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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작가: 제구
엔뉴 호텔은 중연시 서쪽의 비교적 번화한 곳에 있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곳에 아무나 갈 수 없었다.

일렬로 무장한 병사들이 주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들은 감제고지를 전부 점령한 뒤 수십 명의 저격수를 배치했다.

502호 방안, 이천용은 서현우의 뒤에 서 있었다. 창문에 비친 그의 눈동자는 하염없이 고요했다.

서현우가 퇴위하고 낭연이 피어오르는 건 바꿀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중연시에 피가 강이 되어 흐르는 것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서현우가 장악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었다. 그는 유상혁이 삼중문의 모든 인원을 집결해 엔뉴 호텔로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상 유상혁은 서현우 하나 죽이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기세를 보여주고 싶은 거다.

이 일로 다시 한번 유상혁 자신이 중연시의 하늘임을, 감히 그를 건드리는 사람은 반드시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걸 선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천용은 그 모습이 우스울 뿐이었다.

오늘 엔뉴 호텔은 남강의 전쟁터가 될 것이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다 죽을 것이다.

먼 곳, 중연시 총독 천우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행인지, 슬픔인지, 경멸인지 알 수 없었다.

유상혁의 뒷배경은 무시무시했고 중연시 총독인 그조차도 경거망동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상대해야 할 적은 남강의 총사령관, 낭연을 피운 서현우였다!

묵묵히 고개를 든 천우성은 갑자기 안도감을 느꼈다.

중연시의 하늘이 바뀔 때가 온 것 같다.

같은 시각, 남강 변방 본거지에 분노에 찬 고함이 울려 퍼졌다.

홍성을 제외하고 남강 무생군 십이장이 전부 자리에 있었다.

그들은 본인의 휴대폰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가 그들의 마음속에서 터져 나왔다.

낭연이 피어올랐다.

그들의 총사령관이 낭연을 피운 것이다!

낭연을 피운 결과가 어떤지 그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누굴까?

대체 누구란 말인가!

적국이 투항해 담판하고 있는데, 대체 누구 때문에 총사령관이 낭연을 피운 걸까?

그 소식이 적국에 전해진다면 그 결과는 더더욱 예상할 수 없었다.

남강의 수많은 병사가 변방에서 피를 흘린 덕에 겨우 희망을 보았다.

서현우가 없다면 남강은 영혼을 잃고 신앙을 잃게 된다.

그것은 많은 남강 병사들의 생명을 말살하고 그들의 더없이 확고한 신앙을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남강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장군들은 사람을 죽이고 싶을 만큼 분노했다.

띡.

같은 시각, 모든 이들의 휴대폰에 영상 하나가 재생됐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무생군 십이장 중 남강 정보 시스템을 장악한 홍성 뿐이었다.

그들은 눈이 벌게진 채로 영상을 보았다.

영상은 홍성이 몰래 녹화한 것으로 서현우가 비행기에서 내려 병원에 도착한 것부터 시작해 서현우가 그녀에게 낭연을 피우라고 한 순간까지 전부 담겨 있었다.

영상이 전송됨과 동시에 자료도 보내졌다.

어머니의 죽음에 숨겨진 사정이 있다는 것, 서씨 집안의 가업을 교묘하게 빼앗긴 것, 서나영이 고문을 당한 것...

벌게진 눈동자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가슴은 분노와 고통, 그리고 억울함 때문에 터질 것만 같았다. 서현우는 남강의 총사령관이고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사람이다.

그런 그가 맞이한 건 인간 세계를 어슬렁대는 악마였다.

이건 말도 안 되는 불공평한 일이었다.

어떻게 그들의 총사령관을 이렇게 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고릴라처럼 덩치 좋은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괴로운 듯 고함을 질렀다.

“저 고창의 목숨은 총사령관님이 죽은 이들 사이에서 구해낸 겁니다. 그가 있는 곳이면 제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남강을 지키세요. 전 중연시로 갈 겁니다!”

“잠깐만요!”

다른 한 명이 소리를 질렀다.

“당시 총사령관님은 홀로 병사들을 이끌고 제9단을 구하러 왔습니다. 그리고 혼자 절 업고 삼백 리를 걸어 절 염라대왕의 손에서 건져냈습니다. 총사령관님께서 중연시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저 동원이 어떻게 수수방관할 수 있겠습니까?”

남은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매서운 눈빛으로 분노에 차서 말했다.

“저희도 갈 겁니다!”

안경을 쓴 남성이 황급히 안으로 들어와서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 이성적으로 생각하세요! 여러분들은 각 부대의 통솔자입니다. 국주의 명령이 없다면 아무도 내륙 도시로 갈 수 없어요. 막무가내로 남강을 떠나는 건 직무 유기에 해당합니다. 법을 어기는 일이에요!”

“저 만준은 아무도 말릴 수 없습니다. 제가 아는 거라곤 총사령관님이 남강을 살렸다는 것뿐입니다. 총사령관님이 없었다면 남강이, 제가 있을 수 있었을까요? 총사령관님이 억울한 일을 당하셨습니다. 총사령관님의 가족들이 파렴치한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했다고요! 만약 당신 가족이 당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 겁니까? 비키세요!”

안경을 쓴 남자는 얼굴이 창백해서 숨을 헐떡거렸다.

“여러분...”

“비키세요! 한 마디라도 더한다면 죽일 겁니다! 총사령관님이 얼마나 절박하셨으면 낭연을 피웠겠습니까? 그의 고통은 아무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런 시기에 어떻게 총사령관님이 고군분투하게 놔둘 수 있죠? 저희는 반드시 총사령관님과 함께 할 겁니다!”

“총사령관님의 가족이 모욕당한 건 총사령관님이 모욕당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남강에 있는 저희 백만 대군 모두 받아들일 수 없어요!”

“뭐라고요? 총사령관님이 낭연을 피웠다고요?”

안경을 쓴 남자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는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는 남강의 책사이고 십이장, 서현우와 더없이 친밀한 관계였다.

그가 사람들을 말린 건 이렇게 하면 결과가 너무 심각해진다는 걸 이성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강뿐만 아니라 용국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서현우가 낭연을 피웠다는 말에 절대적으로 이성을 유지하던 두 눈동자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허약해 보이는 몸집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그는 마치 이제 막 잠에서 깬 거대한 짐승이 엎드려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말없이 안경을 벗었고 두 눈동자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장군들을 살 떨리게 만드는 목소리가 담담하게 울려 퍼졌다.

“남강 총사령관님이 낭연을 피우게 만들다니, 남강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갑시다, 중연시로!”

전투기 한 대가 날아올랐고 금용 감찰사의 비행기가 다급히 가로막았다.

같은 시각, 이천용이 소식을 접했다.

서현우가 낭연을 피우는 것 때문에 큰 충격에 빠져 잠깐 무감각해졌던 심장이 다시 한번 강하게 뛰기 시작했다.

남강의 제1책사가 무생군 십이장과 함께 강제로 남강을 벗어나려 한다는 엄청난 소식이었다.

서현우가 제멋대로 남강을 벗어나 중연시로 온 것과 비슷한 정도로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반드시... 막아야 해!”

명령을 내리는 이천용의 목소리가 떨렸다.

“막을 수 없어요!”

홍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총사령관님은 용국과 수십억 명의 국민, 남강, 백만 대군을 위해 헌신했어요. 하지만 이 세상은 그에게 뭘 해줬죠? 남강 총사령관님이 모욕당하다니, 남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요!”

이천용은 괴로운 얼굴로 눈을 감았다.

그렇다...

이 세계는 서현우에게 너무 불공평했다.

40분 뒤, 이천용은 중연시 총독 천우성의 연락을 받았다.

남강 제1책사와 남강의 무생군 장군들이 중연시에 쳐들어오려고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보내줘.”

이천용이 무기력하게 대답했다.

그는 이미 중연시가 피로 물드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여드는 모습을 보았다.

삼중문!

그들의 손에는 쇠 파이프가 들려 있었고 다들 기세등등했다.

맨 앞에 검은색 승용차가 천천히 달려 엔뉴 호텔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렸고 유상혁이 안에서 나왔다.

그의 눈동자는 피로 물든 것처럼 빨갰다. 그는 작게 으르렁거렸다.

“내 딸을 다치게 한 놈을 토막 내버려!”

“토막 낸다!”

“토막 낸다!”

수백 명이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니 마치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나영아, 오늘부터 이 세상에 감히 널 괴롭힐 사람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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