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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이름

Author: YuIm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5 10:33:12

“좋은 소식인데.”

그 말을 끝내고도 웃을 수 없었다. 복도에서 설명을 기다리던 가족의 신발이 떠올랐다. 수술 전에 아이가 아빠에게도 말해달라고 했던 질문은, 아직 그 아버지 앞에서 꺼내지 못했다.

“그분들은 오늘도 같은 집에 돌아가셨을 거예요.”

서우의 숨이 끊겼다. 단우가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얼굴을 가리려다가 그의 셔츠를 붙잡았다.

서우가 몸을 숙이다가 균형을 잃었다. 단우가 허리와 등 뒤로 팔을 뻗었다. 그녀의 무게가 실리자 그는 발을 뒤로 옮겨 함께 주저앉지 않도록 버텼다.

남자의 셔츠에서 비누 냄새가 났다. 서우는 얼굴을 들지 못한 채 그 옷깃을 잡았다.

단우는 그녀의 무게를 받치며 벤치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우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따라 앉았다. 젖은 뺨이 셔츠에 닿았다.

“단우 씨…… 나…… 아이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단우는 손을 뒤통수에 댔다가, 그녀가 고개를 저으니 등으로 내렸다.

단우는 그녀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등에 댄 손의 힘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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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자신이 아끼던 낡고 부드러운 순백의 털 담요를 작은 두 손으로 펼쳐 서우의 떨리는 어깨 위에 조심스럽게 둘러주었다.그리고 작은 두 팔로 서우의 목을 있는 힘껏 꼭 끌어안았다.엄마.서우는 아이를 더 가까이 안았다. 엄마라는 소리가 자기에게 닿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깐은 오래전 어머니를 부르던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렸다.아이의 작은 심장이 제 흉곽 위에서 규칙적으로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서우는 아이를 안은 팔에 힘을 줬다가 조금 풀었다. 너무 꽉 안으면 레오가 놀랄 것 같았다. 아이는 이유를 묻지 않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붙였다. 그 무게를 받치니 눈물이 다시 났다.단우가 다친 오른팔을 몸에 붙이고 왼손을 뻗었다. 서우는 그 팔 안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차트를 놓지는 못했다. 레오의 등이 종이에 닿지 않도록, 태블릿을 옆으로 돌려 쥐었다.아이를 재우러 보낸 뒤, 서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현지 수사 담당자 장피에르였다. 서하 쪽에서 온 추가 자료 요청에 관해 대면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선 신고와 진술, 재단의 주장 사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따로 설명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서우는 혼자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고, 일정과 장소는 다시 조정하자는 답을 들었다. 그녀는 날짜를 적었다.곧 재단과 관련된 일을 맡아온 박민우 검사가 직접 방문하겠다는 연락도 왔다. 전해온 문서에는 이미 철회된 연구비 주장까지 남아 있었다. 서우는 그것을 읽고 재심 결과를 곁에 놓았다.“어머니 자료가 나온 뒤에 이런 연락이

  • 마피아 보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50화. 레오가 안 아프게 해줄게

    태블릿 화면에 떠오른 흑백의 디지털 스캔 차트.그 상단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세 글자, ‘한혜진’.서우의 귓가에서 삐이— 하는 날카로운 이명이 울리며, 주변의 모든 소리가 아득한 진공 상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서우가 열 살에 아버지를 잃은 뒤 어머니는 혼자 딸을 키웠다. 해림의과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한 겨울에도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뒤늦게 꺼냈다. 심장내과에 입원하면 나아질 줄 알았다. 사흘 뒤 서우는 병실 대신 영안실로 내려가야 했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마지막으로 묻지 못한 통증의 시작이 함께 생각났다.그때 주임교수였던 강태준은 급성 심근경색과 심인성 쇼크를 설명했다. 서우는 단어를 적었지만 무슨 일이 얼마나 빨리 진행됐는지 제대로 묻지 못했다. 뒤에 서 있던 전공의 강시혁이 서류를 넘겨주었다.의학을 배우기 시작하기 전이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도 자신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오래 남았다. 조금만 더 일찍 배웠다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시간이 지나 의사가 된 뒤에는 그 생각이 사실인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도 아이들의 작은 혈관을 들여다보며 수술을 배울 때마다, 설명을 기다리던 어린 자신이 떠올랐다. 소아심장 분야를 택한 이유를 누군가 물으면 늘 그중 일부만 답했다.지금 눈앞에 놓인 자료에는 듣지 못했던 약 이름이 있었다.[연구 코드: TX-902][입원 중 투여 기재 및 이상 반응 보고: 원 진료 기록 대조 필요]서우는 적힌 시각과 사망 날짜를 번갈아 봤다. 약을 받은 뒤 상태가 나빠졌다고 해서 그것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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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무렵, 창문이 있는 단우의 방.서우는 방에 들어왔다가 창가에 앉았다. 단우는 잠들어 있었다. 가방에서 면담 때 받은 자료를 꺼내 읽었다. 자신이 빠진 증례 토의는 이미 끝나 있었다. 담당자의 이름 아래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한 줄을 더 읽으려는데 눈앞이 흐려졌다. 서우는 종이를 무릎에 내리고 손등으로 눈을 닦았다. 침대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단우가 눈을 뜨고 있었다. 그녀가 자료를 접자 그가 왼손을 내밀었다. 서우는 바로 잡지 않았다.“지금 보면 더 울 것 같아요.”그는 팔을 내려놓았다. 서우가 숨을 고른 뒤에야 가까이 앉았다. 단우는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물었다. 그녀는 담당자의 이름을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단우는 접힌 자료를 더 펼치지 않았다. 서우가 다시 손을 뻗자 그가 받치고 있던 쪽을 내주었다.단우가 함께 보던 자료를 내리자 서우는 다음 쪽을 넘겼다. 회의에서 나온 질문 하나를 읽다가 손을 멈췄다.“이건 나도 묻고 싶었는데.”“무슨 질문이지.”그녀는 치료가 끝난 뒤 어떤 경과까지 함께 봐야 하는지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답에는 서우가 생각하지 못한 항목도 있었다. 그녀가 그 줄을 읽고 입술을 눌렀다.“잘했네요. 내가 하려던 것보다.”단우가 대답하려 하자 그녀는 종이를 내렸다.“그래서 더 얄미워요.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그는 무슨 말로 달래려 하지 않고 어느 부분이 더 좋았는지 물었다. 서우는 한참 설명하다가 자기도

  • 마피아 보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48화. 의자를 돌려 앉은 이유

    퇴원을 준비하던 날, 법률 담당자에게 자료 목록 하나가 더 왔다.빅토르 쪽 거래를 확인하면서 병원의 오래된 연구 정산 서류가 함께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환자 정보는 필요한 권한을 확인한 뒤 제공하겠다고 했다. 단우는 목록에서 낯선 서하어 이름 하나를 오래 보았다.한혜진.서우가 어머니 이야기를 할 때 부른 이름이었다. 흔한 동명이인일 수도 있었다. 그 아래 날짜는 10년 전이었다.그는 출처와 같은 사람인지 확인할 항목을 물었다. 돌아온 설명을 읽다가 어머니 입원 기간이 적힌 줄을 찾아 표시했다.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서우가 들어왔다.“왜 그래요?”단우는 전화기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서우가 그 앞에 앉자 방금 도착한 메시지를 다시 열었다. 화면을 돌려주기 전에 이름이 적힌 부분을 짚었다. 그녀가 읽는 동안 그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어머니와 이름이 같은 기록이 나왔어. 같은 사람인지는 더 확인해야 해.”그는 그 말부터 했다.***퇴원한 단우가 섬에 돌아온 날, 서우는 배에서 내리는 그의 가방을 받았다.남자는 왼손으로 들 수 있다고 했지만 그녀는 이미 손잡이를 잡은 뒤였다. 오른팔을 받친 자세가 눈에 익지 않았다. 부두에서 기다리던 경비들도 그쪽을 보다가 급히 시선을 돌렸다.“봐도 돼.”단우가 말했다. 경비가 고개를 들자 그는 마르코에게 자기 가방을 넘기고 레오가 있는 방을 물었다.

  • 마피아 보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47화. 오늘은 여기까지

    서우가 돌아왔을 때 단우는 자료를 봉투에 넣고 있었다.그녀는 면담 결과를 말하려다 그의 얼굴을 보고 멈췄다. 단우가 먼저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다음 달부터 참관과 연구 참여 가능성을 더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진료를 바로 맡는 건 아니고요. 면담을 바꾸면서 빠진 증례 논의는 다른 분이 맡았대요.”“좋은 건가.”“아직은요.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리예요.”“그날 내 곁에 남은 건.”“있고 싶어서 있었어요. 그래도 그 자리 생각은 날 거예요.”단우는 그녀가 가져온 면담 자료를 봤다. 앞장에 적힌 증례 토의 담당자는 다른 사람이었다.“네가 여기 있던 밤을 돌리고 싶지는 않다.”서우가 그를 봤다.“그 말은 잔인하네요.”단우는 자료에서 손을 뗐다. 서우는 다시 그 앞에 놓았다.“그래도 고마웠다는 말만 듣는 것보다는 나아요. 나 오늘은 속상한 얘기할 거예요.”그가 봉투를 내밀었다. 병원과 연결되는 운송 기록이었다. 서우는 환자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첫 장을 읽었다. 제품 코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전에 반입을 막았던 물량의 공급사와 같았다.“이건 어디서 받은 거예요?”단우가 경위를 설명했다. 형의 계약도 포함되어 있고, 자신이 이어받은 물량도 있다고 말했다. 말을 마친 뒤 서우의 얼굴을 보았다.“몰랐다고 하면 네가 믿어주길 바랄 것

  • 마피아 보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46화. 형의 이름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

    그가 고개를 들었다. 여자는 조언하려는 얼굴이 아니었다. 자기도 같은 전화를 여러 번 걸어본 사람처럼 물었다.“장례식에서 내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느냐고.”그는 전화를 내려놓았다. 법률 담당자에게 빅토르가 언급한 정산을 따로 찾게 했다. 직원이 보관한 경호 자료와 섞지 말라는 말도 했다. 형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른다고 해서 숙부가 한 일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서우는 그가 찾아보게 한 회사 이름을 읽었다. 자기 병원과 연결된 곳도 있었다.“내 쪽에서 물을 것에도 넣어둘게요.”단우는 그녀가 적는 것을 보았다. 위로받는 동안에도 확인할 일이 늘어나고 있었다.***자료는 한꺼번에 오지 않았다.교대표의 사본 뒤에 지급 명세가 붙었고, 며칠 뒤에는 창고 직원이 별도로 보관한 연락 내역이 확인됐다. 단우는 오른팔을 받친 채 병실 의자에 앉아 그 날짜들을 맞췄다.카를로 부부가 항구에 도착하기 전에 경비 인원이 바뀌었다. 변경 요청은 빅토르 쪽에서 나왔고, 그 뒤 별도 업체로 비용이 지급됐다. 사고가 난 다음 날 작성된 보고서에는 그 변경이 빠져 있었다.마르코는 자기 이름도 근무표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저는 다른 부두에 있었습니다.”그가 말했다. 단우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날 위치를 옮기라는 말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두 사람을 더 오래 침묵하게 했다.법률 담당자는 돈의 최종 수령자와 현장 진술을 더 맞춰봐야 한다고 했다. 부두에서 먼저 나온 이름만으로는 빈칸이 채워지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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