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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중연시에서 낭연을 알 자격이 있는 건 중연시 총독 천우성과 금용 감찰사 이천용 두 명뿐이었다.

일곱 번의 종소리가 멈춘 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듯했다.

중연시에서 생활하는 사천만 명 시민은 여전히 삶을 위해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

10만 중연시 수비군은 이미 집결되기 시작했고 공항, 고속철도, 정류장, 선착장 등 중연시를 떠날 수 있는 모든 통로가 동시에 봉쇄에 들어갔다.

이 사건은 거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연시는 1급 전투준비태세에 들어갔지만 대외적으로는 적국이 투항을 거절해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중연시는 서남쪽에 위치했고 남강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에 반드시 전력을 다해 적국의 스파이를 잡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조금 소란스러워졌지만 사람들은 모두 이해하고 지지했다.

적국이 쳐들어와서 10년 동안 전쟁이 이어졌고 그간 중연시의 수많은 젊은이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고 돌아오지 못했다.

이것은 나라의 원수다.

나라의 원수 앞에서 모든 걸 양보해야 했다.

...

중연시 교외, 서씨 집안의 조상님이 물려준 저택.

차가 빠른 속도로 달렸다.

주민식은 창백한 얼굴로 비틀거렸다. 그는 독기에 가득 찬 눈빛으로 다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엄마!”

그는 거실에 앉아서 소리를 지르더니 컵에 물을 따른 뒤 벌컥벌컥 마셨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리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곧이어 슬립을 입은 주지현이 계단 어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아치형 계단을 따라 우아하게 내려오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아침부터 왜 땍땍거려?”

“엄마,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주민식은 주지현을 보는 순간 펄쩍 뛰며 말했다.

“서현우! 서현우 그 잡놈이 유혜린을 괴롭혀서 죽였어요!”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주지현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빛이 멍해졌다. 그녀는 다급히 아래층으로 내려와 말했다.

“얼른 말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젯밤에 저랑 유혜린이 같이 있었는데...”

주민식은 이를 악물고 전 과정을 묘사했다.

“미친 놈!”

주지현은 얘기를 듣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놈 미친 거 아냐?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해?”

“분명 서나영이 죽도록 괴롭힘당한 걸 보고 미쳐서 자포자기한 게 틀림없어요!”

주민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엄마, 유상혁에게 연락해야 할까요? 만약 유상혁이 저한테 괜히 화풀이하면 어떡해요?”

“네가 바로 유상혁에게 알리지 않은 건 잘한 일이야.”

주지현은 이미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녀의 입가에 음험한 미소가 걸렸다.

“그 빌어먹을 놈 지난 6년간 뭘 했길래 군대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어... 참, 걔 어깨 위에 견장은 어떤 거였어?”

주민식은 자세히 돌이켜본 뒤 고개를 저었다.

“견장이 없었어요.”

“견장이 없다고?”

주지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긴, 6년 전에도 쓸모없는 놈이었지. 견장이 없다니 잘됐네. 별거 아닌 놈이야. 남강에서는 걔처럼 쓸모없는 놈을 관리할 마음이 없나 보지...”

말하면서 주지현은 기지개를 켜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 변변치 못한 놈이 널 다치게 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앞으로 더 조심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면 안 돼. 그리고 유혜린은 그냥 놔둬. 어차피 우리 모자가 이용하려던 도구에 불과하니까... 하하하, 잘됐네!”

주민식은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주지현을 보자 살짝 당황스러웠다.

“엄마...”

주지현은 손을 뻗어 주민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놈은 우리에게 또 기회를 마련해준 거야. 유혜린은 죽지 않더라도 병신이 되겠지. 유상혁에게 딸이라고는 걔 하나뿐인데 분명 미쳐버리고 말 거야. 그놈의 끝이 얼마나 비참할지는 불 보듯 뻔하잖아? 우리는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런데 그다음을 생각해 봐. 유혜린이 없다면 유상혁은 그 큰 가업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어?”

주민식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당시 그는 일부러 유혜린의 눈에 띄게 행동했고 그녀를 차근차근 유혹했다. 그건 유상혁의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유혜린은 완전히 망가져 절대 살 수 없었다. 그러니 기회가 온 것이다!

주지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들아, 큰 그림을 위해서 네가 좀 희생해야 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하세요.”

주지현이 손을 내젓자 두 경호원이 다가왔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아, 조금 아플 수도 있는데 참아야 해...”

...

중연시 고속 도로 위, 비싼 차 한 대가 평온하게 달리고 있었다.

뒷좌석에는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이 앉아있었다. 매부리코에 눈이 움푹 파여 들어가 만만치 않은 인상이었다.

그가 바로 유혜린의 아버지, 삼중문의 오너 유상혁이었다.

그가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운이 좋지 않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제 막 고속도로에 올라 도시 안쪽으로 들어왔는데 중연시를 드나들 수 있는 고속도로는 이미 봉쇄되었다.

옆에 있던 남자는 전화를 끊은 뒤 정중하게 말했다.

“유상혁 씨, 중연시를 드나드는 모든 도로가 막혔다고 합니다. 남강 쪽과 관련된 일이라고 해요. 중연시 총독 천우성이 명령을 받고 적국의 스파이를 잡고 있다고 합니다.”

“알겠어.”

유상혁은 고개를 끄덕일 뿐 신경 쓰지는 않았다.

중연시는 서남쪽에 있고 남쪽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다. 적국이 남강의 변방에 침입한 지 십여 년이 지났으니 많은 적국의 스파이들이 중연시에서 난동을 부려 여럿을 붙잡았다.

그리고 유상혁은 이 지역을 장악한 악의 세력이었고 여러 차례 대신 스파이를 잡아 도움을 줬었다. 그렇게 그는 자본과 배경이 생겨 오늘날 중연시를 제멋대로 주무르는 거물이 될 수 있었다.

심지어 4대 가문의 사람이라고 해도 그의 체면을 고려해야 했다.

삑, 삑, 삑...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옆에 있던 부하가 휴대폰을 확인한 뒤 정중하게 유상혁에게 전화를 건넸다.

영상통화를 건 사람은 바로 주민식이었다.

유상혁은 사실 주민식을 같잖게 생각했다. 하지만 주민식은 성이 주씨고 주씨 집안 사람이었다. 유상혁은 주민식과 주지현을 이용해 주씨 집안을 삼킬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와 딸 유혜린의 교제를 허락했다.

신경 쓰고 싶지 않았으나 유상혁은 전화를 받는 걸 선택했다.

“민식아...”

유상혁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화면 속 주민식은 얼굴에 멍이 들고 얼굴 이곳저곳이 쥐어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몸도 멀쩡하지 않았고 옷도 찢긴 데다가 피까지 묻어있어 아주 초라했다.

유상혁이 질문하기도 전에 주민식이 애원하며 말했다.

“삼촌! 혜린이를 살려주세요! 혜린이 좀 살려주세요!”

유상혁의 동공이 잘게 떨렸다. 그가 다급히 물었다.

“내 딸이 왜?”

“혜린이가 맞아 죽었어요! 흑흑흑...”

주민식은 엉엉 울었다.

그는 정말 울고 있었다. 다만 그가 우는 이유는 너무 아파서였다.

유상혁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누구야? 누구 그랬어?”

“서현우! 서현우예요! 서현우 그 빌어먹을 놈, 변변찮은 놈이...”

퍽!

주민식이 일의 경과를 얘기하는 동시에 휴대폰이 세 조각으로 부서졌다.

유상혁은 미칠 듯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감히 내 딸을 건드려? 나 유상혁을 도발했다 이거지? 내가 요즘 너무 얌전히 지냈었나 보네. 나 유상혁이 이 중연시의 하늘이라는 걸 잊은 거야? 지금 당장 삼중문의 모든 인원을 소집해서 엔뉴 호텔을 포위해! 시체조차 건지지 못할 정도로 처참히 죽이겠어!”

중연시 각 엔터테인먼트 구역, 네온사인이 켜져야 떠들썩한 곳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살기등등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빠르게 모였다

그들의 옷에는 삼중문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삼중문의 모든 고위층 장로들이 전부 출동했다.

유상혁의 딸이 맞아 죽었다니, 이 일로 유상혁과 삼중문이 체면을 잃었다.

범인이 누구든 반드시 죽어야 한다. 그것도 처참하게!

이 중연시에서 아무도 그를 구하지 못할 거다.

중연시 총독 천우성이라고 해도 그를 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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