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줄 거야!”지나의 선언에 윤슬은 순간 불안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저었다.“정 변호사님은 연애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야. 지금처럼 얼굴 안 보고 거리 두는 게 차라리 너한텐 편할 수도 있어.”잠깐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근데 네가 일부러 다가가서 되려 그 사람을 흔들겠다고 하면, 진짜로 마음만 더 흔들리고 끝날 수도 있어.”지나가 아직 기준에게 감정이 완전히 식지 않았다는 건, 오늘 하루 종일 보인 반응에서 이미 드러난 사실이었다.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마음 쓰이지도
“내가 그나마 다행인 건, 기준 오빠는 워낙 티가 나니까. 애초에 바람둥이 이미지 박혀 있어서 잘 구별할 수 있거든. 부강현처럼 교묘하게 포장된 인간은 다르지.”지나가 씁쓸하게 말했다.“너 일 터지기 전까진, 우리 부모님도 부강현 칭찬 일색이었어. 능력 좋고, 매너 좋고, 집안 좋고, 완전 교과서 속 엄친아. 그래서 집안에서도 다 날 부강현이랑 엮으려 했잖아. 근데 결국엔, 웃옷 걸친 짐승이었지...”솔직히 지나 자신이라도, 그 상황이면 넘어갔을 거다.다만, 지나 성격상 두 달도 못 버티고 폭로전부터 벌였을 거라는 점이 차이
이 시각, 아파트 안.지나는 윤슬 옆에서 접시를 닦고 있었지만, 손은 멈칫멈칫, 눈길은 허공만 맴돌았다.툭-윤슬이 건넨 숟가락이 바닥에 떨어지며 청명한 소리를 냈고, 그제야 지나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아, 미안 윤슬아! 내가 놓쳤다... 내일 새로 사줄게.”지나는 허둥지둥 몸을 숙였다.“손대지 마.”윤슬이 재빨리 말리며 빗자루를 가져왔다.“그냥 도자기 숟가락 하나일 뿐이야. 네 손 다치는 게 훨씬 큰 손해지.”윤슬은 깨진 조각들을 조심히 쓸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지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너 소파에 가서 좀 쉬
강현은 미친 듯이 도빈과 지나에게 전화를 걸어댔다.하지만 두 사람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고, 결국 아예 차단당한 것 같았다.이빨을 악물며 분노에 몸을 떨던 강현은 결국 사람을 시켜 직접 조사를 맡겼다.그리고 지금.부하가 가져온 ‘소개팅남’의 정보는 강현의 감정을 끝없이 요동치게 만들었다.정기준.S시에서 손꼽히는 정씨 가문의 도련님, 누가 봐도 금수저, 재벌 2세.‘그래, 역시 이지나 짓이었어. 이지나가 다리 놔서 윤슬이한테 남자 소개해 준 거네!’강현의 눈이 번쩍 뒤집혔다. 주먹이 책상 위로 세게 내려쳤고, 순식간에
“가방이나 옷은 좀 과하고, 액세서리는 또 너무 눈에 띄지. 그러니까 향수가 딱 맞아.”기준은 분석하듯 말했다.“향은 상큼하고 은은한 걸로 골라. 잔향은 살짝 달콤하면 더 좋아, 의외의 매력이 있거든. 아바니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미드나잇 드림’, 그거 괜찮더라.”문가에 서서 듣던 도빈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놀리긴 놀리는데, 진짜로 추천하자는 또 센스 있게 잘 골라주네.’브랜드며 제품명까지 콕 집어 말해주니, 그냥 가서 결제만 하면 끝이었다.“고맙다.”결국, 부정할 말들은 입 안에서 맴돌다 사라지고, 남은 건 짧은
‘꼬리뼈... 그 부위는 수술도 쉽지 않을 텐데.’‘대체 어떻게 골절된 거지?’‘설마 부강현이 배를 걷어차려다 소윤슬이 몸을 틀어서 꼬리뼈 쪽을 맞은 건가...?’도빈은 턱을 괸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윤슬이 얼마나 마른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강현 같은 놈의 발길질 한두 번이면 그냥 한 방에 갈 수도 있었을 거다.‘하, 진짜 미친 새끼.’“야, 잠깐만. 근데 넌 왜 우리 의뢰인 부상 상태에 그렇게 신경 쓰는 거냐?”기준의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특히 ‘신경’이라는 단어에서 기준의 눈빛이 번쩍했다.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