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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작가: 하늘
신나정이 소양전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막 먼지 묻은 겉옷을 갈아입었을 무렵 장춘궁의 태감이 찾아와 거만한 태도로 황후의 교지를 전했다.

황후 마마께서 연회에서 놀라 충격을 받아 화기가 치밀어 피를 토하고 혼절하셨으니, 폐하의 명으로 모든 후궁은 즉시 장춘궁으로 가 문안을 드리라는 것이었다.

신나정은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 뒤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태감의 뒤를 따라 장춘궁으로 향했다.

장춘궁 안.

이준은 김하연의 침상 곁에 앉아 있었다. 미간은 깊게 찌푸려져 있었고, 얼굴빛 또한 좋지 않았다.

신나정은 가장 끝자리에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숙인 채 움직임 하나 없이 앉아 있었다.

곧 태의가 맥을 짚고 물러나 이준에게 아뢰었다.

“폐하, 황후 마마께서는 놀라신 충격으로 화기가 치밀어 피를 토하고 혼절하신 것이옵니다. 다만 상태는 위중하지 않으며, 신이 이미 안정시키는 처방을 올렸사옵니다. 약을 드시고 휴식을 취하시면 곧 깨어나실 것이옵니다.”

이준의 낯빛이 조금 풀렸지만, 눈빛 속 근심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정녕 아무 탈 없는 것이냐?”

“폐하, 안심하셔도 됩니다. 황후 마마의 옥체는 다만 일시적으로 놀라신 것일 뿐, 천천히 조리하시면 곧 회복되실 것입니다.”

이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태의를 물렸다. 그리고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후궁들을 한 번 훑어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는 모두 물러가라. 짐은 이곳에 남아 황후를 돌보겠다.”

그때 태감 총관 이석호가 조심스럽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폐하, 오늘 폐하께서도 부상을 입으셨사옵니다. 옥체가 무엇보다 중하오니 무리하지 마시옵소서. 내일 아침 조회도 있으시니 국사 또한 돌보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이곳은 궁인들에게 맡기시고, 먼저 돌아가 쉬시는 것이 어떠하시옵니까.”

이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창백한 김하연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더는 말하지 마라. 짐에게는 황후보다 중요한 것이 없느니라.”

그 말에 장춘궁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 감히 더 권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후궁들은 조용히 예를 올린 뒤 하나둘 자리를 뜨려 했다.

신나정도 말없이 몸을 일으켜 뒤를 따랐다.

“폐하!”

줄곧 김하연의 침상 곁을 지키고 있던 이 상궁이 갑자기 털썩 무릎을 꿇었다.

“소인... 소인이 꼭 아뢰어야 할 일이 있사옵니다. 황후 마마께서 피를 토하고 혼절하신 것은 모두... 모두 혜비 마마 때문이옵니다!”

전각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든 시선이 일제히 문가까지 걸어간 신나정에게 쏠렸다.

이준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방금 뭐라 하였느냐?”

이 상궁은 신나정을 가리키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호소했다.

“바로 혜비 마마이옵니다! 오늘 연회에서 폐하께서 혜비 마마를 구하시다 다치시지 않았사옵니까. 그 뒤로 혜비 마마께서는 폐하의 총애를 얻었다 착각하시고, 돌아오는 길에 황후 마마를 막아 세워 온갖 무례한 말을 퍼부으셨사옵니다! ‘폐하께서 오늘은 나를 위해 목숨을 거셨으니, 내일은 네 황후 자리쯤 폐하실 수도 있다’고 하셨고, 심... 심지어 황후 마마께 눈치가 있으면 스스로 물러나라고까지 하셨사옵니다! 마마께서는 본디 마음이 어질고 너그러우신 분이온데, 그런 모욕을 어찌 견디실 수 있었겠사옵니까. 돌아오신 뒤 내내 속을 끓이시다 결국 피를 토하고 쓰러지신 것이옵니다!”

이 상궁은 쿵쿵 머리를 조아렸다.

“소인은 황후 마마의 성정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마마께서는 너그럽고 어지신 분이라 억울한 일을 당하셔도 폐하께 걱정을 끼칠까, 후궁이 시끄러워질까 하여 끝내 말씀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허나 소인은 더는 참을 수 없사옵니다. 황후 마마께서 이토록 수모를 당하셨는데 어찌 그냥 넘길 수 있겠사옵니까!

오늘 혜비 마마를 엄히 다스리지 않으신다면, 앞으로 후궁의 기강이 어찌 서겠사옵니까? 누가 황후 마마의 위엄을 두려워하겠사옵니까? 하오니 부디 황후 마마의 억울함을 풀어 주시옵소서!”

이준의 얼굴은 이미 먹구름이 드리운 듯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신나정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얼음처럼 서늘했다.

“혜비, 이 상궁이 한 말이 사실이냐?”

신나정의 입술이 달싹였다.

무어라 답해야 할까? 아니라고 해야 하나? 자신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소양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해야 하나?

하지만 입술 끝까지 차오른 말은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신나정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모든 말을 삼켜 버렸다.

김하연이 이런 수법을 써먹은 것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때마다 해명했고, 어떻게든 이준에게 진실을 알리려 했다.

허나 그가 나를 믿어 준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그는 번번이 짜증스럽다는 듯 내 말을 끊어 버렸고, 아예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결국 매번 억울한 사람은 김하연이 되었고, 나 신나정은 시기와 질투에 눈이 먼 독한 여인이 되었다.

벌을 받고, 유폐되고, 궁중 살림까지 줄어드는 것도 늘 나였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김하연의 기분뿐이었다. 그녀가 눈물 한 방울 흘리는 것조차 견디지 못하면서도, 내가 어떤 누명을 쓰든 어떻게 살아가든 그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해명할 마음조차 잃은 지 이미 오래였다. 더는 내가 설명하면 그가 믿어 줄 것이라 착각하지도 않았다.

신나정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준의 차갑고 매서운 시선을 마주했다.

“신첩,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할 말이 없다고?”

이준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혜비! 이토록 악독한 짓을 저질러 놓고도 반성은커녕, 감히 이런 태도를 보인단 말이냐? 짐이 그동안 너를 너무 너그럽게 대했구나. 허니 이리도 안하무인으로 굴며 번번이 황후을 해치려 드는 것이 아니더냐! 짐이 오늘은...”

순간, 이준의 호통이 뚝 끊겼다.

그제야 그는 분노 속에서 처음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신나정은 언제부터 이토록 수척해져 있었던 것일까?

한때 몸에 딱 맞던 궁복이 이제는 그녀의 몸에 덜렁 걸쳐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그 눈.

그 안에는 예전의 조심스러운 애틋함도, 작은 기대와 설렘도 더는 남아 있지 않았다.

끝없는 공허와 무감각만이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가슴 한구석이 무언가에 찔린 듯 욱신했다.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던 분노도 그 순간 턱 막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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