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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를 새로고침.
로맨스를 새로고침.
Author: 이구름

1화. 재회 (1)

Author: 이구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2 11:00:50

"홍이수! 진짜 혼자 가도 돼? 일본에서 필요한 거 제대로 사 올 수 있는 거지?"

 

"걱정 말아요-"

 

"그래, 안 되면 일본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니까 거기서 사면 되겠지, 뭐. 잘 다녀와!"

 

 

이제 일주일 뒤면 더 이상 대한민국 서울이 아닌, 일본 오키나와에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일 년짜리 워킹 홀리데이.

 

 

필요한 것들을 양손 가득 사들고 동네로 돌아오는 길이 평소보다 멀게 느껴졌다. 머리카락을 짧게 쳐냈음에도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멈출 기미가 없어 보였다.

 

 

마지막 계단을 힘겹게 올라선 이수는 슈퍼 앞 평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집까지 고작 백 미터 남짓 남았건만, 기름이 다 떨어진 기계처럼 이수는 더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슈퍼에서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들고 몸을 뜨겁게 달군 더위를 식혀야만 했다. 

 

 

"홍이수~!"

 

 

티셔츠 자락을 펄럭이며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던 이수를 부른 사람은 수진 이모였다. 이수의 엄마, 재희의 동네 베프이자 재희가 일에 복귀한 후 바쁠 때마다 어린 이수를 살뜰히 챙겨주었던 다정한 동네 어른이다.

 

 

이수의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고 홀연히 사라졌다. 

 

 

"또 얼마나 멋지게 성장할지 기대된다~! 근데, 거기서 막 로맨스 생기는 거 아니니? 어머~ 설렌다 설레! 드라마처럼 멋진 남자랑 썸 타고 그런 거 꺄-!"

 

 

로맨스는 무슨,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할 거예요. 

 

 

수진 이모가 ‘로맨스’라는 말로 이수의 마음을 어지럽힌 뒤 추억의 편린들을 털어내듯 이수는 아이스크림을 무심하게 베어 물었다.

 

 

그때, 저장되지 않은 낯선 번호가 액정 위에 뜨며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징— 지잉— 징—

 

 

누구지? 설마 리조바 쪽? (*리조바(리조트 바이트): 휴양지(리조트, 호텔, 스키장 등)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일하는 모든 형태의 아르바이트를 일컫는 말.)

 

 

리조바 관련 행정상 절차는 완벽히 마무리되었기에 보이스피싱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짧게 스쳤다. 하지만 적은 확률이라도 혹여나 입사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까 염려된 이수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여보세요?"

 

{ …… }

 

"…홍이수입니다. 말씀하세요."

 

 

이수는 미간을 좁히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이수야. }

 

 

그 순간 이수의 동공이 커지고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기억보다 더 선명하고 생생한 남현준의 음성이었다.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으며 숨이 턱 막혀왔다.

 

 

쿵쿵쿵- 

 

 

눈치 없이 요동치는 심장 소리는 오래된 괘종시계처럼 요란하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마치 고막이라도 찢어 놓을 듯이 울려댔다.

 

 

그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부드러운 온기를 머금은 채 이수를 감싸안았다. 고작 휴대폰의 작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소리일 뿐인데, 그것은 순식간에 이수의 마음에 거대한 불씨를 지폈다.

 

 

대학 캠퍼스에서 그를 처음 마주했던 봄날부터 오해로 얼룩졌던 잔인한 마지막 날까지. 두 사람의 서사가 주마등처럼 이수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 나야. 잠깐 휴가 나왔어. }

 

"......"

 

 

덥고 습한 7월의 대낮. 머리 위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데 이수의 머릿속은 폭설이 내린 듯 하얗게 번졌다.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해버렸다.

 

 

{ 지은 누나 통해 들었어… 오키나와 간다며. }

 

"아… 들었구나."

 

{ 멋지다. }

 

 

전화기를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덜덜 떨리는 손끝은 이수의 통제를 이미 벗어난 수준이었다.

 

 

"......"

 

{ 떠나기 전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

 

 

어떡하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이수는 아랫입술을 꽉 말아물고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려 부단히 애를 썼다.

 

 

"....왜?"

 

 

이수의 목소리 끝이 가늘게 떨려왔다.

 

 

{ ...보고 싶었어. 정말, 많이… }

 

 

보고 싶었다는 그 짧은 고백에 간신히 버텨온 감정의 둑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수도꼭지가 완전히 고장 난 것처럼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쏟아져 내렸다. 날카로운 도구로 심장을 사정없이 헤집어 놓는 것같이 가슴이 쿡쿡 쑤시고 욱신거렸다.

 

 

이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지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느라 말 대신 묵직한 소리만 내뱉었다.

 

 

"...으윽…윽…윽…"

 

 

공공 장소라는 사실도 잊은 채 이수는 아이처럼 꺽꺽거리며 울음을 토해냈다. 응축되었던 감정이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처럼 폭발해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무너져 내리다 겨우 숨을 고를 때쯤, 수화기 너머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진정이 좀 됐어…? }

 

 

어...? 이상하다.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가 아닌,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기묘한 감각. 이수가 의아함에 고개를 들려던 찰나 시선 끝에 걸린 투박한 물체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구름

안녕하세요, 이구름입니다. 첫 연재, [ 로맨스를 새로고침. ]는 서로에게 구원이 되어줄 이수와 현준의 일상 로맨스입니다. 두 사람의 서사를 부디 즐겁게 감상해 주시길 바랍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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