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수가 오키나와를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급하지 않은 짐들은 모두 우편으로 부치고 정리도 마무리되어갔다. 출국을 며칠 앞두고 이수와 사라는 서로의 짝꿍에게 허락을 받아냈다. 일 박으로 우정 여행 다녀오기로 한 것.두 사람이 오키나와에서 즐거웠던 추억을 곱씹으며 기억에 남는 장소를 하루 종일 걸어 다녔다. 야한 속옷 숍도 잊지 않고 들어갔다. 지난번보다 더욱 과감해진 속옷들이 즐비했다. 어우, 사람의 창조성이란. 어떻게 또 이런 식으로 발전시켰을까. 진정 재능이다, 이건. 뽀얀 얼굴들이 빨갛게 화끈거렸다. 특별히 무슨 말을 늘어놓지 않았는데도 눈만 마주치면 무슨 상상을 했는지 똑같이 큭큭거렸다.사라가 이번에 추천해 준 것은 정숙한 관능미가 흐른다고나 할까."내가 이젠 현준의 취향을 알 것 같아. 이거야, 딱 이거!"이번에도 두 사람은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부끄러운지 속닥거렸다. 사라의 손끝이 가리키는 것은 섬세한 레이스 코르셋으로 작은 철제 후크들이 명치부터 배꼽까지 20개 정도 달렸다. 몸 선을 따라 가슴을 반 정도 가리는 디자인은 사실, 이곳에서 팔기엔 매우 정상으로 보였다. 그래, 아무래도 그때 그건 너무 파격적이었어. 추억 삼아 아래 속옷과 세트로 한 벌 구입하고 사라와 팔짱 끼고 숍을 나왔다. "언제 보여줄 거야?""큭, 글쎄. 언제가 좋을까?"소녀들처럼 까르르 웃으며 하루 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현준이 집 앞 거리로 마중 나갔다. 때마침 저쪽에서 사라의 경차가 다가왔다.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사라에게 이수는 다가가 꼭 안아주었다. 이내 사라의 등을 떠밀어 서둘러 보냈다. 사라의 경차가 조그마해질 때까지 이수는 한 곳만 응시했다. 코끝이 빨개져 훌쩍이는 얼굴을 보자 눈이 퉁퉁 부은 게 밤새 운 것이 분명했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제 쪽으로 걸어오는 이수를 향해 현준이 두 팔을 벌렸다. "현준아... 으흑,"그래, 이별은 마음이 아픈 법이지. 들썩이는 이수의 가녀린
예식이 끝나 채플의 육중한 나무 문이 활짝 열렸다. 미리 밖에서 꽃잎 바구니를 들고 준비하고 있던 이수와 현준은 손에 꽃잎을 한 움큼 쥐었다. 서로를 향해 활짝 웃으며 걸어 나오는 선남선녀 커플을 향해 꽃잎을 높이 뿌렸다. 분홍빛과 보랏빛으로 층층이 물들인 하늘 아래, 흩날리는 꽃잎들은 마치 한겨울의 눈처럼 아름답게 내려앉았다. 주홍빛 커다란 달이 걸린 바다를 배경으로 채플 앞뜰에서는 가벼운 가든 파티가 이어졌다. 테이블에는 샴페인과 오키나와 전통주, 그리고 정갈한 핑거 푸드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뜰 곳곳에 놓은 나무에는 작은 알전구들이 어스름한 주변을 밝혀주고 있었다. 황금빛 조명 아래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는 선율들이 울려 퍼졌다. 하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며 음식을 즐겼다. 탕, 탕, 탕. 일어나 숟가락으로 샴페인 잔을 두들기는 하루에게 이목이 쏠렸다. 잔에서 울리는 맑은 금속음에 시끌벅적하던 파티장이 순간 정적에 싸였다. 하루는 목을 한번 가다듬고는 샴페인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일) "자, 우리의 친구 사라와 렌의 결혼식을 위해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하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올립니다. 이제 막 부부가 된 이 아름다운 커플을 위해 건배를 하기 전에, 메이드 오브 아너로 기꺼이 수고해 줬던 사라의 친구 이수 상의 축사를 청해 듣겠습니다." 하루가 이수를 향해 눈짓을 보내자, 은은한 홍조가 올라온 이수가 수줍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해둔 글을 봉투에서 꺼내어 들었다. *(일) "제가 조금 긴장돼서 떨리는데, 혹시 종이를 들고 읽어도 될까요?" 하객들을 향해 고개를 꾸뻑 인사하자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 "사랑하는 사라, 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이 길지는 않지만 그보다 훨씬 깊은 우정을 나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너는 나를 처음 본 날부터 참 따뜻하게 맞아주고 가족처럼 대해줬잖아. 아무런 조건도 없이 내게 마음을 전부 내어주던 사람. 사랑이 넘치고 마음이 식을 줄 모르는 따뜻한 사
반지 교환식을 앞두고 이수와 하루는 채플 뒤편 양쪽에서 웨딩플래너의 사인을 기다렸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현준이 걱정돼, 이수는 틈나는 대로 굳게 닫힌 커다란 나무 문을 힐끔 쳐다봤다.곧이어 웨딩플래너의 사인이 떨어졌다. 이수와 하루는 가장자리 길을 따라 걸어가 사라와 렌의 옆에 섰다. 이수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으나 링 필로우를 든 손은 바르르 떨고 있었다. 이대로는 반지를 바닥에 떨어뜨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집중, 집중! 후우… 가느다란 숨을 길게 내쉬며 불규칙하게 뛰는 가슴을 달랬다.마주 보고 서있는 사라와 렌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곧이어 웨딩플래너의 손짓이 이어지고 메이드 오브 아너는 사라 곁에, 베스트 맨은 렌 곁에 링 필로우를 들고 가까이 섰다.*(일) "이것 봐. 초조해하지 말랬지. 그가 왔잖아."나직이 속삭이는 사라의 말에 놀란 눈을 들어 채플 뒤편을 쭉 훑어봤다. 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이수는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사라가 잘못 본 게 틀림없어. 괜히 현준 찾으려 하다가 실수하지 말자, 식 끝나기 전엔 오겠지. 다시 고개를 숙인 이수를 보며 사라가 옅은 미소를 내보였다.반지 교환을 위해 렌이 몸을 돌려 곁에 있던 베스트 맨의 필로우로 손을 뻗었다. 반지를 집어 드는 렌의 손 너머로 익숙한 실루엣이 이수의 눈에 들어왔다. 이수가 천천히 시선을 올려 베스트 맨의 눈을 맞췄다.이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친 호흡을 고르고 있는 현준이 하루를 대신해 서있었다. 어느새 말끔히 정장을 차려입은 채. 그제야 이수는 사라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이수와 눈을 맞춘 현준은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입 모양으로 작게 벙긋거렸다.예쁘다.그의 미소를 보자 이수는 체증처럼 걸려 있던 긴장이 쑥 내려가는 것 같았다. 현준의 무음 고백에 쿡, 실소를 터뜨릴 뻔했다. 아냐, 절대 웃으면 안 돼. 정숙한 분위기에 정신을 차리고 이수는 역할에 집중했다. 하지만 현준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 눈을 맞출 때마다 입술이 멋대로
오키나와의 12월은 계절상 겨울이었지만 한낮은 따뜻하다 못해 덥기까지 했다. 사라와 렌의 결혼을 축복하듯 맑은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아름다운 꽃송이처럼 피어올라 있었다. 하늘도 오늘이 오랜 인연의 새로운 출발, 곧 결혼식임을 아는 모양이었다. 언덕 위에 자리한 채플은 이국적인 붉은 기와지붕 아래 순백의 벽면이 고딕풍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일찍 도착한 이수가 채플을 향해 오르막을 오르자 서서히 바다 절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라와 함께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음에도 매번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치 지중해의 작은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뺨을 간지럽히는 선선한 바람까지. 바다 좋아하는 누가 보면 엄청 좋아하겠네. 끝도 없이 펼쳐지는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이수는 눈을 감고 사라와 렌을 위해 기도했다. 내 친구, 사라가 절망을 이겨낸 동화 속 공주님처럼 왕자님과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채플 안으로 들어선 이수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구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하얀 꽃들이 하객석 장의자마다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버진 로드를 따라 시선을 옮기자 통창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이 드넓게 펼쳐졌다. 양쪽 벽면을 장식한 좁고 기다란 스테인드글라스 창에서는 오색찬란한 햇빛이 채플 안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워… 혼자서 뱅글뱅글 돌며 감탄하고 있을 때 뒤에서 기척이 들렸다. 하루였다. *(일) "하루! 일찍 왔네. 우와~ 오늘 너무 멋있는데?" *(일) "응, 사라와 렌 사진도 찍어줄 겸 일찍 왔어. 이수도 정말... 아름답다." 마지막 말을 할 땐 차마 이수의 눈을 보지 못했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떨군 하루의 두 뺨이 발그레해졌다. *(일) "사진, 찍어줄게. 저기 앞에 가서 서 봐." 하루 손에 들린 카메라만 봐도 오늘 사진의 결과물이 예상됐다. 마음에 쏙 드는 드레스였는데, 기회다 싶었다. 이수는 가볍게 통, 통 뛰어가 포즈를 취했다. 널따란 모니터에 수줍
수능 성적이 가채점보다 한 등급 낮게 나온 은호는 설상가상으로 수시 지원 대학들로부터 모두 최종 합격이 아닌 예비 순위를 통보받았다. 1, 2차 추가 합격 전화조차 오지 않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현준의 출국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현준은 출국 전까지 소라와 함께 2호점을 위한 구상을 이어갔다. ‘모스 문’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기보다 대학가의 젊은 감성을 반영한 세컨드 브랜드 개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디자인 감각이 남달랐던 현준은 주변 카페 리서치와 로고 브랜딩 작업에 몰두하며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살아갔다.그 사이 이수는 현준과 같이 살 집을 둘러봤다.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깨끗하고 빌트인이라 가구를 사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었다.[ 현준아, 오늘 계약했어. 너무 기대돼!! ][ 내 서방❤️ / 혼자서 다 하느라 고생 많아, 마누라 ㅜㅜ 미안해. ]이수는 현준에게 집 사진을 잔뜩 보내며 이곳은 이렇게, 저곳은 저렇게 꾸미고 싶어,라며 인테리어의 의욕을 드러냈다. [ 내 서방❤️ / ㅎㅎㅎ 그래, 그래. 예쁘게 꾸미고 살자. 보고 싶어. ][ 나도... 매일 밤 외로워서 뒤척이고 있다구... ][ 내 서방❤️ / 귀여워, ㅎㅎㅎ 사랑해. ]사라와 렌의 도움을 받아 계약을 마친 이수는 먼저 입주했다. 사라 집 근처에 있는 먼슬리 맨션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자 시급이 낮은 리조바는 더는 이수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다. 이수는 맨션에서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한 브런치 카페에 취직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일) "이수!"*(일) "사라! 바쁜데 어떻게 왔어?"오프였던 사라는 이수의 새로운 브런치 카페를 찾았다. 어김없이 이수의 허리를 팔로 감고 볼을 맞대어 환하게 웃었다. *(일) "어~엄청 바쁘지! 그래도 이수가 보고 싶은 걸 어떡해!"*(일) "힝... 어서 와, 여기 앉아. 먹고 싶은 걸로 주문해. 내가 쏠게!"결혼식 준비로 바쁜 사람이 남는 시간을 쪼개어 자신을 찾아왔다. 눈썹이 일그러지고 광대는 올라갔다. 바
"남은호!!" 핫팩을 내민 자신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은호의 냉랭함에 멋쩍었던 현준은 서둘러 동생을 뒤쫓았다. "은호야, 힘들었지?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너 좋아하는 파스타 먹으러 가자." 기분을 풀어주려 쫄래쫄래 쫓으며 말을 거는 현준을 향해 은호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현준을 쏘아보는 눈빛엔 증오가 가득했다. 온기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은호는 독한 말들을 뱉었다. "이제 와서 왜 관심인 건데? 필요 없거든. 어차피 몇 번 얼쩡거리다 일본으로 튈 거잖아, 너." 당황했다. 멈칫한 현준을 그 자리에 둔 채 은호는 제 할 말만 남기고는 차갑게 돌아서 가던 길을 갔다. "은호야, 남은호!" 행인이 많은 길 한복판에서 이름을 소리쳐 불러 봐도 은호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현준에게서 멀어져 갔다. * 큰집에서 은호를 기다리던 현준은 밤이 늦도록 연락이 닿지 않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집 앞을 서성였다. 피부에 와닿는 서늘한 공기가 이제 정말 겨울이 왔음을 실감케 했다. 바람막이 점퍼의 지퍼를 목 끝까지 채우고 속에 입은 후드티의 모자를 뒤집어썼다. 스웨트 팬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아파트 주변을 살피던 현준은 단지 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는 은호를 발견했다. 은호는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발을 콩콩 찧어대고 있었다. 집으로 바로 들어오지 못하고 망설이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아마도 나 때문이겠지, 현준은 조용히 다가가 옆 그네에 앉았다. 인기척에 고개를 든 은호는 현준을 확인하자마자 고개를 반대쪽으로 휙 돌려버렸다. "남은호. 여기서 뭐 해, 혼자. 위험하잖아." 은호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상관하지 마." "미안해." 바닥을 쓸던 은호의 발이 멈췄다. "엄마 보내고 너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가 너무 나만 생각했어. 넌 그 와중에 공부도 하고… 고생했다." 하나뿐인 오빠.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출중해 어디서나 시선을 한몸에 받던 현준은 은호의 커다란 자랑이었다
"안녕… 모스 문에서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순간 멈칫한 이수의 얼굴은 은은하게 달아오른 분홍빛이었다. 현준은 그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시간이 남아서 걸어왔어. 가자.""근데 우리 어디 가?""중앙 공원 갈 거야. 5시에 야외 공연장에서 영화 상영하거든."현준은 손에 들고 있던 따뜻한 커피를 이수에게 건넸다."그리고 이건 어제 말한 커피. 내가 좋아하는 향의 커피야. 좀 덥겠지만, 마셔 봐.""고마워."이수가 마실 때까지 현준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얼굴을 살폈다. 몸을 아예 이수 쪽으로 돌
이수는 집에 돌아와 씻은 뒤, 침대에 누웠다. 머릿속에서 현준이 떠나가질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현준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크크큭, 홍이수, 너 진짜… 하하하!'적막한 밤공기를 가르던 그의 웃음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아오!! 홍이수! 제대로 미친 거냐고?!이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걷어차기를 수십 번 반복하고서야 겨우 진정됐다.누가 따라오는 줄 상상이나 했겠냐고…너무 창피해...그래도... 아까 평상에 함께 누워있었던 건… 너무 설렌다.***"괜찮아? 계단 오를 수 있겠어?"절뚝이던 이수는 결국
“홍이수! 진짜 혼자 가도 돼? 일본에서 필요한 거 제대로 사 올 수 있는 거지?”엄마, 재희는 앞으로 혼자 지낼 이수의 일본 생활이 조금 걱정되었다. 이수 역시 작은 걱정 하나 없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이왕 결정한 거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앞만 보기로 했다.이수는 일주일 뒤 대한민국 서울이 아닌, 일본 오키나와에서 살아갈 예정이다.일 년짜리 워킹 홀리데이.국내 여행도 혼자 해본 적 없던 이수지만, 용기를 내어 1년 살기를 시도해 본다.충동적으로 시작된 계획이었다. 이수는 익숙한 울타리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었었다
초인종을 앞에 두고 이수의 검지는 사시나무 떨 듯이 떨리고 있었다. 분명 주변은 한여름의 습도 가득한 진득한 날씨인데도 말이다.이수는 다른 손을 가슴 위에 올려 힘을 주었다. 손가락만큼이나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려 애 쓰는 중이었다.후….우…….내뱉는 긴 숨의 끝은 입술을 파르르 떨게 만들었다.정확히 일 년하고도 반 년 전, 바로 이 곳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이수에게 일어났다. 그것은 묵직한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의 발목을 늘어지게 잡아 끌었다.시야를 가린 눈꺼풀 뒤로 그 날의 일이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