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지난달, 꽃집으로 직접 찾아오신 수호의 어머니는 유림에게 모질고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 놓고 가셨다.한 달 안에 헤어질 것을 강요했고, 본인은 모른 척 할 테니, 절 만났다는 얘기는 말고 알아서 잘 헤어지라 일렀다.하지만, 유림은 차마 수호에게 어떠한 말도 꺼내질 못했다.-너 내가 한 달 준다고 했어 안 했어? 내 말이 우습니?-"아닙니다"-너도 너희 집에서는 귀한 딸이겠지. 모르는 거 아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 어울리는 자리가 있는 거야. 어디 고졸 밖에 안되는 애가 우리 수호 같은 애를.. 허! 참나 기가 막혀서..-"대학교를 안 간 건 아니고요. 저에게 더 맞는 일을.."-시끄럽다. 어찌 됐든 자퇴하고 고졸은 맞잖니? 그렇다고 집안이 번듯한 것도 아니고.. 너희 부모님은 그 나이 먹도록 어떻게 20평 짜리 집 한 채가 다래니? 그러면서 어딜 내 아들을 넘 봐 넘보긴!-부모님의 이야기에 유림의 인내의 끈이 허무하게 끊어져 버렸다.".....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저희 집 뒷조사 하셨어요?"-뭐야? 못 배운 티를 내는구나. 버르장머리 없는 것. 일주일 안에 우리 수호하고 끝내. 다음 주에 내 아들 중요한 선 자리 잡혀 있다. 너 때문에 더는 망치게 두지 않아 알아 들었니?-벌벌 떨리는 두 손과, 힘을 잃고 주저앉은 다리.그리고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애써 모른 체 하며 유림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헤어지겠습니다. 더는 연락도 찾아오지도 마세요. 먼저 끊겠습니다"유림은 종료 버튼을 누르고 휴대전화를 떨어뜨려 버렸다.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서럽게 울었다.***새벽 늦게까지 서로를 놓지 못했던 나은과 선우는 꼭 끌어안은 채 지쳐 잠이 들었다.눈을 떴을 때는, 이미 점심이 가까워 오는 시간이었다.평일이고 주말이고 항상 집으로 왔던 사용인들은 이제 평일 날만 출근하는 것으로 바뀐 터라, 토요일 낮 집안은 조용했다.눈은 떴지만, 둘 다 눈만 껌뻑이며 서로를 안고 있을 뿐,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그러다 어
그 말에 놀란 나은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팅팅 부어있는 눈을 보는데, 선우의 심장이 찌릿해짐을 느꼈다."당해?""응. 나 성추행 당했어. 그래서 욕했어""......"온다예가 선우를 끌어안았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걸, 성추행 당했다고 표현하는 선우는 보는데, 나은은 할 말을 잃었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어서..."그러니까, 나은아. 나 해독 좀 해줘"해독이라니.. 온다예를 지금 독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거야?"해독은.. 어떻게 하는 건데?"기다렸다는 듯 두 팔을 활짝 펼쳐 보이는 선우를 보고 나은이 입을 삐쭉거리며 울먹거렸다."다 봤어 나..""이런.."나은이 찰방찰방 물소리를 내며 앉은 채로 선우에게 다가갔다.제 앞까지 온 나은을 품에 가둔 선우가 나은의 뒷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내가 분명하게 말했어. 난 나은이 없으면 못산다고, 나은이는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고 그 마음은 변치 않을거라고""....오빠를 믿지 못한 건 아니야...""알아.. 알지...""흑...""불안할 때마다, 속상할 때마다 나한테 확인시켜 달라고 얘기해. 얼마든지 내 마음 증명해 보일 테니까.. 응?""응..""혼자 울지 말고.. 오빠 마음 아파""응"흠뻑 젖은 잠옷 바람으로 꼭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은 그제야 서로를 가까이서 마주 볼 수 있었다.부은 눈이 귀여워 선우가 나은의 두 눈에 차례대로 입을 맞췄다."같이 씻을까?"나은의 잠옷 단추 하나를 톡! 하고 풀어 놓으며 선우가 속삭이듯 말했다.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해지는 기분에 오소소 소름이 돋은 나은이 입술을 말아 쥐었다."응?"부끄러워 답을 못하는 나은을 빤히 쳐다보며 또다시 단추 하나를 톡! 하고 풀었다.나은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 대신 선우의 단추 하나를 제 손으로 풀어냈다.선우의 농염한 눈빛을 마주한 나은은 한 손으로 그의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나은의 눈을 바라보며, 세 번째 단추를 풀어낸 선우가, 천천히 얼굴을 내려 나은의
나은은 역시 말이 없었다.이상했다.평소의 나은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서, 선우의 심장이 쿵쿵쿵쿵 뛰어 대기 시작했다.마치 겁을 집어삼킨 사람처럼..선우는 양손으로 나은의 어깨를 잡았다.동작을 멈춘 채 고갤 숙이고 있는 나은은 확실히 어딘가 이상했다."싫.어?"나은이 꾹꾹 눌러 뱉어낸 두 글자에 선우는 단번에 눈치 챌 수 있었다.그녀가 울고 있다."나은아, 고개 들어 봐.""나 취했나 봐. 싫으면 안 해도 돼."나은은 끝까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아래쪽으로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벗어난 후 욕실로 들어갔다.선우가 급하게 일어나 따라가 봤지만 빠르게 움직인 나은은 욕실 안에서 문을 잠갔다.-오빠 나 반신욕 조금 하고 들어갈 게 먼저 자~-욕실 안에서 들리는 나은의 목소리에 선우는 가만히 욕실 문에 이마를 붙였다.혹시.. 혹시.. 하는 생각을 하며 제발 아니길 바랐다."나은아. 오빠 안 자고 기다릴 게."욕실 물을 받는 소리에 선우의 목소리가 묻힌 걸까. 아니면, 들었지만 대답을 안 하는 걸까.선우는 잠옷을 다시 갖춰 입고 침대에 앉았다.띠릭.늦은 시간 메세지는 친구 녀석들이나 동생 유리일 확률이 높았다.알림 소리에 휴대전화를 들고 메세지를 확인했다.-나은이 괜찮대? 아까 나오는데, 사장이 괜찮냐고 물어보더라-이해 되지 않는 내용에 선우가 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게 무슨 말이야? 나은이한테 무슨 일 있었어?"-뭐야, 너도 몰랐어? 아까 너 통화 할 때 나은이가 고운 이모랑 통화하고 싶다고 너 찾아 나갔잖아. 들어오면서 직원이랑 부딪혔나 보더라고-"... 나은이가.. 나 찾으러 나왔었다고?"-못 봤어? 어쩐지 혼자 먼저 들어오더라-"......."-뭐야?.. 분위기 왜 이래?"선우의 반응이 이상했는지 이준이 그제야 심각하게 물었다.선우는, 온다예가 찾아 왔다는 이야기를 해 주며, 온다예가 헛소리를 한 내용과 자신을 안으려 했다는 것을 사실대로 말했다.말문이 막힌 이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선우가 다음 말을
'방금 그랬잖아요. 나은이 엄마가 나은이 옆에 있어 달라고 했다면서요. 미국에도 직접 찾아가고 계속 연락해서 나은이 걱정하셨다면서요? 나은이가 오빠 살렸어요?. 나은이한테 빚진 거죠? 그래서 나은이 엄마 부탁받고 지금 나은이 옆에 있는 거잖아요 그쵸? 제 말 맞죠 오빠?'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듯 저도 모르게 숨이 멈췄다.그런데...온다예가 선우를 끌어안았다.그 순간 나은은 몸을 돌려 버렸다.다시 출입문을 향해 다시 걸었다.'이런 미친 새끼가.''흐흑. 나한테 욕해도 돼요. 근데 나은이 때문에 오빠 인생 버리지 마요. 희생하지 마요'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나은은 출입문을 열고 힘 조절에 실패하여 제법 큰 소리를 내며 닫아버렸다.몸이 떨려왔지만, 울지 않으려 애썼다.후들거리는 다리를 천천히 옮겨 놓으며 룸으로 향하는데,퍽! 챙그랑~!물잔이 든 트레이를 들고 급하게 몸을 돌리던 직원과 부딪혀 버렸다.물이 쏟아지고 컵 2개가 산산조각 났다.밖으로 나가기 위해 다시 입었던 재킷이 물로 흠뻑 젖었고, 직원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 사과를 했다.나은은 오히려 직원을 걱정하며 함께 깨진 컵을 치우려 들었지만 직원의 만류에 결국 룸으로 복귀했다.젖은 재킷을 다시 옷걸이 걸어 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앉았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자꾸만 눈물이 나려했다.여기서 울면 일이 커진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눈앞에 보이는 샐러드에 과일들을 집어 입속에 억지로 집어넣기 시작했다.곧, 룸으로 돌아온 선우가 나은의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귀엽다는 듯 웃었다.제 포크로 과일을 집어 나은의 입에 가져다 주는데, 나은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행동하려 노력했다."흐흐흑....."'오빠가 만약에 잘못 됐으면.. 난 정말 못 버텼을 것 같아.. 그걸 상상하니까.. 다시는 오빠를 놓치고 싶지 않아졌어'온다예의 SNS 사건이 터진 날. 나은이 선우에게 했던 고백이었다.'오빠, 사
선우의 팔을 잡는 온다예의 손을 사납게 쳐내 버렸다."어디다 손을 대 더럽게“***선우의 날 선 말투에도 온다예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오빠 그게 정말이에요?"도대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온다예를 보며 선우는 질린 표정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온다예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감돌았으나, 선우는 눈치채지 못했다."방금 그랬잖아요. 나은이 엄마가 나은이 옆에 있어 달라고 했다면서요. 미국에도 직접 찾아가고 계속 연락해서 나은이 걱정하셨다면서요? 나은이가 오빠 살렸어요?. 나은이한테 빚진 거죠? 그래서 나은이 엄마 부탁받고 지금 나은이 옆에 있는 거잖아요 그쵸? 제 말 맞죠 오빠?""뭐?"소름이 돋았다. 정말 미친 건가?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좀 전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을 들은 것 같은데, 그걸 저 머리통으로 그렇게 해석을 하고 이처럼 말도 안 되는 말들을 늘어놓는 온다예와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벌레 보듯 온다예를 내려다보며 몸을 돌리려던 찰라,온다예가 돌아서지 못하도록 막으며 선우에게 안겨들었다.기겁하듯 몸을 쳐낸 선우가 급기야 욕을 뱉었다."이런 미친 새끼가.""흐흑. 나한테 욕해도 돼요. 근데 나은이 때문에 오빠 인생 버리지 마요. 희생하지 마요"쓱~탁!뒤쪽에서 들려오는 문 소리에 선우가 급하게 뒤돌아보았다.하지만 출입문 앞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삐딱하게 서서 온다예를 사납게 쳐다본 선우가 또박 또박 말을 이었다."생각 같아서는 네 입을 확 찢어 버리고 싶은데, 네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아서 참는 거야. 너 병원 가봐.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다. 그리고 나는, 나은이 없으면 못 살아.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고 그 마음은 변치 않을 거다. 마지막 경고다. 직접 찾아오지 마라. 내 변호사 통해서 대화해"선우가 뒤돌아서서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다시 룸으로 돌아 왔을 때, 나은은 샐러드 속에 있는 과일들을 쏙쏙 골라 먹고 있었다.그 모습이 귀여워 제 포크로 과일을 집어 나은이 입에 넣어
오후에 나은과 선우 앞에서 제 엄마를 들켜 버린 온다예는 회사에 복귀하지 못하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전화로 팀장에게 조퇴 신청을 하고 욕을 한 바가지 얻어 먹은 탓에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집에 도착하자마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거절 버튼을 누르자 또다시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고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누구세요!"-온다예씨 되십니까?-수사기관이었다.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온다예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막상 전화를 받고 출석 요구를 받고 나니 두려움으로 인한 떨림이 온몸으로 전해졌다.정말, 이러다가 감옥에 가야 하는 건 아닌가? 그럼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건가?분노와 두려움과 억울함이 뒤섞여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띠릭.알림 소리에 휴대전화를 들었는데, 3천만 원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에 눈을 비볐다.순간 솟아날 구멍이 생긴 것처럼 온다예의 심장이 마구 뛰어 대기 시작했다.-이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다. 이거 받고 다시는 찾아오지 마라. 모르는 사람처럼 살자-문자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바로 은행 어플을 켜서 입금 내역을 확인했다.역시나, 오빠 다훈이 보낸 돈이었다.순간 온다예의 머릿속에, 좀 아까 카페에서의 일들이 영상처럼 재생되더니, 자신의 과한 행동으로 선우가 합의를 안 해 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손톱을 물어뜯으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그제야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지식인들과 AI를 통해 명예훼손, 고소, 구속, 합의 등의 키워드로 끊임 없이 질문을 했고,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는 글들을 찾아 읽기를 반복했다.배고픈 줄도 모르고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아 씨.. 대가리 깨지겠네"노트북을 덮어 버렸다.구석에 깔아 놓은 이불 위에 몸을 누이고 휴대전화를 들어 SNS를 열었다.비공개로 돌려놓은 자신의 SNS를 확인하는데 또다시 짜증이 솟구친다.다른 사람들이 올린 글들을 차례대로 읽어 내려가다 솔깃한 화장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