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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를 새로고침.
로맨스를 새로고침.
作者: 이구름

다시, 난 너에게 (1)

作者: 이구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2 11:00:50

초인종을 앞에 두고 이수의 검지는 사시나무 떨 듯이 떨리고 있었다. 분명 주변은 한여름의 습도 가득한 진득한 날씨인데도 말이다.

이수는 다른 손을 가슴 위에 올려 힘을 주었다. 손가락만큼이나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려 애 쓰는 중이었다.

후….우…….

내뱉는 긴 숨의 끝은 입술을 파르르 떨게 만들었다.

정확히 일 년하고도 반 년 전, 바로 이 곳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이수에게 일어났다. 그것은 묵직한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의 발목을 늘어지게 잡아 끌었다.

시야를 가린 눈꺼풀 뒤로 그 날의 일이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고막을 찢을 듯 두드리는 절박한 외침과 함께.

 “현준아!! 아니야! 이러지마, 제발!!!!!”

 “끼아아아악!! 이러지마!”

 “정신 차려, 남현준!!!!!”

느린 이수를 위해 걸음을 맞춰주던 다정한 사내였다. 항상 이수가 그에게 첫 번째였다. 언제나 온마음 다해 이수를 대했던 그였다. 그러나 인생을 처참히 뒤흔든 시련 앞에 그런 사내는 간데없이 사라졌다.

처음 마주하는 건장한 성인 남자의 힘이었다. 이수의 몸 위에 올라타 그녀를 강하게 짓누르던 현준은 자기혐오와 죄책감으로 무너져있었다. 자신은 본능에 충실한 추잡한 괴물이어야만 한다는 듯, 자신의 생각을 더럽혔다.

그날의 충격은 황홀하도록 아름다웠던 이수의 첫 경험을 무참히 찢어버리고 짖밟아버렸다.

이수는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매달리는 그를 밀어냈지만, 현준을 향한 갈망까진 지워내지 못했다. 마음을 외면할수록 도리어 감정이 켜켜이 쌓였다. 지독하게 묵직했다.

끝내 어긋나는 타이밍과 계속 되는 오해로 처참히 무너졌다. 이수는 다시는 마음을 펼쳐보지 못하도록 실로 칭칭 감아 저 멀리 던져버렸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며칠 전 우연히 평상에 찾아온 그의 얼굴을 본 순간이었다. 이수의 귀에 어디선가 뚝- 하고 실이 끊어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오래 묶여 있던 감정의 매듭이 그렇게 풀렸다.

지독한 첫사랑 남현준. 지금 그의 집 앞에 서 있다.

이수는 이제 곧 오키나와에서 새로운 삶을 앞두고 있었다. 최소 일 년은 서로 볼 수 없다. 머릿속에서는 ‘이게 맞는 걸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굳이 잠잠해진 감정에 다시 상처를 낼 필요가 있을까.

그럼에도 이수의 갈망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묵직했다. 매듭이 풀어진 순간, 오래 눌러 담었던 마음이 댐이 무너진 것처럼 와르르 터져 나왔다.

출국을 이틀 앞두고, 결국 이수는 마음에서 놓지 못한 그를 향해 한 번 더 자신을 던져 보기로 했다.

삑삑삐-익.

세대 호출기의 숫자 버튼은 분명 이수의 손가락보다 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번호를 정확히 조준하는 것이 어려웠다. 떨림이 멈추지 않아, 한번 주먹을 움켜쥐었다 펴고는 숫자를 천천히 눌렀다.

뚜우-뚜우

그의 집으로 이어지는 경쾌한 연결음은 오히려 이수의 긴장을 부추겼다.

딸깍, 전화를 받는 소리 뒤에 묘한 침묵이 흘렀다. 이어서 아파트 공동현관문이 요란한 기계음을 울리며 열렸다. 

어찌나 떨었던지, 문이 닫히기 전에 발을 떼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그를 향한 뜨거운 열망과는 반대로 몸에 각인 된 그 날이 이수를 움직이지 못하게 꽉 붙들었다.

이수는 눈을 질끈 감고 두 주먹이 하애지도록 꽉 움켜쥐었다. 용기를 내어 발을 떼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수는 떨리는 시선을 숫자판에 고정시켰다. 1부터 시작한 숫자가 8까지 이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뎠다. 7에서 8로 넘어가는 순간, 바짝 마른 입술을 말아 물고 수분을 보충했다.

넘어가지도 않는 마른침을 어렵게 넘기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좁은 공간을 경쾌하게 울리는 엘리베이터 도착음은 이수의 뛰는 심장 소리를 덮지 못했다.

문이 열리자 이수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고 천천히 한 발을 내딛었다.

그때, 슬리퍼도 없이 맨발로 뛰쳐나오는 다리가 이수의 시야 끝에 들어왔다. 곧이어 몸이 휠 정도로 무거운 압박이 더해졌다.

“이수야, 돌아와 줘서 고마워…”

그의 단단한 살갗이 손에 닿는 순간이었다. 일 년 반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손끝에 그의 촉감이 분명하게 기억되어 있었다. 그걸 인지한 찰나, 이수의 몸에 나있는 작은 솜털마저도 쭈뼛 썼다.

사무치게 그리웠던 그의 체향이 코끝에 번졌다. 그 향은 이내 고여 있던 이수의 눈물샘을 터트리고 말았다.

보고 싶었어, 현준아. 정말 미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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