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화

작가: 천이설
매니저는 마치 기회라도 잡은 사람처럼 쉴 틈 없이 말을 뱉어냈다.

“채아 씨, 대표님은 겉보기에 차가워도 속은 누구보다 따뜻하신 분입니다. 결혼하게 되면 분명 아내만 바라보고 든든하게 지켜줄 거예요. 강지유 씨 아시죠? 제 멋대로인 그분도 저희 대표님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 하십니다. 그리고 채아 씨, 무엇보다 대표님과 결혼하시게 되면 채아 씨는 박도윤 씨의 손윗사람이 되시는 거예요. 만약 박도윤 씨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드시면 손윗사람이라는 명목으로 언제든지 마음대로 꾸짖고 호통칠 수 있죠.”

아무리 박도윤의 사회적 지위가 강재혁보다 아래라고 해도 나름 해정 그룹의 대표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강재혁의 아내가 되면 지위를 이용해 가볍게 짓눌러버릴 수도 있고 박도윤과 강지유에게 복수할 수도 있게 된다.

아마 이보다 더 통쾌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채아는 알고 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박도윤의 옆자리에 있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마당에 어떻게 강재혁의 옆자리를 탐낼 수 있을까.

강재혁은 좋은 사람이라 분명 나중에 그와 똑같이 좋은 사람을 곁에 둘 것이다.

문채아는 그 여자가 자신이 될 가능성 따위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매니저님 말대로 강재혁 씨와 결혼하게 되시는 분은 분명 엄청 행복할 거예요. 나중에 강재혁 씨가 결혼하게 되면 축의금을 두둑이 넣어줄 생각이에요.”

문채아의 말에 매니저는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도 매우 기이하게 변했다.

그리고 의사가 치료를 다 마친 뒤에는 서둘러 의사의 팔을 잡으며 인사도 없이 빠르게 호텔방을 나섰다.

문채아는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들이 가고 넓은 방에 혼자 남겨지자 갑자기 아침부터 쌓였던 피로감이 확 덮쳐오는 것 같았다.

문채아는 옷을 갈아입을 힘도 없어 그대로 침대에 털썩 누웠다. 등이 배긴 듯해 손을 넣어보니 그녀의 휴대폰이 있었다.

문채아는 휴대폰을 집어 든 후 메시지를 확인하려다가 그만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앨범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지난 3년간, 박도윤과 비밀 연애를 했다고는 해도 커플이 다 그러하듯 그들도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제껏 찍은 사진 중에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은 1주년 기념일 날 박도윤이 그녀와 함께 피규어를 만들었던 사진이다.

두 사람이 간 곳은 작은 규모의 공방이었다.

박도윤과 문채아는 1주년 기념으로 서로의 얼굴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도예를 좋아했던 문채아는 익숙하게 도구를 다루며 빠르게 얼굴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반면 박도윤은 지점토와 친하지도 않았거니와 손재주가 별로 없어 얼굴에 잔뜩 묻히기만 하고 제대로 된 형태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문채아는 그런 그의 모습마저도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박도윤 몰래 카메라를 들어 잔뜩 엉망이 된 그의 얼굴을 찍었다.

하지만 바로 들켜버렸고 박도윤은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와락 감싸안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무릎에 앉히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문채아는 박도윤의 손을 이리저리 피하며 활짝 웃고 있었고 박도윤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사랑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진이라 문채아는 그 사진에 [나의 빛]이라는 이름을 달아주고 따로 보관까지 해두었다.

빛이라고 저장한 이유는 말 그대로 그녀에게 있어 그는 빛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빛은 언제부터인가 어둠으로 바뀌어버렸다.

문채아는 넋을 잃은 채 사진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알림창에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알림창의 내용은 강지유가 게시물을 올렸다는 것이었다.

강지유는 자랑하는 걸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라 게시물만 해도 몇백 개가 넘었다. 그래서 SNS에서는 반쯤 인플루언서로 통하기도 했다.

그녀가 오늘 올린 사진은 레오나 브랜드의 구두를 신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비싼 구두를 신어놓고 지저분하게 깨져있는 피규어 위에 서 있었다.

[우리 자기가 나한테 선물해 준 새 구두예요. 너무 예쁘죠?]

사진을 올린 지 1분도 안 돼 사람들이 너도나도 댓글을 달았다.

[헉, 어제는 크리스탈 구두에 오늘은 레오나 신상 구두예요? 대박. 너무 부럽다.]

[약혼자분이 언니를 엄청 많이 사랑하시나 봐요.]

[그런데 언니, 대체 뭘 밟고 계신 거예요? 혹시 피규어예요? 그리고 바닥은 왜 그렇게 지저분해요?]

강지유는 뭘 밟고 있냐는 사람의 댓글이 올라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곧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될 쓰레기일 뿐이니까.]

문채아는 강지유의 답변을 보자마자 바로 홈 화면으로 나왔다.

강지유가 밟고 있었던 그 피규어가 꼭 박도윤과 함께 만들었던 그 피규어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 피규어가 맞았다.

문채아는 그날 박도윤과 함께 만든 피규어를 침실 서랍 안에 고이 넣어두었다. 행여라도 부서질까 봐 신경 써서 관리한 피규어인데 그 피큐어를 강지유가 찾아내 버렸다.

심지어 찾아낸 것도 모자라 형태도 알아볼 수 없게 깨부수고는 구두로 밟아버리기까지 했다.

사실 문채아는 1분 전까지만 해도 박도윤과 함께 찍은 그 사진만큼은 이대로 남겨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문채아는 앨범으로 들어간 후 그 추억의 사진을 포함한 박도윤과 함께 찍었던 모든 사진을 싹 다 삭제해 버렸다.

클라우드에 올라간 것들도 전부 삭제하며 박도윤과 함께했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어차피 비밀로 했던 연애였으니 큰 상실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박도윤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문채아와 함께 놀이공원도 한번 가주지 않았고 영화도 함께 보지 않았으며 그럴싸한 선물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남아있는 거라고는 사진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그 사진마저 다 사라져 버렸으니 함께했던 3년은 없던 시절과 다를 바 없었다.

그때 문영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예전의 문채아는 발신자가 엄마인 게 확인되면 샤워하는 도중이라도 전화를 받았다. 문영란이 중요한 일로 그녀에게 전화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문채아는 전화를 받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받지 않아도 뭐라 얘기할지 예상이 갔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아예 무음 모드까지 해놓았다.

문채아는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그 누구도 자신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싶지 않았다.

가족도 사랑도 그녀보다 더 소중한 건 없으니까.

문채아가 마음을 다잡으며 심호흡하고 있던 때, 갑자기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쿵쿵쿵.

누군가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찰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멋대로 열려버렸다.

깜짝 놀란 문채아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연우...?”

생각지도 못한 얼굴에 문채아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나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주연우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친구를 노려보았다가 이내 눈이 빨개져서는 문채아를 와락 끌어안았다.

“너는 왜 나한테 연락을 안 해! 이 시간 이후로 무슨 일 생기면 가장 먼저 나한테 전화해. 알겠어?”

주연우는 강재혁에게서 모든 걸 다 전해 들은 후 바로 차를 몰고 호텔로 향했다. 가는 길, 그녀는 박도윤의 욕을 미치도록 하며 눈물도 펑펑 흘렸다.

문채아는 주연우에게 그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저 친구의 품에 안긴 채 흐느끼기만 할 뿐이었다.

...

한편, 강재혁은 회사에서 나온 후 곧장 개인 별장으로 향했다.

별장에 도착해서는 늘 그렇듯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헤친 채 서류부터 훑어보았다.

그때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고 강재혁은 스피커를 켠 후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됐지?”
이 책을.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최신 챕터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220화

    “너, 연다정 이름을 주연우가 기획 중인 전시회의 스태프 명단에 끼워 넣었지?”확신하는 말투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다정을 그곳에 들이밀 사람은 이무현밖에 없었으니까.이무현은 주연우의 냉담한 태도 때문에 가뜩이나 요 며칠 입맛이 떨어진 데다가 강재혁에게서 이상한 소리까지 들으니 기분이 확 나빠져 미간을 사정없이 찌푸렸다.“뭔 소리야? 연다정이 어쨌다고? 스태프? 알아듣게 좀 말해줄래?”“너는 모르는 일이라고?”강재혁은 몇 초간 침묵하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아무래도 네 첫사랑이 또 너 몰래 일을 벌인 것 같다. 연락을 완전히 끊겠다는 건 그냥 네 일방적인 생각일 뿐이었던 거지.”그 증거로 연다정은 이무현 몰래 멋대로 주연우의 일터까지 숨어들었다.스태프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아마 이무현의 이름을 대서일 게 분명했다. 그걸 제외하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테니까.주연우는 강재혁의 말에 젓가락을 완전히 내려놓고는 물었다.“혹시 주연우가 형을 찾아갔... 아니, 문채아가 형한테 얘기한 거지? 문채아 부탁이 아니면 형이 주연우 일로 이 시간에 나한테 연락할 리 없을 테니까.”강재혁은 오직 문채아 일에 관해서만 과감하고 신속해지는 사람이었다. 문채아를 위해서라면 강재혁은 친한 동생도 과감히 내칠 수 있었다.‘그래도 다행이네. 문채아가 형한테 말했다는 건 주연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니까.’이무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안도했다.그리고 그 안일한 생각은 강재혁에 의해 단번에 깨져 버렸다.“주연우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앞으로도 영원히 발견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 그리고 연다정이 무슨 꿍꿍이인지 빨리 조사해서 주연우가 발견하기 전에 조용히 치워버려. 만약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너는 그때 정말 이혼합의서에 도장 찍으라는 말을 듣게 될 거야.”“아니... 형, 무섭게 왜 그런 말을 해...”이무현은 휴대폰을 꽉 말아쥐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어차피 나도 다정이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거기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219화

    문채아는 그때 그 장면을 보며 이무현에게 발길질한 행동이 어디까지나 경호원의 독단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니 이무현이 엉망진창이 된 채로 쫓겨나게 강재혁이 지시한 것이었다.문채아는 그 생각에 남아 있던 분노가 싹 풀리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강재혁 쪽으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재혁 씨는 어떻게 그렇게 매번 내가 좋아할 행동만 해요? 오늘도 연우한테서 최대 투자자가 재호 그룹이라고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엄청 감동이었다고요.”연다정 일 때문에 잠깐 얘기가 새기는 했지만 문채아는 사실 주연우가 최대 투자자를 얘기해줬을 때부터 강재혁이 보고 싶었다. 그를 꼭 끌어안으며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강재혁은 문채아를 살포시 끌어안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친 채 물었다.“주연우 전시회에 투자한 건데 네가 왜 감동을 받아? 혹시 너랑 따로 연관이 있는 전시회인 거야?”문채아는 눈을 깜빡이다가 그제야 아차 싶었다.‘그러고 보니 재혁 씨는 내가 M이라는 걸 아직 모르고 있지?’그녀가 M인 걸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문채아는 확실히 전시회와 큰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문채아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강재혁에게 자신의 정체를 미리 얘기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그래서 웃으며 말했다.“연우가 기획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나랑 연관이 있죠. 우리는 절친한 친구니까. 안 그래요?”“흐음? 정말 그것뿐이야?”“네, 그것뿐이에요.”“그래, 알겠어.”강재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문채아는 강재혁을 완벽하게 속였다고 생각해 몰래 키득키득 웃었다. 어차피 강재혁은 최대 투자자라 전시회에 분명히 참석할 것이기에 그때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다.‘분명 엄청 놀라겠지?’문채아는 강재혁에게 서프라이즈 해줄 생각에 잔뜩 들떠서는 얼른 식사하러 발걸음을 돌렸다. 빨리 식사하고 다시 빨리 작업실로 돌아가 작업을 마저 마쳐야 하니까.그런데 한 걸음 떼자마자 강재혁이 그녀의 팔을 잡고는 다시 자기 품에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218화

    강재혁이 주연우의 전시회에 투자하겠다고 했을 때 이무현도 슬쩍 다가와 10억 원을 투자했다.그러니 이무현은 투자한 것을 빌미로 충분히 연다정을 전시회 스태프 중에 끼워 넣을 수 있었다. 아무리 총책임자가 주연우라고 해도 그 많은 스태프를 일일이 다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설사 그중에 연다정이 있었다고 해도 제대로 보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하지만 강재혁은 이무현에게서 아무런 얘기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문채아도 강재혁을 의심하지는 않았다.“나도 연다정과 정확히 눈이 마주친 건 아니고 스치듯 본 게 다예요. 하지만 전시회 최대 투자자가 재호 그룹이잖아요. 그리고 이무현 씨는 재혁 씨 오른팔이고요. 그러니 연다정의 경력을 쌓게 해준다고 자기 재량껏 연다정의 이름을 스태프 명단에 끼워 넣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첫사랑이라 뭐든지 해주고 싶겠죠. 하지만 이 전시회는 연우가 피땀을 흘려서 기획한 매우 중요한 전시회예요.”“연다정한테 진 빚을 갚고 싶으면 이무현 씨 혼자 알아서 갚으라고 해요. 멋대로 연우를 끌어들이지 말고. 만약 이무현 씨가 정말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연우랑 연다정을 한 공간에 둔 거면 나 진짜 너무 화날 것 같아요.”문채아도 재호 그룹의 투자에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금 면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어주었으니까.하지만 그로 인해 주연우가 감정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게 되는 건 사양이었다. 투자의 대가가 주연우의 속상한 얼굴이라면 문채아는 그딴 투자, 필요 없었다.그리고 이 말을 문채아는 강재혁에게 대놓고 말했다. 이무현이 그의 친한 동생이라고 봐주는 것 없이 말이다.사실 어제 막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기에 지금은 서로 조심하며 좋은 말만 하는 게 맞지만 강재혁이 이번 일에서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에는 그녀가 한발 물러서기를 바라고 이무현의 편을 들어준다면 문채아는 망설임 없이 일전의 고백을 거둬드릴 생각이다.아무리 남편이 중요하다고 해도 친구보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217화

    전시회 준비는 일주일 전부터 시작되었기에 주연우가 빌린 저택에는 현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스태프들이 매우 많았다.그 사람들 속에서 문채아는 아주 정확히 연다정의 얼굴을 보았다. 그날 병원에서 본 뒤로 한 번도 본 적 없던 연다정의 얼굴을 말이다.하지만 다시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려보니 연다정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주연우는 멍한 얼굴의 문채아를 보고는 웃긴 듯 그녀의 눈 바로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최대 투자자가 재호 그룹이라니까 놀랐어? 아주 정신을 못 차리네.”“아니, 그게 아니라...”문채아는 주연우를 보며 눈을 깜박이다 이내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연우야, 너 혹시 전시회 헬퍼로 연다정 불렀어?”“연다정? 내가 미친 것도 아니고 여기에 연다정을 왜 불러?”주연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주 단호하게 부인했다.“내가 기획한 전시회고 투자도 이무현이 아닌 재호 그룹에서만 받았는데 내가 이무현 첫사랑을 여기로 데려올 리가 없잖아.”이무현을 향한 마음이 조금 식었다고 해도, 그래도 몇 년을 사랑했던 남자였기에 감정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증거로 주연우는 아직도 이무현만 생각하면 가슴이 따끔하고 또 욱신거렸다. 그러니 연다정을 이곳으로 부를 리가 없었다.주연우는 서러운 감정이 갑자기 확 밀려온 듯 눈가가 한순간에 빨개졌다. 이에 문채아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스태프 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내가 잘 못 본 건가? 하지만...’...화창했던 하늘이 금방이라도 폭우가 내릴 것처럼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주연우는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은 후 날씨 핑계를 대며 조금 더 있겠다는 문채아를 얼른 집으로 돌려보냈다.“이제 이곳 구경도 다 했으니까 이만 돌아가서 네 작품이나 완성해. 너는 지금 나랑 노닥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야.”문채아는 일리 있는 말에 순순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는 오후 내내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았다.3시간 정도 지난 후, 손에 찰흙을 잔뜩 묻힌 채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216화

    문채아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강재혁에게 물었다.“왜... 어제랑 달라요? 어제는 안 이랬잖아요.”강재혁은 촉촉하게 부어오른 문채아의 입술을 엄지로 살짝 짓누르다 다시 한번 가볍게 맛보고는 나지막이 속삭였다.“그야 열심히 공부했으니까.”“네? 그럼 전부터...”“말했잖아. 너를 아주 오랫동안 사랑해 왔다고.”강재혁은 미소를 지은 채 계속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제는 쌍방향이니까 앞으로 함께 공부하게 될 거야. 그치?”“...”문채아는 어쩐지 그가 말하는 공부에 키스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겁이 나기보다 오히려 어떻게 공부할지 기대가 됐다.‘잠깐만, 기대된다고?!’문채아는 박도윤과 사귀었을 때는 한 번도 박도윤과 키스하고 싶고 나아가 더 한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강재혁과 함께 있으면 자꾸 그와 닿고 싶고 또 그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만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문채아는 똑같은 연애 감정인데 왜 이렇게까지 차이가 큰지에 대해 혼자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주연우를 찾아갔다. 그러고는 대뜸 그녀에게 모든 탓을 돌렸다.주연우가 허구한 날 강재혁과 관련된 이상야릇한 말만 하지 않았어도 머리가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지는 않았을 테니까.주연우는 불만을 터트리는 친구를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채아야, 지금 네 반응은 지극히 정상이야. 오히려 플라토닉 사랑만 즐기는 게 더 비정상이라고. 그리고 원래 사랑하면 할수록 성욕도 더 끓어오르게 되어있어. 채아 너는 지금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있는 거야. 물론 강재혁 씨도.”문채아는 주연우의 말에 멈칫했다.“네 말대로라면 나는 박도윤을 사랑한 게 아니라는 거네? 그럼 뭐지? 그냥 가족 같은 느낌으로 의지한 것뿐인 건가?”주연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내가 볼 때는 그래. 너는 그때 어렸으니까 뭐가 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한 채 의지가 되니까 냅다 사랑이라고 단정 지은 거지.”주연우는 말하다가 갑자기 화를 냈다.“강지유 그 여자는 진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215화

    순진하고 얌전한 겉모습에 가려졌던 문채아의 앙큼함이 지금 이 순간, 강재혁의 앞에서는 조금의 숨김도 없이 전부 다 드러났다.강재혁은 초롱초롱한 문채아의 눈동자와 쌍방향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심장이 무섭게 일렁이며 숨소리마저 거칠어졌다.문채아의 얼굴을 부여잡고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그녀의 숨이 모자랄 때까지 입을 맞추고 싶었다.하지만 고백하자마자 스킨십하면 문채아가 무서워할까 봐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쌍방향으로 좋아해.”“네...”문채아는 말끝을 길게 늘어트리며 마치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이 지나치게 귀여워 강재혁은 또다시 심장이 쿵쿵 뛰며 감정이 북받쳤다. 이 이상 참으면 진짜 죽어버릴 것 같아 그는 그녀가 딱 놀라지만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뽀뽀만 하자고 결심했다.그러고는 생각한 대로 실천에 옮기려는데 갑자기 문채아가 그의 목을 와락 끌어안으며 입술을 부딪쳐 왔다.강재혁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입맞춤을 당한 것뿐만이 아니라 살짝 깨물리기까지 했다.이건 그의 첫 입맞춤이 아니었다. 전에 골목에서 문채아와 입술이 닿았을 때, 그때가 바로 그의 첫 입맞춤이었다.언젠가 다시 입을 맞추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얼빠진 사람처럼 구는 것이 아닌 능숙하게 그녀를 리드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문채아가 입술을 부딪쳐 왔을 때 강재혁은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머리가 하얘져서는 미동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려는데 문채아가 빠르게 입술을 떼며 빨개진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일찍 자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문채아는 말을 마친 후 강재혁의 답변을 듣지도 않고 방을 쌩하고 나가버렸다.그녀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고 언뜻 보기에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문채아는 알고 있었다. 이성이 하마터면 날아갈 뻔했다는 사실을.문채아는 방문에 기댄 채 연신 심호흡을 하며 아직도 거세게 뛰고 있는 심장을 천천히 가라앉혔

더보기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