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수는 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지연아, 나는 네가 예전보다 좀 성숙해졌다는 것이 느껴져. 예전의 넌 제멋대로였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이젠 그렇게 제멋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아!”“알았으니 칭찬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더 큰 무대가 필요하지만, 저 같은 작은 도시의 어린 여학생은 그를 따라갈 수 없어요!”잠시 생각에 잠기던 백지연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앞으로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죠 뭐!”“참, 나 내일 출발해야 해, 남군에 있는 많은 성주가 모두 군주의 책봉 대전에 참가하니 이번에는 매우 떠들썩할 거야. 아마 대부분의 성주가 다 참석할 거고 외딴 지역의 작은 성주 몇 명만 가지 않을 거야. 그들은 가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다른 성주들은 모두 갈 거야!”백진수가 웃으며 백지연에게 말했다.“어때? 따라가지 않을래? 따라가면 태호 오빠를 볼 수 있는데!”백지연은 이태호를 볼 기회가 있다는 말에 기뻐하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나도 갈래요. 하지만 나는 그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남운시가 매우 번화한 대도시라고 해서 돌아보러 가는 거예요.”백진수가 딸의 속마음을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티 내지 않고 웃기만 했다.“그럼 내일 출발해. 하지만 거기 가면 조용히 해줘. 남운시에는 우리가 건드릴 수 없는 세력이 너무 많아. 우리 태남시와 같은 작은 지방의 성주가 그런 곳에 가면 조용히 있는 게 좋아.”“네, 알았어요!”시무룩하던 백지연의 기분이 확연히 좋아졌다.같은 시각, 청운당 쪽의 보청운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정말 잘됐어. 전에 향무당이 용의당에게 당해서 놀랐는데, 지금 용의당 사람들이 남운시 쪽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어. 앞으로 이곳에 다른 지하세력이 없을 거고 우리는 곧 일어설 수 있을 거야.”청운당의 대장로도 웃으며 말했다.“당주님이 영명하셔서, 애초에 우리는 용의당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말을 들은 류서영은 곧 부끄러워 붉어진 얼굴로 류청수를 향해 말했다.“너 이자식, 무슨 헛소리야? 그분은 아내가 있는 사람이야!”“아내가 있으면 어때서? 요즘 많은 성주는 모두 첩을 몇 명씩 두고 있어.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들이 아내 여러 명 없는 사람이 얼마나 돼? 그렇게 훌륭하다고 생각하면 조금 희생해서 첩이 돼주는 것도 괜찮지 않아?”류청수가 또 히죽 웃었다.“너 이 자식, 헛소리하지 마. 또 헛소리하면 때릴 거야!”류서영은 주먹을 쥐고 류청수를 위협하며 말했다.류청수는 놀라서 황급히 도망치더니 뒤돌아보며 그녀를 향해 익살스럽게 얼굴을 찡그리고 말했다.“누나, 안 해보면 어떻게 알아? 나는 그가 정말 좋다고 생각해. 어쨌든 나는 두 손 들어 찬성해!”류청수가 멀리 달아나자, 류서영은 그제야 얼굴을 찌푸리더니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훌륭하긴 하지, 하지만, 너의 누나는 그와 같은 존재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그분은 내 상사고 내 보스이기도 해!” 말을 마친 류서영은 고개를 저었다.“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류서영, 너 함부로 생각하지 마! 괜히 관계를 꼬고 나면 친구로 남기도 힘들 거야.”술을 많이 마신 신수민은 돌아가자마자 곧 잠이 들었다. 이태호는 할 일이 없어서 아예 연단로를 꺼내서 계속 연단을 시작했다.하지만 지금 그는 중급 단약 1품을 정제하고 있고, 성공률도 이미 높아졌기 때문에, 고급 단약 1품을 정제하려 했다. 이 고급 단약은 내공이 좀 더 높은 기사에게 매우 효과적이며, 심지어 9급이나 8급 내공을 지는 기사가 단숨에 1급 무왕의 수련을 돌파할 수 있게 한다.그래서 고급 단약 1품의 소중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태호는 다섯 번 연달아 제련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많은 경험을 얻었고, 성공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기뻐하더니 곧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사숙께서 나를 너무 믿는 거 아니야? 이 이태호가 설마 연단 천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앞에 있는 단약을 바라보며, 그의 눈에는 감격의 빛이 가득했다. 한 알을 만들 수 있다는 건 두 번째와 세 번째 단약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런 단약은 아직 무왕에 이르지 못한 범용과 연희에게 있어 모두 진정한 보물이었는데 그들을 무왕의 내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다.게다가, 이 남운시 같은 곳에는 강자는 많지만 무왕의 내공을 지닌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종사나 기사의 수련일 뿐인데 자신이 이런 단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일급 무왕의 내공을 지닌 강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잘됐어, 좀 쉬었다가 점심 먹고 오후에 다시 제련해야지!”이태호는 단약을 조심스럽게 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남운시가 정말 크네. 오늘 여러 쇼핑몰에 갔더니, 예쁜 옷이 참 많더라고!”`자신이 사는 별장을 나오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서 신수연과 소지민이 쇼핑백을 잔뜩 들고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이들 모녀가 쇼핑하러 갔다가 막 돌아온 모양이다.이태호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고 나서 말했다.“어머님, 수연 씨, 두 사람 경호원을 데리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가능한 한 적게 외출해요. 이따가 나와 수민이가 먼저 경호원을 모집하고 돌아와서 다시 얘기해요. 지금 우리 집엔 경호원은 너무 부족해요!”소지민은 이태호를 흘겨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랑 수연이는 그냥 근처를 돌아다닌 것뿐이야. 우리는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도 않고, 아무도 먼저 우리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너의 말대로라면 남운시의 일반인들은 모두 외출할 필요가 없겠네?”이태호는 순간 말문이 막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저는 단지 그것이 더 안전하리라 생각했을 뿐이에요. 어쨌든, 두 분이 착용하고 있는 보석 반지 같은 것은 가치가 어마어마해요. 만약 강도나 이런 것을 만난다면, 두 사람은 저항할 능력이 없잖아요!”그런데 이때 대문 앞에 사람들이 나타났다.“언니, 내가 알아봤는데 그 자식이 산 별장이 여기 스무 채라고 해. 이미 담을 쌓은 걸 보
“하하, 자식, 기억력이 좋네. 내가 남악성 성주부의 둘째 사모님인 줄도 아는 걸 보니!”염설희가 크게 웃더니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아쉽네, 넌 너무 멍청해, 나한테 미움을 살 거라는 걸 알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감히 여기서 살다니, 내가 보기에 넌 죽으려고 작정한 것 같아!”이태호가 웃으며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허허, 당신들이 두렵지도 않은데 내가 왜 도망가야 하지?”이태호가 웃으며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난 도망가지 않을뿐더러 여기서 살 건데!”“흥, 자식, 너랑 입씨름하기 싫어. 좀 있다가 꽃이 왜 이렇게 빨간지 알게 될 거야.”염설희가 콧방귀를 뀌었다.“태호야, 이 사람들은 누구야? 네 친구야?”서로가 손을 쓰려고 할 때, 소지민과 신수연이 별장에서 나와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태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머님, 전 이런 친구가 없어요!”“흥, 친구, 나도 너 같은 친구 없어!”염설희가 콧방귀를 뀌더니 신수연을 흘겨보고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자식, 몰라봤는데 두 마누라 다 예쁘네. 어제 봤던 그거 예뻤는데 오늘 이것도 괜찮아. 정말 운 좋은 자식이야.”신수연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곧 반응하고 황급히 설명했다.“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이분은 내 형부고 나는 이 사람 아내가 아니에요!”“오, 처제구나. 하하.”염설희가 웃어대더니 말했다.“마침 내 아들도 아직 결혼하지 않았는데, 이 계집애 괜찮은 것 같아. 이렇게 하는 건 어때? 형부한테 사과하라고 하고 너 우리 아들에게 시집가면, 우리는 친척 관계가 되는 거야. 그러면 어제 일은 없던 거로 할게.”“꿈 깨세요!”신수연은 상대방을 흘겨보았다. 딱 봐도 사나워 보이는 여자인데 그런 여자의 아들과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쳇, 봉황이 될 기회를 주려 했는데 싫으면 그만둬!”염설희가 손을 내저으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집안이 군주부가 되면 우리 아들이 마누라를 못 찾을까 봐 두렵겠어?”이 말을 들은 소지민은 갑자기 멍해졌다. 그녀는 꿈에도 이태호
“하하, 태성시, 저런 작은 곳에서 왔는데도 감히 군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염설희가 말하자 염설연도 웃어댔다.“이것은 내가 들은 농담 중 가장 웃기는 농담이에요!”뒤에서 그들이 데리고 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소지민은 갑자기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그녀는 체면을 가장 중요시했는데,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비웃음을 당하자, 화를 내며 말했다.“다들 왜 웃어요? 내 말은 모두 사실이에요, 이 사람은 내 사위인데 내일이 지나면 모레 남군의 군주가 될 거예요. 그때가 되면, 우리 여기가 바로 군주부라고요!”“하하, 웃기네요. 새로운 군주는 모두 여기의 성주 중에서 뽑는다는 걸 설마 모르는 건 아니죠? 게다가 99%는 몇 개의 큰 도시의 성주 중에서 뽑아요, 도시의 발전 외에도 이 성주의 집에는 고수들도 좀 더 많아야 하고요. 게다가 군신 어르신과의 관계도 좋아야 기회가 있다고요!”염설희가 크게 웃으며 시큰둥하게 소지민을 향해 말했다.“그러니, 당신들 같은 태성시 성주부는 꿈도 꾸지 말아요!”“언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그냥 때려!”염설연은 조금 짜증이 나서 염설희를 향해 말했다.“괜찮아, 어쨌든 난 상관없어. 그냥 이들에게 알려주려는 것뿐이야.”염설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악성은 매우 잘 발전했어요. 백여 개의 도시 중 상위권에 있다고 할 수 있죠. 중요한 건 제 남편은 운백공 어르신과 함께 식사까지 했던 사이라는 거예요.”“겨우 밥 한 끼 먹은 거 아니예요? 우리는 군신과 더 친하거든요!”소지민이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말했다.이태호는 군신이 그의 제자라는 사실을 소지민이 다 말할까 걱정돼 곧 말을 가로챘다.“어머님, 이런 하찮은 여자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저런 여자들이 뭘 알겠어요!”“아, 그냥 때리라니까!”그러자 염설희가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말했다.“다 덤벼!”무왕의 내공을 지닌 세 사람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달려들
“하하, 성주부도 아니었다니. 조금 전에 당신 장모님이 당신이 군주가 될 거라고 허풍을 떨던데, 큰소리친 거였네!”염설연은 팔짱을 두르고 경멸의 눈초리로 소지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떤 사람들은 정말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다니까!”“두 사람 정말 매를 버네!”이태호는 주먹을 어루만지며 두 여자를 바라봤다.“흥, 두고 보자고!”염설희는 겁을 먹고 뒤로 두 걸음 물러서더니 곧바로 돌아서서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이태호는 두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하하, 우리 왔어요!”이태호가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밖에서 누군가 들어왔다.이태호는 고개를 돌렸다. 뜻밖에도 연희가 오상호 등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겨우 십여 명뿐이야?”이태호는 눈앞의 사람들을 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연희는 그제야 말했다.“당연히 아니죠. 우리 파벌의 사람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옮겨오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점을 마련했어요!”말을 마친 뒤 연희는 또 웃으며 말했다.“조금 전에 범용 씨와 전창민 씨에게 물으니 두세 시간 뒤에 도착한대요!”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일단 와서 자리부터 잡아. 우선은 사고 치지 말고 사람 관리 잘해. 그리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하면 돼!”“네, 알겠어요!”연희는 웃으며 말했다.“왜 우리한테 들어오라고 하지 않아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맞네. 너희도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얼른 들어와 앉아!”그렇게 이태호는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 들어선 뒤 이태호가 말했다.“참, 며칠 뒤에 날 찾으러 와. 너희에게 줄 좋은 물건이 있어!”“하하, 좋아요. 그러면 기대하고 있을게요!”연희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이태호의 맞은편에 앉은 그녀는 이태호를 바라보는 눈빛이 유독 밝았다.옆에 있던 소지민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신수연을 데리고 나갔다.밖으로 나온 뒤 소지민은 신수연에게 말했다.“수연아, 연희라는
“어머, 이 장로, 왜 그래? 누구한테 맞았어?”자신이 지내는 곳으로 돌아온 염설희 등 사람들은 남악성 성주 윤석준과 장로 몇 명을 만났다. 윤석준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대장로는 미간을 팍 구겼다.“무슨 상황이지? 이 장로, 당신은 3급 무왕인데 누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어? 설마 남운시의 대단한 집안을 건드리기라도 했어?”이 장로는 답답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둘째 사모님이 괴롭힘을 당해서 복수해달라고 저희를 데려가셨어요. 그런데 그 자식이 그렇게 강할 줄 몰랐어요. 5급 무왕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아요. 5급 무왕인지 아닌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저보다는 강했어요!”“5급 무왕이라고!”대장로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성주부에서 최강자였지만 겨우 4급 무왕이었다. 그래서 상대가 정말 5급 무왕이라면 그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누가 내 여자를 건드린 거야?”윤석준은 그 말을 듣자 화가 나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는 앞으로 나서서 염설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자기야, 그 자식이 무슨 짓을 한 거야? 설마 당신을 희롱하기라도 했어? 혹시 당신한테 그런 짓을 한 거야?”그는 염설희의 외모에 꽤 자신 있는 듯했다.이태호의 잘생긴 얼굴을 떠올린 염설희는 생각이 달랐다. 만약 이태호처럼 젊고 잘생긴 남자가 그녀를 얻으려 한다면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그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기꺼웠다.그러나 염설희는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여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 장로가 말한 괴롭힘은 그런 종류가 아니에요. 그냥 절 모욕했어요. 사실 어제 저희가 별장을 보러 갔을 때...”염설희는 이내 그에게 사실을 얘기했다.“흥, 이 자식 정말 괘씸하네. 세력을 등에 업고 사람을 괴롭히는 거잖아!”윤석준은 얘기를 들은 뒤 코웃음을 쳤다.“그 정도 내공이면 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나 윤석준은 비록 겨우 남악성의 성주이긴 하지만 앞으로 군주가 될지도 모른다고. 내가 군주가 되면 수많은 가문과 내공을 가
그 사람은 당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발견하고 마지막에 재빨리 주얼리와 현금을 챙겨 태성시를 떠났던 이영호였다.이씨 집안 사람들은 태성시를 떠난 뒤 남운시에서 발전했다.현재 이씨 집안은 100억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집과 차를 사고 난 뒤 남은 돈은 작게 사업할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비록 평범한 사람들보다 형편이 훨씬 나았지만 당시 태성시에 있을 때와는 천지 차이였다.지금 그는 자신이 매우 무능력하게 느껴졌다.현재 그는 매일 밤 꿈에서도 이태호를 죽이고 싶었다. 이태호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옷 하나 사는데도 한참을 고민해야 하고 술을 마시러 바에 가지도 못하고 돈을 아껴서 써야 하니 말이다.“정말 그들이네요. 저들이 남운시에는 왜 온 거죠?”이영호의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이씨 가문의 한 장로였다. 그는 미간을 구기고 말했다.“도련님, 당분간은 좀 조심해야겠어요. 어쩌면 여행을 온 거라 며칠 뒤에 떠날지도 몰라요. 요 며칠은 외출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만약 저들이 우리를 발견해서 죽이려 한다면 큰일이니까요.”“이건 기회이기도 해요. 이태호를 죽일 기회 말이에요. 전 이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고 싶지 않아요!”이영호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원망이 가득했다.맞은편의 남자가 말했다.“하지만 도련님, 이태호는 전투력이 엄청나요. 아마 무왕일 겁니다. 우리 이씨 가문에서 내공이 가장 강한 사람도 겨우 기사에 불과해요. 그의 상대가 될 리 없어요. 그를 죽이는 건 어려울 거예요.”“신수민의 뒤를 밟아서 그들이 지내는 곳의 주소를 제게 보내줘요. 전 이태호를 죽일 수 없지만 장씨 가문은 가능해요!”이영호는 이를 악물고 결단을 내렸다.“하지만 도련님께서는 장씨 가문의 아가씨를 싫어하지 않나요? 장씨 가문의 아가씨는 돼지처럼 뚱뚱해서 되도록 피하려고 하셨잖아요.”맞은편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미 뭔가 눈치챈 듯했다.이영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갑게 웃었다.“이태호를 죽일 수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