든 자기 누이한테 쏠 준비를 하라고 명령했다.내 시선을 느낀 태자는 고명월을 조심스럽게 뒤로 보호하며 내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내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나는 고개가 돌아가며 귀가 먹먹해졌다."명월이 네게 무슨 잘못을 했느냐? 그 아이는 항상 너를 먼저 생각했고, 화친조차 대신 가겠다고 했는데, 너는 좁은 속으로 그 아이를 용납하지 못하고, 이제는 그 아이를 죽이려 들다니.""게다가 ‘어마마마’로 사칭하다니, 현주, 너는 정말 역겹구나!"태자의 눈에는 혐오가 가득했다.고명월이 그의 뒤에서 고개를 내밀며 입꼬리를 올렸다.입 모양으로 말했다.‘내가 말했지, 네 어미를 들먹여도 소용없다고.’나는 그녀의 도발에 신경 쓰지 않고, 피 섞인 침을 뱉은 후 태자를 올려다보았다."화친? 화친이 어디 있느냐?"금군이 내게 말해 주었을 때부터, 나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십 년 동안 대주의 용맥이 새 생명을 얻어 주변 모든 나라의 국운을 짓눌렀다. 그런데 어떻게 외적이 변방을 침범하여 공주를 화친으로 보내라고 할 수 있겠는가.태자의 눈에 잠시 불안한 빛이 스쳤다.그가 머뭇거리며 말하려는 찰나, 고명월이 먼저 눈물을 흘렸다."언니, 탓하시려면 저를 탓하세요. 오라버니가 저를 안타까워하셔서 그런 수를 생각하신 거예요."그녀는 목을 부여잡고 여러 번 기침했다. 가련하기 짝이 없었다.태자는 즉시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나를 노려보았다.그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탓하려면, 네가 항상 명월을 괴롭힌 것을 탓해야지. 그래서 이런 수를 생각해 낸 거다. 아바마마와 허광도 함께한 일이다. 우리 모두 네가 명월에게 계속 빚을 지고 있어야 명월이 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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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고명월의 눈가가 순간 빨개졌다.고명월은 목이 멘 채 ‘아바마마’라 외치며 안겼다.황제는 다정히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눈물을 닦아 주었다."이 몇 년 동안 고생이 많았다."이어 그는 무거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네가 이유를 묻는다면, 내가 말해 주겠다.""이 몇 년 동안 네 어미를 의식하여 명월은 궁 밖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다. 네 어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명월은 나의 의녀로서 궁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똑같이 내 딸이면서도 너는 금의옥식을 누리며 모두가 너를 공주님이라 불렀지만, 명월은 나를 ‘아바마마’라 맘대로 부를 수조차 없었다.""이것이 어찌 너희 모녀가 명월에게 진 빚이 아니겠느냐?"황제의 거만한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그가 이렇게 낯선 사람으로 느껴진적이 없었다.전에는 황제가 십 년 동안 완전히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아마 처음부터 나는 그의 진짜 얼굴을 모르고 있었다."그때는 폐하가 먼저 평생 함께하자고 했었습니다."내가 조용히 말했다.나에게는 원래 약혼자가 있었다.그는 대주의 전 태자였다.선 황제는 늙어 가는 대주의 용맥을 위해, 그 후계자를 위해 우리 족속의 나한테 청혼해 왔다.그러나 나와 혼인하기 전, 태자는 서자를 먼저 낳았다.우리 서왕모 일족은 그런 치욕을 견딜 수 없어 혼약을 파기했다.혼서가 찢기던 날, 사방의 기인이사들은 대주의 늙은 용의 애통한 울음소리를 들었다.바로 그때, 당시 황자였던 황제가 문 앞에 사흘 밤낮을 무릎 꿇고 나에게 청혼했다.그는 예전부터 나를 좋아했지만, 형과 혼약이 있기에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직도 그의 눈빛에 담긴 간절함이 기억난다."선희, 지금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평생을 바쳐 그대에게 잘할 것입니다.""천하 백성을 위해, 나와 대주에게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세요.""우리 한번 시도해 봅시다."어쩌면 그날 밤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의 눈빛에 담긴 사랑이 별처럼 아름다워서. 나는 나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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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나도 잠시 멍해졌다.황제의 지금까지 행동은 내 정체를 눈치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태자가 가장 성급하게 물었다."아바마마, 어찌 어마마마의 성함을 부르시는 겁니까? 현주가 지껄이는 말을 믿지 마소서. 그 아이가 어찌 어마마마일 수 있겠습니까! 조금 전까지도 어마마마를 앞세워 방패로 삼으려 했을 뿐입니다."황제가 고개를 저으며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보았다."’선희’는 네 어마마마의 이름일 뿐만 아니라, 서왕모 일족의 수장이 대대로 이어받는 이름이기도 하다.""매 세대 서왕모는 모두 ‘선희’라 불렸다.""현주, 너는 이미 새로운 서왕모가 되었을 것이다.""오직 서왕모만이 몸에 반조(返祖)의 징후가 나타난다."모든 시선이 비늘이 자란 내 오른손으로 쏠렸다.나는 담담히 웃으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황제가 먼저 말을 이었다."나는 십 년이 지난 지금 서왕모 일족이 이미 멸족된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빠진 놈이 있었구나."나는 순간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뜻입니까?"황제가 비웃으며 철없는 아이를 보듯 말했다."현주야, 이제 와서 모르는 척해 봐야 소용없다.""네가 서왕모 일족의 누군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찌 네 어미가 살아 있을 때 서왕모로 계승되었겠느냐?""그러나 너는 아직 미숙하구나. 명월과 다투기 위해 곧장 궁으로 들어오다니.""네가 황릉으로 가서 네 어마마마를 불러내기만 해도 내가 참 골치 아팠을 텐데."황제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금난전의 문이 쾅 하고 열리며, 쇠뇌를 든 검은 옷 암살자들이 줄지어 들어섰다.그들은 나를 빙 둘러싸고 차가운 화살촉을 나에게 겨누었다.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차가운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스쳤다.내가 말하기도 전에, 태자가 놀라 물었다."아바마마, 그 말씀은 어마마마께서 아직 살아 계신다는 뜻입니까?"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저었다."죽은 것으로 여겨라. 나는 이미 국사에게 큰 진을 설치하게 했고, 십 년이 차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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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황제의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그는 남루한 국사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그제야 황제는 내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제의 시선을 알아챈 나는 오른쪽 어깨를 꿰뚫은 화살촉을 기둥에서 뽑아냈다.그리고 나는 평온히 물었다."아직도 저를 죽이실 생각입니까? 부군."조금 전까지 피가 뿜어나오던 오른쪽 어깨의 상처가 눈에 띄게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다친 적이 없었다는 듯이.금난전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뽑은 화살촉이 바닥에 던져지는 가벼운 소리와 내가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발걸음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내가 움직일 때마다 수많은 화살촉이 방향을 바꾸어 겨누고 있었지만, 감히 누구도 쏘지 못했다."멈춰라! 멈추라고!"엄청난 무형의 압박이 황제를 짓눌렀다.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전까지 자신만만했던 얼굴에는 더 이상 미소가 없었다.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선희, 정말 당신이 맞다니!""현주는 어디 있소? 내가 그 멍청한 아이를 쉽게 보았구먼. 그 아이가 먼저 황릉으로 가서……""현주는 죽었습니다. 그 아이는 처음부터 내가 살아 있는 줄도 몰랐고, 서왕모 일족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아이는 뱃속의 아이와 함께, 고명월에게 죽임을 당했을 뿐입니다."내가 황제의 말을 끊으며 조용히 말했다."시신을 없애기 위해, 고명월은 현주의 시신을 황릉으로 보내왔고, 직접 내 앞에 데려다 놓았습니다.""하늘이 나에게 참 잘해주신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모든 시선이 고명월에게 쏠렸다.그녀의 눈에는 쾌감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비명을 질렀다."아닙니다! 현주는 아이를 낳다가 죽은 겁니다!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나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데 현주가 아이를 낳다 죽은 걸 어떻게 알았느냐? 폐하께서는 그아이가 딸을 무사히 낳은 줄로만 알고 계셨는데."고명월의 변명은 순간 멈춰졌다.그녀는 입을 여러 번 머뭇거렸지만,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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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선희, 원흉은 이미 죽었소, 이제 우리도 다시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소?"황제는 벌레 한 마리를 죽인 듯 손을 휘저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애지중지하던 딸을 죽였다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나는 예전에 왜 그에게 이런 면이 있는지 몰랐을까."무슨 이야기를 하시겠다는 겁니까? 고명월이 방자하게 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신들의 방임 때문이었다는 것을 제가 모를 줄 아십니까?"내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러자 황제는 오히려 깔끔하게 인정했다."내 탓이오. 내가 사죄하겠소. 곧 교지를 내려 허광의 작위를 빼앗고 가산을 몰수하며 목을 베겠소. 그리고 우리 태자에 대해서는 그대가 원하는 대로 처벌해도 좋소.""선희, 이 정도면 되겠소?"나는 고개를 저으며 차가운 살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부족합니다. 목숨으로 갚아야 합니다."황제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자신을 가리켰다가 태자를 가리키며 비웃었다."농담이겠지요! 예로부터 아버지가 딸에게, 오라버니가 누이에게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는 법은 없소. 게다가 태자는 그대 친아들이 아니오? 딸을 잃었는데, 아들마저 잃을 셈이오?"태자는 불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어마마마,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정말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현주가 고명월에게 죽임을 당할 줄 알았더라면..."그는 말하며 자기 뺨을 때렸고, 곧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그러나 나는 태자가 진심으로 뉘우친 것이 아니라 단지 두려워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살아 돌아온 나를 두려워했고, 더군다나 대주의 용맥이 상할까 두려워했다.내가 말이 없자, 황제의 눈에는 득의가 스쳤다.그는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선희, 전에 그대의 족속을 몰살했다는 이야기는 모두 거짓말이오. 내가 현주 그 아이에게 너무 화가 나서 일부러 겁을 준 것이오. 현주가 떠나서 나도 매우 슬프오. 그러나 산 사람은 계속 살아가야 하는 법이오. 그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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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고작 반나절 만에 다시 황릉에 들어서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었다.국사는 무슨 수를 썼는지, 무너진 황릉에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을 뚫어 놓았다.안으로 몇 걸음 들어서자, 다시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나는 곁에 서 있는 황제를 돌아보며 담담히 말했다."제가 갑자기 폐하를 죽이려 들까 두렵지 않으십니까?""아시다시피, 저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황제가 자신 있게 웃었다."죽이고 싶었다면 아까 이미 죽였을 것이오. 왜 지금까지 기다렸겠소?""선희, 부부로 수년을 지냈으니, 나 자신을 아는 것만큼 그대를 알고 있소."나는 대답하지 않고 현주의 시신 옆에 멈추었다.그녀는 마치 잠든 것처럼 진법 중앙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현주의 시신을 보자, 황제도 다소 서글퍼졌다.그는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좋은 아바마마가 아니었소.""명월과 현주 사이를 그저 계집애끼리의 티격태격으로만 여겼는데, 명월이 그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를 줄 몰랐소.""선희, 정말 내가 잘못했네.""이 일이 끝나면, 우리 딸 하나 더 낳읍시다.""내가 반드시 소중히 여기겠네."참으로 기가 막힌 위선적인 말이었다.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나는 눈빛 속의 어둠을 감추고 고개를 들어 물었다."남은 족속들은 어디에 있습니까?"황제가 잠시 멈칫했다."당연히 그대 족속들의 땅에 있지. 설마 내가 전에 한 말을 믿은 것이오?""전에 말했듯이, 그것은 현주한테 겁주려는 거짓말이었소..."나의 냉담한 시선에 황제는 말을 멈췄다.그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대가 황릉에 다시 오겠다고 한 이상, 나와 어느 정도는 뜻이 통한 줄 알았는데.""선희, 서로의 체면을 깨는 것이 당신께 좋을 것은 없소."나는 그저 침묵하며 그를 바라보았다.황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국사를 바라보고 담담히 말했다."황후가 기어이 보고 싶다고 하니, 이리로 데려오시오."네다섯 명의 여인들이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나를 보자, 그녀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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