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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재회 (2)

작가: 이구름
last update 게시일: 2026-05-22 11:47:45

시선 끝에 들어온 시커먼 군화 한 켤레.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현준의 것이었다.

 

 

"머리… 잘랐네. 예쁘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쳤다. 이수는 아주 천천히 떨리는 심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시야 가득 들어찬 것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현준의 얼굴이었다. 입을 틀어막은 이수의 두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바르르 거렸다.

 

 

곱상하던 얼굴선은 군에서의 시간을 증명하듯 전보다 굵직하게 각이 져있었다. 그에 맞춰 벌어진 어깨와 단단하게 두꺼워진 몸, 화가 나있어 보이는 전완근은 묘하게 조금 아니, 분명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는 남자가 되어 이수의 눈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간신히 멈췄던 눈물이 다시 뺨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현준은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엄지로 이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고된 훈련의 흔적인지 얼굴을 감싼 그의 감촉은 예전보다 거칠어져 있었다.

 

 

"울지 마, 이수야. 응? 울지 마."

 

 

달래주는 현준의 눈시울도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수를 품에 끌어안고 싶었지만 혹여나 그녀가 다시 자신을 거부할까 두려워 가볍게 머리를 쓸어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들썩이던 이수의 어깨가 서서히 진정되자 현준은 고개를 숙여 눈을 맞추고 얼굴을 살폈다. 이수는 눈물범벅인 모습을 보이기 싫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얼굴 좀 보여주지… 얼굴 보고 싶은데. 아무 사이도 아닌 사이에서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쉬운 대로 현준은 이수의 곁에 나란히 앉았다. 상체를 숙여 허벅지에 팔꿈치를 대었다. 긴장한 손을 깍지를 꼈다가 손을 맞대어 비비기도 했다.

 

 

"다행이다. 가기 전에 볼 수 있어서…"

 

 

나직이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이수의 마음을 두드렸다.

 

 

"내가... 싫어진 거 아니었어...?"

 

 

이수의 물음에 현준이 상체를 들며 고개를 돌렸다. 이수의 떨리는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내가 어떻게 그래. 난... 너랑 구준호가 사귀는 줄로 오해해서 억지로 지워내려고 노력했어. 결국 못 잊었지만."

 

 

현준은 시선을 발끝으로 떨어뜨리며 잦아드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오해해서 미안해."

 

 

이수는 세차게 도리질을 했다. 그를 오해하게 만든 건 결국 자신이라는 자책에 가슴이 저릿했다.

 

 

"아니야, 내가 제대로 설명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우리 정말 바보같다."

 

 

현준이 뒷덜미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어보았다. 

 

 

"아, 나 부대에서 폰을 떨어뜨려서 새로 했어. 번호 저장해 줘."

 

"응."

 

 

어색한 공기가 두 사람 사이를 메웠다.

 

 

"언제 출국해?"

 

"다음 주 수요일."

 

 

다음 주 수요일이면, 2년 전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했던 날의 이틀 뒤였다. 누구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 날짜가 지닌 의미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 돌아와...?"

 

"일 년 뒤."

 

"... 너 기다려도 돼?"

 

 

긴장한 현준의 노골적인 질문에 이수는 넋 놓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 지금 당장 대답하기 곤란하면 나중에, 나중에 해줘."

 

 

현준은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았지만 이내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황급히 고개를 돌려버렸다. 물어보지 말고 그냥 기다릴걸, 성급하게 물어본 것에 대해 뒤늦게 후회를 했다.

 

 

"은호는... 잘 지내?"

 

 

동생, 은호에 대한 부채감이 늘 마음속에 얹힌 듯 걸려있었다. 머뭇거리던 이수는 현준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은호? 잘 지내고 있어. 고 3이야, 벌써. 큰어머니가 고생이 많으시지."

 

"아... 큰댁에서 아직 지내고 있구나."

 

"응. 아무래도 중요한 시기니까."

 

"휴가는... 언제까지야?"

 

"다음 주 일요일."

 

 

이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준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수야, 나 이만 일어나야겠다. 약속이 있어서..."

 

"아..."

 

 

이제야 다시 자신의 마음을 확인했는데 삼십분도 채 되지 않아 헤어져야 하다니. 이수는 어딘가 가슴이 시큰거렸다. 현준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이수는 그의 눈과 손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그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잊고 있었던 그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의 따스함이.

 

 

"다녀올게. 잘 지내."

 

 

아쉬움을 모른 척 뒤로 넘긴 이수는 차마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일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현준에게 찾아올지도 모를 새로운 인연의 기회를 가로막는 것 같아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수는 속으로 단단히 결심했다. 돌아왔을 때도 그의 마음이 여전히 자신을 향하고 있다면, 그땐 주저 없이 그에게 달려가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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